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03 화. 같은 길

추리닝백작 2015. 2. 12. 12:59


제국력 487년 7월 29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오이겐 리히터.


  “브라케. 어떤가? 이 제안은.”

  “여성의 참정권은 지방자치제체에 한하고, 국정 참가는 남성만으로 제한하는가……. 납득할까?”


  브라케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가 말하는 대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타협해야만 한다.


  행성 단위로 총독을 두고, 그건 제국 정부가 임명권을 가진다. 단, 예산편성, 결산보고, 행성내부의 행정관 인사에 관해선 주민의 대표자들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지금 우리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이 대표자의 정의다.


  “확실히 동맹 사람들은 납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국에서 참정권을 전면 개방하면 오히려 대혼란이 된다. 단계를 밟으며 넓혀가야겠지. 아닌가? 브라케.”


  “확실히 그렇겠지. 일단 여성에겐 직접 생활에 관한 지방자치체의 참정권을 준다. 거기서 정치의 참가를 배우게 한다. 리히터. 경의 노림수는 그런 건가?”

  “음. 20년 후, 30년 후에는 전면 개방이다.”


  내 말에 끄덕인 브라케가 중얼거리듯이 말을 했다.

  “피츠시몬즈 소령이 있으면, 의견을 물을 수 있었겠네만…….”


  유감이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질 수 없다. 3일 전,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5개 함대, 켐프, 렌넨캄프, 비텐펠트, 파렌하이트의 네 제독을 데리고 카스트로프 반란제압으로 향했다.


  당연하지만 부관인 피츠시몬즈 소령도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을 따라 카스트로프 반란 제압으로 향했다.

  “뤼네부르크 중장에게 물어볼까?”


  “그렇군. 하지만 중장은 꽤나 비아냥이 심하니까 말이지.”

  비아냥이 심하다. 브라케의 말에 무심코 우리들은 시선을 마주치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말해 그 만큼 우리들이 작성한 개혁안은 구멍투성이라는 거다.


  뤼네부르크 중장만이 아니다. 피츠시몬즈 소령에게서도 만만찮은 의견을 받을 때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동맹에서 특별히 정치에 관련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그만큼 두 사람의 의견은 일반적인 동맹인의 의견으로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과 만나서 눈치 챈 거지만, 제국에선 평민들의 권리가 무서울 정도로 착취되고 있다. 우리들의 인식도 아직 가볍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우주함대 사령부에 한 방을 빌리고 있다. 방에는 “신영토 점령통치 연구실”이라 불리며, 나와 브라케 외에도 브룩도르프, 질버베르히, 오스마이어, 마인호프, 글룩, 엘스하이머가 있다.


  “신영토 점령통치 연구실”. 우리들 사이에선 은밀히 “사회경제재건 연구실”이라 불리고 있지만, 여기선 점령한 자유행성동맹을 어떻게 사회경제체제로 통치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은밀히 신영토를 통치하는 제국본토는 어떠한 사회경제체제로 되어야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 이건 제국내의 사회경제개혁 연구인 것이다.


  지금도 기억난다. 6월 하순, 나와 브라케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 불려갔다.


  “신영토 통치체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연구하라. 입니까?”

  “그렇습니다.”

  “실례합니다만, 신영토란 대체 무엇입니까?”


  내 질문에 사령장관은 조금 눈을 크게 뜬 뒤, 이상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렇지요. 중요한 걸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신영토란 반란군, 아니 자유행성동맹에 대한 겁니다. 제국이 동맹을 점령했을 때, 제국은 새로운 영토를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연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다.


  자유행성동맹? 어째서 내가 자유행성동맹의 통치체제를 연구해야만 하는가? 지금 중요한 건 제국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다. 애초에 이제르론 요새를 잃은 지금, 동맹의 점령 따위 가능할리 없다. 실현 가능할지도 모를 일을 연구할 수 있을까!


  내가 느낀 분노를 브라케는 그대로 입에 담았다.

  “각하. 지금 중요한 건 제국의 사회를 개혁하는 일입니다. 그런 언제 실현 가능할지도 모를 일 따위 협력할 수 없습니다.”


  브라케의 울분 섞인 말에도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조금도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온화하게 미소를 띠며 듣고 있다. 조금 맥이 빠졌다. 브라케도 마찬가지겠지.


  “만일 동맹을 점령했다고 치고, 지금 제국의 통치체제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


  묘한 남자다. 협력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별 수 없다. 조금 어울려줄까. 나는 브라케와 시선을 마주치고 대답했다.

  “아뇨. 불가능하겠죠. 정치체제가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렇지요. 아마도 130억 명의 인간이 폭동, 내란을 일으키게 될 겁니다. 그때야말로 진짜 반란군이 되겠죠.”

  “…….”


  “반란을 막기 위해선 제국과 다른 통치체제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제국본토보다도 꽤나 개명적인 것이 되겠죠.”

  “…….”


  이 남자는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의 얼굴에는 변함없이 미소가 떠 있을 뿐이라서 조금도 읽을 수 없다.

  “그렇게 되었을 때, 제국본토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떻게 생각? 어떻게 생각할까……. 불평등감을 가지겠지. 어째서 점령지 쪽이 혜택이 많냐고……. 혜택이 많다? 설마, 그런건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나는 눈앞의 남자를 아연하게 바라봤다. 그는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도달한 결론을 입에 담았다.

  “같은 권리를 자신에게도 달라고 하겠죠. 이긴 것은 자신들인데 어째서 더 심한 꼴을 받는가라고. 거절하면 이번엔 제국본토에서 폭동이 일어납니다.”


  다시 말해 신영토의 통치체제를 연구하면 그대로 제국의 사회개혁으로 이어진다는 것인가. 같은 동전의 앞과 뒤다. 제국 내에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국 밖에서 바꾼다. 그런 발상이 있었는가…….


  “하, 하지만 동맹 점령따위 가능하겠습니까? 이제르론 요새를 잃은 지금, 불가능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브라케의 말대로다. 점령할 수 없다면 어떤 의미도 없다.


  “이제 곧 그들은 이제르론 요새를 경유하여 제국령으로 침공하겠죠. 병력은 3천만을 넘는다고 합니다.”

  3천만……. 그게 침공해온다. 무심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얼굴을 봤다.


  “그걸 격파합니다. 그들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르론 요새가 있습니다. 저건 그렇게 간단히 떨굴 수 없을 겁니다.”


  브라케가 더욱 항의하는 듯이 의문을 표했다. 어딘가 그가 말하는 것을 반발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나도 같은 마음이 있다. 동맹을 정복하면 확실히 제국을 개혁할 수 있다. 군인인 그가 눈치 챈 것이다. 어째서 자신들은 눈치 채지 못했는가?


  “굳이 이제르론 요새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죠. 페잔 회랑을 쓰면 됩니다.”

  “!”


  페잔 회랑을 쓴다? 그건, 그래서는…….

  “페잔을 정복하여, 자유행성동맹을 점령합니다. 신은하제국의 성립입니다. 우주를 통일하는 유일의 성간국가로군요.”


  신은하제국……. 우주를 통일하는 유일의 성간국가……. 나는 아연하게 눈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사령장관을 봤다. 곁에서 브라케가 침을 삼켰다. 그 소리에 나도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문벌귀족들이 개혁에 협력하겠습니까? 동맹 점령에 성공해도 개혁을 할 수 없다면, 사령장관이 말씀하셨듯이 내란이 발생합니다.”

  그렇다. 점령해도 개혁을 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발렌슈타인. 내 의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혹시 폐하가 붕어하신다면 제국에선 후계자 전쟁이 일어나겠죠. 거기서 문벌귀족들을 칩니다. 완벽하게 먼지가 되도록. 그리고 제국내에서 개혁을 실시합니다.”

  “…….”


  후계자 전쟁…….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을 처부순다는 건가. 그렇다면, 사령장관은 리히텐라데 후작과 손을 잡아 엘윈 요제프를 추대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리히텐라데 후작도 각하와 같은 생각이십니까?”

  나는 의문으로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눈앞의 인물은 리히텐라데 후작의 신뢰가 두텁다고 듣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거기까지 두 사람 사이의 합의가 있었는가?


  “그건, 후계자에 대한 겁니까? 아니면 신영토?”

  “둘 다입니다.”

  “둘 다 저 개인의 생각입니다. 단지, 후작을 설득할 자신은 있습니다.”


  리히텐라데 후작을 설득할 자신……. 하지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엘윈 요제프를 추대하는 건 좋다. 하지만 사회개혁에 찬성하겠는가?

  “어떻게 설득하실 겁니까? 모쪼록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싸움에서 이기면 됩니다. 제국이 동맹을 지배한다. 지금까지는 꿈이었습니다.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겠죠. 그러니 개혁도 필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기면 꿈이 아니게 됩니다. 나머진 후작에게 그걸 인정하게 만들면 됩니다.


  인정하게 하면 된다……. 인정하면 별 수 없이 개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진다. 그런 건가. 문제는 동맹에게 이길 수 있을까다. 나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을 봤다. 이길 수 있을까?


  “이깁니다. 그걸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그의 얼굴을 힐끔힐끔보고 말았다. 내 내심을 읽은 것인가?


  “어떻습니까. 제게 협력해주시겠습니까? 결코 쉬운 길은 아니겠죠. 하지만 꿈을 꿈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저와 같은 길을 걸어주십시오.”


  같은 길……. 지금까지는 개혁을 주장해도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뭘 위해서 개혁을 외치는지도 몰랐다. 받아 들어주지 않는 개혁안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지만 눈앞의 남자가 그걸 끝내준다고 하고 있다.


  나는 브라케를 봤다. 브라케도 나를 보고 있다. 말은 필요 없었다. 우리들의 꿈이 실현할지도 모른다. 그가 다음 전쟁에서 이길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꿈이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길 수 있을까?”

  중얼거리는 듯한 브라케의 말이 날 회상에서 현실로 데려왔다.

  “괜찮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이길거야.”


  그렇다. 그는 이긴다. 그리고 우리들의 꿈을 현실로 바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것이 틀림 없다. 신은하제국, 우주를 통일하는 유일의 성간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