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39 화. 거국일치의 길

추리닝백작 2015. 2. 12. 14:03


우주력 796년 10월 8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양 웬리.


  “자네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어. 내가 이 인사에 반대하는 일은 없다. 우리들은 지금부터 협력하며 동맹을 지켜가야만 할테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이 사내는. 협력하며 동맹을 지킨다? 우리에게 새로운 경비견이라도 되어달라는 건가? 농담이 아니다. 그런 건 딱 사양이다. 난 욥 트류니히트가 우주에서 가장 싫다.


  나의, 아니 우리들의 시선은 결코 호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레벨로 위원장이 이상하다는 듯이 웃으며 트류니히트에게 말했다.


  “역시 넌 신용이 없구만.”

  “웃을 일은 아니잖은가? 레벨로.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구만.”

  “친구가 아니야. 우리들은 직장동료다.”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치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상하다. 이 두 사람은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적대하는 사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보이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친밀하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인가?


  나만이 아니다. 뷰코크, 보로딘, 우란푸 제독도 수장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시트레 본부장과 그린힐 중장은 어딘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레벨로 위원장은 쓴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시트레에게 가까운 사람들이다. 당연히 주전파와 일선을 긋고 있지. 자네들이 군의 중핵을 점하게 되면, 당연히 군은 자네들이 움직이게 된다. 거기에 입각해서 묻겠네만, 자네들은 동맹이 이 이상 제국과 싸우는 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


  “……적어도 공세를 취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가능하면 화평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보로딘 제독이 답했다. 뷰코크, 우란푸 제독이 동의하는 듯이 끄덕인다.


  “그런 자네들이 트류니히트를 믿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뭐라 해도 그는 주전파로서 전쟁을 부채질해 왔으니 말이지. 하지만 저건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야. 가짜다.”


  가짜? 진짜 모습이 아니야? 무슨 말인가? 레벨로 위원장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우리들의 의문을 입에 담은 건 뷰코크 제독이었다.


  “레벨로 본부장. 가짜라는 건 무슨 소리인지?”

  “그의 본심은 제국과의 화평에 있네. 나와 그는 그걸 위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협력해왔다. 그게 진실이다.”


  트류니히트의 본심이 제국과의 화평? 말도 안 된다. 저 남자의 부채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장으로 보내졌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그런데 그게 가짜? 납득 따위 할 수 있을리 없다. 웃기지마라!


  “더욱 정확하게 내 소원을 말하자면, 전쟁 종결과 민주공화제의 유지다. 제국 사이의 화평이라는 건 그 중 한 수단에 불과하며, 지금 상황에선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온화한 어조로 말하는 트류니히트가 거슬렸다. 무심코 어조가 강해졌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전쟁을 부채질하며 화평이라니. 신용하라는 게 무리입니다.”


  내 말에 뷰코크 제독, 우란푸 제독이 동조한다.

  “소관도 양 제독과 같은 생각이군요.”

  “동감입니다. 뷰코크 제독.”


  트류니히트와 레벨로 위원장은 시선을 마주치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나를 더욱 화나게 했다.

  “확실히 나는 전쟁을 부채질했지. 그건 부정하지 않아. 그렇게 하는 걸로 군 내부의 주전파를 내 주위로 끌어들여 제어하려고 한 것이다.”


  트류니히트의 말에 레벨로 위원장이 끄덕이고 있다. 제어? 주전파를 끌어들여 그들을 제어하려 했다고 한 것인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전쟁으로 나라가 거칠어져 있네. 점점 군부의 힘이 강해지고, 그만큼 정부의 힘이 약해지고 말았지. 난 군 내부에 영향력을 강화하는 걸로 주전파를 제어하고, 레벨로는 양식파라 불리는 시트레 본부장과 접촉하여 자네들의 동향을 조사했네. 우리들은 군사가 폭발하지 않도록 해온 것일세.”


  “…….”

  우리들이 폭발하는 건 아닌가하고 의심했다는 건 의외지만, 트류니히트가 말하고 있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정치가로서 문민통제를 부수는 군에 의한 쿠데타 따위, 악몽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도슨 대장을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까? 시트레 본부장을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했다면 이번 패전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닙니까?”


  보로딘 제독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시트레 본부장에게 집중했다. 본부장은 눈을 감고 있다. 표정을 읽히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답한 것은 트류니히트가 아니라 레벨로 위원장이었다.


  “자네의 말대로일세. 보로딘 제독. 시트레를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했다면 이번 패전은 없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째서…….”

  말에 열기를 띠는 보로딘 제독을 레벨로 위원장이 막았다.


  “그가 실전부대를 쥐었을 경우,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네…….”

  바보 같은, 본부장이 쿠데타라니 있을 수 없다.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본부장에 한해선 그런 일은…….”


  “양 제독. 150년에 걸쳐 계속되어 온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재정은 파탄, 국민은 부담에 신음하고 있네. 정부가 능력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열화하여 국민은 정치에 불신을 품고 있어.”

  레벨로 위원장은 어딘가 안타깝다는 듯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실력과 인망을 겸한 시트레가 실전부대의 정점에 선다. 이건 민주공화정체에 있어서 위험한 상태다. 정부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시트레를 중심으로 모이겠지. 그들이 시트레에게 뭘 기대하리라 생각하는가?”

  “…….”


  뭘 기대할 것인가……. 레벨로 위원장의 질문의 대답을 모르는 건 아니다.

  “군에 의한 쿠데타, 독재정권의 설립이다. 비합법정권이 성립하면 민주주의는 탄압되고, 군사는 권력유지를 위해서 압정을 펼칠 것이 틀림없어. 우주는 전제국가인 제국과 독재국가인 동맹 사이에서 패권을 겨루게 되겠지.”


  “…….”

  “지금 동맹이 제국과 싸우는 것은 민주주의가 목표로 하는 기본적 인권, 인간의 자유, 평등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걸 대의로서 동맹시민은 싸워왔네. 하지만 그 대의를 잃고 나면, 뭘 위해서 싸우겠는가?”


  레벨로 위원장이 질문했지만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뭘 위해서 싸우겠는가? 동맹시민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겠지. 시민 한명 한명이 재고해볼 것이 틀림없다……. 뷰코크 제독, 보로딘 제독, 우란푸 제독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우리들의 걱정은 기우일지도 모르네. 하지만 그런 사태를 불러선 안 돼. 그렇기에 일부러 도슨을 고른 걸세. 결코 권력욕이나 자신의 세력 확대를 위해서가 아니야. 그런 게 용서될 정도로 동맹에 여유는 없어!”


  토해내는 듯이 레벨로 위원장이 말했다. 트류니히트가 레벨로 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레벨로 위원장은 험악하게 손을 뿌리치고 뒤끝이 좋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은 트류니히트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땐 제국이 공세를 강화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네. 그렇다면 도슨인 편이 적임이라고 생각한 거야. 전임자인 로보스 대장은 아무래도 호전적이어서 말이지. 시트레 본부장에 대한 경쟁의식도 있었겠지.”


  확실히 그랬었다. 능력도 자신도 있었던 로보스 대장은 자신이 군인으로서 최고 지위에 오르지 못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통합작전본부장, 원수……. 그리고 우주함대 사령부의 주전파가 동조했다.


  “거기에 비하면 전쟁에 자신이 없는 도슨 편이 병력을 움직이는 데 신중하니 제어도 쉬우리라 판단한 거야.”


  “하지만 결국 거기에 실패하여, 저 원정이 일어났다. 그렇군요?”

  “유감이지만, 그 말대로일세. 양 제독.”

  트류니히트가 인정했다…….


  “그런데도 책임도 지지 않고 의장에 취임입니까?”

  스스로도 밉쌀맞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멈출 수 없다. 이런 남자가 의장이라니 납득할 수 없다. 1천만 명이 죽었다. 그 책임도 지지 않고 의장 취임 따위 인정할 수 있을까보냐.


  “그 말대로다. 양 제독. 아무리 비판받아도 상관없어. 의장을 사퇴할 생각은 없네. 지금의 동맹엔 내가 필요하다.”

  “!”

  트류니히트는 정색하듯이 말하고 날 보며 웃었다.


  “양 중장. 아니, 대장. 자네는 내가 싫은 것 같군. 내가 책임도지지 않고 의장이 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 듯하네만. 저 원정이 나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


  “트류니히트 의장. 양 제독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했다는 걸 말하고 계신다면, 그건 너무 심한 말 아닙니까? 저건 제국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소관은 생각합니다.”


  우란푸 제독이 날 변호했다. 하지만 트류니히트는 고개를 젓고 말을 계속했다.


  “우란푸 제독. 내가 문제로 삼고 있는 건 양 제독이 모든 걸 이해한 뒤에 이제르론 요새를 함락했는가 하는 점이다.”

  “?”


  모든 걸 이해한 뒤에? 무슨 일이냐? 무슨 말을 하고 있어. 무심코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트류니히트.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양 제독. 자네는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는 걸로 제국 사이에 화평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화평이 무리더라도 방어에 전념하면 국력 회복은 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트류니히트는 내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그런가. 자네는 아무 것도 몰라.”

  “?”


  모른다? 대체 무슨 말인가? 내 질문에 대답하듯이 트류니히트가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이제르론 요새 공략 시점에서 화평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네. 하지만 난 저 시점에선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어. 적어도 아군이 2개 함대 정도 손해를 입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손해가 적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야. 손해 따위 아무래도 좋았네. 중요한 건 자네가 동맹 시민을 모르고 있다는 점일세. 양 제독.”

  “!”


  동맹 시민?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바보 취급 하는 건가 생각했지만, 트류니히트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진지하다. 그리고 불쌍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양 제독. 동맹 시민은 은하제국을 증오하고 있다네. 자네는 그걸 모르고 있어.”

  “!”


  “알겠는가? 이 나라에선 매년 100만에서 200만 명이 전사하고 있네. 어디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전쟁 때문에 가족을 잃은 아이가 있네. 그들은 그 슬픔을 참으면서 살아가고 있지. 그리고 주변은 그런 그들을 지지하며 학생생활을 보내는 걸세.”


  “알겠는가? 이 나라의 학생들은 제국에 대한 증오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는 걸세. 인생에서 가장 다정다감할 시기에 제국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있는 걸세. 화평론 따위 간단하게 나올 소리가 아닌 걸세.”

  “!”


  “자네에 대해서 조사했었지. 5세부터 16세까지 우주선에서 살았더군. 다시 말해 자네는 학생생활을 경험하지 않았어. 그렇기에 제국에 대한 증오가 없지. 동맹 시민을 모른다는 건 그런 의미일세. 게다가 타인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취하는 것도 서툴지. 아마도 우주선이라는 폐쇄된 세계에서 살았기 때문일 걸세.”

  “…….”


  “군사적으로 보면 저 원정은 바보 같은 일이었겠지. 하지만 시민 감정 면에서 보자면 당연한 행위였던 걸세. 그렇기에 동맹 시민은 저 원정을 지지했지. 자네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 테지만…….”

  “…….”


  “자네는 이제르론 요새 공략 후, 화평론을 매스컴에 주장했어야 했네. 엘 파실, 티아매트, 이제르론의 영웅이, 누구보다도 제국과 앞장서서 싸워 승리를 거둬온 자네가 화평론을 입에 담으면 동맹 시민도 조금은 생각했을 걸세.”

  “…….”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내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을 것이다. 트류니히트의 말은 분하지만 옳은 거겠지. 난 동맹시민을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민주공화제를 취하고 있는 이상, 시민 감정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런데도 난 그걸 알지 못하고 저 작전을 세워 실행했다. 혹시, 동맹 시민의 제국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 알고 있었다면, 저 작전을 실행했었을까?


  시트레 원수도 제국의 위협을 중시한 나머지 동맹의 시민 감정을 경시했다는 걸까. 그렇게까지 우리들은 발렌슈타인에게 몰려 있었다는 건가.


  그리고 발렌슈타인은 그 시민 감정을 잘 이용하여 동맹군을 제국령으로 유인했다. 한심한 이야기다. 난 자국민에 대한 이해조차 저 남자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건가……. 1천만 명을 죽인 건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나의 어리석음이 원인인가. 내게 트류니히트를 나무랄 자격 따위 추호도 없다…….


  그리고 이 남자는 날 냉정하게 관찰하고, 그 결점을 지적했다. 밉살맞은 남자다. 트류니히트에 대한 불쾌감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커졌다.


  “나는 자네에 대해 책임 운운할 생각은 없어. 지금 동맹에는 자네의 힘이 필요하네. 우리들은 과거보다도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렇지 않은가?”

  이 남자가 날 위로하다니. 차라리 굴욕을 받는 게 낫다.


  트류니히트의 뒤를 레벨로 위원장이 계속했다.

  “나와 호안 루이는 트류니히트를 도와 정부를 짊어질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게 동맹을 위해서 가장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금 최고평의회를 보면 알겠지? 샌포드나 윈저 같은 스스로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병사를 사지로 내모는 걸 망설이지 않는 정치가들이 수도 없이 많아. 자네들은 그들과 트류니히트, 누구를 고를 생각인가? 이 이상 무익한 싸움을 계속할 생각인가?”


  “……그럼, 정부는 화평을 향해 움직이리란 말씀이신지?”

  뷰코크 제독의 질문에 트류니히트가 대답했다.


  “우리들의 목적은 제국과의 화평 체결일세. 하지만 지금 당장 제국 사이에 화평을 맺는 건 불가능하겠지……. 지금의 동맹이 할 수 있는 일은 전수방위를 굳히고, 가능한 한 국력 회복에 노력하는 일이다. 그리고 화평의 가능성을 찾는 것. 그것밖에 없어…….”

  “……과연.”


  “샨타우 성역 패전은 재정면, 국방면에서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타격을 동맹에 가했네. 정부와 군부는 이 위기를 협력하며 넘어가야만해. 아닌가……?”


  뷰코크, 보로딘, 우란푸 제독이 시선을 이쪽으로 향해왔다. 별 수 없다. 난 끄덕였다. 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난 오늘부터 트류니히트의 협력자가 된 것 같다. 정말이지. 오늘은 인생 최악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