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51 화. 면종복배
제국력 487년 10월 26일. 오딘, 우주함대 총기함, 로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해. 지크.”
“…….”
총기함 로키 함교에 베스트팔레 남작부인의 장소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 목소리에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과 부관인 피츠시몬즈 중령도 곤란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함교에는 그 외에도 부사령관, 크루젠슈테른 소장, 참모장 발트하임 소장, 분함대 사령관 크납슈타인 소장, 그릴팔처 소장, 트루나이젠 소장, 부참모장 슈마허 준장이 있다.
그들의 표정은 당초, 결코 호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함교의 분위기도 어딘가 어색했다. 그게 지금에 와선 꽤나 풀려있다. 남작부인에겐 솔직히 감사한다.
“키르히아이스 준장은 참모로서 임무에 임해주세요. 발트하임 소장, 슈마허 준장. 키르히아이스 준장은 지금까지 부관으로서 군력을 쌓아왔습니다. 참모임무는 다소 상황이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도와주세요.”
“예.”
발트하임 소장, 슈마허 준장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 대답하고 날 본다.
“잘 부탁합니다.”
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4일 전, 22일.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날 막료로서 바랬다. 그때 라인하르트님은 즉답하지 못하고,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급하게 회답을 하지 않아도 좋다. 조금 생각하고 대답하자. 그런 마음이었다. 애초에 생각해서 답이 나올지 아닐지도 알 수 없었지만…….
하지만 그날 밤, 난 사령장관의 막료가 될 것을 라인하르트님에게 고했다. 라인하르트님은 무척 놀랐다. 날 버리는 건가. 언제나 함께있지 않았나. 그렇게 말하고 날 책했다.
책망을 받을 일이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이대론 누구도 날 군인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단지 소꿉친구가 아니라, 진실로 라인하르트님에게 힘이 될 인물이 되어 돌아온다. 그렇게 말하고 라인하르트님을 설득했다. 그렇게 말하고 라인하르트님을 뿌리쳤다…….
후회는 없다. 지금 나는 사령장관의 막료가 되는 일이 가장 라인하르트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라인하르트님도 마지막엔 알아주셨다.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준장……. 그날, 그가 날 불러 세웠다. 부관에서 장성으로 승진했기에 연수회에 참석했던 날, 마찬가지로 연수회에 출석했던 그가 돌아가는 사이 불러 세웠던 것이다…….
“키르히아이스 준장, 잠깐 괜찮은지?”
“…….”
솔직히 사양하고 싶었다. 통수본부에서 열리는 연수회는 그다지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내가 준장이라는 것에 의문을 품고, 경멸하고 있는 것이다. 승진에 대한 무훈 따위 눈꼽 만치도 없는 남자. 라인하르트님과의 연고만으로 준장이 된 남자. 그게 나에 대한 주변의 평가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 라인하르트님에 대해서 황제 총희의 동생이기에 승진이 빠르다고 보고 있다. 나는 주변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 라인하르트님의 부관일 뿐인 것이다. 누구도 나의 능력이 아니라, 라인하르트님의 연고로 승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수회 도중, 몇 번이나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어야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라인하르트님의 곁을 떠날 수 있는가, 그렇게 자문했다. 초조한 시간이었다. 혼자서 느긋하게 있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오베르슈타인 준장이 말을 걸어온 것이다. 지긋지긋했다.
“타인이 없는 곳에서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로엔그람 백작에 대해서.”
억양이 없는 목소리다. 주변을 침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오히려 자극하는 일도 있다. 나는 내심 짜증을 참으면서
“알겠습니다.”
라고 그에게 대답했다.
오베르슈타인 준장은 나를 통수본부 안에 있는 비교적 작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아무래도 사전에 사용허가를 받은 듯하다. 방에 들어가니 의자에 앉지도 않고, 또 내게 권하는 일도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키르히아이스 준장.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제안을 받는 게 어떻나?”
“…….”
“경도 알고 있을 터다. 사령장관이 말한 대로, 지금 이대론 누구도 경을 올바르게 평가하려하지 않아.”
그런 건 듣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억양 없는 냉철한 어조로 지적받으니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이야기란 그게 전부입니까? 전 로엔그람 백작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내 비아냥에도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일을 말하고 있을 셈이네만.”
“?”
“경은 작금의 로엔그람 백작의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알려주길 바라네.”
“…….”
라인하르트님의 입장? 오베르슈타인 준장, 경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무심코 마음속에서 불안과 의혹이 솟아오른다. 설마, 이 남자, 라인하르트님을…….
내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었는지, 오베르슈타인은 어렴풋이 웃었다.
“대답하지 않는가. 조심성이 깊은 건지. 아니면 의심이 강한 건가. 하지만 날 경계할 필요는 없다.”
“…….”
“내 생각을 말하지. 로엔그람 백작의 입장은 무척이나 미묘하고 취약하다. 위험하다고 해도 좋겠지.”
“……. 백작 각하는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의 지위에 있습니다. 경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만.”
오베르슈타인 준장은 차갑게 날 바라봤다. 무기질적인 그의 의안이 압도적인 압력으로 날 붙잡는다.
“눈치 채지 못한 건가. 아니면 눈치 채지 못한 척 하는 건가…….”
“…….”
“백작을 비호하는 인간이 이 제국에 있을까?”
“!”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도 무척 잘 들렸다. 어째서 그는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무심코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라인하르트님을 비호하는 자……. 안네로제님의 이름을 내놓아야 할까? 하지만 그래선 황제에게 의지하는 일이 된다. 애초에, 오베르슈타인 준장이 말하는 비호자란…….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난 백작부인을 비호자로 인정하지 않아. 부인에 비춰보면 로엔그람 백작은 어차피, 황제 총희의 동생에 지나지 않아.”
“…….”
“내가 말하는 비호자란 백작보다 지위, 영향력에 있어서 상위에 있으며, 백작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 행동을 지지할 인간이다. 그러한 인간이 지금의 제국에 있는가? 유감스럽지만 없다.”
“…….”
그 말대로다. 그런 인간은 없다. 있을 리가 없다. 제국을 찬탈하다니. 공언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 한 명, 라인하르트님의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 걷고자 했던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라인하르트님에게서 떨어져 스스로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다. 제국 원수, 에리히 발렌슈타인 우주함대 사령장관……. 그가 바라는 제국과 라인하르트님이 바라는 제국은 이제와선 다른 것이다.
오베르슈타인 준장이 말을 계속한다.
“비호자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로엔그람 백작과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관계는 무척 미묘하다.”
“…….”
“군 내부, 아니 제국에 있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실력은 걸출한 것이다. 그런 사령장관이 유일하게 부자연스럽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삼가하는 인물이 있네…….”
오베르슈타인은 어딘지 모르게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사령장관이 삼가하는 인물?
“……설마하고 생각합니다만?”
오베르슈타인 준장이 가볍게 끄덕인다.
“로엔그람 백작과 경은 그걸 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어.”
“기다리십시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애초에 삼가라니…….”
사령장관이 삼가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하려고 한 날 낮은 웃음소리가 막았다.
“과연. 역시 눈치 채지 못했는가.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지나갈 일이 아니야.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말이지.”
“…….”
오베르슈타인 준장의 억양 없는 목소리가 방에 흐른다. 정말 그런 걸까? 사령장관은 라인하르트님에게 삼가하고 있는 걸까? 난 눈치 채지 못했다. 라인하르트님도 눈치 채고 있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확실히 사령장관은 원래 라인하르트님의 부하였다. 그게 지금은 자신들의 상관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있는 걸까? 어딘가 사령장관에게 반발심을 품고 있었던 걸까?
부사령장관실에서 대화를 생각한다. 확실히 모르는 사이에 사령장관을 비방하는 말이 있었다. 사령장관을 비방하는 부사령장관과 그 막료……. 보통 용서받을 일이 아니다. 사령장관은 눈치 채지 못했을까? 아니면 눈치 채고 있음에도 잠자코 있는 걸까? 무심코 전율이 흘렀다.
“겨우 알았는가. 키르히아이스 준장. 로엔그람 백작이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걸.”
냉정한 목소리였다.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도, 자신의 유능함을 자랑스러워하는 색도 없다. 눈앞의 오베르슈타인 준장은 무기질적인 모습으로 서있다.
“우주함대의 작금의 관심사는 사령장관이 언제, 로엔그람 백작에 대한 삼가를 멈출까. 아니, 거기에 참을 수 없게 될까다.”
“……그 경우, 어떻게 됩니까?”
“실권이 없는 한직으로 가던가, 혹은 숙청되겠지.”
“!”
“지금은 괜찮겠지. 문벌귀족과의 싸움을 앞에 로엔그람 백작을 배제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 뒤엔 모른다. 우주함대에서 로엔그람 백작을 대신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야.”
“……메르카츠 상급대장입니까.”
메르카츠 상급대장을 우주함대로 부른 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었다. 그것도 처음엔 부사령장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메르카츠 제독만이 아니야. 달리 케슬러, 메크링거, 클레멘츠 등. 능력만이 아니라 충성심도 신뢰할 수 있는 사령관이 있는 거다. 삼가 해야만 하는 부사령장관 따위 필요 없겠지.”
확실히 그렇다. 라인하르트님이 사령장관이었을 때, 여러모로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 불만을 느꼈다. 물론 능력면에 관해서가 아니다. 주변이 라인하르트님보다도 발렌슈타인 부사령장관에게 심복하고 있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라인하르트님도 같은 마음이었다. 라인하르트님의 권위가 성립되면 발렌슈타인 부사령장관은 배제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럼 언제, 라인하르트님이 배제되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해도 좋겠지.
“키르히아이스 준장. 경은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호의를 받아들어야 한다.”
“호의입니까…….”
“그렇다. 호의다. 경에게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하여, 그 역량을 발휘하게 하려는 거다. 호의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야.”
“…….”
“거절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거절하면 주변은 모두, 경을 사령장관의 호의를 무시하는 분수도 모르는 자, 로엔그람 백작을 경의 어리광을 허락하는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겠지. 아닌가?”
“……어떤 의미론 인질이군요.”
오베르슈타인 준장이 희미하게 끄덕이고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그런 면도 있겠지. 경이 사령장관의 밑에 있으면 로엔그람 백작도 사령장관에게 신경을 써야만 할 테니.”
“…….”
“하지만 항상 사령장관 곁에 있다는 건, 사령장관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지금 로엔그람 백작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사령장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적확하게 아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내게 스파이 흉내라도 하라는 건가……. 하지만 그게 라인하르트님을 위해서라면. 망설일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사령장관의 호의를 받아들이죠.”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밑으로 가는 것이, 라인하르트님과 사령장관 사이에서 정식으로 결정되자 날 대신할 인물이 라인하르트님 밑으로 갔다.
부관으로서 테오도르 폰 뤼케 중위,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 영애, 그 외에도 작전참모로 호르스트 진처 준장.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는 정치 센스가 뛰어난 여성으로 반드시 라인하르트님의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사령장관의 추천서였다. 적어도 사령장관은 라인하르트님의 사령부를 약하게 만들려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늘부터 여기가 내 직장, 아니 전장이다. 주변에 마음을 놓는 일 없이 임해야만 한다. 라인하르트님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