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74 화. 미발

추리닝백작 2015. 2. 12. 14:18


제국력 487년 12월 6일. 오딘, 국무성 상서실. 에렌베르크 원수.


  “국무상서 각하가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오시다니. 황송합니다.”

  “무슨. 궁중보다도 여기가 더 안전하네.”

  떫은 표정으로 나타난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는 실감이 있었다. 3일 전의 사건을 생각하면 당연하겠지. 슈타인호프 원수의 표정도 엄하다.


  12월 3일. 신무우궁의 장미 정원에서 발렌슈타인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암살하려한 자가 있었다. 폐하가 몸을 바쳐 발렌슈타인을 감싸고, 리히텐라데 후작이 암살자를 쐈기에 어떻게든 목숨은 살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근위병 일부가 폭동을 일으켜, 궁중의 경비에 가담하고 있던 헌병과 충돌, 신무우궁에서 총격전이 일어난 것이다. 폭동을 일으킨 근위병들이 목표로 한 곳은 동관과 장미정원. 우발사고가 아니다. 명백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폭동의 주모자가 자백했다 들었네만?”

  “폭동을 일으킨 건 3명의 중대장이었습니다만, 역시 노이켈른 궁내상서가 뒤에 있었습니다. 돈으로 움직였다더군요.”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얼굴을 찌푸렸다.


  “근위가 돈으로 움직이는가. 발렌슈타인과 이야기했듯이 그야말로 암적색의 6년 간이구먼.”

  리히텐라데 후작이 내뱉었다. 지긋지긋해하고 있는 것 같다.


  “암적색의 6년 간 뒤에는 청안제 막시밀리언 요제프 2세 폐하의 치세였습니다. 이제부터 좋은 시대가 온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죠.”

  “그러면 좋겠네만.”

  슈타인호프 원수의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자신을 납득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세 사람은 예의 유괴사건에도 관여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람스도르프가 파면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헌병대가 조사를 할 거라고. 그렇다면 동료가 감싸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 뒤를 슈타인호프 원수가 이었다.


  “람스도르프는 직무에 머무르고, 근위병의 손으로 수사가 행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었습니다만, 점점 얼버무리기 힘들어졌습니다…….”


  “람스도르프가 근위병 조사를 포기하고 싶다고 한 건 그게 원인인가……. 그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일지…….”

  국무상서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의 람스도르프를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폭동을 일으킨 근위병을 제지한 건 람스도르프 근위병총감이었다. 람스도르프는 그들의 앞에 홀로 막아서서 눈물을 흘리며 설득했다.


  “영광스런 제국근위병이 그 규율을 잊고, 거리의 폭도와 어떤 차이도 없는 행동을 하고 있네. 경들은 폐하를 섬긴다는 명예를 잊어버렸는가. 그 긍지를 어디에 버렸는가. 이 이상 꼴불견을 보일 생각이라면 우선 나를 죽이고 가도록 해라.”


  폭동을 진압하여 람스도르프는 폐하에게서 칭찬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람스도르프가 바란 것은 근위병총감 사임이었다. 폐하도 이 이상 직무에 머무를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


  “잘 해주었네. 고생했군.”


  그게 폐하가 마지막으로 람스도르프에게 한 말이었다. 다음날 아침, 람스도르프의 가족에게서 그가 병으로 죽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폐하는 그날 하루종일 남관에서 나오지 않으셨다…….


  알고 있다. 모두 알고 있다. 람스도르프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엘리자베트, 사비네, 두 영애의 유괴. 발렌슈타인의 암살미수, 폐하의 부상, 그리고 근위병의 폭동…….


  근위병총감인 람스도르프의 책임은 무겁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겠지. 폐하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잘 해주었네. 고생했군.” 그 말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겨 있을지……. 그리고 람스도르프는 그 마음을 어떻게 받아 들었는지…….


  폭동 진압 후, 헌병대는 궁내상 고관의 신병을 구속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중요한 궁내상서 노이켈른은 이미 죽어있었다. 독살. 단,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모르는 채다.


  “예의 발렌슈타인을 쏜 남자입니다만. 겨우 조사가 일단락 지어졌습니다.”

  “…….”


  암살자는 궁내성 직원이었다.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총을 맞아 하루 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헌병대의 조사를 받았다. 폐하를 상처 입혔다는 것에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노이켈른이 죽었다는 걸 알고 적극적으로 자백했다. 하긴, 그의 자백에 따르면 자신은 협박당해 범행을 저지른 희생자로, 나쁜 건 노이켈른이라는 것이 된다.


  “역시 노이켈른 국무상서에게 부탁받았다고 합니다. 표적은 발렌슈타인과 리히텐라데 후작…….”

  “…….”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어렴풋이 끄덕였다.


  “발렌슈타인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세 번째를 쏘려고 했습니다만, 폐하가 감싸셔서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그걸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 망설이는 사이 후작에게 맞았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후작도 쏴 죽였을 거라고…….”


  “폐하께서 나와 발렌슈타인의 목숨을 구하셨다는 것인가.”

  “그렇게 되겠군요.”

  리히텐라데 후작의 한숨 섞인 말에 슈타인호프 원수가 맞장구 쳤다.


  “노이켈른 상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발렌슈타인 원수, 리히텐라데 후작이 죽으면 그걸 계기로 궁중의 실권을 장악한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잡혀도 바로 도망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쓴웃음을 흘렸다.

  “그건 거짓말이군. 그 남자는 죽게 됐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그 의사일세. 저 남자의 역할은 부상을 입었을 우리들을 확실하게 죽일 것, 그리고 마찬가지로 부상당해 잡혔을 암살자를 치료하는 듯이 보이며 죽일 것이겠지.”


  “과연. 그런 겁니까…….”

  납득했다는 듯이 슈타인호프 원수가 끄덕였다.

  “저 의사의 소재는?”

  “한달 정도 전, 노이켈른 궁내상서의 추천으로 궁내성 직원으로서 채용됐다고 합니다.”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과 슈타인호프 원수가 의심쩍은 표정을 보였다.

  “의사가 아닌 건가?”

  “리히텐라데 후작. 궁정의로 채용된 것이 아닙니다. 단, 의사 자격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의사로서 채용하면 신원검사도 심하니 말이야. 중요한 건 그 상황에 거기서 의사로 있을 것인가……. 의사로서 채용될 필요는 없다는 거로군.”


  어딘지 감탄했다는 듯이 끄덕이고 있는 리히텐라데 후작을 보며 슈타인호프 원수가 얼굴을 찡그렸다.

  “각하. 감탄하고 계실 상황이 아닙니다. 알고 계시겠죠? 그들이 뭘 하려한지.”



  “알고 있네. 쿠데타로군.”

  쿠데타. 그 말이 상서실에 울렸다.


  “나와 발렌슈타인을 죽이고 실권을 쥘 생각이었겠지.”

  어딘지 모르게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는 듯한 어조였다.

  “하지만 근위병 일부만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다니…….”

  “그렇지도 않네. 내무성이 협력을 한다면 말이지.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야. 경들의 구속, 오딘의 장악만이라면 가능하네.”


  무심코 슈타인호프 원수와 서로 돌아봤다.

  “그럼 내무성도 이 일건에 관여되어 있다는?”

  “아마도 말이지. 근위 폭동이 람스도르프에 의해 진압되었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래서 움직이지 않았네.”


  “그렇다면 노이켈른 궁내상서의 죽음은…….”

  “살인멸구, 라는 거겠구먼.”

  “…….”


  상서실에 침묵이 떨어졌다. 역시 그런가. 의심하고 있었지만 리히텐라데 후작과 슈타인호프 원수의 말에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경찰의 힘만으로 권력 유지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진 않았겠죠.”

  “당연하구먼.”

  리히텐라데 후작과 슈타인호프 원수가 날 봤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고 있다.


  “군부의 힘이 필요하군요. 로엔그람 백작에게 접촉했겠죠.”

  “그 이외엔 없구먼.”

  “그래서. 어땠는가? 경에게 접촉했다고 들었네만.”


  엄한 눈이었다. 리히텐라데 후작과 슈타인호프 원수가 이쪽을 엄한 눈으로 보고 있다.

  “이상한 점은 없었군요.”

  “…….”


  “발렌슈타인의 안부 확인, 작전 속행, 변경의 유무를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탐색하는 듯한 표정으로 슈타인호프 원수가 질문했다.


  “그리고 우주함대 전군의 지휘통괄을 소관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

  “단지 신경쓰이는 건 이쪽에 접촉해오는 것이 꽤나 빨랐다는 겁니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천장을, 슈타인호프 원수는 바닥을 보고 있다.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구만.”

  잠시 후에 슈타인호프 원수가 중얼거렸다.


  “에렌베르크 원수. 로엔그람 백작에게 이상한 모습은?”

  “아뇨. 특히 없었습니다. 저번 암살 소동에 비하면 극히 침착한 모습이었습니다.”


  내 말에 국무상서는 몇 번인가 끄덕였다.

  “무관계인가…….”

  “혹은…….”

  “하지만 노이켈른 궁내상서가 군의 지원 없이 움직이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슈타인호프 원수의 질문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답했다.

  “주변일지도 모르네.”

  “확실히. 좋지 않은 인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오베르슈타인입니까…….”


  자연스럽게 모두 서로를 돌아보게 됐다.

  “그렇다 해도 오베르슈타인은 노이켈른과 손을 잡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까요? 확실히 내무성이 아군이 되면 든든할지도 모릅니다만, 우주함대는 고개를 돌려버릴 겁니다.”


  “소관도 슈타인호프 원수와 같은 생각입니다. 노이켈른이 권력을 쥐기 위해 후작과 발렌슈타인을 암살했다는 건 누구나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로엔그람 백작은 고립하게 되겠죠.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무르구먼. 경들. 노이켈른은 버림패일세.”

  “? 버림패입니까?”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끄덕였다. 그리고 무서운 웃음을 보였다.


  “노이켈른은 로엔그람 백작에게 오딘에 돌아오도록 연락을 하네. 연락을 받은 로엔그람 백작은 오딘으로 돌아가, 궁중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나와 발렌슈타인을 암살한 노이켈른을 붙잡아 쿠데타를 진압하네.”


  “!”

  “어떤가? 이거라면 로엔그람 백작은 구국의 영웅이 아닌가. 다음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로엔그람 백작. 오베르슈타인이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네.”

  “……과연. 그는 다음 사령장관이 메르카츠로 정해졌다는 걸 모르니까 말입니다.”


  슈타인호프 원수가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끄덕였다. 확실히 차기 사령장관이 정해져있지 않았다면 로엔그람 백작이 사령장관으로 취임했겠지. 오베르슈타인 준장. 거기까지 생각 했는가……. 명석하다고는 들었지만, 무서울 정도의 날카로움이다. 무심코 등줄기에 오한이 달렸다.


  “각본은 섯다. 하지만 로엔그람 백작은 놀아나지 않았다. 뭐, 노이켈른이 순식간에 죽어버렸으니 말이야. 춤출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르네.”


  국무상서의 말에 끄덕이면서 슈타인호프 원수가 질문했다.

  “그럼 로엔그람 백작의 처분은.”

  “이번엔 어렵겠지. 증거도 없고 부자연스런 움직임도 없어. 다소 빨리 연락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판단할 수 없지.”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끄덕였다.

  “뭐, 군무상서의 말대로일세. 이번엔 그냥 보내는 수밖에 없어.”

  “…….”


  슈타인호프 원수가 이쪽을 본다. “괜찮은 건가?”, 그런 느낌의 눈이다. “별 수 없네.”, 그런 의미를 담아 끄덕였다. 그쪽도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다해도 발렌슈타인은 언제가 되어야 눈을 뜰는지.”

  “어젯밤 늦게 한 번 눈을 떴다고 들었습니다만…….”

  내 대답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불쾌하다는 듯이 코를 울렸다.


  “정말이지. 노인만 일하게 만들고. 빨리 일어나지 못하겠나. 게으름뱅이가. 조금은 노인을 돌볼 줄도 알아야지!”

  악담을 하는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일순 눈을 뺏겼지만, 다음 순간 어쩔 도리 없을 정도로 이상해져서 웃음이 나왔다. 슈타인호프 원수도 웃고 있다.


  우리들이 웃고 있는 것이 재미 없었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이 불쾌하다는 듯이 외쳤다.

  “뭐가 웃긴가!”


  이런이런. 발렌슈타인. 경은 맘 편하게 잠들 수도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지금만은 좋은 꿈이라도 꾸게. 눈을 뜨면 리히텐라데 후작이 무서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으니 말야. 난 다시 한 번 웃음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