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85 화. 렌텐베르크 요새
제국력 487년 12월 20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안톤 페르너.
“어떤가? 페르너.”
“이제야 모두 진정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로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개인실에서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테이블 위에는 와인병과 잔이 놓여있다.
이 1주일은 싫을 정도로 일이 많았다. 12월 13일. 슈타덴 대장이 이끄는 3만 척의 함대가 프레이아 성계를 돌파했다. 2일 후인 12월 15일, 오딘 근경에서 에리히가 이끄는 1만 5천척의 함대 앞에 각개격파 당하여, 슈타덴, 세츨러 자작, 라트부르흐 남작은 모두 포로로 잡혔다.
그리고 12월 19일. 어제의 일이지만, 에리히는 스스로 메르카츠, 클레멘츠, 케슬러, 켐프를 이끌고 렌텐베르크 요새 공략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귀족들의 동요는 굉장했다. 13일에는 환희의 소리를 높이고, 15일에는 창백하게 됐다가, 19일에는 불안에 쫓겨 벌벌 떨었다. 전쟁에서 아군이 졌다는 것이 믿을 수 없던 거겠지. 특히 2배의 병력을 가지고서도 에리히에게 일소 당했다는 것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 같다.
“그라이프스 총사령관이 공작에게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귀족들의 출격요청을 잘 막아주셨다고.”
내 말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재미 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듯이 가볍게 쓴웃음 지었다. 그리고 와인을 조금 마시고 말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그라이프스의 적을 기다리며 싸우자는 것이 틀린 소리라곤 생각하지 않아. 귀족연합군은 오합지졸이다. 나가면 진다는 건 슈타덴이 증명하고 있어. 그럼 기다리다가 한 번의 싸움으로 승패를 정할 수밖에 없지.”
“…….”
“게다가 그라이프스가 한 말이지만, 그들이 출격하고 싶다고 하는 건 공포의 역효과에 지나지 않아. 강대한 적을 기다린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보다도 빨리 출격해서 편해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승패 따위 관계없는 거다.”
그런 아군을 모아서 싸워야만 한다. 공작의 고충이 얼마나 심한가. 소란피우고 있을 뿐인 귀족들은 알지 못한다.
귀족연합군은 오합지졸. 그 말대로다. 슈타덴 대장이 일시적으로 메르카츠 제독들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건, 세츨러 자작, 라트부르흐 남작이 강대한 적 함대 앞에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이다. 공포 때문에 군사의 전문가인 슈타덴 대장을 의지했다.
하지만 프레이아 성계를 돌파한 시점에서 그 공포가 사라졌다. 오딘 사이를 가로 막는 건 아군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에리히의 함대뿐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들은 욕망에 휘둘려 방만함과 오만함을 보였다.
통제할 수 없게 된 슈타덴 대장은 군대를 셋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개격파 당했다. 군대를 하나로 해 뒀다면, 승패의 행방은 알 수 없었겠지. 일시적으로 오딘을 점령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방만함이 그 가능성을 없애버렸다.
기다리다가 한 번의 싸움으로 승패를 정한다. 강대한 적이, 마신 로키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찾아왔을 때, 귀족연합은 공포 때문에 단결하겠지. 그리고 처음으로 살아남기 위해 싸울 것이 틀림없다.
“렌텐베르크 요새엔 오프레서가 있지.”
“예.”
“그 남자에게 죽을 장소를 주고자 렌텐베르크로 가게 했네만. 그게 다행인지 어떨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번민에 가득 찬 소리를 냈다.
“아군의 원호도 없이 싸우게 되겠지. 가이에스부르크에서 함께 싸워야 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네…….”
“각하……, 렌텐베르크 요새로 가는 건 오프레서 상급대장 자신이 바란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공작이 고민할 일은 아닙니다.”
내 말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끄덕이지 않았다. 단지 표정을 어둡게 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다…….
...
제국력 487년 12월 20일. 오딘, 신무우궁.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포로 쪽은 뭔가 알았는가?”
“슈타덴 대장이 자살했습니다.”
“자살?”
내 질문에 슈타인호프 원수가 떫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에렌베르크도 떫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세 사람의 포로 중, 세츨러 자작, 라트부르흐 남작은 헌병대가 맡아 예의 유괴사건과의 연걸점을 조사하고, 슈타덴 대장은 정보부가 맡아 귀족연합군의 내실을 조사하게 됐다.
“슈타덴 대장에게서 귀족연합군의 내정을 살피려 했습니다만…….”
“?”
“그는 전술론을 논할 뿐이었다고 합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발렌슈타인의 용병이야말로 사도다. 라고.”
패배한 인간이 무슨 말을 하는가. 자기변호로 자신이 무능하지 않다 말하고 싶은 건가. 멍청이가!
“다음 날, 새로이 취조를 하려던 때에…….”
“죽어 있었는가.”
“……목을 매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거운 공기가 국무상서 전용의 휴게실에 퍼졌다.
“타살이라는 건 있을 수 없겠나?”
만일을 위해서 질문해 봤지만 슈타인호프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머리를 맬 정도라면, 항복 따위 하지 않고 자결하는 편이 좋았겠지. 아무래도 어중간하구먼.”
슈타덴의 얼굴을 생각했다. 어딘가 불만스러워 보이며 신경질적인 표정을 한 남자였다. 저래서야 그다지 타인에게 호감을 받을 일은 없었겠지.
“지휘관이니까 말입니다. 패전의 책임은 자신이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장소에서 자결하면 결국 부하에게 책임이 가고 맙니다.”
에렌베르크의 말에 슈타인호프도 끄덕이고 있다.
그런 건가하고 생각했다. 오래 살면서 군인이라는 걸 봐 왔지만, 아직 잘 모르겠는 부분도 있다. 발렌슈타인도 슈타덴과 마찬가지일까. 그것보다, 저것이 지는 일이 있는 건가. 아무래도 상상이 가질 않는 구먼…….
“뭐, 그것도 호의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겁니다. 단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슈타덴 대장이 죽은 지금에 와선 수수께끼입니다만.”
과연. 죽은 사람에겐 모두 상냥하구먼. 슈타인호프의 말에 이번엔 에렌베르크가 끄덕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어딘가 죽은 자를 애도하는 표정이다. 감상이로구먼.
“그래서, 그쪽은 어땠는가?”
내 말에 에렌베르크는 그때까지의 감상에 찼던 표정을 버리고 엄한 남자의 표정을 지었다.
“라트부르흐 남작은 유괴범 중 한 명이라는 걸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계획 입안은 거의 란즈베르크 백작이 행했다고 하며 아무 것도 모른다고…….”
“협력자에 대해선 어떤가?”
“그 점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그들은 란즈베르크 백작이 데려왔다고 합니다. 모두 복면을 쓰고 얼굴을 숨겼다고 합니다.”
에렌베르크의 답에 무심코 혀를 찼다.
“란즈베르크 백작이 유괴 계획 따위 세울 수 있을 리가 없다. 저 하찮은 시를 만드는 것밖에 능력이 없는 남자에게……. 누군가가 각본을 그려줬을 거야.”
“라트부르흐 남작의 공술에 의해 유괴 직후에 사용한 은신처를 알았습니다.”
“그래서?”
“소유주는 아돌프 에커트 대위. 전쟁에서 행방불명 됐습니다. 그것도 가족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구입한 건 11월 초순이라고 합니다. 위장구입한 것이겠죠.”
“…….”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건가. 라트부르흐 남작도 도움이 되질 않는 구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은 에렌베르크가 말을 계속했다.
“우주항에서 헌병을 사칭하고 포로를 인수하려 했던 자가 있었습니다. 우주항 감시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만일을 위해서 은신처로 쓰고 있던 부동산 업자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구입을 한 건 그 남자라고 증언했습니다. 이름은 아돌프 에커트…….”
나도 모르게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의 얼굴을 봤다. 두 사람 모두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다.
“뭐하는 자인가? 그 남자.”
“아마도 내무성에 관련된 남자겠습니다만, 정식 직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헌병대, 정보부가 전력으로 쫓고 있습니다.”
에렌베르크의 뒤를 슈타인호프가 이었다.
“과거에 군에 소속된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특정 인물을 돌출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휴게실을 나와 남관에 들러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에게 면회를 요청했다. 백작부인은 조금 곤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리히텐라데 후작. 제게 무슨 용무라도?”
“아닙니다. 오랜만에 백작부인을 뵙고 싶어져서 말입니다. 곤란한 일이었는지?”
“…….”
“로엔그람 백작이 전장에 있는 지금, 아무래도 쓸쓸하시겠죠. 연락은 취하고 계시는지요?”
“아뇨. 그러한 일은…….”
“헌데, 그거 곤란하군요. 단 두 사람만 있는 남매가 아닙니까. 연락을 취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최근 오딘도 뭔가 소란스러우니. 백작도 안심하겠죠. 백작에겐 변경성역 평정이라는 큰일이 있습니다. 만전의 상태에서 싸움에 임하셔야겠지요.”
“…….”
“괜찮습니다. 폐하는 상냥한 분이십니다. 백작부인이 로엔그람 백작과 연락을 취했다고 해서 화내실 분이 아닙니다.”
“마음 씀씀이에, 감사합니다.”
“에렌베르크 원수가 백작을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재능과 패기가 넘치는 인물이라고. 조금 패기가 너무 넘치는 점이 곤란하다고도 말했습니다만. 뭐, 장래가 기대되는 군요. 아니, 방해했습니다. 그럼 이걸로 실례하지요.”
“…….”
백작부인의 곁을 떠나 집무실로 돌아가려 하니 마린도르프 백작이 다가왔다.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 같구먼.
“각하. 묘한 소문이 흐르고 있습니다만?”
“묘한 소문?”
백작은 어딘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말하고 싶어 했지만, 난 시간이 없으니까 걸으면서 이야기 하자고 백작에게 말했다. 마린도르프 백작도 별 수 없다는 듯이 조금 비스듬히 뒤에 붙어서 말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자가 있겠지.
“저번 발렌슈타인 원수 저격사건 말입니다만. 군의 일부 중에 가담한 자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
“후작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처음 듣네만. 그건 증거가 있는 일인가?”
“아뇨. 이건 어디까지나 소문이기에…….”
소문인가. 그 소문의 다음은 발렌슈타인 원수를 암살하려 한 것을 보면, 범인은 발렌슈타인의 존재를 방해라고 생각하는 자가 아닌가……. 그런 내용일 것이다. 마린도르프 백작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딸이 로엔그람 백작 곁에 있기 때문이겠지.
“증거도 없는데 의심하는 건 어떨까 싶네만. 귀족연합군의 모략일 가능성도 있겠지. 지나치게 생각하지 말게.”
“과연…….”
과연, 하고 맞장구를 치지만 마린도르프 백작은 납득하지 못한 것 같다. 뭐, 무리도 아닌 일이긴 하다.
“뭐, 무슨 일이 있으면 헌병대가 조사하겠지. 우리들은 자신들의 일을 할 뿐일세. 그렇지 않은가? 마린도르프 백작.”
“예.”
이걸로 내일엔 한층 궁중에 소문이 떠돌게 되겠구먼. 귀족연합군의 모략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내가 군부의 관여를 부정했기에, 오히려 흥분하며 군부의 관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겠지.
백작부인은 꽤나 이쪽을 경계했었지. 백작부인의 귀에도 소문이 흘러 들어갔을 것이다. 뭐, 그렇게 꾸민 건 나지만.
어떻게 움직일까……. 백작부인 스스로 다소의 불안은 있겠지. 하지만 직접 로엔그람 백작에게 확인할까? 일단 그러진 않겠지. 이 상태에서 직접 연락을 취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도 모르고 궁중에 오래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연락을 취하는 건……. 어디보자. 그럼 돌을 연못에 던져보도록 할까. 어디까지 파문이 넓어질까. 제 2, 제 3의 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돌의 이름은 아돌프 에커트가 될 것 같구먼…….
...
제국력 487년 12월 24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눈앞의 스크린은 렌텐베르크 요새를 비추고 있다. 이제부터 저걸 공략하게 되겠지만, 그다지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뭐라해도 저걸 지키고 있는 게 오프레서인 것이다. 뭐, 원작에서도 녀석이 지키고 있었으니 원작대로라고 한다면 원작대로다. 성실한 녀석이다.
그에 비해 요새주류함대는 가이에스부르크로 후퇴한 것 같다. 이건 원작대로가 아니다. 다시 말해 오프레서는 고립무원이라는 것이 된다. 아무리 봐도 녀석에게 승산이 보이질 않지만, 항복권고를 보내도 거부할 뿐이었다. 오프레서는 죽을 생각이라는 거겠지.
렌텐베르크 요새를 공략할 방법은 단 하나. 제 6통로를 확보하는 일이다. 렌텐베르크 요새 중심부에는 핵융합로가 있다. 이게 요새전역에 대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지만, 외벽에서 최단거리로 핵융합로로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제 6통로인 것이다. 여기를 제압하여 핵융합로를 제압하면 요새를 제압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화기의 집중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해서 핵융합로에 직격하면 유폭하고 말겠지. 다시 말해, 백병전으로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오프레서도 당연히 그걸 알고 있다. 원작에선 제플 입자를 충만하게 만들어 경화기조차 쓸 수 없게 만들고 제 6통로를 지켰다.
8시간, 오프레서는 8시간 통로를 지켰다. 공격 횟수로 말하자면 9번이다. 함정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더욱 시간과 횟수가 갱신되었겠지.
나로선 9번이든 10번이든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생각이 없다. 빨리 함정을 파고 끝내버리자고 생각했지만, 뤼네부르크가 오프레서와는 자신이 싸우겠다고 지껄였다.
난 몇 번이나 말렸고, 함정을 파라고 했지만, 녀석, 거부해버렸다.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르겠다. 어쨌든 “저는 오프레서 각하와 싸워야만 합니다. 그런 운명입니다.”라는 것뿐이다.
뭐가 운명이냐. 그럼 난 어떻게 되나. 전생자가 우주함대 사령장관이고 라인하르트 대신 내정개혁을 하려한다. 이게 운명인가? 이 세계에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거라고 라도 말하고 싶은 건가. 어처구니가 없다.
“이길 수 있나?”
“승산은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뤼네부르크는 자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이렇게 되면 맡기는 수밖에 없겠지. 뤼네부르크를 믿을 수밖에 없다. 부탁이니까 죽지 말라고. 30년 후의 미래를 본다. 우리들은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주변을 둘러봤다. 뤼네부르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불안했다. 믿는 거다. 녀석은 이미 강습양륙함에 타고 있을 것이다.
“전력으로 렌텐베르크 요새를 함락합니다. 공격, 개시.”
렌텐베르크 요새공방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