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99 화. 페잔 진주
제국력 488년 1월 14일. 페잔. 아드리안 루빈스키.
이 방에는 창문이 없다. 사옥 깊은 곳에 있는 한 방이지만, 두꺼운 납으로 만든 벽으로 밀폐된 방 그 자체가 극히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사옥의 방이지만, 결코 좋아하는 방이 아니다.
이 방은 그 존재 자체가 통신장치다. 말을 할 필요도 없이 사고파를 초광속통신의 특수한 파장으로 바꿔, 어느 장소로 보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장소……, 지구로.
이제부터는 괜한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페잔 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 페잔의 극비의 지배자인 지구의 충실한 하인이다. 그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다.
괜한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되는가. 내 전임자인 바렌코프가 좋은 예시다. 지구에서 컨트롤 되는 걸 싫어한 자주적인 행동을 취하려 했다. 그리고 급사했다. 당연히 자연사는 아니지만, 그게 문제가 되는 일도 없었다. 그것만으로 자치령주 따위가 어떤 것인지, 페잔의 진정한 지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콘솔의 분홍색 스위치를 누르니 통신장치가 작동했다.
“저입니다. 대답해 주십시오.”
명확한 마음속의 언어로 사고하자 대답이 돌아왔다.
“저라는 건 대체 어떤 저를 말하는 거냐.”
“페잔의 자치령주. 루빈스키입니다. 총대주교 예하께선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안녕할 일 따위 전혀 없지. 루빈스키. 페잔은 조금 성가신 상황이 된 것 같군.”
“예. 마음을 어지럽히게 되어 죄송합니다.”
“무슨 생각인가. 자유행성동맹에게서 장로회의를 열어 그대를 파면하라는 말이 나왔네만…….”
“…….”
“내 주변에 있는 자들도 거기에 찬성하는 자가 많다.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한 건 그대의 책임. 그대를 파면하여 페잔의 자주를 지켜야 한다고 하니……. 그대를 파면하는 건 간단하지만, 그 전에 그대의 생각을 듣지.”
“황송하지만, 장로회의를 여는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냐?”
“의미가 없습니다.”
“…….”
“이미 전했던 대로 제국은 페잔을 멸하여 자유행성동맹을 멸할 것을 국가의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습니다. 절 다른 누군가로 바꿔도 일시적인 위안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제국은 페잔으로 쳐들어옵니다.”
“……그래서?”
“작년 샨타우 성역 회전에 의해 제국과 동맹의 군사력은 확실한 차이가 나왔습니다. 거기에 제국은 국내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성공하면 제국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경제력도 동맹을 압도하게 되겠죠.”
“……제국, 동맹을 동귀어진하게 만든다. 그 틈을 타 우리들이 전 우주를 지배한다……. 이젠 이건 성립할 수 없다는 건가.”
“살피신 대로입니다. 이젠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가?”
“제국에게 우주를 통일하게 만들고, 그 뒤에 그것을 빼앗습니다.”
“…….”
“권력이든 기능이든,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작은 부분을 제압하면 전부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크리스트교가 최고권력자를 종교적으로 귀의하게 만든 것으로 고대 로마 제국을 지배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그걸 실현하겠다는 건가.”
“혹은 통일 후, 제국 중추부를 암살하여 통치력을 저하하게 만드는 것으로 전 우주에 혼란을 일으킵니다. 그 뒤에 국가가 아니라 종교로 인심을 사로잡습니다…….”
“과연. 그것도 있는가…….”
“…….”
“동맹이 침공한 후, 그대는 어떻게 할 건가?”
“지하로 숨어, 예하의 지시를 기다리겠습니다.”
“……제국, 동맹 양국에 우리들의 손을 거친 자들이 숨어있지? 그 조직화와 자급조달은 그대들 페잔의 자들에게 맡겼었네만…….”
“실수는 없습니다.”
“……좋겠지. 그대의 생각대로 하세.”
“예.”
“루빈스키.”
“예……?”
“배신하지 말게.”
“!”
통신을 끊고 방을 나와 그대로 테라스로 향해 밤하늘을 올려봤다. 제구로의 통신을 끝낸 뒤엔 언제나 여기로 온다. 밤하늘을 보는 것으로 그 방에서 느낀 폐쇄감을 뿌리친다.
자신을 속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마음까지 계속해서 속이는 건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저 방에선 자신의 마음을 죽이고, 노예가 되어야만 한다. 이 무슨 불편한 일인지…….
빠져나왔다……. 거기서 장로회의를 여는 것이 정해졌다면, 파면되는 것이 정해지면, 내게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밖에 없다. 제국은 내 신병을 요구하고 있다. 저 노인들에게서 보자면 내가 제국으로 돌아서는 게 아닌가 불안하겠지. 만일 지구교의 비밀이 흘러가면……. 그 불안이 내가 살아있는 걸 용서하지 않는다.
유감이군. 트류니히트. 너희들의 수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너희들은 중요한 걸 몰랐던 거다. 페잔은 자유로우며 분방한 페잔인들의 것이 아니다. 장로회의 따위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거만하며 방만, 어두침침한 편집증을 느끼게 하는 저 노인……. 지구교의 총대주교. 저 노인이야말로 이 페잔의 진정한 지배자다. 난 그 하인에 지나지 않아.
“지구인가…….”
무심코 말이 나왔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오만함 때문에 시리우스 전역에서 철저하게 박살나고 버려진 행성. 희소한 유적과 오염되어 영원히 비옥함을 잃은 대지가 전부인 행성이다. 이전의 풍요로움은 어디에도 없이 황폐, 빈곤만이 있다……. 그건 정신면도 마찬가지다. 지구교라는 종교에 지배되는 제정일치의 행성. 자유, 활달함 따위 어디에도 없다…….
은하연방도, 그리고 은하제국을 창립한 루돌프도 지구를 무시했다. 무력하며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도 있겠지. 하지만 지구가 자신의 패권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 모습에 혐오를 느꼈다는 것도 있을 거다. 자업자득.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800년이라는 긴 시간, 지구는 무시당해왔다. 그 사이에 모인 원념은 페잔을 낳고, 그 경제력에 의해 세속면을, 지구교라는 신앙에 의해 정신면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지구가 제정일치의 신정정치에 의해 모든 걸 지배한다……. 저 버려진, 쇠미한 행성이 인류지배의 중심이 된다? 역겨울 뿐이다.
자유행성동맹이 페잔을 점령한다. 그리고 페잔이 제국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에 따라 제국은 페잔을 해방, 동맹령 침공의 명목을 얻을 수 있겠지. 그 사이 페잔은 제국에 대해 후방지원을 약속한다.
페잔이 얻는 것은 제국에 의한 우주통일 후의 경제적 지배권이다. 정치, 군사 지배권은 황제가 독점한다. 페잔도 거기에 따른다. 지금보다도 훨씬 순종적으로. 하지만 경제적 지배권은 페잔이 가진다. 긴 시간은 아니겠지. 길게 잡아도 10년이다. 제국이 안정되면 언젠가 박탈된다. 하지만 일단 10년 있으면 된다.
어느 시점에서 제국 사이에 연결점을 가질 필요가 있겠지. 가능하면 발렌슈타인과. 그에게 이쪽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협력체제를 취한다. 경제적 지배권 말고도 선물이 필요하겠지. 지구교의 존재와 그에 대한 협력자의 명단. 그리고 수사에 대한 협력. 그런 건가…….
“일단, 경제적 지배권이다. 나머진 그 다음이다…….”
우주가 진정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 진정되고 난 다음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건 누구일까? 재밌어 질 것 같다…….
...
우주력 797년 1월 17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최고평의회의장 집무실은 긴장과 초조함으로 싸여있다. 생각처럼 페잔에 대한 공작이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집무실에 있는 건 트류니히트, 호안 루이, 네그로폰테, 보로딘 통합작전본부장, 뷰코크 사령장관, 그린힐 총참모장, 그리고 나.
네그로폰테가 초조하게 질문했다.
“보로딘 본부장. 함대는 지금 어디까지 갔나?”
“페잔까지 앞으로 20시간 정도입니다.”
“페잔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어째서 장로회의를 열지 않아!”
네그로폰테의 말이 집무실에 울렸지만 누구도 반응하지 않는다. 모두 침묵하고 있다. 트류니히트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다. 호안도 마찬가지다. 군인들은 세 사람 모두 엄한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어제 회의 뒤, 우리들은 각자의 수단을 이용해 페잔의 유력자에게 장로회의를 열어서 루빈스키를 파면할 것을 전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행성동맹이 페잔을 점령한다. 페잔의 자유가 뺏긴다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페잔의 움직임은 느리다. 아니, 움직임이 없다. 이대로는 동맹이 페잔을 점령하게 되겠지. 대체 페잔은 무슨 생각인가…….
“보로딘 본부장. 이제르론의 양 제독과 이야기하고 싶네만.”
트류니히트의 말에 모두가 시선을 보로딘 본부장에게 향했다.
“양 제독에게 말입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잠시 뒤 스크린에 양 제독이 나타났다. 흑발, 흑안, 극히 평범한 젊은이라고 해도 좋다. 특별한 곳은 어디에도 없는 젊은이다.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어두운 건, 페잔 방면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양 제독. 페잔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가?”
“예. 장로회의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음. 제독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
“죄송합니다만. 아무래도 제가 생각한 책략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양 제독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실패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닐세. 양 제독.”
내뱉는 듯이 말하며 양 제독을 노려보는 네그로폰테를 트류니히트가 막았다.
“그만두게. 네그로폰테군.”
“하지만, 의장.”
“그만두게. 설령 누구의 제안이었든지 최종적으로 받아들인 건 나다. 게다가 양 제독과 연락을 취해달라고 한 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야. 그를 책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로딘 본부장, 뷰코크 사령장관, 그린힐 총참모장이 각자의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는 것이 보였다. 놀람, 감탄은 있어도 불쾌감은 없다. 양 제독의 얼굴에도 의외라는 표정이 있다.
“양 제독. 페잔은 어째서 장로회의를 열지 않는 걸까? 제독의 생각을 듣고 싶네.”
양 제독은 조금 사이를 두고 답하기 시작했다.
“페잔은 지금, 자유, 독립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로회의를 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가능성은 둘입니다. 장로회의는 위기를 인식하지 않았든가, 의기를 인식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치하는 거든가……. 페잔의 유력자 몇 명에게 알렸습니까?”
양 제독의 질문에 트류니히트가 날 봤다.
“대충 30명 정도겠지. 장로회의의 멤버도 10명 정도는 있었을 거다.”
“그들의 감촉은 어땠습니까? 레벨로 위원장.”
“꽤나 황망해하더군. 루빈스키의 파면을 찬성했고, 다른 유력자에게도 상담하겠다고 했지. 이거라면 바로 장로회의가 열리리라 생각했네만…….”
“그렇다면 장로회의는 위기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다. 그런 게 됩니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있어서 페잔의 독립, 자유는 필요불가결한 갓이 아니다. 그런 건가…….”
트류니히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했다. 트류니히트는 거기에 신경 쓰는 일도 없이 더욱 말을 계속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페잔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 시점에서 그걸 버린다니. 무슨 일인지…….”
“뭔가 다른 힘이 움직였다는 거겠죠. 장로회의를 억제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무언가가 말입니다.”
집무실의 모두가 서로를 돌아봤다. 얼굴에는 모두 불안감이 있다. 자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밟았다는 싫은 느낌을 느꼈다.
“그건 뭐라고 생각하는가? 양 제독.”
“…….”
“루빈스키인가? 아니. 아니겠지. 그렇다면 제국? 그것도 납득되지 않는군…….”
호안이 중얼거리는 듯이 자문자답했다. 동감이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밟았다는 느낌이 더더욱 강해졌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장로회의를 억제하여 루빈스키를 구한 것은 사실입니다. 혹시 그거야말로 페잔의 진정한 지배자일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지배자? 바보 같은. 그런 것이.”
네그로폰테가 신음하는 듯이 부정했지만,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모두 어려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다.
“양 제독. 제국은 그 존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트류니히트의 질문에 양 제독이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도 할 수 없군요. 단지 페잔과 제국이 노골적으로 적대하게 된 건 그게 원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국이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어렵군……. 양 제독의 생각이 맞다면 장로회의가 열리는 일은 없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트류니히트가 주변을 둘러보며 의견을 구했다.
함대를 전진하는 건 위험하겠지. 하지만 제국과의 약정을 어기고 함대를 빼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하면 제국이 모든 걸 공표했을 때 수습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대로 함대를 전진할 수밖에 없겠죠. 단, 함대는 1개 함대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잔에 함대를 묶이는 건 위험합니다.”
“보로딘 본부장의 말대로입니다. 우주함대도 그걸 바랍니다.”
보로딘 본부장, 뷰코크 사령장관이 함대를 줄이자는 걸 제안했다. 트류니히트는 주변을 둘러보고 이견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동의했다.
“페잔의 진정한 지배자. 그것도 찔러볼 필요가 있겠군. 경우에 따라선 제국과 거래를 해야 할지도 몰라. 그리고 페잔의 점령방침을 시급히 정해야만 하겠지. 오늘은 철야로군. 다들 함께해줘야겠어…….”
트류니히트의 말이 모두가 떫은 표정을 지었지만 불평은 말하지 않았다. 함대가 페잔 도착까지 앞으로 20시간 정도. 시간이 없는 것이다…….
...
우주력 797년 1월 18일.
자유행성동맹군 제 3함대. 제국의 의뢰에 의해 페잔에 진주.
페잔 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