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22 화. 준동
우주력 797년 8월 15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뭔가 알았는가? 네그로폰테군.”
“아뇨. 그건, 보로딘 본부장이 지금 상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자네 쪽에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나?”
“면목 없습니다.”
최고평의회의장 집무실에 들어가니 언짢은 표정의 트류니히트와 불안하게 땀을 닦고 있는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이 있었다. 트류니히트는 집무석에, 네그로폰테는 그 앞에 서있다. 마치 교사에게 혼나는 초등학생 같다. 다가가서 네그로폰테 옆에 섰다. 이걸로 나도 초등학생인가.
“트류니히트. 무슨 일인가?”
“……페잔에서 전투가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무슨 일이냐! 그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페잔에서 전투?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나. 지금 전투가 일어나면 포로교환은 어떻게 되는 거냐. 아니, 페잔 반환은……. 눈앞이 컴컴해지는 걸 참고 있으니 트류니히트가 괴로운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페잔의 렘샤이트 백작에게서 연락이 있었다.”
또 그 남자인가……. 페잔의 하얀 여우!
“페잔 회랑을 정찰 중이던 제국군 함대에 대해 페잔에 주류하고 있는 동맹군이 적대행위를 취했다.”
“말도 안 되는……, 무슨 생각인가!”
네그로폰테를 보자 내게 질책을 받았다고 생각한 건지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트류니히트는 날 보고 못해먹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장소는 페잔 회랑의 제국 측이다. 협정에 의하면 동맹군은 출입이 금지된 곳이야. 그리고 동맹군은 제국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걸 정찰 중이던 제국군이 발견했다.”
“……그래서?”
“당초 제국군은 전투를 피하기 위해 후퇴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몇 번인가 퇴거권고를 했다. 하지만…….”
“동맹군은 퇴거하지 않았다. 라는 거군.”
“그것만이 아니라 속력을 높여 제국군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
말도 안 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무리 봐도 전투를 거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신이라도 나갔나?
“동맹군은 약 2천 척, 제국군은 3천 척. 병력에서 보면 이쪽이 불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고를 무시하고 접근했다……. 제국군은 적대행위로 보고 공격을 개시했다고 한다.”
“우발사고는 아니로군.”
“렘샤이트 백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가능성은 제로겠지.”
내 질문에 트류니히트는 무거운 어조로 답했다.
“날조일 가능성은 없나? 올리베이라 변무관은, 주재함대의 사령관은 뭐라고 하고 있어?”
“올리베이라 변무관은 안 돼. 렘샤이트 백작은 처음엔 그에게 이 이야기를 가져갔다고 하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고 하더군. 그래서 이쪽으로 연락을 한 거다. 군부 쪽은 보로딘 본부장이 이제 곧 보고를 하러 올 거다.”
페잔이 역시 문제다. 거긴 화약고나 같은 장소인데도 관리인들이 너무 약하다. 올리베이라와 군의 사령관, 확실히 루페브르 중장이었을 테지만, 그도 부하를 전부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보로딘 본부장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늦었습니다.”
“본부장. 어떻게 되고 있는가!”
보로딘을 질책한 것은 네그로폰테였다. 지금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것의 반동이겠지만, 어른스럽지 못하다. 트류니히트도 떫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난 보로딘 본부장을 불러들어 질문했다.
“보로딘 본부장. 뭔가 알았는가?”
“제 3함대사령관 루페브르 중장에게서 상황을 들었습니다. 대부분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페잔의 상황을 설명해주게.”
“페잔 방면에서 제국군과 전투행동을 빚은 건 아마 산도르 아랄콘 소장이 이끄는 2천 척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도르 아랄콘 소장? 보로딘 본부장의 말에 트류니히트, 네그로폰테가 경악했다.
“트류니히트, 알고 있는 사람인가?”
내 질문에 트류니히트가 떫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아아, 알고 있어. 병적일 정도의 군대지상주의자다. 그에겐 몇 번인가 포로나 민간인 살해, 폭행혐의가 걸려 있어.”
“그래서?”
“내가 국방위원장이었을 때, 몇 번인가 간략군법회의가 열렸었지만, 모두 증거 불충분, 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무죄가 됐다. 그래서 알고 있지.”
“자네가 손을 쓴건 아니겠지?”
내 질문에 트류니히트는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농담하지 말게. 군대지상주의자 따위 전쟁찬미자가 아닌가. 무시무시할 뿐이야. 아마도 동지들끼리 서로 감싼 걸 거라고 난 보고있어.”
뭐, 거짓말은 아니겠지.
우리들의 대화가 일단 끝났다고 생각한 거겠지. 보로딘 본부장이 말을 시작했다.
“아랄콘 소장은 3일 전부터 함대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훈련 예정주역은 페잔 회랑의 동맹측 주역입니다.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보로딘 본부장의 말에 트류니히트를 봤다. 트류니히트는 엄한 표정으로 뭔가 생각하고 있다.
“보로딘 본부장. 훈련 장소라는 건 그렇게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건가?”
“의장.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페잔 회랑은 민간선도 많이 통행하고 있습니다. 훈련 장소는 미리 주지하고, 민간선이 휘말리지 않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간단하겐 변경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아랄콘 소장이 독단으로 훈련 장소를 변경했다는 건가?”
“아마도 그렇겠죠. 루페브르 중장도 놀라고 있었습니다.”
독단인가……. 적어도 어떤 종류의 음모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는 건가.
“그래서 보로딘 본부장. 그 외에는?”
“레벨로 위원장. 루페브르 중장에 의하면 아랄콘 소장은 이쪽의 철퇴명령에 대해 전투중이기에 철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현재 루페브르 중장이 아랄콘 소장을 데려오기 위해서 직접 함대를 움직였습니다.”
“!”
“말도 안 되는. 무슨 생각인가! 이 상황에서 함대를 움직이다니. 오히려 도발행위라고 받아들어질 걸세!”
네그로폰테가 보로딘 본부장에게 소리쳤다. 동감이다. 대체 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전쟁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습이라고?”
“그렇습니다. 국방위원장. 아랄콘 소장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장의 함대는 2천 척, 제국군은 3천 척. 이 상황에선 아랄콘 소장의 말대로 철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본대에 아랄콘 소장을 구원하게 하여 제국군에서 철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분쟁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쪽이 오히려 위험하고 희생자가 늘어납니다. 제국에는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 함대를 움직였다고 전하면 되겠죠.”
트류니히트를 보자 몇 번인가 끄덕이고 있다. 아무래도 답은 정해진 것 같다.
“좋겠지. 렘샤이트 백작에게 그렇게 전하지. 네그로폰테군. 아랄콘 소장의 처분은 엄하게 부탁하네. 알겠지?”
네그로폰테와 보로딘은 돌아갔지만 난 남도록 트류니히트에게 들었다. 렘샤이트 백작과의 회담에 어울려 달라는 거였지만, 렘샤이트 백작과의 회담은 특히 문제없이 끝났다. 제국 측도 지금은 국내문제를 우선하고 싶은 듯하다. 분쟁은 바라고 있지 않겠지. 그러는 사이, 트류니히트는 새삼 포로교환의 조기실시 요구를 렘샤이트 백작에게 전했다.
“레벨로, 이번 분쟁 말이네만. 아랄콘 소장의 독단이라 생각하나?”
“무슨 말이냐. 트류니히트.”
“그의 뒤에 누가 있는 건 아니냐는 거야.”
트류니히트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농담은 아닌 것 같다.
“뒤인가……. 가령 루빈스키인가.”
“그것도 있지만, 주전파라는 일은 없겠나? 아랄콘 소장은 군지상주의자. 뼛속 깊은 주전파다.”
“지금 취하고 있는 제국과의 협력노선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래. 그렇다면 그 외에도 협력자가 있을지도 몰라.”
“군 내부에 음모가 생겨나고 있다……. 자넨 그걸 걱정하고 있는 거군.”
“걱정이 아냐. 두려워하는 거다. 동맹은 제국과 달라. 내란이 일어날 여유 따위 없어.”
확실히 트류니히트의 말대로다. 동맹의 현 상태를 주전파가 얌전하게 있을 리가 없다.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제국령으로 침공하자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리겠다. 그 첨병이 아랄콘 소장…….
“그를, 그 배후를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
내 말에 트류니히트가 끄덕였다.
“어째서 보로딘이나 네그로폰테가 있을 때 말하지 않았나?”
“보로딘은 어쨌든 네그로폰테는 안 돼.”
“안 돼? 그는 자네의 부하겠지?”
“그를 믿지 못하는 게 아냐. 국방위원장이라는 직책이 위험한 거다. 난 위원장을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알고 있어. 국방위원회는 주전파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다. 그에게 말하면 주전파에게 흘러나갈 가능성이 있어.”
과연. 그래서인가……. 트류니히트는 네그로폰테를 우리들과 그다지 함께 부르지 않는다. 따로따로 부르는 일이 많지만, 그런 이유인가……. 고생하는군. 트류니히트.
...
제국력 488년 8월 16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런가. 그럼 끝난 거군.”
“예.”
눈앞에 있는 화면에는 끄덕이고 있는 리히텐라데 후작의 얼굴이 있다. 안심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뭐, 지금 상황에서 동맹과 전쟁은 좋지 않다. 그 기분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페잔 방면의 분쟁은 끝났다. 비텐펠트의 보고에 의하면 할바슈타트는 꽤 동맹군을 때린 것 같다. 뭐, 이쪽이 흑색창기병대인 데다가 병력이 더 많았으니까 당연한 결과겠지. 동맹군의 본대가 오기 전에 전투가 끝났다고 한다. 압승이로군.
“렘샤이트 백작에게서 온 연락이네만. 동맹정부는 포로교환을 서두르고 싶다더군.”
“뭐, 그렇겠죠.”
“여전히 주전파가 시끄러운 것 같구먼. 저쪽은.”
“부채질한 사람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구먼.”
리히텐라데 후작은 어딘지 모르게 기뻐 보인다. 상대 정권의 약점을 알았기 때문이겠지. 곤란한 일이다.
“페잔에서 한 번 더 공동선언을 하는 게 어떤가? 지금 전쟁은 좀 곤란하겠지?”
“그렇지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걸로 동맹과 조율해볼까.”
그렇게 말하고 리히텐라데 후작은 통신을 끊었다.
컴컴해진 화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동맹군은 예상 이상으로 내부균열이 심할지도 모른다. 분쟁이 이제르론 방면에서 일어났다면 이해할 수 있다. 저쪽에선 협정이 없다. 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혈기왕성한 바보 놈들이 일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실제론 페잔 회랑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일어나선 안 될 주역에서 말이다. 그것도 명백히 동맹군은 이쪽과 전투할 생각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혈기왕성한 바보 놈들이 바보짓을 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비텐펠트는 전투에 의해 포로교환이 중지될 것을 두려워했다. 할바슈타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맹군의 지휘관은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가능성은 둘이다. 난 동맹정부 상층부가 이 분쟁에서 제국과의 전쟁을 결의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쪽에 죄가 없으면 다소의 무리는 문제없으리라 판단했다. 동맹군의 지휘관도 같은 생각을 했다. 다소 무리를 해도 전쟁으로 확대되진 않는다. 전쟁을 피하고 싶은 건 제국도 마찬가지라고…….
또 하나의 가능성은, 무리를 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포로교환보다도 전쟁을 원했다. 지금이라면 제국을 약체화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인간이, 혹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조종한 인간이 있다.
제국은 지금 국내문제만으로도 벅차다. 수송선은 제국 안에서 물자를 대대적으로 수송하고 있다. 정규함대는 경비로 돌리고 있다. 잠시 동안은 전쟁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페잔 방면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페잔의 교역선이 제국으로 오지 않게 된다. 순식간에 물자부족이 일어나겠지. 확실히 약체화까진 아니더라도 괴로운 상황은 될 거다.
평범한 전쟁 바보가 생각할 일이 아니다. 제국에 있으면 알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간단하겐 알 수 없다. 적어도 페잔 상인에게서 제국의 상황을 듣지 않으면 무리다. 하지만 전쟁 바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원작에서도 구국군사회의는 페잔인을 황금만능주의자라고 깔봤다. 하물며 지금의 동맹은 페잔을 점령하고 있다. 더더욱 방만해져 있겠지. 솔직하게 귀를 열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종한 건 루빈스키거나 지구교인가……. 녀석들 앞에 망명귀족을 던져놨지만, 달라붙지 않았다는 거군. 녀석들은 망명귀족이 아니라 동맹군에 손을 뻗었다. 싫은 구석을 찔러오는 녀석들이다. 지긋지긋하다.
...
제국력 488년 8월 16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리히텐라데 후작과의 통신을 끝낸 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홀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아무래도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이번 분쟁에선 모두 사령장관을 걱정했다. 자칫 잘못하면 포로교환이 수포로 돌아간다. 사령장관의 진퇴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사령장관은 태연하게 비텐펠트 제독에게 적과의 교전을 허락했다.
사령장관은 대단찮은 일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결과로서 사령장관의 판단은 맞았지만, 아무래도 심장에 나쁜 하루였다.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사령장관의 TV전화가 수신음을 울렸다.
사령장관이 생각을 그만두고 TV전화를 받는다. 화면에 나타난 건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 영애였다. 표정이 창백하다. 사령장관의 표정도 엄하게 변했다. 좋지 않은 징후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