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24 화. 큄멜 사건(2)

추리닝백작 2015. 2. 12. 14:37


제국력 488년 8월 16일. 오딘 큄멜 남작 저택.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원수 각하. 감상은 어떠십니까?”

  “그다지 좋진 않네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합니까?”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큄멜 남작은 즐기고 있다. 때때로 괴롭게 기침하지만, 폭발 스위치를 쥐고서 즐기고 있다.


  사령장관의 배후에 있는 나와 피츠시몬즈 대령은 큄멜 남작이 기침을 할 때마다 그 틈을 타려고 하지만, 남작은 폭발장치를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쥐고 있다. 그것만 아니라면 남작 따위 한손으로 뭉갤 수 있다. 이 무슨 답답한 일인지.


  사실은 괜찮은 게 아닌가?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위험하기 때문에 가선 안 된다고 하는 우리들에게 사령장관은 걱정할 필요 없다. 무사하게 돌아올 승산은 있다고 했다. 사령장관은 침착하고, 허세를 피우고 있는 것 같은 모습도 없다. 믿고 싶다곤 생각하지만, 이 상태를 어떻게 해서 빠져나올지…….


  “여기서 이 스위치를 누르면 우주는 어떻게 되리라 생각합니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겠죠.”

  사령장관의 말에 큄멜 남작은 어지간히 불만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보였다. 말의 내용 때문인가. 아니면 사령장관의 침착한 모습 때문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없어지면 이 우주는 크게 변할 것입니다.”

  “변하지 않습니다. 우주는 제국에 의해 통일되고 전쟁의 시대에서 평화의 시대로 흐릅니다. 그 흐름은 변하지 않습니다. 절 죽이면 우주가 변한다. 역사가 변한다 생각하십니까? 안 됩니다. 이제 우주는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이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


  담담한 것이었다. 이전에 자신이 죽어도 30년 후는 평화가 온다. 우주는 하나가 되리라 말했다. 사령장관은 그 일을 확신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사실이며 꿈이 아닌 것이다. 꿈은 단 하나, 그 세계를 보고 싶다는 것…….


  “하인리히. 이제 됐지? 부탁이야. 스위치를 내게 넘겨. 지금이라면 아직…….”

  “힐더 누나. 당신도 당황하는 때가 있네요. 조금 실망이네요. 당신은 언제나 당당하고 눈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었는데…….”

  조소라고 해도 좋을 웃음을 남작이 뺨에 띠웠다. 이 남자는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를 증오하고 있다. 동경과 비슷할 정도로, 아니 그 이상으로 증오하고 있다.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데에 반해, 사촌누나는 항상 빛나고 있다. 내란에선 토벌군에 참가했고, 내란 종결 후엔 마린도르프 백작을 도와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있다. 곁에 프로이라인이 있다는 것이, 그를 계속 괴롭게 만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프로이라인이 단지 아름다울 뿐인 여성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그녀를 증오하는 일도 없었겠지.


  “불쾌하군요. 사령장관은 무서워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스위치를 누리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전 진심이에요. 사령장관.”

  “절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썩을 정도로 있습니다. 하나하나 두려워해서 어떻게 합니까?”

  큄멜 남작의 눈에 증오가 떠올랐다. 그런 건가. 이 남자는 사령장관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아니, 죽이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사령장관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 우월감을 맛본 뒤에 죽이고 싶어 하는 거다.


  “사령장관, 마지막 소원은 없습니까?”

  ‘마지막’, 그 말에 방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예상 대로다. 남작은 사령장관을 빌게 만들고 싶어 한다. 목숨이라도 구걸하게 만들고 싶은 게 틀림없다.


  “없군요. 있어도 남작은 들어줄 수 없습니다.”

  “제가 들어줄 수 없다? 그게 뭡니까?”


  꽤나 화가 치민다는 표정으로 남작이 봤다. 소원은 없다. 있어도 넌 들어줄 수 없다. 그런 말을 들은 게 맘에 들지 않은 거겠지.

  “제 소원은 30년 후의 세계를 보는 것, 그것뿐입니다. 설마 이대로 30년을 보낼 수는 없을 테고, 30년 후의 세계를 여기에 가져오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남작에겐 이뤄줄 수 없습니다.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고 사령장관은 코코아를 한 입 마셨다. 조롱은 아니었다. 남작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 어조였다.

  “……목숨 구걸이라도 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직 죽고 싶지 않다고.”

  강자의 여유일까. 남작이 웃음을 띠며 꼬드기듯이 말했다.


  “원수.”

  발레리가 사령장관에게 말했다. 목숨 구걸을 하라는 거겠지.

  “할 수 없겠네요. 그런 짓은. 큄멜 남작가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목숨 구걸을 하라니. 할 수 없습니다. 그렇죠?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


  사령장관의 말에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큄멜 남작은, 아니 큄멜 남작만이 아니다. 모두가, 뮈켄베르거 원수 부녀도 의심쩍은 표정으로 프로이라인을 봤다.

  “힐더 누나. 사령장관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하인리히……. 부탁이야. 부탁이니까 그만둬.”

  프로이라인이 간청하고 있다.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울 것처럼 간청하고 있다.


  “누나. 알려주세요. 사령장관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하인리히. 부탁이니까…….”

  “알려주세요! 대체 사령장관은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흥분했겠지. 남작은 등을 굽히고 기침한다. 찬스다. 움직이려고 했을 때, 사령장관이 손으로 막았다. 어째서 말리나? 그렇게 생각하고 사령장관을 봤다. 사령장관은 차가운 웃음을 띠고 있다. 전율이 일었다. 혹시 지금 즐기고 있는 건가…….


  “알려드리지요. 남작. 큄멜 남작가와 발렌슈타인가의 인연을 말이에요.”

  “…….”

  “사령장관. 부탁합니다. 그만둬주세요.”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 남작에겐 알 권리가, 아니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죠?”

  “……무슨 말입니까. 사령장관.”


  남작은 의심쩍은 표정을 띠고 있다. 아까 전까지의 여유는 이제 없다. 그리고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는 절망을, 사령장관은 아까 전의 차가운 미소를 띠운 채다. 대체 무슨 인연이 두 사람 사이에 있다는 건가.


  “제 양친을 죽인 건 큄멜 남작. 경입니다.”

  사령장관의 말에 놀라며 발레리와 서로를 돌아봤다. 그녀도 경악하고 있다. 뮈켄베르거 원수 부녀도 경악을 얼굴에 띠고 있다.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를 봤다. 그녀는 얼굴에 체념하는 색을 보였다. 눈을 감고 있다. 사실인가?


  “바보 같은.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저건 발데크 남작가, 콜비츠 자작가, 하일만 자작가의 일이겠죠. 애초에 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죠? 힐더 누나.”

  “…….”


  “누나?”

  큄멜 남작은 기가 막히다는 소리로 물었지만,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의 모습에 새삼 불안하게 물었다.


  “큄멜 남작. 경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제 아버지는 큄멜 남작가를 지키기 위해 남작가의 고문변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병약하고 나이 어린 당주를 가진 큄멜가 따위, 재산을 횡령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바보 같은. 백부님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큄멜 남작의 내뱉는 것 같은 말에 사령장관은 은근하게 웃었다.


  “마린도르프 백작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카스트로프 공작을 말하는 겁니다.”

  “카스트로프 공작!”

  몇 사람인가의 입에서 같은 말이 나왔다. 카스트로프 공작. 탐욕하며 교활, 부정으로 몸을 더럽힌 끝에 사고사. 모살 당했다고도 들었다. 그리고 아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큄멜 남작가의 재산횡령을 노린 카스트로프 공작에게 있어서 제 아버지는 방해였습니다. 따라서 리메스 남작가의 상속분쟁 때문에 죽은 것처럼 속이고, 살해한 겁니다. 그렇지요? 프로이라인.”


  사령장관의 말에 모두가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를 봤다. 그녀는 창백해져있다. 그리고 허무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탁이야. 하인리히. 이제 그만둬. 넌 이런 일을 해선 안 돼.”


  사령장관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사령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표시하고 있다. 큄멜 남작도 그걸 알았겠지. 뺨에서 땀이 흐르고 때때로 혈색이 나쁜 얼굴이 더욱 새파래진다.


  “그 스위치를 누르세요. 남작.”

  “!”

  사령장관이었다.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남작에게 스위치를 누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발할라로 가서 큰 목소리로 자랑하도록 하세요. 발렌슈타인을 죽였다고. 내란으로 죽은 귀족들이 칭찬하겠죠. 잘 했다. 남작이야말로 문벌귀족의 자랑이다. 라고……. 그리고 선대 큄멜 남작에게 보고하세요.”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남작에게 사령장관이 끄덕였다.

  “아버님, 전 쓸모없는 자가 아닙니다. 발렌슈타인가의 사람은 모두, 제가 죽였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칭찬하고 있습니다. 전 문벌귀족의 자랑입니다, 라고. 잘 했다고 기뻐하시겠죠.”


  “아니, 그게 아니…….”

  “남작이야말로 문벌귀족의 긍지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겁한 수단으로 상대를 저항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상대를 가지고 놀면서 기뻐한다.”

  사령장관은 신랄하게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큄멜 남작은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고 단지 떨고 있다.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말이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남작.”

  “아니야. 난 그런 생각이 아니었어. 단지…….”

  “단지, 뭡니까?”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우주를 이 손에 쥐고 싶었다. 내 목숨은 이제 길지 않아. 뭐라도 하고 죽고 싶었다. 어떤 나쁜 일이라도 바보 같은 일이라도 좋아. 뭔가를 하고 죽고 싶었다…….”

  “하인리히……. 이제 충분하지? 스위치를 넘겨줘.”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의 말에 큄멜 남작은 끄덕였다. 방을 지배하고 있던 긴장감이 사라진다. 하지만 남작은 바로는 스위치를 넘기지 않았다.

  “큄멜 남작가는 내 대에서 끝난다. 나의 병이 아니라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내 병은 바로 잊혀지더라도 어리석음은 몇 사람이나마 기억해 주겠지. 그걸로 충분해.”


  스위치가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에게 전해진다. 남작을 구속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사령장관을 보자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큄멜 남작.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 전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자, 돌아갈까요.”

  “그렇군. 유스티나. 실례하지.”

  “예.”


...


제국력 488년 8월 19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하지만 처음 이틀간은 확실히 말해서 설교의 폭풍이었다. 일단 뮈켄베르거 원수에게 3시간 가까이 설교 당했다. 넌 국가의 중신으로서 자각이 부족하다. 자신의 죽음이 얼마나 제국에 피해를 줄지 조금은 생각해라. 그런 정도다.


  내가 죽어도 제국엔 문제없다.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바보자식이라며 노호하더니 설교가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부탁이니까 그렇게 흥분하지 말라고. 심장에 나쁘니까.


  겨우 해방됐다고 생각했더니 그 다음은 리히텐라데 후작,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의 설교다. 역시 이번엔 내가 죽어도 운운은 하지 않았다. 단지 그냥 얌전히 잠자코 듣고 있었다. 덕분에 설교는 2시간으로 끝났다. 해방되었을 땐 휘청휘청 거렸다. 큄멜 남작 정도는 아니지만 허약체질이다. 조금은 헤아려 달라고.


  발레리와 뤼네부르크는 내가 지쳐있다고 봤겠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 쉬게 해줬다 하긴 그건 그 날에 대한 일일 뿐이었다. 다음날엔 확실하게 설교가 들어왔다. 설교를 하는 건 발레리고 곁에서 보고 있는 게 뤼네부르크였다. 언제나 히쭉거리며 듣고 있던 뤼네부르크가 이번엔 엄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제발 좀 봐달라고. 위험하긴 했지만 승산은 있었으니까.


  마린도르프 백작에게서 사죄가 들어왔다. 자신이 하인리히에게 제대로 말해뒀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고 있었다. 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그 입장이더라도 남작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지. 백작에겐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에게 있어서 이번 사건은 내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괴로운 기억이 되겠지.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페르너가 왔다. 페르너는 군복을 입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묘한 느낌이다.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페르너와 안스바하는 수사국에 있지만, 신분은 군에서 출장이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


  페르너의 이야기로는 큄멜 남작은 솔직하게 청취에 응해줬다고 한다. 하긴 피곤하지 않도록 하루에 2번, 오전과 오후에 한 시간씩 조사할 뿐이다. 페르너는 답답해하고 있었다.


  응접실로 들어오자마자 페르너가 말을 시작했다.

  “거참 곤란한 일이더군. 지하실엔 제플 입자가 충만했었어. 혹시 폭발이라도 했다간 천장까지 날라갔겠지.”

  “지금은 이제 괜찮아?”

  “아아, 어제 저녁까지 걸려서 지하실의 공기를 뺐어. 작업한 인원은 모두 지쳐 쓰러졌지.”


  “그래서 뭔가 알았어?”

  “저택에서 사라진 사람이 있다. 반년 정도 전에 고용한 사람이라고 해. 그의 방을 조사했지만,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 단지 저택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그는 예의 종교를 믿고 있었다고해.”


  역시인가. 예의 녀석들인가.

  “에리히. 녀석들은 장미정원 습격사건에도 얽혀있는 거지?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수사해야하지 않겠어? 그리고 녀석들을 탄압해야한다.”


  “그렇게도 할 수 없어. 안톤. 동맹과의 포로교환이 임박해있으니까.”

  “무슨 말이야?”

  “자유행성동맹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어. 지금 여기서 지구교를 탄압하면 그걸 계기로 반제국감정이 높아지겠지. 이번 사건, 어디까지나 주범은 큄멜 남작이다. 지구교도가 부채질했다고 해도 누구도 믿지 않아.”


  내 말에 페르너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번 페잔 방면에서 제국과 동맹 사이에서 작은 분쟁이 있었지? 이번 건은 저것과 연동하고 있어.”

  “설마…….”


  그림을 그린 건 누구냐? 틀림없이 지구교다. 루빈스키가 얽혀있을지 아닐지는 모른다. 그라면 제국에게 우주를 통일하게 만들고 그 중추를 지배하는 것으로 실권을 쥘 것을 생각할 것 같지만, 아직 뭐라고도 할 수 없다. 녀석과 제국의 관계는 최악이다. 동맹과 제국이 동시에 쓰러지는 걸 노려도 이상하지 않다.


  녀석들의 생각은 대체적으로 상상이 간다. 지금의 제국 내부사정을 보면 전쟁은 불가능하다. 전쟁에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그 경제력이 문벌귀족의 멸망으로 약해져있다. 군의 힘으로 어떻게든 견디고 있지만, 회복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녀석들은 페잔 방면에서 분쟁을 일으켰다. 동맹의 지휘관을 부채질했든가, 혹은 사이옥신 마약이라도 써서 조종했든가……. 그리고 동시에 날 암살할 것을 생각했다. 내가 죽으면 동맹의 주전파가 힘을 늘린다. 전쟁으로 가져가기 쉬워진다.


  그리고 지구교의 탄압도 고려에 넣었겠지. 지구교는 동맹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탄압하면 많은 신도들이 동맹으로 가겠지. 그리고 제국이 지구교를 탄압하고 있다, 신앙의 자유 따위 인정하지 않는다고 소리지르며 소란 피울 것이 틀림없다.


  거기서 보이는 것은 지구교에 대한 동정이다. 그리고 지구교의 슬로건이 동맹령에서 외쳐지겠지. ‘지구는 우리들의 고향, 지구를 우리의 손에’. 반제국감정이 불타오르며, 주전파가 힘을 가진다. 도착점은 전쟁이다.


  내 상상을 들은 페르너는 엄한 표정을 보였다. 지구교가 성가신 적이라는 걸 새삼 이해한 거겠지. 슬슬 동맹에도 지구교에 대한 걸 말해야할 것이다. 이번 페잔에서의 분쟁에선 저쪽도 식은땀을 흘렸을 것이다. 의문스럽겐 생각해도 황당무계하다고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늙은이들에게 허가를 받을 필요가 있겠군…….


  “안톤. 이제르론 요새로 가주지 않겠어? 리히텐라데 후작,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원수의 허가는 받겠어.”

  “지구교에 대한 걸 동맹에게 알리라는 건가?”

  “동맹이라기 보단, 양 웬리 제독에게 지구교에 대한 걸 말해줬으면 좋겠어.”


  페르너가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과 만날 수 있다는 걸 기뻐하는 걸지도 모른다. 뭐라 해도 이제르론 요새를 떨어뜨린 남자니까.

  “말하는 것만으로 좋은 건가?”


  “군 상층부, 정부에게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줘. 지구교에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대답은 포로교환식에서 듣겠다고. 조인식에는 내가 갈 생각이야.”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그에 따라서 양이 어느 정도 정부, 군 상층부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