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25 화. 여파

추리닝백작 2015. 2. 12. 14:39


제국력 488년 8월 26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럼 큄멜 남작은 협력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아아. 공범자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좋아. 그가 지구교도라는 것도 몰랐어.”

  응접실에서 말하는 페르너의 어조는 어딘가 기막히단 울림이 있다.


  페르너의 마음은 알겠다. 그를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보기 좋게 지구교에게 이용당했다고. 하지만 난 페르너에게 동조할 수 없다. 나도 자신의 몸이 좀 더 건재했으면 하는 때가 있다.


  이 세계에 오기 전, 사에키 타카시의 몸은 극히 평범하고 건강했다. 하지만 에리히 발렌슈타인의 몸은 큄멜 남작 정도는 아니더라도 다부지다곤 할 수 없다. 답답함을 느끼는 일도 있고 건장한 녀석들을 보면 부러워질 때도 있다.


  누구라도 마음에 어둠은 가지고 있다. 큄멜 남작은 그 어둠을 찔렸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그의 양심, 그리고 수치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어둠에서 해방된다면 날 죽이고자 하진 않는다……. 그땐 심한 말을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플 입자 발생장치의 입수 경로는?”

  “제플 입자 발생장치의 구입자 리스트를 씻어봤지만, 발터 로트링겐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본명으로 샀다곤 생각할 수 없고, 교단이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어. 어느 쪽이든 직접 업자에게서 구입하진 않았으리라 생각하고, 사이에 몇 명인가 경유했겠지. 쫓는 건 무리로군.”


  큄멜 사건의 협력자. 아니, 오히려 주범이라고 해도 좋을 남자는 현재 행방불명이 되어 있다. 발터 로트링겐. 그게 그의 이름이었지만, 가명이었다. 사진도 없고, 큄멜가 사람들의 기억을 기본으로 작성된 몽타주가 전부다.


  “살아 있을까?”

  “모르겠어. 이러는 사이에 사체로 발견될지도 몰라.”

  “얼굴이 뭉개졌으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겠군…….”

  페르너가 좋지 않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런 얼굴을 하지 마라.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안톤. 내일 준비는?”

  “되어있어. 문제는 없어.”

  “그런가. 조심해서 다녀와.”

  내 말에 페르너는 끄덕였다. 페르너는 내일, 이제르론 요새를 향해 출발한다. 돌아오는 건 앞으로 세 달 뒤가 되겠지.


  “최신예함을 준비해줬다고 하더군.”

  “최신예라고 해도 순양함이야.”

  “하지만 저편에게 보이고 말겠지. 괜찮은 거야?”

  페르너가 걱정하는 듯이 묻는다. 뭐, 그렇지. 최신예함을 쓰면 당연히 저쪽도 주목하겠고 성능을 조사하려고 하겠지. 사실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이번엔 다르다. 최신예함을 쓸 필요가 있다.


  “경의 임무는 그 정도로 중요한 거야. 노후함으로 보냈다간 이야기 그 자체를 신용하지 않을지도 몰라. 호위를 300척 붙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과연. 신용인가.”


  페르너가 납득했다는 듯이 끄덕였다. 사자를 보낸다. 보내는 이상 가능한 한 지원해야겠지. 하물며 이야기가 이야기다. 자칫 잘못하면 정신 나갔다는 소릴 들을 뿐이다.


  “헌데 에리히, 이사는 언제 하는 거야?”

  “……3일 뒤다.”

  “그런 싫은 표정 짓지 말라고. 프로이라인, 아니 프라우에게 실례겠지?”

  “놀리지 말라고.”

  성실함이 추호도 없다. 히쭉거리면서 말하지 말라고. 페르너.


  나라도 알겠다. 난 지금 오만상 찌푸리고 있겠지. 그 사건 이후, 늙은이들이 갑자기 유스티나와 결혼하라고 재촉했다. 결혼은 포로교환 뒤에 할 예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항의했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


  너 같은 사려분별도 못하는 애송이에겐 무게추가 필요하다. 빨리 유스티나와 결혼해라. 그게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이었다. 그렇게 말해도 주거는 정해지지 않았고, 결혼식 준비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함대사령관들이 작전행동중이다. 그들이 없는 사이에 식이라도 올렸다간 대체 몇 년 동안 시끄러울까.


  내 반론은 참으로 훌륭하게 분쇄당했다. 에렌베르크가 식은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일단 유스티나와 입적해버리라고 말한 것이다. 수완도 좋게 혼인신고서까지 준비해왔다. 덧붙여 주거까지 준비해왔다. 뮈켄베르거 저택이다. 원수 부녀와 동거하라는 말이었다. 당연하지만 뮈켄베르거 원수의 승인은 사전에 받았다고.


  절반쯤 강제적으로 혼인신고서를 적으니 슈타인호프가 마무리를 지었다. “이걸로 경이 죽으면 유스티나는 미망인이 되네. 조금은 자신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게나. 무리는 안 된다고.” 정말 말도 안 되는 노인들이다.


  “식을 올리는 건 내가 돌아오고 난 뒤에 해달라고.”

  “식은 포로교환 뒤다. 걱정할 필요 없어.”

  “그런가……. 저걸로 끝이라곤 생각할 수 없어. 조심하라고. 에리히. 녀석들은 위험하다. 앞으로도 경을 노리겠지.”

  “아아, 알고 있어.”


  페르너가 돌아간 뒤, 나는 혼자 응접실에 남았다. 다들 조금 걱정이 지나치다. 내 죽음이 제국의 붕괴로 이어질 것처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난 황제가 아니다. 난 제국군 3장관 중 한 명, 그것도 제 3위인 우주함대 사령장관일 뿐이다. 아프기는 하겠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우주통일, 국정개혁은 모두가 이해하고 진행하려고 하는 중이다. 설령 내가 죽어도 제국의 진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다소의 혼란은 있더라도 최종적으론 보다 견고해지겠지. 제국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뒤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죽어도 흐름이 변하는 일은 없다.


  원작의 큄멜 사건에서 라인하르트가 암살되었다면 제국이 붕괴했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후계자가 없는 황제였고, 일가친척 중에도 유력자는 없었다. 안네로제가 있지만 그녀에게 제국을 통치하고 부하를 통솔할 만큼의 역량이 있었다곤 생각할 수 없다.


  라인하르트의 죽음에 의해 이제 막 탄생한 제국은 틀림없이 혼란에 빠졌을 테고, 경우에 따라선 알렉산더 대왕 사후의 마케도니아처럼 부하들에 의해 분할됐을 가능성도 있다. 알렉산더에겐 아이가 있었지만 모두 죽었다. 그의 혈통은 단절됐다.


  안네로제는 한 번도 제국의 통치에 관여된 적이 없었다. 혈연, 그것만으로 주변이 그녀를 여제로서 인정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오베르슈타인이 그렇게까지 동료들의 힘을 억제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엔그람조 은하제국은 허약했다. 따라서 오베르슈타인의 존재할 여지가 있었다. 지금의 제국에는 오베르슈타인은 필요 없다. 그런 허약함과 인연이 없으니까…….


...


우주력 797년 8월 26일. 하이네센. 어느 소년의 일기.


8월 15일.


  큰일이 일어났다. 점심 뉴스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나왔다. 페잔 회랑에서 동맹군과 제국군 사이에 전투가 일어났다고 한다. 전투가 일어난 건 페잔 회랑의 제국 측 주역으로, 원래는 동맹군은 가선 안 되는 장소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오후부터 그 뉴스로 화제가 됐다. 포로교환에도 영향이 나올지도 모른다. 제국은 내란이 끝났기에 이번 건을 계기로 전쟁을 걸어올지도 모른다며 모두가 말했다.


  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동맹군은 어째서 일부러 가선 안 될 곳에 갔을까하고. 그런 짓을 했다간 큰일이 날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나라도 알겠는데 어째서 그랬을까? 정말 제국 측의 장소에서 전투가 시작됐을까? 혹시 제국에게 당한 건 아닐까? 발렌슈타인 원수가 무슨 함정이라도 판 게 아닐까?


  밤이 되어서 자세한 일을 알았다. 전투가 일어난 장소는 틀림없이 페잔 회랑의 제국 측 주역이라고 한다. 그것도 제국군은 3천 척, 동맹군은 2천 척, 동맹군이 불리한데도 이쪽에서 도발행위를 했다고 한다.


  제국군이 몇 번이나 경고하고 퇴거를 명령했지만 무시하고 제국군에 접근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동맹군에 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발렌슈타인 원수와는 관계없다는 것 같다. 하지만 아군이 불리한데 다가가서 어떻게 할 생각이었던 걸까? 아무래도 썩 잘 모르겠다.


8월 16일.


  오늘 아침 뉴스에서도 가장 처음으로 보도된 것은 페잔 회랑에서의 전투에 대한 일이었다. 동맹군은 꽤나 열세에서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동맹군의 지휘관은 산도르 아랄콘 소장이라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주전파의 한 사람인 것 같은데, 이번 전투도 요즘 최근 제국과 협력노선에 반발해서 일으킨 일이 아닌가하고 아나운서가 말했다. 제 3함대사령관인 루페브르 중장은 아랄콘 소장을 구원하기 위해 함대를 출동했다고 한다.


  괜찮은 걸까? 전투가 더 심해지는 건 아냐? 그렇게 생각했지만 군의 발표에선 아군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랄콘 소장은 자력으로 철퇴할 수 없을 정도로 열세라고 한다.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고서 당하고 있다니. 한심한 녀석. 주전파라고 했지만, 정말일까?


  정부는 제국 측에 어디까지나 아군을 수용하기 위한 함대파견이라고 전한 것 같다. 제국 측은 처음엔 납득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엔 인정한 것 같다. 하긴 루페브르 중장이 아랄콘 소장을 수용하기 전에 그의 함대가 괴멸해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모두가 말했다.


  제국군의 지휘관 이름도 알았다. 할바슈타트 대장. 흑생창기병이라는 함대의 부사령관이라고 한다. 사령관은 비텐펠트 상급대장. 샨타우 성역 회전에서도 활약한 제독으로 파에타 원수의 함대를 순식간에 분쇄했었다.


  이번에 싸운 건 부하인 할바슈타트 대장이지만, 그래도 제국 굴지의 정예부대다. 아랄콘 소장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패배하더라도 전쟁이 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은 그냥 바보인 거 아냐? 아랄콘 소장이란 거.


  모두 분노하고 있다. 이걸 원인으로 전쟁이라도 나면 포로교환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들이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다니. 아랄콘 소장 따위 있는 대로 당해버리라는 사람까지 있다.


  정부도 군의 상층부도 이번 건에선 아랄콘 소장에게 엄하게 비난하고 있다. 혹시 이게 원인으로 포로교환이 없어지만, 포로의 가족에게 능지처참 당하겠지. 전사하는 편이 그를 위해서 좋을 거라고 아나운서가 말했다. 조금 심한 말이었지만 능지처참은 과한 말이 아니다. 내 주변에도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밤늦게 전투가 끝났다는 걸 알았다. 제국군은 루페브르 중장이 전장에 도착하기 전에 철퇴했다고 한다. 단, 아랄콘 소장의 함대는 꽤 큰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뉴스에선 아랄콘 소장은 제국군에게 엄한 벌을 받았다, 라고 했다. 한심한 녀석이다. 아무래도 이번 건은 발렌슈타인 원수와 관계없는 일인 것 같다. 아마 아랄콘 소장이 바보일 뿐이겠지. 정말 한심한 녀석이다.


8월 18일.


  오늘 페잔에서 제국, 동맹 양국의 고등변무관에 의한 공동회견이 있었다. 내용은 저번 군사충돌이 동맹과 제국의 관계를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저건 아랄콘 소장 개인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동맹정부의 악의있는 도발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포로교환이 행해질 것을 새삼 발표했다. 이번 전투는 바보 같은 일이었지만, 포로교환의 실시가 새삼 확인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모두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전투의 유일한 수확이다.


  회견은 조금 재미없었다. 올리베이라 변무관은 조금 기분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마음은 알겠다. 나라도 올리베이라 변무관의 입장이었다면 기분이 나빴을 거다. 그에 비해서 렘샤이트 백작은 여유였다. 내란 전에 있던 공동회견에서도 렘샤이트 백작은 당당했다. 멋있다고는 생각해도 재미는 없다. 한 번 면목 없어보이는 백작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회견이 끝날 때쯤, 렘샤이트 백작은 자리를 일어서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다. “제국은 열악유전자 배제법을 폐기한다.” 회견을 취재하고 있던 기자들도 한 순간 무슨 말을 들은 건지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알았을 땐 렘샤이트 백작은 회견장에 없었다. 모두 난리였다. 아마도 백작은 어딘가에서 그걸 보며 즐기고 있겠지. 싫은 녀석이다.


  열악유전자 배제법이라니, 찬탈자 루돌프가 만든 법률로 인민을 탄압하고 박해하게 된 법률이다. 자유행성동맹이 탄생한 것도 이 법률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거의 의미가 없는 법률이긴 하지만, 루돌프가 만든 법률이니까 폐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게 이번에 폐기된다……. 오늘 뉴스는 포로교환보다도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폐기된다는 것이 더 화제가 됐다. 제국은 변하려고 한다는 거겠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조금 잘 모르겠다. 평화와 강화라던가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의미가 없는 법률을 폐기하는 것만으로 화평을 맺는 거야? 바보 같다. 제국 상대로 화평이라니 있을 수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


우주력 797년 8월 20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일단 끝났군. 트류니히트.”

  “아아, 끝났어.”

  내 눈앞에서 트류니히트는 지친 듯이 말했다. 실제로 지쳐있겠지. 이번 한 건은 꽤나 바쁘게 돌아갔다.


  동맹의 정재계엔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포로교환의 실현에 대해서 걱정하는 자, 전쟁을 바라는 주전파, 제국과의 화평을 바라는 자, 그리고 페잔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


  그것들이 매스컴에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매스컴은 그걸 보도한다. 시민이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을 지지할지를 확인하려는 거겠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매스컴은 정부의 생각을, 트류니히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들으러 온다. 트류니히트의 입장에서 보자면 녀석들의 생각을 알고 있는 만큼 지긋지긋하겠지.


  “아랄콘 소장의 조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이제 막 시작된 참이야. 보로딘에게선 아직 보고가 없어.”

  아랄콘 소장에게 협력자가 있는가. 있다고 한다면 누구인가. 어디까지 퍼져 있는가……. 주전파들만의 계획인가. 아니면 달리 다른 의도를 가진 자가 있는가……. 끝난 건 제국과의 분쟁 뒤처리뿐이다. 동맹에선 지금부터 진짜 뒤처리가 시작된다.


  “레벨로. 예의 보고서 말이네만. 자네도 봤나?”

  “아아, 봤어. 꽤나 충격적인 것이 적혀 있었지.”

  “그래.”


  예의 보고서. 군의 정보부가 망명자들에게서 얻은 제국의 정보를 모은 것이다. 많은 귀족, 군인들에게서 들은 정보는 천금의 가치가 있겠지. 표지에는 ‘극비’라고 스탬프가 찍혀 있다. 평소라면 바보 같은 관료가 사정도 모르면서 찍었다고 투덜댔겠지만 이번엔 그걸 찍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전에 자네가 말했었지. 리히텐라데 후작과 발렌슈타인 원수의 협력체제는 반석이라고…….”

  “아아. 그랬지.”

  “그 이유가 동맹을 정복한다. 정확하겐, 우주를 통일하기 위해서라니 말야. 놀랐어.”


  보고서에 의하면 두 사람은 내란을 넘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게 아니다. 국정개혁도 귀족들을 폭발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행한 게 아니라, 동맹 정복을 고려한 것이라고 쓰여있다. 아니, 그 이상으로 문벌귀족의 존재 그 자체가 우주를 통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두 사람이 판단했다는 거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이 어째서 개혁을 인정했는가. 이제야 알았다. 샨타우 성역 회전 이후에 동맹군은 극히 약체화했다. 우주 통일이 가능해졌다. 그러니 동맹이 제국의 지배를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방해가 되는 것을 잘라버리고 필요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 거겠지.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폐기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의미가 없는, 이름 뿐인 법률……. 루돌프가 작성했기에 이름만 남겨진 법률이지만, 그 이름조차 존속을 인정할 수 없게 됐다. 제국은 진심이다. 정보의 정확도는 꽤나 높다.


  “레벨로, 제국과의 화평은 어려울까? 어떻게 생각하나?”

  “……어려울지도 몰라. 하지만 인정해야 하는 건 아냐.”

  “……그렇지. 전비를 정비하며 화평의 기회를 찾을까……. 어려운 항해가 될 것 같군.”


  트류니히트가 우울하게 중얼거린다. 트류니히트가 지친 듯이 보이는 건 보고서의 건도 있을지도 모른다. 제국은 국가목표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착실하게 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에 비교해 동맹은……, 우울하기도 하겠지.


  “트류니히트. 일단 포로교환을 정리하지. 그렇게 하면 군의 전력은 오른다.”

  내 말에 트류니히트가 끄덕였다. 그가 의장으로 착임하고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트류니히트의 머리카락엔 새치가 섞이기 시작했다. 전쟁만이 싸움이 아니다. 정치도 싸움인 거다. 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