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26 화. 평안

추리닝백작 2015. 2. 12. 14:40


제국력 488년 9월 15일. 오딘 뮈켄베르거 저택. 유스티나 발렌슈타인.


  이 집에서 남편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 보름이 지나고 있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지만,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난 충분히 행복하다. 하지만 그는 어떨까? 혹시 이 결혼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때때로 그렇게 생각해서 불안해진다.


  황제 폐하의 부탁이었다. 무슨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무리를 하는 그를 조금이라도 잡아줬으면 좋겠다. 곁에서 지켜봐주면 좋겠다며. 우주함대 사령장관, 국정개혁의 진행자. 어느 것 하나더라도 격무라고 해도 좋다. 그 둘을 동시에 행하다니 무모라고 해도 좋다. 강건한 아버님조차 심장에 병을 가지게 되었던 거다.


  처음엔 거절했다. 난 자신이 극히 평범한 여자라는 걸 알고 있다. 그의 곁에는 나보다도 보다 어울리는 여성이 있겠지. 그를 도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여성이. 나는 그를 보고 있는 것이면 족하다. 때때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된다. 그 분의 곁에 서려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저 자의 고독을 위로할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저 자는 포기해라. 그게 널 위해서다. 그리고 저 자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버님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그 분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러니 폐하에게도 그렇게 답했다. “저는 극히 평범한 여자입니다. 저 분의 곁에 있을 자격은 없습니다.”라고.


  하지만 폐하의 생각은 아버님과 달랐다.

  “평범하면 되네. 저건 비범하지만 평범하게 있고 싶다고 바라고 있어. 곁에 있는 아내가 비범하면 마음 편히 쉴 수 없겠지. 적어도 집안에서만이라도 저것의 소원을 들어 주게나…….”


  나도 그 분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분의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애절한 마음에 폐하를 봤다. 폐하는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어딘지 그 분의 미소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발렌슈타인을 부탁하네.”

  “예.”

  정신을 차리니 난 남편과 결혼을 승낙하고 있었다.


  큄멜 남작가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말 무서웠다. 나와 아버님이 그이를 유인할 인질로서 이용당했다. 자신이 그런 일에 이용되리라곤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서웠던 건 그이가 정말로 왔을 때였다.


  어째서 왔는가……. 제국을 위해서 생각하자면 우리들 따윈 죽게 내버려둬야 했다. 그이의 모습을 봤을 때 내 마음을 지배한 것은, 제국이 그이를 잃고 만다는 두려움과 그이가 와줬다는 기쁨이었다. 이 무슨 어리석은 일인지…….


  사건이 끝난 뒤, 아버지가 남편을 혼냈다. 국가의 중신으로서 자각이 없다고……. 그에 대해 남편은 자신이 죽어도 제국은 문제 없다.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허세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슬펐다……. 남편은 어딘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고 있다. 정해두고 있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아마도 남편은 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기에, 그렇기에 제국이 그 길을 걸어갈 것을 확신하고 있겠지. 그러니 국가의 중신으로서 아무런 불안도 불만도 없다. 하지만 알고 있는 걸까? 모두 남편과 함께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길을 제시한 사람과 함께 나아간다. 그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저택에 살게 되고 나서부터 남편은 귀가하는 것이 빨라졌다. 그렇게 피츠시몬즈 대령이 말했다. 지금까지 혼자 밤늦게까지 일하던 것이 사라졌다고 기뻐했다. 조금은 결혼이 남편의 생활을 좋은 방향으로 바꾼 걸까? 그렇다면 기쁘다.


  이 저택도 분위기가 밝아졌다. 아버님은 퇴역하고 난 다음 조금 쓸쓸해보였다. 방문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돌아가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보였다. 하지만 최근 아버님과 남편은 자주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즐거워 보인다. 나와 남편의 결혼을 가장 기뻐하고 있는 건 아버님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이런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면 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암묵의 룰이 있는 것 같다. 서재에서 이야기할 때엔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 이외의 것은 서재에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재에 갈 때엔 난 음료수를 두 사람에게 내놓고 이야기가 끝날 걸 기다린다.


  어제 아버님과 남편은 서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음료수를 가져갔을 때, 우연히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르론”, 그렇게 들렸다. 분쟁이 일어난 건 페잔이었다. 그런데 이제르론……. 전쟁이 일어날 거란 걸까. 지금 여기에 있는 평화로운 나날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걸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오고 마는 걸까…….


  그날 밤, 마음먹고 남편에게 질문했다.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요?”라고. 남편은 놀라면서 날 봤다. 물어선 안 될 일이었던 걸까. 난 당황하며 서재에서 대화를 듣고 말았다고 말했다.


  화낼까 생각했지만, 남편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당분간 전쟁은 없다. 걱정할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 상냥한 웃음과 목소리였다.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봤다. 언제까지나 그 웃음을 보였으면 한다. 나만의 것으로 하자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언제까지나 그 웃음과 목소리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


제국력 488년 9월 25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저께 라인하르트가 죽었다. 라인하르트만이 아니다. 안네로제, 키르히아이스, 오베르슈타인, 내란을 틈타 찬탈을 꾸민 자들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라인하르트와 안네로제는 자결을 허락받아 사약을 마셨다. 하지만 키르히아이스와 오베르슈타인은 총살이었다.


  형이 집행되기 전날, 오베르슈타인과 만났다. 그에게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폐기되었다는 걸 전했다. 아마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어떻게든 황제가 그렇게 정했다고 자신의 입에서 전하고 싶었다.


  오베르슈타인은 그걸 들어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애교가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불만스럽게 생각하진 않았다. 처음부터 대답 따위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면회는 5분도 지나지 않고 끝났다.


  라인하르트와는 만나지 않았다. 만나도 할 이야기가 없다.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난 뒤엔 만났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겐 말할 것이 없어도 그에겐 말할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분노일지도 모른다. 원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라인하르트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했겠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건 아마 만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한심한 이야기다. 평생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장인어른에겐 내가 직접 라인하르트의 죽음을 전했다. 장인어른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다지 마음에 두지 마라. 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날 신경 써준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장인어른이 없었다면, 난 계속 침울해질 뿐이었겠지. 그런 여유는 없는데도…….


  슬슬 함대사령관들도 돌아온다. 페르너도 앞으로 열흘만 지나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겠지. 바빠질 거다. 제국도 동맹도 바빠진다. 동맹이 어떻게 반응할까. 특히 트류니히트, 그 남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포로교환도 구체적으로 착수해야만 한다. 지금까진 페잔 경유로 해왔지만, 앞으론 군부가 진행해야겠지. 에렌베르크 원수에게 부탁해야겠군. 군무성에서 태스크팀을 만들게 해서 경우에 따라선 이제르론으로 가서 저쪽과 조율하게 되겠지.


...


우주력 797년 10월 5일. 이제르론 회랑 전함 율리시즈. 닐슨 중령.


  요즘 최근 이제르론 회랑은 평화롭다. 한 때, 제국의 내란이 종결한 직후엔 망명자라는 손님들이 때때로 찾아왔지만, 지금은 그런 일도 없다. 지금 제국과 동맹의 핫스팟은 페잔이다. 이제르론 회랑은 이전만큼 우주의 주목을 모으고 있지 않다.


  주목을 모으고 있지 않다고 방심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전함 율리시즈는 지금 현재 이제르론 회랑을 단독으로 정찰중이다. 위에선 “적을 발견해도 섣불리 포문을 열지 마라. 후퇴하여 그 방향을 요새에 보고해라.”고 명령했지만, 한 척으론 일단 전투는 불가능하겠지. 싫어도 명령을 따르게 된다.


  포로교환을 앞에 두고 분쟁은 만들지 않는다. 상층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군부보다도 정부의 방침이겠지. 지금 이대론 동맹의 정부는 조금씩 깎여나갈 뿐이다. 포로교환을 행하여 군을 재편하여 이후 체제를 정돈한다. 지금은 체력을 회복할 시기라는 거다. 이쪽에서 제국을 침공하지 않는 이상 올바른 선택이겠지.


  저번에 일어난 페잔에서의 분쟁 때문에 이제르론에서도 큰 소동이 일어났다. 명백히 동맹에 죄가 있으며, 제국은 그걸 이유로 공격해 오는 게 아닌가하고 이제르론 요새가 긴장에 빠졌었다. 당연하지만 포로교환 따위 수포로 돌아갈 거라고…….


  최종적으로 전쟁은 회피되고, 포로교환이 행해질 것이 확인됐다. 아무래도 포로교환을 우선하고 싶은 건 동맹만이 아닌 것 같다. 제국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내란에서 전력소모가 의외로 컸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요즘 정찰활동은 극히 평온하다.


  달그락하고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아까 전부터 맘 편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오퍼레이터가 진지한 표정으로 계기판을 보고 있다. 소리는 커피 컵을 조작석에 놓는 소리였나…….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다.


  “함장, 전방에 미확인 함선을 발견! 규모, 약 3백 척입니다!”

  미확인 함선인가……. 아마도 적이겠지만, 3백? 정찰부대인가?

  “현재 이 주역에 아군 함선은 있나?”

  “아뇨. 한 척도 없습니다.”


  오퍼레이터가 내 질문에 답했다. 그 답에 함교의 모두가 긴장한다.

  “그럼 적이로군. 단순한 계산이다. 전원, 제 1급 응전태세를 취하라!”

  “싸우는 겁니까?”

  “그럴 리가. 본함은 후퇴한다. 서둘러!”

  페잔의 건이 있다. 오퍼레이터는 걱정하는 듯하지만, 응전태세는 만일을 위해서다.


  “함장, 적함에서 통신입니다.”

  “통신?”

  통신사관이 고개를 갸웃하며 플레이트를 내게 넘겼다.

  “우리에게 교전 의사 없음. 대화에 응하기를 바람.”


  대화인가……. 망명자인가? 하지만 3백 척이다. 망명자 치고는 너무 많다.

  “묘하군요. 망명자 치고는 너무 많은 듯합니다만.”

  나와 같은 의문을 에다 부함장이 느낀 것 같다. 팔을 꼬고 생각에 잠겨있다.


  “뭐, 탐색은 나중이다. 임전태세를 풀지마라. 저쪽에 기관을 정지하고 통신 화면을 열라고 전해라.”

  저쪽이 전력이 더 많다. 정말 대화를 바란다면 기관정지에 응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재빨리 도망치면 된다.


...


우주력 797년 10월 5일. 이제르론 요새. 쟝 로베르 라프.


  회의실에는 간부들이 집합해있다. 제국군이 이 요새를 보유하고 있을 때엔 요새사령부와 함대사령부가 언제나 충돌하고 싸우던 회의실이다. 무라이 참모장은 양이 이 회의실을 쓰는 건 모두에게 협력의 중요함을 인식하게 하려는 거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귀찮은 거겠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정찰 활동 중이던 함선 율리시즈가 제국군의 함대와 접촉했다. 저쪽의 페르너 준장이라는 인물이 나와의 회담을 요구하고 있어.”

  양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돌아봤다.


  “제독과의 회담입니까. 대체 무슨 이야기일지. 닐슨 중령은 묻지 않았습니까?”

  “확인했지만, 페르너 준장은 극비라고하며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라이 참모장과 양이 대화하고 있다. 참모장은 의심쩍은 표정이다. 당연하겠지. 용건도 모르고 만나다니 위험하다.


  “그 페르너 준장이라는 인물은 어떤 자입니까?”

  “자세한 건 몰라. 하지만 그를 여기로 보낸 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라고 한다.”

  발렌슈타인……. 그 이름에 모두가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귀찮은 상대다. 동맹군에게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양에게 이야기를 가져왔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 페르너 준장이라는 인물이 암살자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동맹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 건 적의 사령관을 포로로 잡고 사령부를 제압했던 것이 원인입니다. 이번엔 저쪽이 같은 일을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죠.”


  아텐보로의 말에 쇤코프 준장이 히쭉 웃었다. 그걸 무라이 참모장이 불쾌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또 시작했다. 언제나 있는 일이다.

  “뭐, 괜찮겠지. 지금의 제국은 국내 체제를 정비할 것을 우선하고 있는 것 같으니. 적어도 포로교환을 실시할 때까진 공세를 걸지는 않으리란 게 내 생각이다.”


  양의 말에 모두가 끄덕였다. 무라이 참모장도 반론하지 않는다. 양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진 여러 가지 의견을 내지만 내려진 뒤엔 따른다. 이것도 언제나 있는 일이다.


  “아텐보로 소장. 그들을 마중하게. 3백 척이나 되는 손님이다. 율리시즈 한 척으론 닐슨 중령도 불안하겠지.”

  “예.”


  다섯 시간 뒤, 이제르론 요새 밖에는 제국군의 3백 척, 그걸 감시하는 아텐보로가 이끄는 2천 2백 척이 있다. 사령실의 화면에는 제국군 3백 척 중에서 한 척의 연락정이 이제르론 요새로 향하는 것이 보인다. 혹시 제국군이 이쪽을 속였을 땐 저 3백 척은 한 척도 남기지 않고 아텐보로에게 섬멸되겠지.


  “제국군의 함정은 전부 신조함입니다.”

  오퍼레이터가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묘하다. 일부러 신조함을 이쪽에게 보이는 건 어째서인가. 저도 모르게 양을 봤다. 나만이 아니다. 모두가 양을 보고 있다.

  “무척이나 중요한 사자라는 거겠지.”

  과연. 그런 건가.


  연락정이 입항하고, 한 명의 제국 군인이 사령실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 남자가 페르너 준장인 것 같다. 샤프한 인상을 주지만 어딘지 모르게 방심할 수 없는 대담함을 풍긴다. 어딘가 쇤코프 준장과 닮아 보인다.


  “안톤 페르너 준장입니다.”

  “양 웬리입니다. 제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서 직접 양 제독에게 말하라고 들었습니다. 이건 제독에게 드리는 친서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페르너 준장은 품에서 봉서를 꺼냈다. 그린힐 대위가 받아들고 양에게 넘긴다. 양이 읽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카젤느 선배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하면 되겠지. 우리들도 듣도록 하지.”

  “유감이지만 그렇게 할 순 없습니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양 제독에게만 이야기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카젤느 소장. 페르너 준장의 이야기는 나 혼자서 듣지. 준장. 따라오게. 내 방에서 이야기하지.”

  그렇게 말하고 양은 사령실을 나갔다. 표정이 엄하다. 아무래도 친서엔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 같다. 양의 뒤를 페르너 준장과 쇤코프 준장이 따라간다. 쇤코프 준장은 호위일 셈이겠지.


  2시간 뒤, 페르너 준장은 이제르론 요새를 떠났다. 아무 일도 없이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 준장을 배웅하는 양의 표정은 여전히 엄했다. 쇤코프 준장에게 물어봤지만, 그도 회담에는 참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령관실의 밖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대체 제국에서의 이야기란 무엇이었을까? 모두 양에게 묻고 싶은 시선을 보냈지만, 양은 답하지 않았다.


...


우주력 797년 10월 6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죠안 레벨로.


  통합작전본부의 응접실에 불렸다. 그것도 밤 10시에 극비의 호출이었다. 트류니히트의 요청이었지만, 그 이외엔 아무 것도 모른다. 응접실엔 이미 트류니히트, 호안, 네그로폰테, 보로딘, 뷰코크, 그린힐 6명이, 날 포함하면 7명이 모여있다.


  “보로딘 본부장. 슬슬 시작하지. 우리들을 이 시간에 부른 건 어째서인가?”

  트류니히트가 보로딘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이번 집합은 군부의 요청이었던 것 같다.


  “이전에 페잔에는 숨겨진 지배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음. 알았는가? 그걸.”

  “알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보로딘 본부장이 말끝을 흐린다. 꽤나 곤란하고 있다. 회의를 소집한 건 그일 것이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인가. 그 만이 아니다. 뷰코크와 그린힐도 곤란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무슨 일인가? 트류니히트도 의심쩍게 그들을 보고 있다.


  “우리들이 페잔을 의심하고 있던 것처럼 제국도 페잔에 의심을 가진 인물이 있습니다.”

  “…….”

  “에리히 발렌슈타인 원수. 그는 은밀히 사자를 이제르론으로 파견했습니다. 그리고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에 대해서 자신의 추론을 양 제독에게 알린 것입니다.”


  “그럼 이번 회의 소집은 자네가 아니라 양 제독의 의뢰인가?”

  “정확하겐 발렌슈타인 원수의 의뢰입니다. 의장. 그는 양 제독에게 정부, 군 상층부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합니다.”


  묘한 이야기다. 제국이 동맹에게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에 대해서 알렸다. 보통 생각한다면 모략이겠지. 그렇지 않다면 꽤나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에 대해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래서 발렌슈타인 원수는 뭐라고 했는가?”

  “그게…….”

  보로딘이 한 순간 말을 망설였지만, 마음을 정한 듯이 입을 열었다.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는 지구라고 합니다.”


  트류니히트, 호안, 네그로폰테,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도 나도 마찬가지겠지. 지구? 그게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 대체 무슨 농담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