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4 화. 반플리트 성역 회전

추리닝백작 2015. 2. 12. 09:46

  제국력 485년 3월 21일 반플리트 성역 회전이 시작됐다.


  "파이엘."


  함대는 그린멜스하우젠 제독의 명령과 함께 공격을 개시했다. 동맹군은 凸자 진형을 취하고 있고, 제국군은 凹자 진형을 취하고 있다.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이 凹자 진형의 좌익이며, 원래라면 다른 부대와 협력하여 동맹군을 포위공격해야 하지만,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우익의 일부를 빼고 거의 전투에 참가하고 있지 않았다. 적을 공격하기 위해선 전군을 좀 더 적에게 붙이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린멜스하우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총사령부에서도 아무런 지시도 없었다. 나도 괜한 소리는 하지 않는다.


  뮤켄베르거 원수의 작전구상은 명확하게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를 전력에서 빼고 있다. 나도 그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의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은 것은 전력으로서 세면 안 된다. 어떤 착오로 플러스가 된다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큰 피해가 없도록. 제국군의 의도를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동맹군은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를 거의 무시하는 형태로 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적에게도 아군에게도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무시되게 되었다. 역시 라인하르트가 미친듯이 화내고 있겠지.


  적의 전력은 제 5함대 뷰콕크 중장, 제 12함대 보로딘 중장, 여기까지는 나도 안다. 나머지 한 명은 제 6함대 무어 중장이었다. 아스타테에서 적전 반전 명령을 내려 라인하르트에게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은 제독이다. 될 수 있으면 이번에도 무능함을 어필해줬으면 한다. 적은 좌익에 뷰콕크, 중앙에 보로딘, 우익에 무어였다. 내 작전이 잘 된다면 무어 함대가 데미지를 입게 된다.


  "나이트하르트, 슬슬 괜찮을까?"


  내가 뮬러에게 물어본 것은, 개시 후 2시간이 경과했을 때 쯤이었다.

  전선은 교착상태가 되어 있다.


  "그렇군. 슬슬 괜찮겠지."

  "제독에게 진언하지."


  우리들은 그린멜스하우젠 앞에 섰다.


  "각하. 전선은 교착상태 중입니다. 함대를 고속으로 움직여 적의 우익을 때려 배후로 나가지요."

  "음. 하지만 참모장. 총사령부로부터 명령도 없이 움직여도 괜찮겠나?"


  난 이 노인이 싫지 않다. 곤란한 사람이라곤 생각하지만, 싫어할 순 없었다. 거기에 라인하르트처럼 무능하다고 섣불리 경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군사적 재능은 없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력은 상당했다. 그래도 이러한 때에 이 사람의 군사적 재능의 결여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각하. 이대로는 무의미하게 손해가 커질 뿐입니다."

  "뮬러 부참모장의 말이 맞습니다. 이대로는 우리 함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모처럼 좌익을 맡겨준 사령장관의 기대에도 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참모장의 말대롭니다. 각하, 결단을."


  나와 뮬러는 입을 모아 결단을 재촉했다.


  "……참모장 좋을대로 하게."

  "옛. 전함대에 명령. 최대전속으로 시계방향으로 전진. 적 우익의 측면을 공격하며 배후로 전개하라."


  전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린멜스하우젠 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쪽의 움직임에 적의 제 6 함대는 놀란 듯 하다. 전혀 전의가 없다고 무시하고 있었던 함대가 갑자기 고속기동을 개시한 것이다. 무리도 아니다. 잘 대웅을 취하지 못하고 측면에 화구가 작렬한다. 적의 반격은 산발적으로 이쪽엔 아무런 영향도 없다.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고속을 유지하면서 제 6 함대의 배후에 전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적, 전진합니다! 우리 군이 원래 있었던 장소로 향하고 있습니다."

  "각하. 현 상태를 유지하며 적을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왈큐레를 발진하도록 하죠."

  "음. 참모장에게 맡기겠네."

  "옛. 전함대에 명령. 현 상태를 유지하며 전진하는 적의 배후를 공격하라. 왈큐레의 발진을 허가한다."


  제 6 함대는 이쪽의 공격을 배후에서 받으며 전진하고 있다. 일방적인 공격에 화구가 계속해서 작렬한다. 압도적으로 유리해진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기세를 타고 마구 쏴대고 있다. 제국군의 중앙함대도 제 6 함대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 6 함대는 앞뒤로 공격을 받으며 불덩어리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진을 그만두지 않는다. 무어 중장의 생각은 알겠다. 저쪽도 똑같이 측면공격에서 배후로 전개하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 전에 부순다.


  문제는 제 5, 제 12 함대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가? 전진인가, 아니면 이쪽으로 올 것인가? 내가 적의 입장이라면 반드시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로 향한다. 물론 전면의 제국군을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오합지졸이다. 숙련도가 낮다. 제 5, 제 12 함대의 실력이라면 어려울 것 없겠지. 제 6 함대에 대한 원호도 된다. 그리고 제 6 함대의 뒤를 쫓는다. 다시말해 시계와 반대방향으로 전진하여 제국군을 반포위로 몰아넣는다…….


  제 5, 제 12 함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쪽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것인가? 아니면 반포위가 아니라 협공을 선택한 것인가. 어쩌면 제 6 함대의 실패를 방치할 생각인가…….


  "적함대. 전진을 멈춥니다."

  "공격을 한 점에 집중하라."


  제 6 함대의 선두부대엔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기뢰 무리에 돌진한 것 같다. 무어 중장이 측면공격에서 배후로 전개를 노릴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우리들은 고속기동에 들어가기 전에 은밀이 기뢰 무리를 작성하고 있었다. 개전후의 2시간은 거기에 ㅤㅆㅓㅅ다고 해도 좋다. 제 6 함대는 기뢰 무리에 머리를 박아 정지했다. 멈춘 상태는 그냥 노리고 쏠 뿐이다. 그린멜스하우젠 함대의, 제국군 중앙 부대의, 왈큐레의 공격을 받아 계속해서 폭발한다. 이대로라면 전멸하겠지.


  "항복 권고를 내라."


  난 그린멜스하우젠 제독의 허가를 받아 제 6 함대에 항복권고를 냈다. 의외로 사뿐하게 수락되었다.


  제 5, 제 12 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 6 함대의 항복을 받고 이 이상의 전투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함대를 후퇴시키고 있다. 부하 분함대로부터 제 5, 제 12 함대에 대한 공격허가를 바라는 수신이 들어왔지만 모두 각하했다. 적은 도주하고 있는게 아니다. 충분히 여력을 남겨두고 후퇴하고 있는 거다. 너희들은 그렇게 아픈 꼴을 당하고 싶은거냐?


  아무래도 제 1 라운드는 이쪽의 승리인 것 같다. 이 뒤에는 어떻게 될까? 1개 함대를 잃은 동맹군은 철퇴할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전쟁종결이지만, 반플리트 4=2에 보급기지가 있는 이상 간단히 철퇴할 거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플리트 4=2의 전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들이 반플리트 4=2로 가게 될런지. 뮤켄베르거의 판단 나름대로지만, 그는 이번 회전을 어떻게 판단한 것일까? 승리를 얻어도 전혀 앞이 보이질 않는다…….


...


■ 게르하르트 비트맨


  대승리였다. 이쪽엔 거의 피해가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이걸로 반란군도 철퇴하겠지. 다들 환호성을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그린멜스하우젠 제독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저 기분나쁜 쿤 소령, 바링겐 소령, 안벨크 대위도 기뻐하고 있다. 뮬러 중령도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대령만은 달랐다. 조용히 함교 밖의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일까? 이 싸움의 작전안은 거의 대령이 생각한 것이다. 기쁘지 않은걸까?


  "나이트하르트. 여길 맡겨도 될까? 잠깐 혼자서 생각하고 싶어."

  "아아. 상관없어. 기뢰 뒤처리는 해놓도록 하지. 그리고 포로도 말야."

  "미안해. 뮤켄베르거 원수로부터 연락이 오면 상관말고 불러줘."

  "알았어."

  "게르하르트. 코코아를 부탁할 수 있을까?"

  "예. 참모장실입니까?"

  "응."


  대령은 조금 고개를 숙이고 참모장실로 향했다. 어떻게 봐도 승리한 군대의 참모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모두 묘한 표정으로 대령을 바라보고 있지만, 대령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뮬러 중장. 대령이 왜 저러시는 겁니까?"

  "……아마도 다음 전투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전투? 이걸로 끝난게 아닙니까?"


  1개 함대를 잃었는데? 저렇게 일방적으로 졌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저 표정이라면 다음 전투는 처참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어느 새인가 뮬러 중령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둘러보면 모두 불안한 표정을 띄우고 있다.


  "오딘에 돌아갈 때까지가 전쟁이다. 긴장 풀지 말라고."


  오딘에 돌아갈 때까지인가……. 나는 그런 것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자. 빨리 에리히에게 코코아를 가져가도록 해."

  "예."


  그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대령은 분명 나를 오딘에 돌아갈 수 있게 해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