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망명편(완결)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30 화. 구출작전

추리닝백작 2015. 2. 12. 15:06


우주력 794년 10월 20일. 우주함대 총기함 아이아스. 미하마 사아야.


  “아군을 수용할 함대를 시급히 준비해주세요. 소관이 작전을 지휘하겠습니다…….”

  발렌슈타인 대령의 말에 함교에 있는 전원이 대령을 봤습니다. 모두 놀라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귀관은 함대 지휘 따위 해본 적 없겠지?”

  와이드본 대령이 발렌슈타인 대령을 책망했습니다. 소규모의 함대를 이끌고 이제르론 요새에 접근하는 겁니다. 함대운용 미경험자가 맡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와이드본 대령이 화내는 것도 당연합니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선 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과 100척 정도의 함대로는 전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와이드본 대령은 발렌슈타인 대령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겠죠. 그 외에도 끄덕이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습니다. 같은 마음이리라고 생각합니다.


  “함대를 지휘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구출작전을 지휘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와이드본 대령이 그린힐 참모장에게 시선을 향했습니다. 말려달라는 시선입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대령은 스스로 지휘하겠다는 고집을 꺽지 않았습니다.


  “구출작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두 번, 세 번은 행하게 됩니다. 소관은 이제르론에 남아 그들의 철수를 마지막까지 지원하겠습니다.”

  “!”

  그 말에 또 함교의 모두가 놀랐습니다.


  “말도 안 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최후미를 맡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와이드본의 말대로다. 너무 위험해.”

  양 대령이 와이드본 대령에게 동조했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최후미를 맡는다. 경우에 따라선 구출이 늦어서 적의 포로가 되거나 격멸될 위험이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대령은 망명자입니다. 망명자는 포로가 되는 일이 없다. 그렇게 말한 건 밴플리트에서 싸운 대령 자신입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런 위험한 일을 하려는 건가…….“


  “구출 활동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최후미에선 괴로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겠죠. 입장에서 보자면 로젠리터가 임하게 될 겁니다.”

  “…….”

  로젠리터. 그 이름에 모두의 표정에 그늘이 생겼습니다.


  제국군도 최후미를 맡고 있는 것이 로젠리터라는 걸 안다면 격렬하게 공격하겠죠. 제국군에게 있어서 로젠리터는 적이 아닙니다. 증오해야 마땅할 배신자들의 집단입니다. 연대장을 잃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터인 그들에게 있어서 가혹한 전장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여 반드시 구출할 테니 시간을 벌어달라고 설명해야만 합니다. 소관이 소규모 함대를 이용한 구출을 제안했습니다. 소관에겐 그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와이드본 대령이 반론하려했지만 곧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양 대령이 와이드본 대령의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대령이 양 대령을 봤습니다. 양 대령은 잠자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와이드본 대령이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총사령부는 이번 공략전에서 장병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 신뢰를 되돌리기 위해선 총사령부 사람이 희생 될 각오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소관은 망명자이기도 합니다. 소관이 남으면 그들도 믿어주리라 생각합니다.”


  이치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대령이 그래야 하는가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이겠죠. 어쩔도리 없는 표정들입니다. 와이드본 대령은 얼굴을 찡그리고 양 대령은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습니다.


  “각하. 소관은 포크 중령처럼 되고 싶지 않습니다. 구출 작전 지휘를 맡겨주십시오.”

  발렌슈타인 대령이 그린힐 참모장에게 호소했습니다. 참모장은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참모장의 눈은 새빨갰습니다.


  “구출작전 지휘는 발렌슈타인 대령이 맡는다.”

  “각하!”

  쉰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쉬어버린 목소리에 와이드본 대령의 비명이 겹쳤습니다. 하지만 그린힐 참모장이 명령을 번복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구출용 함대를 선발하게……. 발렌슈타인 대령. 귀관에게 큰 수고를 하게 하는군…….”

  “……소관은 준비가 있기에 이쯤에서 실례합니다.”


  발렌슈타인 대령이 경례하니 그린힐 참모장이 답례했습니다. 참모장의 답례가 마음 탓인지 길었던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발뒤꿈치를 돌리고 함교를 나가려는 대령의 앞을 와이드본 대령이 막았습니다.


  “발렌슈타인. 답해주게. 어제, 제 214조 때문에 우리들과 대화하지 않은 건가……? 우리들을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그 밖의 모두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대령은 무표정하게 와이드본 대령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째서냐. 어째서 우리들에게 상담하지 않았어…….”

  무언가를 참는 듯한,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입니다.

  “……서두르고 있습니다. 거길 비켜주세요.”

  발렌슈타인 대령은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넌 언제나 그래. 어째서냐. 발렌슈타인…….”

  와이드본 대령은 물러서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대령은 희미하게 초조함을 보이고, 낮은, 위협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거기 비키세요……. 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발렌슈타인 대령은 와이드본 대령을 밀어내고 빠른 걸음으로 함교에서 나갔습니다. 밀려난 대령은 애절하게 발렌슈타인 대령이 나간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 대령을 봤습니다.


  “양. 넌 눈치 채고 있었나?”

  “……그래.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어째서 말하지 않았어!”

  와이드본 대령이 격앙했습니다.


  “말한다고 어떻게 할 건데? 그와 함께 제 214조를 진언할 거야? 그런 짓을 그가 바랬으리라 생각하나?”

  “…….”

  와이드본 대령이 입술을 깨물며 한탄했습니다. 그리고 양 대령은 와이드본 대령에서 시선을 피했습니다.


  “그가 우리들에게 말하지 않는 이상,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넌 언제나 그렇지. 눈치 채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

  와이드본 대령은 되돌아보고 그린힐 참모장에게 말했습니다.


  “각하. 각하는 발렌슈타인의 상담을 받으셨습니까?”

  “어제 일이다. 조금 무리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 그것뿐이다…….”

  “……조금 무리…….”


  와이드본 대령이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제 214조 행사 진언이 조금 무리……. 대체 대령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 뒤에 어찌 된 일인지 딸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소중하게 여겨달라고 하더군.”

  “…….”

  참모장이 희미하게 쓴웃음을 흘렸습니다.


  “오늘 그가 제 214조를 가져왔을 땐 솔직히 망설였다. 군법회의에서 유죄가 되면 어떻게 되는가. 모든 걸 잃을 뿐이지 않는가. 프레데리카도 반역자의 딸이라고 멸시받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


  함교에서 그린힐 참모장을 책망할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잠자코 참모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전 그때 참모장을 증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듣고 있는 참모장의 마음을 그때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참모장을 증오할 수 있었을까요……. 증오하기보단 억울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되었을까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를 원망했다네.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가하고. 그리고 그를 봤을 때, 그는 완전한 무표정이었네. 매달리지도 분노하지도 않았지. 단지 무표정하게 날 보고 있었네. 그때 그가 어째서 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지 알았지. 설령 내가 214조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겠다. 그런 뜻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네…….”

  “…….”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나 스스로가 무척이나 부끄러워졌네. 출신이나 보신을 위해서 장병을 죽게 내버려두는 인간과 가족애 때문에 그걸 눈뜨고 보고만 있는 인간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하고……. 그런 아버지를 딸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가 하고 말이네…….”

  “…….”


  “발렌슈타인 대령에겐 미안하다고 생각하네. 원래대로라면 그의 진언이 있기 전에 내가 스스로 결단해야했네. 하지만 나는 제 214조 행사를 생각하지 못했지. 그래서 그를 휘말리게 하고 말있네…….”


  조용해진 함교에 참모장의 목소리만이 흐르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입니다만, 비통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을지……. 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이네센으로 돌아가면 군법회의가 기다리고 있겠지. 딸에겐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을 생각일세. 어떤 결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해해주리라 생각하고 있어…….”

  “…….”


  “와이드본 대령.”

  “예.”

  “그에게 서운해 하지 말게나. 여차할 때엔 모든 걸 자신이 뒤집어 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는 사람인 걸세.”


  노고를 위로하는 듯한 목소리입니다. 참모장은 상냥한 웃음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한 겁니다. 그가 아직 저를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한심한 겁니다……. 녀석이 걱정입니다. 또 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하고…….”


  애절함이 흘러넘치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와이드본 대령이 이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신뢰라는 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야.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때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다.”


  와이드본 대령은 발렌슈타인 대령과 신뢰 관계를 쌓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신뢰 관계를 쌓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새삼 신뢰 관계를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습니다.


  “저도 가지요.”

  “바그다슈 중령…….”

  경쾌한 목소리였습니다. 중령은 웃음을 띠고 있습니다. 참모장과 같은 웃음입니다.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까요. 싫어할지도 모릅니다만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반드시 그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있는 것보다 그의 곁에 있는 편이 안전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무적이니까요.”

  놀리는 듯한 그 말에 겨우 함교에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안하네. 바그다슈 중령.”

  와이드본 대령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웃지 않은 것은 대령뿐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저도, 저도 가겠어요.”

  “미하마 대위…….”

  “부탁입니다. 저도 가게 해주세요.”


  정신을 차리니 저는 바그다슈 중령에게, 와이드본 대령에게 부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가고 싶습니다.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령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정면에서 대령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싫어해도 상관없습니다. 증오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신뢰는 받고싶습니다……. 여차했을 때,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보였으면 합니다. 대령이 214조를 내놓았을 때, 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에 있는 편이 안전하다.”

  “발렌슈타인 대령 곁에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 말에 바그다슈 중령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조금은 할 줄 알게 됐군……. 좋아. 따라와라. 단,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라. 그게 좋은 여자의 조건이다. 각하. 허가해 주시겠습니까? 하기야 안 된다고 하셔도 갈 겁니다만…….”


  그린힐 참모장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대답도 필요 없겠군. 두 사람 모두 조심해서 다녀오게.”

  그렇게 말하고 참모장은 또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바그다슈 중령이 걸어나갑니다. 저도 그 뒤를 따릅니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장소로 가는데도 제 걸음은 이상할 정도로 발랄했습니다. 이제야 저는 처음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걸어가면, 발렌슈타인 대령이 그걸 인정해 주시면, 언젠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