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76 화. 참회
우주력 795년 8월 27일. 제1특설함대 기함, 하소르. 장 로베르 랍.
“어떻게 된 일이냐. 양. 어째서 발렌슈타인 제독이 페잔으로 가?”
내가 물어 뜯을 듯이 질문하자 양은 뒤로 물러나며 곤란하단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 아까 전에 합동회의에서 그가 설명했듯이 군의 극비작전…….”
“그런 말은 듣지 못했어!”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양이 손을 뻗어 입을 막았다. 그리고 곤란하단 듯이 곁에 있는 와이드본을 향해 시선을 향했다. 이 놈이 입을 열게 만들면 성가시다.
“난 네게 묻지 않았다고. 와이드본.”
입을 열려고 했던 와이드본이 쓴웃음을 띄는 것이 보였다. 꼴 좋다. 훈련 때 받은 빚이다.
불과 50분 전까지 제1특설함대 기함 하소르 회의실에서 제1특설함대사령부와 양, 와이드본 두 제독 간의 합동회의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발렌슈타인 제독이 군의 극비작전으로 페잔으로 간다고 고했다. 그 때문에 훈련은 춘 참모장이 사령관대리로서 지휘를 쥔다고…….
회의 종료 후, 양을 잡아서 자신의 방으로 끌고 왔다. 나는 양과 둘이서만 대화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어찌된 건지 와이드본도 함께 따라왔다. 변함없이 분위기를 읽지 못한달까,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 난 네가 싫다고!
“뭘 노리는 건지는 안다. 너무 잘 알 정도다. 페잔에 압력을 가해서 거북이처럼 머리를 집어넣은 제국군을 유인한다는 거겠지. 하지만 어째서 발렌슈타인 제독이야? 너무 위험하잖아.”
“…….”
양도 와이드본도 떫은 표정을 짓고 답하려고 하지 않는다.
“페잔에는 제국 고등변무관저도 있어. 발렌슈타인 제독이 왔다는 걸 알면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페잔이 점수를 벌기 위해서 제독을 제국에 판다는 가능성도 있어. 굳이 루빈스키와 접촉하지 않아도 페잔을 이용하여 제국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은 그 외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얼마든지 있다. 함대 훈련을 페잔 근방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3개 함대, 5만 척의 함대가 페잔 근방에서 훈련하면 충분한 압력이 되겠지. 나머진 페잔의 변무관저에게 맡기면 된다.
“너희들 제독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냐?”
“이용?”
양이 곤혹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와이드본을 돌아봤다.
“이상하잖아. 저번 싸움에선 제독이 제국군에 대해 모략을 걸었다. 그리고 2계급 승진을 해서 2만 척이나 되는 함대를 이끌고 있어. 아무리 봐도 제국의 눈을 고의로 발렌슈타인 제독에게 향하도록 만드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 그리고 이번엔 페잔에 잠입이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제독을 이용하고 있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
양과 와이드본이 얼굴을 찡그렸다.
“알겠냐? 이용당하는 건 제독만이 아니야. 제1특설함대 2만 척, 200만 명의 장병도 이용당하고 있다는 거다. 일부러 오합지졸 함대를 만든 것도 그게 이유인가? 이용이라기 보단 꽝을 뽑았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 손해담당 함대를 1개 편성했다는 거로군. 제1특설함대는 제국군의 눈앞에 늘어뜨린 당근이냐!”
“잠깐 기다려. 랍. 제1특설함대의 설립에는 나도 양도 관여하고 있지 않아.”
꽤나 당황하고 있군. 정곡이냐? 와이드본.
“하지만 상층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 거겠지. 아니라고 말하는 건가? 양, 와이드본?”
두 사람이 또 떫은 표정을 지었다.
“모른다고, 우리들은. 네가 말한 대로 그런 목적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상층부가 발렌슈타인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야. 제1특설함대 사령관으로 한 것도 정규함대 사령관은 반대가 심하니 배려한 거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와이드본의 말에 양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와이드본을 노려보자 녀석이 시선을 피했다.
“실제로 우리들보다도 발렌슈타인 쪽이 상층부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네 말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야. 상층부가 일방적으로 발렌슈타인을 이용하고 있다곤 할 수 없어…….”
불쾌하단 듯, 어딘가 자조하는 듯한 어조…….
“하지만 이번 페잔행은 명백히 위험하다고. 그렇겠지?”
“아아. 네 말대로야. 나도 양도 페잔행은 위험하다고 말렸다고.”
“…….”
이번에는 와이드본이 초조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어 어지럽혔다. 진심인가? 아니면 연기인가.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진짜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아.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하더군.”
대책 없음. 그런 느낌으로 와이드본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정해진 일? 무슨 말이냐. 그건. 너희들은 사전에 발렌슈타인 제독과 입을 맞추지 않았어?”
내 질문에 두 사람의 얼굴이 더더욱 떫어졌다.
“나도 양도 결정사항을 들었을 뿐이야. 이 건은 발렌슈타인, 시틀레 원수, 트류니히트 위원장 사이에서 정해진 일인 것 같아.”
“것 같아?”
두 사람이 떫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시틀레 원수께서 우리들에게 말씀하신 건 발렌슈타인이 페잔으로 군의 극비작전에 종사하게 됐다는 것 뿐이다. 루빈스키와 접촉한다는 건 들었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뭘 하는지는 우리들도 아무것도 몰라…….”
와이드본이 날 보며 웃었다. 냉소? 아니면 조소인가……. 그다지 좋은 느낌의 웃음은 아니다.
“랍, 말했잖아? 우리들보다도 발렌슈타인이 상층부와 연결이 강하다고.”
“…….”
발렌슈타인이 제1특설함대 사령관이 된 것도, 원인을 따지자면 그의 진언이 원인이야.“
“무슨 말이냐.”
내 질문에 와이드본이 한숨 섞인 말로 답했다.
“지금 이대로는 제국군과 싸울 수 없다. 함대사령관을 바꿔라. 그렇게 말했다더군.”
“그 소문은 진짜였나…….”
양과 와이드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영웅이라 불린다고 해도, 망명자의 의견으로 함대사령관의 목이 좌우되다니…….
“모톤 제독, 칼센 제독이 정규함대사령관이 된 것은 그 제1탄. 우리들이 제2탄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세 사람이나 2계급 특진할 리가 없잖아? 전투보고를 위조해서까지 우리들을 승진하게 만들었다고.”
“…….”
전투보고 위조……. 할 말이 없는 내게 와이드본이 낮게 말했다.
“알겠나? 랍. 목이 잘린 사령관은 모두 트류니히트 위원장과 친한 인물들이었다. 우리들이 승진했다는 건 시틀레 원수만이 아니야.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도 발렌슈타인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는 거다.”
“…….”
“내가 보기에 지금 동맹의 군사를 움직이고 있는 건 시틀레 원수도,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도 아니야. 발렌슈타인이다. 이번 페잔행도 위에서의 명령이 아니라 발렌슈타인이 스스로 판단하여 바랬던 거겠지. 우리들을 책망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방에 침묵이 떨어졌다. 와이드본은 불만스럽게,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이 서 있다.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뭐, 양도 있다. 거짓말을 해도 바로 들키겠지만…….
“두 사람 모두 꽤나 신뢰가 두텁구만. 계속 함께 있었잖아? 좀 더 신뢰관계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내 비아냥에 양과 와이드본이 표정을 찡그렸다.
“이래저래 많다고. 넌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지? 양.”
와이드본이 초조하다는 듯이 말하자 양이 싫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랍, 발렌슈타인 제국에겐 제국군을 도발하는 것 외에도 뭔가 목적이 있을지도 몰라.”
“목적? 뭐냐. 그건.”
양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르겠지만. 그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스스로 가야 한다고 고집한 거야. 뭔가 있을지도 모르지. 우리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그렇게 말하고 양은 한숨을 내쉬었다.
묘한 느낌이다. 이 두 사람은 발렌슈타인 제독과 함께 제6차, 제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 싸웠을 것이다. 세 사람의 팀워크로 제6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을 돌파하고, 제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 승리를 얻었다. 이번에도 합동으로 훈련하고 있다. 그런데 전혀 연계가 되고 있지 않다. 무슨 일인가…….
...
우주력 795년 8월 27일. 프레데리카 그린힐.
제1차특설함대 기함, 하소르에서 우리들이 탄 연락정이 발진했다. 양 제독은 좌석 시트에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리고 때때로 한숨을 내쉰다……. 합동회의까진 아무렇지 않았다. 이상하게 변한 건 제1특설함대의 랍 소령과 대화한 뒤다. 대체 소령의 방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연락정 창문에서 하소르가 보인다. 제11함대 기함, 에피메테우스에 비하면 안테나가 많다. 통신기능도 충실한 것 같다. 하소르를 보고 있자 양 제독이 중얼거림이 들렸다.
“밴플리트의 1시간인가…….”
놀라서 제독에게 시선을 향하자 제독은 날 눈치 챈 거겠지, 시선을 피하듯이 고개를 돌렸다. ‘밴플리트의 1시간’, 이전에도 들었던 적이 있다. 그건 제7차 이제르론 요새 공략전 때였다. 그때, 와이드본 제독이 양 제독에게 했던 말이었다. ‘밴플리트의 1시간에서 도망칠 생각인가?’…….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알고 있는 건 그것이 발렌슈타인 제독에게 관련된 일이라는 것뿐…….
양 제독이 나를 봤다. 그리고 또 시선을 피했다. 신경 쓰인다. 하지만 들을 이야기는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신경 쓰이나? 그린힐 대위.”
“아, 아뇨.”
망설이는 내게 양 제독은 곤란하단 듯이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거두고 말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편이 좋겠지……. 밴플리트 성역 회전은 동맹의 대승리로 끄났다.”
“예.”
내 대답에 양 제독이 끄덕였다.
“하지만 몇 사람에게 있어선 승리라곤 할 수 없는 결과였지.”
“……로보스 원수, 포크 중령 말인가요?”
“아니, 발렌슈타인 제독, 바그다슈 준장, 미하마 중령, 그리고 나…….”
무슨 의미일까. 밴플리트 성역 회전은 누가 봐도 대승리였을 것이다. 그것이 승리가 아니라고? 결전 장소에 오지 못한 로보스 원수, 포크 중령이라면 어쨌든, 발렌슈타인 제독까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자 제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싸움에서 발렌슈타인 제독은 밴플리트 4=2 기지에 배속되었다. 그 목적은 둘. 하나는 그의 용병가로서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또 하나는 그를 제국군과 직접 전투하게 만들어 제국으로의 귀환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귀환을 포기…….”
저도 모르게 말로 나오고 말았다. 양 제독이 끄덕인다. 하지만 제독은 날 보고 있지 않다. 연락정 창문으로 하소르를 보고 있다. 그리고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래. 시틀레 원수는 그가 제국의 유력자와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건 착각이었지만, 당시엔 그가 제국으로 돌아가면 동맹의 기밀이 제국으로 흘러가게 된다고 다들 걱정했지. 과잉반응이었다곤 생각하지 않아. 그는 너무 감이 좋았어…….”
양 제독이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다. 미하마 중령의 말이 생각났다. 우주함대사령부에 부임했던 때 들었던 중령의 말. “무척이나 감이 좋은 사람”. 그녀는 발렌슈타인 제독을 그렇게 평했다. 나 스스로 몇 번이나 발렌슈타인 제독의 말에 놀란 적이 있다. 시틀레 원수의 우려가 기우라고 웃을 순 없겠지.
“그, 제국의 유력자라는 건…….”
내 질문에 양 제독은 한 순간 입을 다물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다. 당시, 차기 황제의 최고 유력후보는 그의 딸이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발렌슈타인 제독을 등용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걸 다들 두려워했었지.”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연결점이 있다……. 지금은 여제 부군으로서 제국의 통치에 관여하고 있다. 당시만이 아니다. 영웅이라 불리는 지금도 공작과의 연결이라니 도저히 방치할 수 없었겠지. 제국으로 귀환이라니 논외라고 해도 좋다.
“발렌슈타인 제독은 밴플리트 4=2로 가는 걸 싫어했다. 그는 제국으로 돌아갈 것을 바랬던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최종적으론 가는 것에 동의했다. 그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들어준다는 조건으로…….”
“…….”
“나는 당시 제8함대 사령부에 있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제독의 요청으로 제5함대 사령부로 이동했지.”
“제5함대?”
양 제독이 끄덕였다. 제독의 표정이 어둡다.
제5함대는 밴플리트 성역 회전에 참가했었다. 양 제독은 발렌슈타인 제독의 요청으로 제5함대로 이동하게 됐다……. 다시 말해 양 제독의 협력이 필요했다는 거겠지……. 양 제독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제독은 협력하지 못했다. 그런 걸까? 하지만 전쟁은 동맹의 대승리로 끝났었다. 제5함대는 결전 장소에서 활약한 수훈함대였을 것이다. 밴플리트의 1시간, 대체 무슨 의미인지…….
“발렌슈타인 제독은 전투가 심각한 혼전이 되리라고 상정했다. 아마도 로보스 총사령관은 군을 파악할 수 없게 되리라고……. 그리고 밴플리트 4=2가 최종적으로 결전 장소가 되리라고 상정했겠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결전 장소로 만들어 자기 자신이 전쟁을 컨트롤 하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 게 가능한가요?”
발렌슈타인 제독은 당시 아직 소령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총사령부 참모도 아니었다…….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리고 실제로 회전은 발렌슈타인 제독의 제어하에 놓였었다……. 그가 내게 바랬던 건 로보스 총사령관이 군을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그리고 제국군이 밴플리트 4=2를 습격했을 경우, 제5함대를 신속히 밴플리트 4=2로 이끄는 일이었다…….”
양 제독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우울한 얼굴이다. 시선은 점점 작아지는 하소르로 향하고 있다.
“……1시간이라는 건…….”
내가 묻자 양 제독은 희미하게 웃음을 띠웠다. 고소? 자조려나.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밴플리트 4=2로 이동이 1시간 늦었다. 제5함대가 기지에서 구원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기지 구원을 뷰코크 제독에게 진언했지만, 제5함대 사령부 참모들이 그걸 반대했지……. 최종적으론 뷰코크 제독이 기지 구원을 명령했지만, 1시간은 지체했을 거야.”
양 제독은 아직 웃음을 띠우고 있다. 아마도 자조겠지. 제독은 발렌슈타인 제독의 기대에 응하지 못했다……. 양 제독이 날 봤다. 그리고 바로 시선을 피했다. 마치 도망치듯이…….
“회전 후, 발렌슈타인 제독이 자신의 예측보다 1시간 구원이 늦었다고 지적했지. 그리고 엘 파실에서 아군을 죽게 내버려뒀듯이 자신을 죽게 내버려둘 생각이었냐고 비난하더군…….”
“그런! 그건 린치 소장이 우리들을 버린 일이었어요. 제독은 저희들을 구했습니다. 비난이라니 부당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용서할 수 없다! 그때 우리들의 불안, 절망을 모르는 주제에……. 린치 소장, 그 염치도 없는 자가 도망쳤을 때, 양 제독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제국군에게 잡혀갔을 것이다. 그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내 몸은 작게 떨리고 있다. 분노, 공포, 그리고 발렌슈타인 제독에 대한 증오…….
“그의 말이 맞아.”
“제독!”
놀라서 제독을 봤다. 양 제독은 엷은 웃음을 띠우고 있다.
“제독…….”
“그의 말대로야. 난 린치 소장이 우리들을 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 그리고 그걸 이용했다. 내가 한 짓은 린치 소장이 한 짓과 전혀 다르지 않아……. 지금, 린치 소장이 여기에 있으면 난 그와 눈을 마주할 수 없겠지. 양심의 가책 때문에. ……나는, ……나는 영웅 같은 게 아니야!”
“…….”
내뱉는 듯한 어조였다. 양 제독은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제독에게 죄가 없다고 내가 말해도 제독은 납득하지 않겠지. 그래도 말없이 있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제독을 구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밴플리트 성역 회전은 동맹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 1시간이 문제가 되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양 제독이 날 보고 쓴웃음을 흘렸다.
“바그다슈 준장이 대위와 같은 말을 했지. 전쟁은 이겼다. 어째서 그 1시간에 집착하느냐고.”
“…….”
“제5함대는 밴플리트 4=2에 정박중이던 그림멜스하우젠 함대를 격파했다. 1만 2천 척 정도의 적 함대 중 도망칠 수 있었던 건 500척 정도였을 테지. 본래라면 대승리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그 500척 안에 라인하르트 폰 뮈젤의 함대가 있었어…….”
“!”
라인하르트 폰 뮈젤. 발렌슈타인 중장이 천재라고 평하며 두려워하는 인물. 그 인물이 밴플리트 4=2에 있었다. 그리고 도망쳤다……. 그는 지금 제국군 중장이 되어 우주함대 사령장관, 오프레서 원수의 신뢰가 두텁다고 들었다. 경악하는 내 귓가에 양 제독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발렌슈타인 중장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했지. 그를 상대로 어중간한 승리 따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아직 계급이 낮아서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그러니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반드시 그를 죽일 수 있을 만한 수를 썼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친 이상, 언젠가 자신은 그에게 죽게 될 것이라고…….”
“…….”
필사적으로 경악을 억누르고 양 제독을 봤다. 제독은 어두운 눈빛을 하고 있다.
“제5함대의 구원이 1시간 빨랐다면 그림멜스하우젠 함대를 섬멸하여 도망칠 곳을 잃은 뮈젤 중장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내가 망치고 말았다.”
제독의 목소리는 고통에 가득 차 있다…….
밴플리트의 1시간, 그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발렌슈타인 제독이 어째서 양 제독을 비난했는지도. 그리고 양 제독이 어째서 반론하지 않는지도……. 제6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 이쪽의 작전을 간파한 건 뮈젤 중장이었다. 그 1시간이 모든 걸 바꿨다…….
“하지만 전쟁인 이상, 이기는 일도 있으면 지는 일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번의 패배를 계기로 발렌슈타인 중장이 죽다니…….”
내 말에 양 제독이 고개를 저었다.
“밴플리트에선 그의 부관이 전사했다. 뮈젤 중장의 친우이며 분신이라고 하더군. 뮈젤 중장에게 있어서 자신은 불구대천의 원수이며 제국을 버린 배신자. 결코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했지…….”
“…….”
“제6차 이제르론 요새 공략전에선 뮈젤 중장이 이쪽의 작전을 간파했다. 발렌슈타인 중장은 요새에 남은 아군을 구하기 위해 로보스 원수를 해임했다. 그리고 아군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전선으로 나왔다. 아마도 죽음을 각오했었겠지. 군법회의도 있었고……. 뮈젤 중장이 없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야. 어째서 자신이냐는 마음도 있었을 테지. 하지만 그래도 그는 아군을 구하기 위해 행동했다……. 나와는 큰 차이지.”
양 제독은 스스로를 자조하는 듯이 소리 내어 웃었다. 한바탕 웃은 뒤 어두운 눈으로 나를 봤다.
“그가 그러더군. ‘귀관들의 어리석음에 의해 나는 지옥에 떨어졌다. 유일하게 손에 쥘 수 있었던 거미줄 같은 생명선을 거기의 양 중령이 끊었다. 귀관들은 나의 사형집행명령서에 사인을 한 셈이다. 이것이 밴플리트 성역 회전의 진실이다.’라고…….”
한숨이 나올 것 같아서 서둘러 막았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전군이 승리로 기뻐하는 와중 최대 공로자가 절망에 신음하고 있다. 아까 전까지 있었던 발렌슈타인 제독을 향한 분노는 사라지고 안타까움만이 남았다. 그 1시간을 무슨 기분으로 기다렸을지. 뮈젤 제독을 놓쳤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큰 절망이 그의 마음을 채웠을지…….
“……제독의 책임은 아니겠죠. 제독은 기지 구원을 진언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어지지 않았죠. 결코 아군을 버렸던 것이…….”
계속 말할 수 없었다. 양 제독이 그렇지 않아. 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입을 다문 내게 제독이 시선을 향했다.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 눈이었다.
“그때, 나는 좀 더 강하게 주장해야 했어. 그런데 나는 반대를 받았다고 간단하게 주장을 굽혔지……. 발렌슈타인 제독의 말대로야. 나는 그를 무의식적으로 죽게 내버려두려고 했던 걸지도 몰라…….”
“제독…….”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의를 줘야할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말할 수 없었다. 제독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는 나와 친해지고 싶어 했지. 몇 번이나 자신은 적이 아니라고 내게 말했어. 하지만 나는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가 무서웠지. 그래. 나는 그가 무서웠던 거라고 생각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불안감. 그것을 그에게서 느꼈다. 아니, 지금도 느낄 때가 있어. 그러니 나는 그를 배제하려고…….”
“제독, 슬슬 그쯤…….”
막으려고 뱉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제독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고개를 젓고 나긋한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그 이후 그는 변해버렸다. 마음을 닫고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어. 그리고 누구보다도 가열차게 변했다. 지금은 모두 그를 무서워하고 있어……. 내가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나 때문이다……, 나의.”
“제독…….”
내 목소리 따위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를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니 군을 그만두려고 생각했다. 군인에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을 속여서 말이야. 와이드본의 말대로다. 나는 무책임한 비겁자다…….”
“이제 그만두세요!”
비명 같은 목소리였다. 참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양 제독이 날 보고 있다.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얼굴이다.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대위.”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