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망명편(완결)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82 화. 페잔 모략전(4)

추리닝백작 2015. 2. 13. 17:42


우주력 795년 9월 16일. 페잔. 에리히 발렌슈타인.


  렘샤이트 백작이 신음하고 있다.

  “어떻습니까? 제국과 동맹. 이 두 나라가 싸우고 있는 걸 남몰래 비웃으며 보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


  “게다가 그들은 제국과 동맹이 서로 싸우다 쓰러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소 비아냥을 섞어서 말할 생각이었지만, 렘샤이트 백작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런 여유 따윈 없는 거겠지.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지만…….”

  그렇게 말하고 렘샤이트 백작은 루빈스키로 시선을 향했다. 루빈스키는 눈치 채지 못했다는 듯이 정면을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나와도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지만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애교 없는 녀석.


  “진실인가. 진실인 건가.”

  “……엉터리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건 그렇겠지. 루빈스키의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고로 내가 좀처럼 체념하지 못하는 검은 여우에게 추가타를 날리기로 했다.


  “페잔은 통상국가, 교역국가입니다. 중계교역에 의해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죠. 심한 말을 하자면, 페잔은 제국과 동맹에게 기생하고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자신 혼자선 번영할 수 없습니다.”

  루빈스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상상이 간 거겠지.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장기적으로 전쟁이 지속되어 제국, 동맹의 경제활동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쟁에 의해 사람이 죽으면 그만큼 시장이 작아지죠. 일찍이 은하는 3천억 명의 인간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4백억밖에 없습니다.”

  “…….”


  렘샤이트 백작이 또 ‘음’하고 끄덕였다. 눈썹을 모으고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3천억 명의 인간이 4백억 명으로 감소했다. 다소 어느정도 뇌가 있는 인간이라면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이, 동맹이, 인류가 전쟁을 멈추지 않는 것은 여기에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보고 있다. 바보 녀석들이! 그러니 지구 같은 망령이 달라붙는 거다! 내가 성불해주지.


  “그런 와중 페잔만이 번영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제국, 동맹의 시장은 축소를 계속하고, 페잔의 상인만이 늘어나게 됩니다. 알겠습니까? 수요자가 줄어들고 공급자만 계속 늘어납니다. 페잔의 상인에게 있어서 살기 힘든 시대가 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잔의 자치령주는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입니까?”

  “…….”


  모두의 시선이 루빈스키로 향했다. 루빈스키는 말이 없다. 린츠의 손가락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루빈스키는 입을 열지 않았다.

  “렘샤이트 백작. 백작이 자치령주라면 이 상황.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방치합니까? 방치할 수 있습니까?”

  “……아니, 그건…….”

  “할 수 없습니까.”

  내 질문에 떨떠름하게 렘샤이트 백작이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화평, 인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주위가 웅성거린다. 동맹과의 화평. 제국 귀족인 그에게 있어선 가정의 질문이라도 답하기 힘들겠지.


  “그렇게 되겠지요. 제국과 동맹 사이에서 화평, 혹은 휴전조약을 맺고자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드리안 루빈스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

  내 질문에도 렘샤이트 백작은 침묵할 뿐이다. 답하는 것이 무서운 것인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든가. 혹은 그에게 있어선 페잔의 번영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달리 우선해야 할 것이 있든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합니까?”

  누구라도 같은 답을 내놓겠지. 루빈스키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


  렘샤이트 백작이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내게 시선을 향했다.

  “발렌슈타인. 예의 망명제. 만프레트 2세 폐하가 암살되었을 때, 그 배후에 페잔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네만. 그건 사실이었다는 것인가…….”

  “그런 거겠죠.”

  나와 백작의 대화에 다들 웅성거렸다. 로젠리터만이 아니다. 구속되어 있는 제국군 병사도 놀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인가. 사실인 거군. 루빈스키.”

  억누른 낮은 목소리다. 분노에 끓을 대로 끓어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다. 하지만 루빈스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정면을 보고 있다.


  “중계교역의 이점을 독점하기 위해서라는 소문이었지만, 진실은 제국, 그리고 동맹이 서로 쓰러지길 바랬던 것인가!”

  렘샤이트 백작은 내뱉는 듯이 외치고 곁에 앉은 루빈스키를 노려봤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루빈스키는 이미 죽었겠지. 그 정도로 격렬한 시선이다.


  “아니, 렘샤이트 백작. 사태는 좀 더 심각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에게 있어선 말이죠.”

  “심각? 무슨 말인가. 발렌슈타인. 대체 뭐가 있었다는 것인가.”

  의심쩍은 목소리다. 그리고 불안에 차 있다.


  목이 말랐다. 페트병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렘샤이트 백작이 날 보고 있다. 페트병을 렘샤이트 백작에게 건내자 백작은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받아들어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고 내게 돌려줬다.


  서로 말이 없다. 잘 마셨다는 말도, 맛이 어떠냐는 말도 없다. 그래도 백작에게선 적의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루빈스키야말로 적이며, 나는 3할 정도는 아군이겠지.


  “만프레트 2세는 망명자였습니다. 유소년기에 암살자의 손을 피해 자유행성동맹에서 자랐죠. 그가 가지는 가치관은 제국인보다도 동맹인에 가까웠을 겁니다. 혹은 동맹인 그 자체였을지도 모릅니다. 당시의 동맹 정치가들이 만프레트 2세를 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화평을, 제국의 국정개혁을 기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래서?”

  렘샤이트 백작이 재촉한다. 정신을 차리니 백작은 몸을 앞으로 내밀고 있다. 절박감도 있겠지만 원래부터 이런 식의 역사관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혹시 만프레트 2세가 국정개혁을 행한다고 하면 어떤 식이 되었을까요……. 아마도 동맹을 모델로 했을 겁니다. 귀족들의 전횡을 억누르고 평민들의 권리를 보장하여 극진하게 보호한다. 평민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고자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음.”


  “지금 현재, 동맹정부가 시민을 고무할 때 쓰는 말로서 ‘포학한 골덴바움 왕조를 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엔 루돌프 대제가 사회질서유지국을 써서 평민을 탄압한 일을 비난하고, 그 정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을 비난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제국을 치는 것이야말로 은하연방의 후계자인 자신들의 사명이라며 시민들의 전의를 되세우고 있는 거죠.”

  “…….”

  렘샤이트 백작이 표정을 찡그렸다. 제국귀족인 백작에게 있어서 듣기 힘든 소리겠지. 하지만 말이지. 나도 루돌프 따위에게 대제를 붙이고 있다고. 조금은 참아라.


  “혹시 만프레트 2세의 국정개혁이 실시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평민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그 지위가 향상되었다면…….”

  굳이 질문도 아니었는데 렘샤이트 백작이 답했다.

  “과연. 비방할 수 없게 되겠군……. 전쟁하기 힘들어진다는 건가.”

  그 말대로다. 전쟁하기 힘들어진다. 루돌프적인 것이 없어지면 어째서 싸우는가 의문이 생기겠지.


  “개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전쟁은 하기 힘들어집니다. 평화교섭이 잘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휴전상태가 될지도 모릅니다.”

  “음.”


  목이 말랐기에 페트병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렘샤이트 백작이 잠자코 손을 내밀었다. 페트병을 건내자 말없이 한 모금 마시고 돌려줬다. 이미 친구로 구만. 하지만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하라고. 아무리 친해도 예의는 지켜야지.


  “이미 한 번 그 선례가 있습니다.”

  “……그런가. 청안제 말이군.”

  “예.”

  렘샤이트 백작이 신음하고 있다. 아까 전까지 몸을 내밀고 있었지만, 지금은 양팔을 꼬고 등을 굽히고 신음하고 있다. 뭔가 싫어할 수 없는 영감이군.


  청안제, 맥시밀리언 요제프 2세의 시대. 제국과 동맹 사이에 전쟁은 없었다. 제국은 국내 개혁에, 동맹은 국력 신장에 벅찼기 때문에 전쟁을 벌일 여유가 없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동맹은 다음 코르넬리아 1세 때엔 제국의 군사력에 대항할 수 있을 만한 힘을 얻었다. 그렇게 정치가들이 자신을 가질만한 군사력을 얻었다. 맥시밀리언 요제프 2세의 만년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했다곤 볼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 군사행동을 일으키지 않았던 것인가…….


  역시 맥시밀리언 요제프 2세가 명군으로서 제국을 통치하고 있었다는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주전론자가 “폭군을 치라”, “포학한 군주제 전제정치를 타도하라”고 해도 동맹시민의 다수는 고개를 갸웃했겠지. “개혁에 의해 제국의 정치가 좋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째서?” 주전론은 다수파가 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렘샤이트 백작.”

  “뭔가?”

  또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동맹의 정치가들이 만프레트 2세에게 바랬던 것은 화평보다도 국내개혁이 아니었나.”

  “……휴전상태인가…….”

  “예.”

  렘샤이트 백작이 눈을 감고 음하고 신음하고 있다. 재미있는 영감님이다. 루빈스키에 대한 것 따윈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동맹은 화평은 어려우리라 생각했으리라 저는 봅니다. 제국은 대등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화평을 맺고자 하면 반드시 종속을 원하리라고…….”

  “동맹은 그걸 꺼려했다……, 경은 그렇게 말하는 거로군.”


  “예. 무리하게 대등한 화평을 구하면 만프레트 2세의 입장을 약화하게 됩니다. 동맹정부가 명목뿐인 종속을 선택해도 시민은 반발하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시 말해 화평은 길어지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휴전상태에서 공존하기를 바랬던 것이 아닌가…….”

  또 렘샤이트 백작이 신음했다. 아니, 백작만이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만프레트 2세가 암살되지 않았다면 그의 뒤는 그의 아들이 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개혁도 계속되고 휴전상태도 계속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교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공존은 가능하다. 화평을 맺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겠죠.”

  “음.”


  의회민주제에선 주로 선거에 의해 정권교체가 일어난다. 선거에선 당연하게도 상대 정책의 부족함을 따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부족한 정책이 계속되는 건 꽤나 어렵다. 상대를 폄하하여 정권을 취하고서 실제로 정책은 폄하했던 상대의 정책을 뒤잇는다. 정권교체하는 의미가 있는가? 그렇게 되겠지.


  반면 군주제라면 실정이 있으면 암살당할 위험이 있는 건 누구라도 알고 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안전하고 실적이 있는 정책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부친이 선정을 취하고 있었다면 주변에선 아버지의 정치를 뒤이으라고 하면 된다. 효심이 깊은 아들이라고 주변의 호감을 얻을 수도 있겠지……. 개혁이 성과를 얻으면 그 정책이 계속될 가능성은 꽤나 높다.


  “지구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이겠죠. 제국과 동맹이 전쟁을 하는 일 없이 공존하여 번영해간다. 페잔은 중계교역으로 번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구가 복권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만프레트 2세가 암살된 것은 화평보다도 개혁이 원인일 겁니다. 지구는 맥시밀리언 요제프 2세 때에 있었던 휴전상태가 다시 오는 걸 두려워했던 겁니다…….”

  “…….”


  “만프레트 2세 암살 후, 동맹은 제국과의 화평을 포기하고 전쟁을 선택했습니다. 화평만이 아니라 휴전의 가능성도 없어졌기에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겠죠. 다시 말해 공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겁니다…….”

  집무실 안에 침묵이 떨어졌다. 살이 당기는 듯한 고요함이다. 아플 정도로 방의 공기는 긴장되어있다.


  “그런가. 그런 것인가. 루빈스키.”

  억누른 낮은 목소리다. 분노가 당장이라도 형태를 갖추고 뛰쳐나갈 것 같다. 하지만 루빈스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 추측이다. 어떤 증거도 없어.”

  태연하게 단언했다. 정면을 향한 채로 렘샤이트 백작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훌륭한 태도다. 여기까지 와서 뻔뻔함을 되찾았는가. 어떤 증거도 없어, 라는 건 조금 좋지 않군. 의심만으로 벌을 줄 수 없는 건 형사재판 세계에선 통할지도 모르지만 정치의 세계, 마키아벨리즘의 세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당하기 전에 해치우는 것이 철칙이다. 만일 틀렸다면 그 나중에 울면 된다.


  “그렇지요. 전부 추측입니다.”

  “…….”

  루빈스키와 렘샤이트 백작이 나를 봤다. 린츠, 블룸하르트도 날 보고 있다. 아마 다들 날 보고 있겠지. 딱 좋다. 싱긋 웃음을 띄웠다.


  “아드리안 루빈스키. 조금 더 제 추측에 어울려주시겠습니까?”

  루빈스키의 시선이 움직였다. 동요하고 있구만. 필사적으로 그걸 숨기려고 하고 있다. 참을 수 있을까? 루빈스키.


  “만프레트 2세 시대에서 4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맥시밀리언 요제프 황제 사후, 코르넬리아스 1세가 제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대친정이 일어났습니다만, 이 싸움에서 동맹군은 두 번에 있어 대 패배를 맛봤습니다. 오딘에서 궁중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주는 코르넬리아 1세에 의해 통일되었겠죠. 헌데, 이 쿠데타. 우연입니까?”

  집무실에 웅성거림이 가득 찼다. 쇤코프도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설마, 경은 그 궁중 쿠데타는 지구의 짓이라는 건가?”

  헐떡이는 것 같은 어조였다. 렘샤이트 백작은 양손을 굳게 맞잡고 있다. 내가 미소를 짓자 백작이 두려움에 떠는 표정을 보였다. 어이어이. 우리들은 친구들이잖아? 왜 그렇게 떠는 거야. 슬퍼지잖아.


  “글쎄요. 어떨까요? 하지만 그 시기, 지구는 이미 페잔 회랑을 발견했을 겁니다. 그리고 페잔을 창설하여 동맹과 제국이 서로 싸우다가 쓰러진다는 방침을 확립했을 겁니다. 자유행성동맹이 멸망하면 페잔 회랑 따윈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만 페잔도 존재할 수 없죠…….”

  “바보 같은……, 그런 일이…….”


  그 쿠데타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원작을 읽어도 궁중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고만 적혀 있다. 이 세계에서 조사해도 알 수 없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은 황제 코르넬리아스 1세의 신뢰가 두터웠다고 한다. 쿠데타를 일으켰기 때문에 꽤나 악평을 받고 있지만, 유능했던 것도 확실하다.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은 황제의 신뢰가 두터운 중신이었다. 당연하기도 하다. 황제가 부재중인 자리를 맡기는 거다. 바보나 신뢰할 수 없는 녀석에게 맡길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어째서인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쿠데타 진압 후, 황제 코르넬리아스 1세는 재친정을 행하지 않았다. 재정적, 군사적인 여유가 없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진짜로 그럴까? 여유가 없었던 건 두 번이나 대 패배를 맛본 동맹도 마찬가지겠지. 오히려 손해의 차이는 동맹이 더 심했을 것이 틀림없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재친정을 해야했다고 생각한다. 동맹에게 다시 한 번 일격을 가하면 동맹 쪽에서 강화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친정을 할 수 없어도 신하에게 대군을 맡기고 원정을 보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건 역시 신뢰하던 중신의 반란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황제 코르넬리아스 1세는 주변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눈앞에서 떨고 있는 렘샤이트 백작과 마찬가지로 떨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친정할 수 없었다. 신하에게 거대한 병권을 맡기는 것도 위험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동맹에 대해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127년 전에도 그렇게 되리라 추측한 녀석이 지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증거는 없습니다. 아드리안 루빈스키의 말대로입니다. 증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엉터리 사기꾼이라고 해도 반론할 수 없습니다.”

  “…….”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루빈스키로 향한다. 렘샤이트 백작을 뺀 모두가 수상쩍은 눈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백작은 두 눈에 증오를 품고 있다. 루빈스키. 네가 아무리 무죄를 외친다고 해도 모두가 널 유죄라고 하고 있다고. 평소의 행실이 나빴던 거다. 반성하라고. 페트병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제부터다.


  “망명하고 나서 안 겁니다만, 그 당시의 일은 지금도 자주 TV에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동맹은 군 재건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런 때에 지구는 레오폴트 라프를 써서 동맹정부와 비밀리에 접촉했습니다. 이제르론 회랑 이외에도 쓸 수 있는 회랑이 있다고 말이죠…….”

  “…….”

  로젠리터, 그리고 사아야가 끄덕이고 있다. 그들도 나와 같은 걸 봤을 것이다. 내가 하는 말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겠지.


  “혹시 제국이 두 회랑에서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당시의 동맹정부에게 있어서 악몽이었을 겁니다. 머리를 부여잡은 동맹의 위정자들에게 라프는 중립국가 페잔 창설을 제안했습니다. 지구에 대한 건 덮어두고, 어디까지나 실리를 추구하는 상인으로서 말입니다. 당시 동맹의 위정자들은 거기에 응했죠. 중립국가 페잔을 만들어 제국의 침공로를 이제르론 하나로 좁히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그런 이야기가 반란군에선 있었는가.”

  반란군인가……. 평소의 호칭이 나왔다는 건가……. 렘샤이트 백작에게 시선을 향했다. 백작은 떨고 있다. 분노, 공포, 두려움, 그 모두가 섞여 있는 것이 틀림없다.


  “없습니다. 있을 리가 없지요. 혹시 이 사실이 제국에 알려지면 페잔은 순식간에 제국에 의해 멸망당할 겁니다. 그리고 페잔 회랑에서 제국군이 처들어 오겠죠……. 동맹정부도 레오폴트 라프도 필사적으로 접촉한 흔적을 지웠을 겁니다.”

  “…….”


  떨고 있는 렘샤이트 백작에게 웃어보였다. 백작이 또 두려움에 떠는 표정을 보였다. 무례하네. 이번엔 친구를 편하게 만들어주려고 생각해서 말한 건데.

  “증거는 없습니다.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증거가 없다고 엉터리라고 할 수 없죠. 그렇겠죠?”

  그렇게 말하고 나는 루빈스키에게 시선을 향했다. 빙그레 웃음을 띄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