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적은 은하를 달린다. 제 3 화. 암리처 성역 회전
제국력 487년 9월 28일. 로엔그람 함대 기함, 브륀힐트.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괜찮겠습니까? 라인하르트님.”
“해적 말인가?”
“네.”
라인하르트님이 내 질문에 조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 괜찮겠지. 놈들의 연락은 약속대로 내게 오고 있어. 그에 의하면 반란군은 확실히 보급 유지에 악전고투하고 있는 것 같다. 부양가족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라인하르트님은 악당 같은 미소를 보였다. 안네로제님에겐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 미소다.
“문제는 수송선단의 위치입니다만.”
“그렇군.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이쪽에서도 반란군의 상황은 살피고 있어. 걱정은 없겠지.”
낙관적인 라인하르트님이지만 나는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잘 될 것인가. 저 해적은 신용할 수 있을 것인가…….
라인하르트님은 변경성역에 초토작전을 행하는 것으로 반란군의 보급을 파탄시키고자 하고 있다. 그걸 받아들인 케슬러 중장이 변경성역에서 식료품을 징발하려고 했지만 변경성역에는 열흘치의 식량 외는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변경 주민들에 의해 식량은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변경성역 주민들에게 식량을 숨기도록 지시를 내린 것은 그 근처를 영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해적조직, 흑공주 일가였다. 그들은 반란군이 대거 공세를 걸어올 것이라는 것, 그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하르트님이 초토작전을 실시하리란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두령인 에리히 발렌슈타인, 흑공주라는 별명을 지닌 그가 케슬러 제독을 통하여 라인하르트님에게 제안해왔다. 반란군 격퇴를 위해서 협력하겠다고……. 협력 내용은 반란군 보급상황에 대한 보고, 그리고 보급 파탄의 방아쇠가 될 수송선단의 정보, 출항일시, 위치, 항로 라인…….
“어째서 협력하는 건가.”
그렇게 질문한 라인하르트님에게 발렌슈타인은 답했다.
“변경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식량을 전부 뺏기게 되면 주민은 굶주리게 됩니다. 앞으로 열흘이면 반란군이 옵니다. 주민이 가지고 있는 식량을 뺏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떻게 반란군의 신용을 얻을 것인가?”
“클라인겔트, 발트바펠, 뮌처, 뤼데리츠에 식량을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같은 말을 하는 겁니다. 변경을 지키고 싶을 뿐이라고…….”
침묵하는 라인하르트님에게 더욱 발렌슈타인은 말을 덧붙였다.
“변경 전체로 보자면 미미합니다. 작전에 저어되는 일은 없겠죠. 그리고 발렌군으로선 반신반의일지도 모르지만,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해적조직이 아군으로 붙어주는 건 큽니다. 이용하려고 생각할 것입니다.”
“과연. ……그대들이 요구하는 보수는?”
“싸움이 끝나고 각하가 승리하신 뒤, 우리들의 활동을 평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에 의해 보수를 정하지요.”
예상외의 말이었다. 보수를 사전에 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쌓은 공적에 의해 결정하라니……. 라인하르트님이 웃었다.
“보수가 없다는 가능성도 있겠군.”
“공적이 없다면 그렇게 됩니다. 보수를 원한다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공적을 세우면 된다. 그렇지 않습니까?”
라인하르트님의 웃음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발렌슈타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초토작전을 실시하면 변경 주민에 큰 괴로움을 주게 되겠지. 그걸 생각하면 발렌슈타인의 제안은 바라마지 않던 바다. 하지만 그를 믿어도 좋은 걸까…….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 순서대로라면 수송선단의 정보가 틀린다면……, 아니 함정이라면…….
수송선단을 치는 것은 나의 역할이다. 내 함대는 기다리고 있던 반란군에 두들겨 맞고, 반격을 개시한 아군은 보급을 끝낸 반란군에 의해 두들겨 맞게 되겠지. 어디까지 저 해적을 믿어도 좋을 것인지…….
“원수 각하.”
억양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참모장, 오벨슈타인 대령이 라인하르트님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좋아할 수 없다……. 용모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사고를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초토작전도 그가 생각했던 일이다. 혹시 극히 평범하게 끌어들여 치는 작전이었다면 발렌슈타인이 얽혔을까…….
“발렌슈타인에게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반란군이 이제르론 요새에서 대규모 수송선단을 전선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반격할 때가 다가온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고 오벨슈타인 대령은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라인하르트님이 받아 그걸 읽는다. 하얀 뺨이 홍조로 물들었다.
“해적놈. 약속을 지켰군. ……키르히아이스. 네게 주어진 모든 병력을 이끌고 이걸 쳐라. 세부 운용은 너의 재량에 맡긴다.”
“알겠습니다.”
라인하르트님이 내게 메모를 건냈다. 확실히, 수송선단의 정보가 적혀있다.
“키르히아이스. 정보, 조직, 물자, 뭐든지 좋을대로 써도 좋다.”
“예.”
경례하고 라인하르트님에게서 떨어진다. 출격이다.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송선단인가. 아니면 적인가……. 방심은 할 수 없다…….
...
제국력 487년 10월 8일. 키르하이스 함대 기함, 바르바롯사.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아직도 보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각하, 이제 곧 색적부대가 수송함대를 발견할 터입니다.”
“……그렇군요.”
베르겐그륀 대령의 말에 동의했다.
어쩌면 대령도 초조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침착하고자 말을 걸었던 걸지도……. 확실히 이제 곧 찾을 것이다. 그 정보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제 곧 색적부대가 수송선단을 발견하겠지.
함대는 여기에 오기까지 딱히 반란군과 만나는 일도 없이 진출했다. 지금에 와서, 그 해적이 배신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배신했다면 반란군과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나머진 수송선단을 발견하여 격파하면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 침착하자.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 된다…….
“사령관 각하. 색적부대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수송선단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오퍼레이터의 말에 함교 이곳저곳에서 환성이 올랐다. 베르겐그륀 대령도 기뻐하고 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저 해적은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괜히 우스워졌다. 대체 자신은 뭘 그렇게 걱정한 것인가.
“바로 공격…….”
“기다려 주십시오. 색적부대에서 공격할 필요는 없다고…….”
공격명령을 내리려 하는 나에게 오퍼레이터가 곤혹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공격할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이냐? 베르겐그륀, 뷔로 두 사람도 곤란하고 있다. “무슨 일이냐.” “어떻게 된 거냐.”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다른 통신?”
내가 되묻자 오퍼레이터가 끄덕였다.
“스크린에 비춥니다. 괜찮겠습니까?”
“부탁하지.”
화면에 남성이 나타났다. 발렌슈타인? 어째서 그가? 곤혹스러워 하는 내게 그가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이군요. 키르히아이스 제독.”
“그렇군요. 오랜만입니다.”
“수송선단입니다만. 공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들이 나포했습니다.”
나포……. 과연. 그들 쪽이 수송선단에 가깝다. 정보만이 알아내면 수송선단에 접근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 하물며 반란군은 그들을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베르겐그륀 대령이 나를 힐끔 봤다.
“수고했다. 그럼 우리들이 수송선단을 넘겨받도록 하지.”
대령의 말에 발렌슈타인은 웃음을 띠웠다.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할 순 없습니다.”
“뭐라고? 그건 무슨 말이냐. 약속을 깨겠단 건가. 해적.”
베르겐그륀 대령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쿡쿡 웃었다.
“약속은 지켰습니다. 베르겐그륀 대령. 제대로 수송선단의 정보를 그쪽에 보냈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여기에 있는 거죠. 아닙니까?”
저도 모르게 베르겐그륀, 뷔로 두 사람을 돌아봤다. 두 사람도 아연해하고 있다. 확실히 약속은 정보를 통보하는 것이었다. 수송선단을 넘겨주는 게 아니다…….
“수송선단 정보는 제대로 연락했습니다. 그 뒤엔 빠른 사람이 승자지요.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여러분이 오는 것이 조금 늦었습니다. 우리들이 먼저 도착해서 수송선단을 나포했습니다. 그런 겁니다.”
“하, 하지만 나포한 물자를 은닉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뷔로 대령이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이번엔 발렌슈타인이 소리 내어 웃었다. 웃지 마라! 네가 웃으면 불길한 예감이 든다.
“군의 규칙에선 그렇겠죠. 하지만 아까 전에 베르겐그륀 대령도 말했듯이 저희들은 해적입니다?”
“!”
“군율따위 관계없습니다. 하물며 저희들은 협력자이며 부하가 아니죠. 명령 받을 의리도 없습니다.”
“…….”
베르겐그륀 대령이, 뷔로 대령이 벌레 씹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도 나도 마찬가지겠지.
“아니면 저희들에게서 나포선을 강탈하겠습니까? 군이 해적의 공적을 뺏는다……. 세상도 말세군요. 군이 해적행위라니.”
“…….”
발렌슈타인이 이상하다는 듯이 웃고 있다. 밉살스런 놈이다. 오벨슈타인 참모장보다 더 심하다. 그 웃음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수송선단은 그쪽 것입니다. 협력에 감사합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운을 빕니다. 키르히아이스 제독.”
빙그레 웃으며 발렌슈타인이 내 무운을 빌었다. 오한이 든다……. 너 같은 악당의 기도 따위 받고 싶지 않다. 빨리 여기서 떨어지자…….
...
제국력 487년 10월 14일. 로엔그람 함대 기함, 브륀힐트.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각 함대가 반란군의 패잔병을 소탕하고 돌아왔다. 브륀힐트 함교에는 함대사령관들이 모이고 있다. 키르히아이스,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켐프, 메크링거.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며 승진을 약속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다들 모이겠지.
반란군은 괴멸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패배를 맛보고 퇴각했다. 보급이 끊긴 뒤, 우리 군의 각개격파에 의해 퇴각한 반란군은 겨우 병력분산의 어리석음을 깨달았겠지. 암리처 성역에 집결, 재반격의 기회를 찾았다.
제국군은 키르히아이스를 별동대로 하여 반란군의 배후로 돌아 내가 정면에서 공격에 임했다. 별 볼일 없었다. 반란군은 충분한 보급을 받지 못한 거겠지. 제대로 싸운 건 처음 한 순간이고 나머진 무너지듯이 퇴각했다. 키르히아이스가 전장에 도착하기 전에 승패가 정해진 거다.
양 웬리가 다소 분투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이쪽은 거의 손해도 없이 반란군을 격파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제르론 요새로 철퇴했으면 좋았을 것을. 반란군의 총사령관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정말이지 구제할 길 없는 어리석은 놈들이다.
대승리였다. 당분간 반란군은 군사행동을 일으키지 못하겠지. 이 정도의 승리를 어은 거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틀림 없을 것이다. 유감이군. 키르히아이스가 암리처에 제때 도착했으면 부사령장관으로 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반란군이 약하다면 전군을 이끌고 정면에서 공격해야 했었다. 실패였다…….
유일하게 맘에 들지 않는 건 그 해적에 대한 것뿐이다. 잔꾀를 부려 수송선단을 강탈하다니……. 뭐 좋다. 약속은 약속이다. 수송선단은 해적에게 주지. 보수로선 그걸로 충분하겠지. 최후의 한 사람, 비텐펠트의 손을 쥔다. 전공을 칭찬하며 승진을 약속하자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승리는 좋다.
오퍼레이터가 발렌슈타인의 방문을 고한 것은 그 직후였다. 다들 그 해적이 뭘 했는지는 알고 있다. 불쾌한 표정이 되었다. 재밌다. 여기에 오도록 하자. 자신이 얼마나 우리들을 화내게 했는가. 제대로 알려주지. 당연하지만 보수 따위 없다. 해적 놈이. 본때를 보여주지.
...
제국력 487년 10월 14일. 로엔그람 함대 기함, 브륀힐트. 칼스텐 키아.
뭔가 편하지 않구만. 이 배. 우리들이 평소 타고 있는 순양함과 달리 크고 게다가 다들 무서운 눈으로 나와 두목님을 보고 있다. 혹시 이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걸까? 해적이란 평판이 나쁜 걸. 흑공주 일가는 나쁜 짓은 하지 않지만, 범죄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걱정스럽지만 두목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괜찮을까? 괜찮, 겠지…….
“원수 각하. 이번의 대승리. 축하드립니다.”
“…….”
뭐야, 이 녀석. 두목님이 축하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않다니. 해적 사회에선 인사도 못하는 놈은 대우도 받지 못한다고. 얼굴만 좋은 허당이구만.
“반란군은 강했습니까?”
“별 볼일 없었다. 뭘 위해서 암리처에 결집한 건지.”
점점 더 싫어졌다. 오만하게 웃으면서. 덧붙여 두목님을 내려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다.
“그거 다행입니다. 저희들도 협력한 보람이 있군요.”
“경이 뭘 협력한 건가? 수송선을 강탈했을 뿐이 아닌가.”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한 놈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웃음 소리가 들렸다. 로엔그람 원수도 웃고 있다. 싫은 놈이다.
두목님은 조금도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주변의 웃음 소리가 잠잠해지자 평소대로의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예에. 수송선을 강탈했을 뿐입니다. 두 번 말이죠.”
다들 이상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로엔그람 원수가 “두 번?”이라고 중얼거렸다.
두목님이 쿡쿡 웃기 시작했다. 아, 난 이제 몰라. 어떻게 되도 모른다고. 책임 못 진다고. 두목님을 화나게 했어. 너희들. 틀림없이 지옥을 보게 된다.
“암리처 반란군이 별 볼일 없었던 건 어째서라고 생각합니까?”
다들 깜짝 놀라고 있다. 로엔그람 원수가 “설마”하고 말하고 있다. 너희들 눈치 채는 게 늦다고.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이제르론 요새에서 암리처로 향하던 수송선 100척, 호위함 40척을 나포했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말이 된다고. 금발. 얼굴이 굳었는데?
“간단했습니다. 먼저 나포한 선단에는 호위선이 있었으니까요. 그걸 써서 아군인 척하여 접근한 겁니다. 별 볼일 없이 나포됐죠.”
아아, 여기저기에서 신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두목님만이 웃고 있다. 이봐. 아직 끝이 아니라니까? 아직 뒤가 있다고. 각오해. 귀를 틀어 막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진짜.
“어려웠던 건 그 뒤였습니다. 암리처에선 보급은 아직이냐고 몇 번이나 재촉하니까 말이죠. 조금만 더 기다리라며 다독였던 겁니다. 모두에게 전공을 세우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말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녀석들, 다들 도망쳤겠죠……. 별 볼일 없는 적이었겠죠? 저는 꽤 친절한 남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칼스텐 키아.”
“아, 그, 그렇습니다. 두목님은 친절한 두목님입니다.”
제발 부탁한다구요. 두목님. 어째서 내게 말을 돌리는 겁니까? 거기다가 풀네임으로 부르다니. 지금 꼭지가 나갔어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니까……. 아, 또 신음 소리. 그보다도 신음 소리가 전보다도 더 커졌다. 아니, 그보다도 금발. 몸이 약간 떨리고 있다고. 추운가? 춥겠지. 나도 지금 추워. 부두령. 어째서 와주지 않은 겁니까? 저 혼자선 너무 춥슴다.
“원수 각하. 흑공주 일가의 공적, 평가해주시겠습니까? 그러지 않으면 보수에 대해서 말할 수 없으니까요. 이번 싸움에 있어 저희들의 공적은 대체 몇위입니까?”
아, 다들 굳었다. 잠자코 금발을 보고 있다. 괜찮냐? 금발. 몸이 덜덜 떨리고 있고 얼굴이 새파랗다고. 솔직하게 두목님에게 사과하라고. 그러는 편이 절대 좋다니까?
“……무훈, 제, 1위…….”
짜내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렇게나 우리들의 공적을 인정하는 게 싫냐? 귀엽지 않구만. 하지만 말이야. 두목님은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답했다. 무섭지. 나중에 모두에게 알려야.
“감사합니다. 그럼 보수로서 흑공주 일가 구성원 3만 명에 대하여 한 사람 당 4만 제국 마르크는 어떻습니까? 합계 12억 제국 마르크입니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12억!”이라는 비명도 들렸다. 뭐야. 불만 있어? 우리들 흑공주 일가의 모토는 말이야.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마구 번다.”라고. 너희들에게 있어선 12억 제국 마르크 따위 돈도 아니잖아? 대승리도 했는데 불만 토하지 말라고. 누구 덕분에 이긴거야?
“……알았다. 12억이다.”
금발이 승인하자 다들 침묵했다. 아플 정도의 조용함이구만. 두목님이 계약서를 꺼내어 금발에게 내밀었다. 금발은 뺏어 들 듯이 계약서를 받아들고 끔찍하다는 듯이 사인했다. 그리고 흥하고 콧방귀를 끼는 듯한 느낌으로 두목님에게 계약서를 돌려준다. 감사합니다. 폭리 탐탐, 폭리 탐탐…….
“헌데, 원수 각하. 한 가지 구입하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만?”
두목님이 금발에게 말하자 녀석, 노골적으로 수상쩍단 표정을 지었다. 너 말이야. 두목님에게 실례잖아? 이야기 정돈 들으라고. 두목님을 봐라. 너희들이 미운 얼굴을 해도 두목님은 평소대로 대응하고 있잖아. 인간의 격이란 건 말이지, 이런 데에서 드러난다고.
“이번 수송선을 나포하여 반란군의 병사를 잡았습니다…….”
“……그걸 사라, 는 건가.”
“네. 지금이라면 전승 축하 세일로 한 사람 당 5만 제국 마르크로 어떻습니까?”
또 소리가 들렸다. “말도 안 되는”이라든가 “무슨 생각이냐”라든가. 너희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보통 아무리 싸도 몸값은 10만 제국 마르크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축하 세일이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상대는 인간이라고? 그걸 사라고.”
금발이 내뱉었다. 얼굴이 일그러져있다. 너도 모르는 구만. 금발. 두목님은 호의로 말하는 거라고. 솔직하게 받아들여.
“죄송합니다만, 저희들은 해적입니다. 범선시대부터 해적에 잡힌 포로는 몸값을 받는 것이 전통입니다.”
“…….”
“게다가 파는 것은 반란군 병사입니다? 제국인이 아니니까 인신매매 법에도 저촉되지 않습니다.”
“…….”
그렇지. 우리들은 해적이라고. 평소엔 하지 않지만 이번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돈이 된다면 기쁘게 하지.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마구 번다.”다. 아, 두목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교섭실패인가……. 유감이구만. 상대가 바보라면 어쩔 수 없나…….
“알겠습니다. 유감이군요.”
“……어쩔 생각인가. 포로를 죽일 건가?”
금발이여. 너 제국 원수라고 해서 웃기지 말라고. 거절하고 나서 죽일 거냐고? 두목님이니까 그렇지, 다른 두령이었으면 한 대 맞았다고. 너하곤 관계없겠지만.
“설마. 그런 돈도 안 되는 일은 하지 않아요. 페잔으로 가져가서 반란군에 팔 겁니다. 페잔 상인에게 10퍼센트의 중개료로 중개 받을 겁니다. 최저 한 사람 당 10만 제국 마르크, 중개료로 페잔에 1만 제국 마르크, 우리가 9만 제국 마르크로군요.”
두목님이 또 쿡쿡 웃었다. 거봐. 화났잖아. 대체 어째서 그렇게 바로 화나게 할까.
“페잔이라고…….”
그렇게 아연해하지 말라고. 너, 전쟁은 할 수 있어도 그 이외엔 꽝이구만. 우리 쪽으로 오라고. 두목님 밑에서 1년만 있어도 꽤나 다르다니까.
“네. 반란군과 직접 교섭하는 건 위험하니까요. 우리는 어디까지나 페잔에 매매를 부탁하는 형태가 됩니다.”
뭘까? 또 뭔가 소란스럽다. 죽이지 않는다고 했잖아. 우리들은 말이야. 너희들처럼 적이라면 죽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이니까 벌 수 있다. 안 된다면 죽인다.
“렘샤이트 백작에겐 제대로 말할 겁니다. 원수 각하께 거절 당해서 죽이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여 페잔으로 데려왔다고. 렘샤이트 백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라? 금발, 안색이 나쁜데?
“자칫 잘못하면 페잔 상인이 제국과 반란군을 상대로 저울질을 할지도 모르겠군요. 뭐, 우리는 손해만 없으면 아무래도 좋지만. 기대 됩니다.”
두목님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 내어 웃었다.
“산다! 내가 그들을 산다. 한 사람 당 5만 제국 마르크. 축하 세일이었지? 발렌슈타인.”
어이, 괜찮나? 눈이 올라갔다고? 금발.
“네. 5만 제국 마르크입니다.”
“내가 산다!”
금발의 말에 두목님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계약서를.”
두목님이 계약서를 꺼내자 금발이 사인했다. 해냈네. 포로는 대충 6천 명. 3억 제국 마르크를 벌었다.
“그럼 저희들은 이걸로 실례하지요. 키아. 돌아갑니다.”
“예.”
“또 용무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다시 만날 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그렇게 말하고 두목님은 우아하게 인사한 뒤 금발 앞에서 물러났다. 멋있지. 두목님. 그건 그렇고 녀석들, 금발도 그렇지만 다른 녀석들도 인사 없냐? 무례하네. 뭐, 녀석들과 함께 일을 하는 일은 일단 없을 테니까. 신경 쓸 필요 없나. 그보다도 오늘 일을 모두에게 알려야지……. 뭐라고 해도 오늘 하루로 15억 제국 마르크를 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