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해적편

그 해적은 은하를 달린다. 제 11 화. 밴플리트 할양조약

추리닝백작 2015. 2. 13. 17:49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9월 1일.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의장, 욥 트류니히트. 내란 및 이제르론 요새 함락의 책임을 지고 사임.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9월 5일.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의장에 죠안 레벨로 취임. 레벨로 의장, 해적 흑공주 일가와 포로해방에 대한 교섭을 개시.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9월 10일.

  제국군 최고사령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후작, 제국 재상 리히텐라데 공작을 역적군과의 내통, 스스로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의 주범으로서 체포.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9월 18일.

  제국 재상 리히텐라데 공작.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자결. 리히텐라데 공작 일가 중 20세 이상의 남자는 사형. 그 외는 변경으로 유배가 결정.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9월 20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후작, 제국 재상으로 취임. 또한 내란 진압의 공적에 의해 공작으로 작위를 올림.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9월 25일.

  제국군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대장.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9월 30일.

  자유행성동맹, 흑공주 일가 사이에 포로해방을 포함한 조약(별칭, 밴플리트 할양조약)을 체결함.


제국력 488년(우주력 797년) 11월 15일.

  이제르론 요새사령관 겸 함대사령관 울리히 케슬러 대장, 이제르론 요새에 착임.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상급대장에게서 이제르론 요새 방위 임무를 인계 받음.


  포로해방을 포함한 조약(별칭, 밴플리트 할양조약)에 대하여.

  자유행성동맹은 에리히 발렌슈타인을 장으로 하는 자경단, 흑공주 일가 사이에 이하의 내용으로 조약을 맺는다.


  하나. 흑공주 일가는 이제르론 공략에 있어 포로로 삼은 병사, 민간인 323만 5627명을 동맹에 반환한다.

  둘. 자유행성동맹은 그에 대해 이하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에 동의한다.

    (하나) 자유행성동맹은 흑공주 일가에 대하여 동맹령에서의 통상의 자유, 안전을 보장한다.

    (둘) 자유행성동맹은 몸값의 일부로서 흑공주 일가에게 2억 제국 마르크를 지불한다.

    (셋) 자유행성동맹은 몸값의 일부로서 흑공주 일가에게 밴플리트 성계를 할양하여 그 주권이 흑공주 일가에 있음을 인정한다.

  셋. 자유행성동맹은 어떠한 의미에 있어서도 흑공주 일가가 밴플리트 성계에서 행하는 개발행위를 방해하지 않는다.

  넷. 흑공주 일가는 밴플리트 성계에서 얻은 광물자원 중 절반을 자유행성동맹에게 매각한다.

  다섯. 흑공주 일가는 밴플리트 성계의 주권 및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 매각하지 않는다.


...


제국력 489년 2월 10일. 이제르론 요새.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이제르론 요새에 입항한 배에서 내리자 그리운 얼굴이 보였다.

  “케슬러 제독. 일부러 마중 나온 건가.”

  “오랜만이군. 메크링거 제독.”

  “아아, 오랜만이다.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4개월만인가…….”


  서로의 안부를 물은 뒤, 그의 안내로 그의 개인실로 향했다. 하릴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불편한 일이다. 옛날과 달리 주변의 눈, 귀를 신경 써야만 한다는 건. 그의 방에 들어가 소파에 앉는다. 그가 꺼내온 백포도주를 입에 머금는다. 조금 산미가 있지만 나쁘지 않다. 상쾌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일부러 회랑까지 와서 훈련이라니. 수고하는군.”

  어조에 웃음이 있다. 내가 어째서 여기에 왔는가. 대충 예상은 하고 있겠지.

  “원수 각하의 명령이다. 변경에서 훈련을 하며 경에게 이런저런 확인을 하고 오라고 하시더군.”

  “역시 신경 쓰이나?”

  “그런 것 같군. 뭐, 당연한 일이지만.”


  내 말에 케슬러 제독이 끄덕였다.

  “여기에 오는 도중, 암리처에서 그와 만났다. 경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더군.”

  “그건…….”

  케슬러 제독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어째서 변경에 왔는지. 대충 짐작은 갔을 텐데 온화한 웃음을 짓고 있더군.”

  “꽤나 내심을 읽게 해두질 않아……. 만만찮은 상대지 않나?”

  “아아. 만만찮지.”


  서로 누구라고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더라도 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흑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해적이다. 용병가로서도 모략가로서도, 그리고 상인으로서도 그가 만만찮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다들 놀라는 건 그 자제심이다. 어떤 때에도 자신의 입장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 없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항상 우위에 서 있다.


  케슬러 제독이 이제르론 요새를 맡게 된 것은 흑공주가 반란군과 맺은 조약이 원인이었다. 흑공주가 이제르론 회랑의 사용권을 가지는 이상, 단지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흑공주와의 협조도 불가결한 일이 된다. 그리고 감시도. 그걸 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케슬러 제독이 선발됐다. 반란군의 군사력이 쇠퇴한 지금, 주된 임무는 그쪽이다.


  “메크링거 제독. 그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한 가지 듣고 싶은 일이 있는데.”

  “뭔지?”

  “오벨슈타인이 헌병총감이 됐다는 건 대체 무슨 일인가?”

  케슬러 제독의 질문에 저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렸다.


  “전임자인 오펜하이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로엔그람 공작에게 뇌물을 바쳤다. 그걸 이유로 경질. 후임자가 오벨슈타인이 된 것이다.”

  “뇌물……. 바보 같은.”

  케슬러 제독이 고개를 젓고 있다. 정말 동감이다. 이쪽도 고개를 젓고 싶은 기분이다.


  “오벨슈타인을 헌병총감으로 하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사람이 없던 것도 사실이다……. 몇 번이나 공작은 경이 있었으면 하고 한탄했지. 하기야 이제르론 요새를 맡길만한 사람도 경뿐이라고 했지만…….”


  “그렇다 해도 오벨슈타인이 헌병총감인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괜히 폭주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베스타란트인가.”

  “음.”


  립슈타트 전역 이후, 오벨슈타인은 몇 개의 의혹으로 취조를 받았다. 리히텐라데 공작과 내통했다는 의혹은 풀렸지만, 그가 베스타란트를 보고도 못 본 척 했다는 것, 그 일로 로엔그람 공작을 속이는 듯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참모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비난을 받고, 공작의 판단으로 총참모장의 직위에서 내려왔다…….


  “뭐,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네만……. 헌데, 메크링거 제독. 작년 9월 말에 반란군과 흑공주가 밴플리트 할양조약을 맺었는데. 정부는 그걸 어떻게 보고 있는가? 유효하다고 보고 있나? 아니면 묵인하고 있을 뿐인가…….나는 그 조약이 체결된 직후에 오딘을 나와서 그 부분을 잘 모르는데…….”

  케슬러 제독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 같다.


  작년 9월 말, 반란군과 흑공주 일가 사이에 어느 조약이 맺어졌다. 밴플리트 할양조약. 이제르론 요새의 포로 320만 명을 반란군에게 돌려주는 대신 반란군은 몸값 2억 제국 마르크를 지불하고 밴플리트 성계를 흑공주 일가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조약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이군. 반란군과의 교역을 인정한 것은 로엔그람 공작 자신이다. 밴플리트 할양조약은 교역에 대한 부분도 있어. 할양은 통상 조건의 일부라고 주장하면 부정은 할 수 없지. 실제로 밴플리트에서 산출된 광물자원은 반란군과의 교역에 쓰이고 있으니.”

  “과연.”

  목이 말랐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내 쪽에서도 듣고 싶어. 교역은 꽤나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내 질문에 케슬러 제독이 끄덕였다.

  “사실이다. 흑공주 일가는 밴플리트에서 채굴한 광물자원의 절반을 반란군에 팔고, 일용품을 사서 변경으로 가져가고 있어. 일용품의 품질은 제국보다도 저쪽이 좋으니까 말이야. 꽤나 팔리고 있다고 하더군. 변경의 발전에도 꽤 도움이 되고 있지.”


  “하지만 반란군에게 있어서 흑공주는 적이겠지? 간단히 교역이 가능한 일인가? 아무래도 그 부분을 잘 모르겠는데.”

  내 질문에 케슬러 제독이 웃었다.


  “메크링거 제독도 군인이군. 경제는 모르는 것 같다. 정치라는 건 이치로 움직인다. 하지만 경제라는 건 이익으로 움직인다. 누구나 손해는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흑공주와 반란군은 서로의 교역으로 이익을 얻고 있어.”

  이익인가……. 하는 말은 알겠지만, 좀처럼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이제르론 요새 함락 직후, 최고평의회 의장 욥 트류니히트가 사임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하지만, 사실상 도망이나 마찬가지지. 당시의 반란군은 3개 함대밖에 없는 실전부대 중 한 함대는 내란으로 격멸 됐지. 거기에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잃은데다가 이제르론 요새까지 잃은 거다. 국방에 자신을 잃은 거겠지.”

  “과연. 심한 이야기군. 그 자는 주전파라고 들었다. 그게 도망치다니……. 마치 리텐하임 후작 같군.”

  내 말에 케슬러 제독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 뒤를 이은 죠안 레벨로에겐 인질해방 문제와 함대재건 문제가 들이닥쳤지. 인질해방에 돈을 쏟으면 함대재건은 어려워져. 그렇다고 해서 인질을 죽게 내버려둘 순 없지. 머리가 아팠을 거다.”

  “음.”


  “흑공주는 교섭 와중에 교역을 인정한다면 몸값을 내리겠다고 한 것 같다. 레벨로 의장은 거기에 주목했다. 상대방이 교역을 인정한다면, 그걸 이용해야 한다고. 혹은 흑공주가 그러한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을지도 몰라.”

  “그게 밴플리트 할양인가.”


  이제르론 요새 공략으로 얻은 포로는 약 320만 명. 그에 대해 반란군이 최종적으로 지불한 몸값은 2억 제국 마르크. 한 사람 당 계산해 보면 60 제국 마르크에 불과하다. 정가가 10만 제국 마르크라고 보자면 영점 이하의 퍼센트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거래한 것이 된다. 다시 말해 흑공주는 그만큼 이익이 있으리라 봤다…….


  “정확하겐 흑공주에게 밴플리트를 개발하게 만들어 교역 상대로 한다, 라는 걸까. 밴플리트는 항성이 불안정하고 8개 있는 행성 전부가 열악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그 때문에 이주는 행하고 있지 않아. 하지만 광물자원은 그럭저럭 있는 것 같다. 개발이 되지 않은 건 제국령에 가까워 위험했기 때문이겠지.”

  “한 번 싸움이 있었지.”


  내 말에 케슬러 제독이 끄덕였다. 제국력 485년에 밴플리트에서 반란군과의 전투가 있었다. 지금부터 4년 전의 일이다. 나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심한 혼전이었다는 말은 들었다.


  “밴플리트는 동맹 개발에 아무런 기여도 하고 있지 않다. 레벨로 의장은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그런 밴플리트를 흑공주에게 할양하여 개발하게 한다. 광물자원의 절반을 반란군에게 팔게 한다. 반란군은 우주함대를 급히 재건해야 하지. 광물자원은 아무리 있어도 충분하지 않아. 반란군은 새로운 자원공급원을 확보하고 흑공주는 반란군에게 있어 새로운 자원공급자가 됐다는 거다.”

  “과연. 그게 이득인가…….”

  내가 중얼거리자 케슬러 제독이 끄덕였다.


  “밴플리트 할양은 이치로 생각하면 굴욕일 뿐이다. 반란군 내부의 주전파는 꽤나 레벨로 의장을 비난했다더군. 하지만 이익으로 생각하자면 굴욕도 아무것도 아니야. 구미가 땅기는 거래일 뿐이지. 반란군에게 있어서도, 흑공주에게 있어서도, 제국에 있어서도 그렇다.”

  “제국에 있어서도?”

  잘 모르겠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듣자면 반란군과 흑공주, 변경에 이익이 있는 건 알겠지만……. 케슬러 제독이 날 보고 웃었다. 이런, 질리게 했나.


  “밴플리트에서 채굴된 광물자원의 절반은 변경성역으로 간다. 제련되어 일용품, 군용품에 이용되지. 군용품은 이제르론 요새와 흑공주 일가가 챙기고, 민생품은 변경에서 쓰이고 있다.”

  “과연…….”

  끄덕이는 나를 보고 또 케슬러 제독이 웃었다.


  “오딘에서 오는 것보다 훨씬 빠르지. 가까우니까 말이야. 그만큼 단가도 싸. 병참통괄부도 적극적으로 변경을 이용하려고 하더군. 변경은 최전선이기도 한 이제르론 요새에게 있어서 중요한 보급기지가 되어가고 있는 거다.”

  “…….”


  케슬러 제독이 내 얼굴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있다.

  “알겠지? 언젠가 제국군은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군 영역으로 침공한다. 1년 후인지, 2년 후인지……. 그때, 변경성역은, 흑공주 일가는, 후방지원의 핵심을 맡게 될 거다.”

  “과연……. 하지만 변경에 그런 산업시설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변경이라고 하면 농업, 수산업이 주체가 아니었나……. 게다가 생산량은 낮았을 것이다. 옛날 유년학교에서 그렇게 배운 기억이 있지만…….


  “요즘 최근, 변경은 굉장한 기세로 발전하고 있어. 흑공주 일가가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

  “그건 들었지만…….”

  “녀석들이 투자하고 있는 건 우주항의 설비나 발전소, 거기에 도로, 상하수도 설비, 주로 인프라 설비로군. 그걸 보고 중앙에서도 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이제르론에 군용품을 납품하는 것도 그거다.”

  “변경은 변경이 아니게 되고 있다는 건가…….”

  케슬러 제독이 끄덕였다.


  “이제르론 요새가 양 웬리에게 함락되었을 때, 기업 진출이 멈췄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한 이후, 기업의 진출이 더욱 늘었다고 하더군.”

  “……설마하고 생각하네만, 놈이 이제르론 요새를 함락한 것은…….”

  “그 설마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변경의 발전을 위해선 변경의 안정이 필요했다. 이제르론 요새가 제국에 있을 필요가 있다고 흑공주는 판단했지…….”


  방에 침묵이 떨어졌다. 아까 전까지 케슬러 제독은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겁고 괴로운 침묵을 뿌리치듯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믿을 수 없는 자로군.”


  “흑공주에게 있어선 몸값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고 생각하네. 변경이 안정될 것, 그에 의해 변경이 발전하는 것이 중요했다. 변경이 발전하지 않으면 흑공주 일가도 커질 수 없으니까 말이야……. 반란군과의 교역을 바란 것도 아마도 그게 이유겠지. 그에게 있어선 몸값보다도 교역 쪽이 변경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본 거다.”

  “…….”

  케슬러 제독이 와인을 입으로 옮겼다. 잠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다.


  “장래적으로는 변경성역과 반란군 영역을 이어 하나의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런 추측을 하고 있어. 건너편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자유행성동맹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리고 제국 변경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보인 거다. 이제르론 회랑을 해방해 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도 안 되는 자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케슬러 제독이 잔에 와인을 따라줬다.

  “변경은 이런 느낌이다. 말도 안 되는 자를 상대하고 있지만,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 삼으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네. 이번엔 오딘의 이야기를 듣고 싶군.”


  화제를 바꾸자는 거겠지. 유감이군. 케슬러 제독. 오딘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변경에 대한 거다.

  “지금 오딘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밴플리트 성계는 제국령의 일부인가, 아니면 흑공주 일가가 독점한 영역인가, 라는 거다.”

  “그거 또 성가신 문제군.”


  케슬러 제독이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성가신 문제다. 케슬러 제독은 쓴웃음을 짓고 있지만 오딘에선 이 일로 골치를 썩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다. 제국도 동맹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정부간의 교류는 없이 포로교환도 군부가 주체가 되어 행했을 정도다.


  밴플리트 할양조약에는 제국이라는 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조약은 어디까지나 반란군과 흑공주 일가 사이에서 맺어진 것이다. 그리고 조약은 밴플리트 성계의 주권은 흑공주 일가에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밴플리트 할양조약을 인정한다면 그 주권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말로 하자면, 흑공주가 밴플리트의 왕이라고 자칭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거다…….


  흑공주 일가의 주권을 무시하고 제국령의 일부라고 선언하여 군대를 파견하면 어떻게 될까? 그 시점에서 밴플리트 할양조약은 효력을 잃는다. 다시 말해 흑공주 일가와 반란군과의 교역이 끊어지게 된다. 당연하지만 흑공주는 교역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해하는 행동을 하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항의하겠지. 내가 그렇게 설명하자 케슬러 제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군부 내에는 강경론을 세우는 인간도 있다. 밴플리트 성계를 제국령으로서 접수해야 한다. 불만을 토한다면 흑공주도 반란군과 내통했으므로 토벌해야 한다. 고 말이야.”

  “바보 같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그를 적으로 돌린다는 건가……?”

  케슬러 제독이 어이없단 듯이 말했다.


  “젊은 자들이 많은 거다. 흑공주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가. 전쟁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혐오하고 있어.”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케슬러 제독이 날 보고 있다. 꾹 숨을 참고 확인하는 듯한 시선이다.


  “나는 반대다. 그러한 짓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신의에 반하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위험하다. 경과 이야기를 하고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아군으로서 이용해야한다. 그러는 편이 훨씬 이득이야.”

  “…….”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안심한 거겠지.


  “흑공주가 반란을 일으킨다면 괜찮다. 그런 단순한 인간이라면 말이야. 하지만 아마도 그는 반란 따위 일으키지 않아. 싱거울 정도로 쉽게 물러나겠지. 그리고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제국에게 복수할 기회를. 그 복수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겠지……. 나 혼자가 아니야.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다들?”


  “함대사령관은 전부다. 항상 우리들의 위에서 행동하는 자다. 제국과 반란군 사이를 파고들어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 자다. 감정으로 반란 따위 일으키지 않겠지. 반란을 일으킬 때는, 제국을 멸망시킬 각오가 됐을 때다.”

  케슬러 제독이 또 한숨을 내쉬었다…….


  “반란 전에 변경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지.”

  “케슬러 제독…….”

  “변경의 발전에 흑공주의 힘은 불가결했다. 그건 변경성역 주민이라면 다들 알고 있어. 밴플리트 할양조약도 변경성역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거라는 것도 말이야. 조약을 부정하고 흑공주를 부정하면 어떻게 될지…….”


  침통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어조와 표정이다.

  “변경은 제국이 자신들을 박해한다고 받아들이겠지. 그들은 립슈타트 전역 이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연계를 강화하고 있어. 틀림없이 변경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겠지. 독립운동의 지도자는 흑공주일 테고…….”

  심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한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