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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류(발렌슈타인 이전) : 오스카 폰 로이엔탈의 맹세

추리닝백작 2015. 2. 13. 17:56

제국력 486년 5월 15일. 오딘, 군무성, 상서실.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그래서, 어떤가? 군무상서.”

  “뮈젤 대장은 군법회의를 희망하고 있는 듯 하네만. 요즘엔 그 일로 머리가 아픈 것 같더군.”


  3월 중순, 클롭슈톡 후작에 의한 폭탄 사건이 일어났다. 클롭슈톡 후작이 프리드리히 4세 폐하를 암살하기 위해 꾸민 일이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다만 많은 귀족이 폭사했고, 또 범행장소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이었기에 토벌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총사령관으로 한 정규병과 귀족의 사병으로 이뤄진 혼성군으로 행해지게 됐다. 반란 진압에 약 한 달이나 걸렸다는 추태를 보였다.


  귀족들이 멋대로 행동하여 지휘가 혼란, 이른바 오합지졸로 변했기 때문이지만, 어떻게든 진압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대위가 약탈행위를 했고, 그걸 어느 소장이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 하지만 사살당한 대위가 브라운슈바이크의 먼 친척이며, 사살한 소장이 평민이라는 점이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분노한 프레겔 남작이 그 소장을 감금, 사살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소장에겐 친우가 있었다. 그는 호락호락 친구가 죽게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다. 그는 라인하르트 폰 뮈젤 대장에게 도움을 구하고, 뮈젤 대장은 거기에 응하여 그 소장, 볼프강 미터마이어를 구했다. 뮈젤 대장은 미터마이어 소장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군법회의 개최를 바라고 있으나…….


  “미터마이어 소장을 변호할 사람이 없는가.”

  그 말에 군무상서 에렌베르크 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적으로 돌리고 변호를 받아줄 자가 있을까.”


  “이대로라면, 법무국이 준비한 변호사를 쓰게 되겠군.”

  “음…….”


...


제국력 486년 5월 15일. 오딘, 로이엔탈 저택. 오스카 폰 로이엔탈.


  집에 돌아온 그는 피로감에 잡혀 있다. 유체적인 피로가 아니다. 어떤 성과도 올리지 못했기에 생긴 피로감이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면 자신을 격려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어떻게 해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피로감은 높아질 뿐이다.


  모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리텐하임 후작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터마이어의 변호를 맡기려고 해도 후환을 두려워하여 도망쳐버린다. 이만큼이나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인식이 가벼웠던 모양이다.


  이대론 법무국이 준비한 변호사를 쓸 수밖에 없어진다.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들은 제대로 된 변호를 하지 않겠지. 코르프트 대위 사살은 미터마이어의 린치가 되고 만다.


  최악의 경우 미터마이어가 그의 약탈행위를 막으려고 하던 코르프트 대위를 죽였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미터마이어를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겠지.


  역시 내가 변호할 수밖에 없는가. 하지만 변호사도 아닌 내게 미터마이어를 변호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나는 오히려 증인으로서 미터마이어의 무죄를 법정에서 주장해야하지 않을까?


  이 건에 대해선 뮈젤 대장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사면에서 믿음직하나 이런 사회경험이 필요한 분야에선 미숙한 젊은이일 뿐이다. 뮈젤 대장을 의지하는 건 틀리지 않았지만, 아직 미터마이어는 사지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믿을 수 있는 아군이 필요하다. 뮈젤 대장, 미터마이어, 전장에선 믿음직한 사내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겐, 아니 우리들에겐 전장 이외에서도 의지할 수 있는 아군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TV전화가 울렸다. 미터마이어인가, 아니면 뮈젤 대장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표시된 번호를 봤지만, 본 적 없는 번호였다. 지쳐있기도 했고 무시할까 생각했지만, 생각을 고치고 받아봤다. 혹시 변호사에게 온 전화일지도 모른다.


  TV에 나온 것은 오렌지색 닭대가리의 사내였다.

  “로이엔탈 소장인가. 오랜만이다. 비텐펠트다.”

  “음. 오랜만이군. 무슨 용무인가? 비텐펠트 소장.”


  내심 나는 질리고 있었다. 나는 이 소란스러운데다 섬세함의 파편도 없는 닭대가리가 싫다. 주변은 저돌맹진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면 세 발자국 걸으면 잊어버리는 닭대가리, 닭대가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긴, 닭대가리라고 입 밖으로 내놓은 적은 없다. 닭대가리를 무서워한 적은 없지만, 자처해서 소란을 불러올 생각도 없다. 하지만 묘하다. 어째서 내게 전화했는가? 내가 이 자를 싫어하듯 이 자도 나를 싫어할 터인데.


  닭대가리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 이것도 꽤 하찮다. 사관학교 시절에 녀석이 좋아하던 여자를 내가 2개월 정도 사귀다가 차버린 적이 있었다. 남자의 순정을 밟았다며 소란 피웠으나, 바보가. 여자는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그러니 넌 여자에게 인연이 없는 거다.


  동창회라도 하자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속공으로 거절해주마! 나는 기분이 나쁘다. 그렇게 생각하고 퉁명스럽게 대응했으나 닭대가리는 신경 쓰는 기색도 없다. 이러니 섬세함이 없는 남자는 싫다는 거다.


  “로이엔탈 소장. 경이 미터마이어 소장의 법정을 맡아줄 변호사를 찾고 있다고 들었네만. 변호사는 찾았는가?”

  “아니, 아직 찾지 못했네.”


  그래서 뭐란 말이냐. 이쪽이 곤란하고 있는 걸 비웃으러 왔는가. 닭대가리. 아니면 너에게 아는 변호사라도 있다는 건가? 그럴 리가 없지. 아니, 트러블만 일으키는 네 녀석이다. 변호사 한 사람이나 두 사람 정도 아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가. 실은 미터마이어 소장 변호를 받아도 괜찮다는 사람이 있네만.”

  “…….”

  너, 정말로 변호사에게 신세진 적이 있는 건가. 난 농담일 셈이었는데…….


  “아, 대답이 없는 건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가? 계속 말해도 좋은가?”

  “아아, 물론이다. 그 변호사라는 건 경의 지인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변호사가 아니야.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군인이다.”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군인? 혹시 법무국 사람인가? 이 바보가! 법무국을 신용할 수 없으니까 곤란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닭대가리!


  “지레짐작하지 말라고, 로이엔탈 소장. 법무국 사람이 아니야. 내 부하다.”

  “경의 부하?”

  의심쩍은 목소리를 내는 나에게 닭대가리가 대답했다. 에리카 발렌슈타인 소령. 그녀가 미터마이어 소장의 변호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


제국력 486년 5월 15일. 오딘, 릴베르크 쉬트라제. 오스카 폰 로이엔탈.


  “그래서, 변호사를 찾았다고 들었네만?”

  들뜬 목소리로 뮈젤 대장이 방문했다. 동석하고 있는 미터마이어, 키르히아이스도 밝은 표정이다. 여기는 릴베르크 쉬트라제. 뮈젤 대장의 하숙집다. 비텐펠트에 대하여 조금 시간을 달라고 한 뒤, 나는 여기에 왔다.


  “찾았다고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

  모두 이상하다는 듯한, 불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불안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그 닭대가리가 가져온 이야기는 미묘했다.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소장. 소관과는 사관학교 동기생입니다만. 그의 부하 중에 발렌슈타인 소령이라는 여성사관이 있습니다. 그녀가 미터마이어의 변호를 받아줘도 좋다고 말했다 합니다.”


  잠시 침묵이 떨어졌다. 뮈젤 대장이 곤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로이엔탈 소장, 그 발렌슈타인 소령이라는 건, 그 발렌슈타인 대위 말하는 건가?”

  “예. 그 발렌슈타인 대위입니다.”


  발렌슈타인 소령. 전회 싸움에서 아침 인사를 행하고 있던 여성사관이다. 별자리 점이라던가, 오딘의 날씨예보 등등을 했었다. 무슨 농담이냐고 생각했지만, 함대에선 꽤 많은 사람이 그걸 보고 있었던 듯하다. 뮈젤 제독도 그걸 봤는가.


  뭐, 보통 때라면 저런 예보녀에게 변호 따위 맡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애초에 전장에 여자가 나오다니. 저 여자도 닭대가리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겠지. 뭐라고 해도 닭대가리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은 느낌의 여성사관이었지요.”

  “그렇지. 키르히아이스.”

  “…….”

  괜찮은가. 이 두 사람에게 몸을 맡긴 걸 한 순간이지만 불안하게 생각했다.


  “문제는 발렌슈타인 소령이 내 변호를 최선을 다해 맡아줄지 어떨지 인데…….”

  미터마이어의 말에 뮈젤 대장, 키르히아이스 중령이 끄덕이고 나를 봤다. 그들의 불안도 이해할 수 있다. 변호를 맡긴다고 해도 그녀가 귀족 측에 유리한 변호를 한다면 의미가 없다.


  “믿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녀는 발렌슈타인 변호사의 딸입니다.”

  “발렌슈타인 변호사의 딸? ……그 발렌슈타인 변호사의 딸 말인가?”


  미터마이어의 놀란 목소리에 뮈젤 대장, 키르히아이스 중령이 질문하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듯 하다. 아직 두 사람 모두 젊다. 무리도 아닌가.


  “예전, 리메스 남작이라는 귀족이 있었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의 아버지, 콘라트 발렌슈타인은 리메스 남작가의 고문변호사였습니다만, 남작가의 상속문제로 귀족들에게 죽었습니다.”


  나는 저 사건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했다. 발렌슈타인 소령의 양친이, 발데크 남작가, 콜비츠 자작가, 하일만 자작가 중 어느 가문에 의해 죽었다는 것. 발렌슈타인 변호사가 없었다면 리메스 남작은 모살당하고, 리메스 남작가의 재산은 친족들이 쟁탈하게 됐을 거라는 것…….


  그리고 이 사건 때문에 변호사들은 귀족들의 원한을 사는 걸 두려워하게 됐다. 미터마이어의 변호를 받아주지 않는 것도 저 사건 때문이다. 그 피해자의 딸이 미터마이어를 변호하려하고 있다. 인과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럼 그녀는 문벌귀족들을 증오하고 있다. 그런 건가. 경이 믿을 수 있다고 한 건 그게 이유로군.”

  “예. 능력은 어쨌든 마음은 신뢰할 수 있겠죠. 나머진 실제로 만나서 본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건 능력도 마음도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다. 그런데도 우리들이 준비할 수 있는 건 마음은 신뢰할 수 있어도 능력은 실뢰할 수 없는, 어딘가 정신이 나간 예보녀다. 이제부터 문벌귀족과 싸우기엔 너무나도 빈약한 무기였다.


  한 시간 뒤, 닭대가리와 예보녀가 나타났다. 예보녀는 생각보다 몸집이 작았지만, 스타일이 좋은 여자였다. 게다가 웃음이 예쁜 여자로, 뮈젤 대장이 “느낌이 좋다”라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여자라면 사귀어도 좋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텐펠트 소장. 발렌슈타인 소령을 소개해준 것, 감사하네. 하지만 좋은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 제국의 이대 실력자를 적으로 돌리게 되네만?”


  “상관없습니다.”

  “어째서인가? 나도 로이엔탈 소장, 미터마이어 소장도 경에게 그만큼이나 호의를 받을 이유가 없네. 알려줬으면 좋겠네만.”


  내가 솔직하게 닭대가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다. 닭대가리가 어째서 스스로 위험을 범하려 하는가. 그것을 알 수 없다. 예보녀는 어쨌든 닭대가리는 주의가 필요하다.


  “소관에게는 소망이 있습니다. 우주최강의 함대를 만들어, 정규함대 사령관이 되는 것입니다. 소관은 평민입니다. 우주최강의 함대를 만드는 건 가능해도 정규함대 사령관이 되는 건 힘들겠죠. 각하와 함께 싸워, 그걸 이뤄내고자 합니다.”


  우주최강의 함대? 정규함대 사령관? 역시 이 녀석은 닭대가리다. 주눅 든 기색도 없이 말했다.

  “과연. 확실히 경이 정규함대 사령관이 되는 건 힘들겠지. 나를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밀어 올려, 정규함대 사령관을 노리는가. 하지만 그렇게 잘 될지 어떨지.”


  뮈젤 대장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즐거움이 섞여 있다. 재밌어하는 걸지도 모른다.

  “잘 되게해야만 합니다.”

  답한 것은 예보녀였다.


  “각하는 이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을 적으로 돌렸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군에서 누구도 해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황제 폐하는 반드시 건강하다곤 할 수 없습니다. 혹시 폐하가 돌아가시게 된다면, 귀족들은 폐하의 죽음에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이 관여했다고 하겠죠.”

  “바보 같은. 누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무심코 뮈젤 대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예보녀는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걸 구실로 각하를 처단합니다. 멈추는 건 허락되지 않습니다. 각하는 폐하가 돌아가시기 전에 군에 있어 확고한 지위를 가져야만 합니다. 지금의 각하는 극히 불안정한 입장에 있는 겁니다.”


  뮈젤 대장에게 아까 전까지의 여유는 없다. 아니, 키르히아이스, 미터마이어의 얼굴도 굳어있다. 나도 굳어있겠지. 예상보다 훨씬 우리들은 위험한 상황에 있는 듯하다. 침착한 건 닭대가리와 예보녀 뿐이다. 아니, 예보녀는 웃음조차 띠고 있다.


  “각하. 설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런 각오도 없이 미터마이어 소장을 구하려는 건 아니시겠죠?”

  예보녀가 노골적으로 뮈젤 대장을 도발했다. 약간 턱을 돌리고 가슴을 내밀고 있다. 그리고 눈에는 경멸하는 색이 있다. 여자가 자주 하는 도발 포즈다.


  “그렇지 않아!”

  “그렇다면 확고한 지위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재판에선 이겨야만합니다. 이겨서 하급귀족, 평민출신 사관들에게 신뢰를 얻어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모든 것이 시작한다. 그 말에 뮈젤 대장이 크게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다. 나는 질 수 없어. 좋다. 두 사람의 힘을 빌리지. 일단 미터마이어를 구해주게.”

  “예.”


...


제국력 486년 5월 16일. 오딘, 군무성, 상서실. 라인하르트 폰 뮈젤.


  “무슨 용무인가. 뮈젤 대장.”

  “예. 미터마이어 소장의 변호사가 결정되었기에, 군무상서 각하께 보고를.”

  “음. 그래서, 누가 변호를 한다고?”

  “에리카 발렌슈타인 소령입니다.”

  “…….”


  내 말에 에렌베르크 원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일단 변호사가 정해진 걸 기뻐해야겠지. 하지만 길어지겠군. 이 재판은.”


  이 재판의 쟁점은 약탈행위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누가 약탈행위를 했는가다. 아마도 했다, 하지 않았다는 무의미한 논쟁으로 지지부진해지겠지. 원수의 말에 거짓은 없다. 재판은 길어질 것이 틀림없다. 열린다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운이 없군요.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감독 책임을 묻게 되겠죠. 당연히 원수로의 승진도 재판이 끝날 때까진 맡겨둘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재판의 결과에 따라선 승진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지겠죠. 운이 참 없습니다.”


  “…….”

  “…….”

  “……경,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


제국력 486년 5월 20일. 오딘, 릴베르크 쉬트라제. 오스카 폰 로이엔탈.


  우리들은 여기, 뮈젤 대장의 하숙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뮈젤 대장에게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모인 것이다. 예보녀는 코코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커피다. 거기에 예보녀가 만든 애플파이가 곁들어져 있다.


  미터마이어의 재판은 없어졌다. 모든 일은 없었다는 것으로 불문에 붙여졌다. 재판이 계속되는 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원수 승지는 없다. 그것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타협하게 했다. 공작은 원수로 승진하고 미터마이어는 처벌 없음. 애매한 타협이다.


  모든 건 예보녀의 생각대로 됐다. 그 날, 저 여자는 “재판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 여유는 저희들에게 없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협의로 결판 짓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재판을 행하는 걸로 법적 결판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책으로 결판을 지었다.


  올바른 선택이었겠지. 뮈젤 대장은 가을에는 출병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뮈젤 대장 밑에서 분함대 사령관으로서 출병한다. 재판이 계속된다면 불가능했을 것이 틀림없다.


  “어떤가요? 입에 맞으시나요?”

  예보녀가 애플파이의 맛을 묻는다. 그런 거 알까보냐. 난 단 것이 싫다고.


  뮈젤 대장과 키르히아이스 중령은 맛있다고 말하며 먹고 있다.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의 케이크에도 지지 않는다는 듯 하다. 미터마이어도 맛있다고 하고 있다. 이 녀석의 부인은 요리명인이다. 혀과 꽤 높다. 그렇다면 예보녀가 만든 애플파이는 나름대로 맛있는 거겠지.


  이상한 건 닭대가리다. 이 녀석도 단 것은 싫어할텐데 맛있게 먹고 있다. 미각이 변한 걸까?


  “비텐펠트 소장, 경은 단 것을 싫어하지 않았나?”

  “음. 싫어하는데 말이지. 소령이 만든 애플파이는 절품이라고. 이거라면 먹을 수 있어. 경도 먹어보는 게 어떤가? 소령이 모처럼 만든 것이니.”


  괜한 걸 말하지 마라. 닭대가리. 예상대로였다. 미터마이어가 동조하고, 뮈젤 대장, 키르히아이스 중령도 권하기 시작했다. 별 수 없다. 한 입이다. 한 입만 먹고 적당하게 말하고 끝이다.


  “단 것 같으면서도 달지 않고, 달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단, 뭐라 하기 어려운 맛이군요.”

  동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뭐라고 할 수 없는 맛이다.

  “경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로이엔탈.”


  뭘 말하는가. 미터마이어. 속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어째서 날 향해서 말하는 건가.

  ‥‥…내가, 내가 말한 건가? 만일을 위해서 또 한입 먹어본다.


  “이 바삭거리는 맛이 절묘합니다. 역시 파이는 이게 있어야.”

  ……나다. 틀림없이 나다. 무슨 일이냐. 이건. 어째서 내가 말하고 있는 거냐. 위험하다. 이 애플파이는 위험하다. 나는 나머지 애플파이를 입에 넣고 커피를 머금었다.


  “커피의 쓴맛과 애플파이의 달콤함이 뭐라 할 수 없군요. 이야, 실로 맛있습니다.”

  누가 말했는지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예보녀를 노려봤다. 이 여자, 대체 무슨 마법을 내게 걸었는가.


  내가 노려보고 있는 걸 어떻게 받아들었는지, 예보녀는 내 비어있는 컵에 커피를 따랐다.

  “애플파이 한 접시 더 어떻습니까?”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자칫 “받도록 하지.”라고 말로 나올 것 같았다. 노력의 성과가 있어 말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손이 나왔다. 케이크 접시를 손에 든 내 오른손이. 예보녀는 빙그레 미소짓고 애플파이를 접시에 올렸다.


  나는 지금까지 여자라는 생물체를 경멸했다.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생물체라고. 하지만 그건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이 세상에는 두려운 여자도 있다. 내 어머니 따위 예보녀에 비하면 애송이나 다름없겠지.


  내 눈앞에 있는 예보녀는 남자들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마성의 생물체였다. 이 여자는 닭대가리를 조종하고, 뮈젤 대장을 조종하여, 언젠가 제국을 뒤에서 지배할 생각인 것이 틀림없다. 많은 남자가 이 여자에게 좋을 대로 쓰여져, 그걸 기뻐하는 바보 같은 남자가 되겠지.


  망상이라고 모두 말하겠지.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 애플파이 한 접시로 나를 자유롭게 조종한 것이다. 망상일 리가 없다. 이 여자는 위험하다. 틀림없이 위험하다. 항상 그 움직임을 감시할 필요가 있겠지. 나는 애플파이를 노려보며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실수로라도 이 여자에겐 손을 대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