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발렌슈타인 이전) : 완벽, 딸기타르트
제국력 487년 4월 20일. 오딘, 로엔그람 원수부. 오스카 폰 로이엔탈.
“이 딸기타르트는 절품이군. 로이엔탈.”
“…….”
미터마이어의 사심 한 점 없는 밝은 목소리에 나는 침묵으로서 존엄을 지켰다. 부탁이니까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을 걸지 마라. 무심코 맞장구를 치게 되지 않는가.
“경. 어제는 호박파이가 절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음. 그것도 맛있었지. 우열을 따지기 힘들군.”
“뭐, 확실히 그렇군.”
화기애애하게 말하는 닭대가리와 미터마이어의 대화에 나는 내심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나이도 적지 않은 성인 남자가, 게다가 우주함대의 정규함대 사령관이 호박파이와 딸기타르트 중 어느 쪽이 맛있는지 대화하고 있다. 너희들, 나이는 몇 살이냐? 30세 가까운 어른들의 대화가 그거냐? 대사만 가져오면 어딘가의 초등학교 꼬마하고 별다를 바 없겠지.
“미터마이어 제독. 나는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애플파이가 좋군.”
“음. 그것도 좋군. 그 바삭바삭한 맛이 뭐라할 수 없지. 그러고 보니 요즘 애플파이를 먹지 못했군.”
“그럼 다음엔 애플파이로 하겠어요. 로이엔탈 제독도 좋아하는 것 같고.”
괜한 참견이다. 예보녀! 나는 눈앞의 흑발, 흑안의 젊은 여자를 노려봤다. 하지만 여자는 내 시선에 꿈쩍도 하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딸기타르트 한 접시 더,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이 녀석, 일부러 이러는 게 틀림없다.
나는 말없이 접시를 예보녀에게 내밀었다.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다. 게다가 중요한 건 이 여자의 케이크를 거절하는 게 아니다. 이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뭘 하려는 건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다. 케이크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로이엔탈. 적어도 받겠다든가 뭐라든가, 말하는 게 어떤가? 경은 언제나 잠자코 접시만 내밀 뿐이니. 그래서야 발렌슈타인 중령도 만드는 보람이 없겠지.”
“그렇지 않아요. 미터마이어 제독. 로이엔탈 제독은 언제나 맛있게 드시니까요.”
그만둬라. 예보녀.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 이상 나를 우롱하지 마라. 이 S녀가.
“뭐, 잠자코 먹는 건 상관없지만. 중령을 힐끔힐끔 보는 건 그만두라고. 묘한 소문이 도니까.”
“그래. 로이엔탈.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로이엔탈 제독은 좋아한다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해서 잠자코 케이크를 먹고 있다고.”
멈춰라. 이 바보 녀석들이. 네 녀석들이 뭘 아냐. 내가 예보녀에게 손을 대다니 100억을 준다고 해도 있을 수 없다. 나는 아직 파멸하고 싶지 않고, 닭대가리처럼 이 여자의 노예가 되는 건 딱 사양이다.
“나는 케이크를 좋아한다. 묘한 오해는 하지마.”
“겨우 말했나. 로이엔탈. 그런데 오해라니 무슨 말인가?”
미터마이어가 우습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닭대가리는 뺨을 오른손으로 긁적이며 능청떠는 표정이다.
네 놈들, 나를 놀리는 게 재밌냐? 무심코 화를 내며 반론하려했지만, 어떻게든 참았다. 어차피 재밌어할 것이 틀림없다. 머릿속이 꽃밭인 바보 녀석들을 상대할 여유는 내겐 없다. 예보녀를 보니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만둬라. 너도 재밌어하는 거겠지. 이 성격 나쁜 여자.
제국력 486년에 예보녀와 알게 된 후 이제 곧 1년이 지난다. 그 때 나는, 예보녀는 언젠가 닭대가리를 조조하고, 뮈젤 대장을 조종하고, 언젠가 제국을 뒤에서 지배할 생각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내 예감은 맞고 있다. 뮈젤 대장은 우주함대 부사령장관, 제국원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백작으로서 9개 함대를 지휘 하에 가진 군의 중진이 되었다. 그리고 나나 미터마이어, 닭대가리는 제국군 중장으로서 로엔그람 백작 밑에서 일개 함대를 맡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예보녀는 로엔그람 원수부에서 은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함대 사령관들은 모두 이 여자에게 머리를 들 수 없다. 이유는 함대의 인사였다. 로엔그람 원수부에 모인 사람들, 나, 미터마이어, 닭대가리, 메크링거, 켐프, 루츠, 바렌, 케슬러, 신진기예라고 한다면 말이 좋지, 실제론 군의 잉여나 다름 없었다.
중앙과 연결점이 없고, 인사국에 연줄도 없다. 함대 편제에는 모두 갖은 고생을 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 닭대가리만이 빠르게 함대편제를 끝냈다. 순식간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해서 물어보니 예보녀가 수배했다고 한다. 인사안에서 인사국 사이의 절충까지 전부 그녀가 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들도 예보녀에게 전부 맡기게 되었다. 저주스럽던 그녀가 고른 사람들에겐 만족하고 있다. 나만이 아니다. 미터마이어를 시작한 함대사령관들은 모두 같은 의견이다. 다시 말해 이 여자의 입김이 닿지 않은 함대는 없다. 로엔그람 원수부의 넘버2는 이 여자다.
“헌데, 카스트로프 반란이지만. 그 뒷일은 알고 있는가?”
닭머리가 화두를 바꿨다. 뭐, 나도 그쪽이 감사하다.
“쉬므덴 제독이 실패한 후의 일은 잘 모르겠군. 우리들에게 일이 돌아올까?”
미터마이어가 딸기타르트를 입안 한가득 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부탁한다. 먹던가 말하던가 둘 중 하나만 해라. 반란진압도 딸기타르트를 먹으면서 말하면 긴장감의 파편도 없잖은가.
쉬므덴 제독이 얼마 전 카스트로프 반란 진압에 들어갔다. 하지만 상대는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배치하였고, 쉬므덴 제독은 그 앞에서 손도 못쓰고 쓰러졌다…….
“아무래도 로엔그람 백작이 키르히아이스 소장을 토벌지휘관으로 추천했다고 하네만. 잘 되지 못했다고 하네.”
나와 미터마이어는 얼굴을 마주했다. 키르히아이스를 토벌지휘관으로 추천했다. 로엔그람 백작은 심복부하에게 공적을 세우게 하고 싶은 거겠지. 기분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뭔가 문제라도 있었나? 누군가가 방해했는가…….
“어째서인가?”
“글세, 모르겠군. 중령도 몰랐다.”
중령도 모르는가……. 최근 닭머리는 정보가 빠르다. 그것도 예보녀가 원인인 건 알고 있다. 대체 어디에서 입수한 것인가. 도청기라도 설치한 건가…….
“미터마이어. 슬슬 다과시간을 끝내도록 하지.”
“그렇군. 비텐펠트 제독, 발렌슈타인 중령. 잘 먹었습니다. 또 초대해준다면 기쁘겠습니다.”
미터마이어의 말에 닭머리는 가볍게 손을 올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예보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다음인가, 다음은 애플파이였지. 그 바삭바삭한 느낌은…….
...
제국력 487년 4월 22일. 오딘, 로엔그람 원수부. 오스카 폰 로이엔탈.
급한 집합이 있었다. 회의실에는 정규함대 사령관들이 모여있다. 로엔그람 백작은 우리들을 둘러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카스트로프 반란이네만. 토벌 지휘관이 결정됐다.”
키르히아이스인가……. 하지만 묘하군. 본인이 없다. 나중에 여기로 부르는 건가?
“토벌 지휘관은 비텐펠트 중장으로 결정났다.”
“!”
모두 시선을 마주한다. 로엔그람 백작이 키르히아이스를 추천한 건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키르히아이스 소장이 아니다. 무슨 일인가? 닭대가리도 아연해하고 있다.
“비텐펠트 중장.”
로엔그람 백작이 의심쩍게 말을 걸었다.
“예. 반드시 기대에 응하겠습니다.”
서둘러 닭대가리가 답했다.
회의에서 나온 건 토벌 지휘관에 대한 것뿐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로엔그람 백작이 떠나고 남은 함대지휘관 사이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묘하군. 키르히아이스 소장이 아닌가?”
바렌이 굵직한 목소리로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발렌슈타인 중령은 잘 되고 있지 않다고 했지. 비텐펠트 제독.”
“음. 그렇게 말했지. 미터마이어 제독. 하지만, 내가 토벌 지휘관? 무슨 일이냐.”
닭대가리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누군가가 키르히아이스 소장이 토벌지휘를 맡는 걸 반대했다. 그리고 비텐펠트 제독을 추천했다. 그런 게 아닌가?”
“로이엔탈 제독. 경이 하고 싶은 말은 알겠네. 하지만 누가 날 추천한다는 건가? 내겐 짐작도 가질 않는다.”
분명 닭대가리의 말대로다. 누가 이 녀석을 추천하나?
“이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
“케슬러 제독…….”
케슬러는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듯이 천천히 말했다.
“하나는 키르히아이스 소장에게 비호의적이고 경에게 호의를 가진 자다. 경에게 무훈을 세우게 하려는 거겠지.”
“또 하나는?”
“반대라네. 바렌 제독. 비텐펠트 제독에게 호의를 가지지 않고, 그의 실패를 바라는 자다.”
실패를 바라는 자. 그 말이 회의실을 어둡게 했다.
“나의 실패를 바라는 자인가……. 짐작 가는 데가 없군.”
닭대가리의 그 말에 모두 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이 녀석의 낙천성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하긴, 이런 녀석이니 그 예보녀의 상관도 해먹을 수 있는 거겠지. 내게는 도저히 무리다.
“경은 낙천적이라 좋군. 로엔그람 원수부에 있는 거라고. 문벌귀족들의 표적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분명 그렇지만. 그렇다면 키르히아이스 소장도 마찬가지겠지? 일부러 나에게 돌릴 필요가 어디 있나? 그렇지 않나. 바렌 제독.”
과연. 확실히 그렇다. 닭대가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최근 닭대가리는 묘하게 날카로운 데가 있다. 단지 바보는 아닌 듯 하다. 뭐, 정규함대의 사령관이다. 바보면 곤란하다……. 결국 우리들은 견론을 내놓지 못하고 회의실을 뒤로 했다.
진상을 알게 된 건 그날 저녁이었다.
“원인은 소관이었습니다.”
괴로운 표정으로 고한 건 예보녀였다.
“무슨 말이냐. 중령.”
닭대가리의 질문에 예보녀는 괴로운 표정인 채로 답했다.
“원수부가 열린 직후였습니다. 어느 귀족으로부터, 그, 애인이 되라고…….”
“누구냐. 그 바보는?”
“프레겔 남작입니다. 로이엔탈 제독.”
프레겔. 역시 그 녀석은 바보다. 이 녀석을 애인? 정신이라도 나갔나?
“그걸 거절한 건가.”
“예.”
“이번 건은 그 복수라는 건가.”
닭대가리의 질문에 예보녀는 잠자코 끄덕였다.
“중령. 이번 반란진압, 실패할 수 없겠군.”
“예.”
“실패하면 프레겔 남작을 기쁘게 만들뿐이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해.”
분명 닭대가리가 말한 대로다. 질 순 없다. 지면 문벌귀족들이 조소할 뿐이겠지. 하지만 문제는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목걸이는 대처할 수 있습니다. 손해 없이 떨굴 수 있어요.”
“!”
내 의문에 답하듯이 예보녀가 닭대가리에게 답했다.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미소는 없었다. 강한 시선으로 닭대가리를 보고 있다. 닭대가리는 가볍게 끄덕이고 예보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가. 그럼 빨리 진압에 가보도록 할까.”
...
제국력 487년 4월 27일. 오딘, 로엔그람 원수부.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이제 비텐펠트의 카스트로프 공략전을 시작한다. 회의실에는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로엔그람 원수부의 지휘관이 처음으로 실전을 행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저 목걸이를 어떻게 떨굴 것인가…….
발렌슈타인 중령은 피해 없이 떨구겠다고 호언했다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딸기타르트를 만드는 것보다 간단하다고 말했다 한다. 그 때문에 이 작전은 딸기타르트라 명명했다. 명명자는 비텐펠트였다.
정말로 떨굴 수 있을까? 저건 반란군이 자랑하는 방위병기다. 그렇게 간단히 떨굴 수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시작한다.”
누군가가 작전 개시를 지적했다. 스크린상에는 비텐펠트 함대가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묘하다. 둘러싸기만 하고 공격하려고하지 않는다. 애초에 목걸이에서 꽤 거리가 있다. 덧붙여 함대는 조금도 다가가려하지 않는다.
“뭐냐, 저건.”
비텐펠트 함대 후방에서 하얗고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전함보다 크겠지. 그것이 점점 목걸이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어이, 확대할 수 없는가?”
스크린을 이동하여 저 물체를 확대투영했다. 저건, 얼음처럼 보이지만, 그런가?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저건, 얼음인가?”
“…….”
누구도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모두 얼굴을 마주할 뿐이다. 점점 얼음같은 것이 속도를 올려간다. 저것을 목걸이에 부딪치려는 건가. 하지만, 그걸로 부술 수 있을까?
“저것이 부딪친다면 위성은…….”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로이엔탈일까? 모두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목걸이가 공격을 시작했다.”
레이저포가 물체를 덮친다. 듣지 않는다! 수증기 같은 것이 올랐다. 역시 얼음인가……. 목걸이의 공격은 수증기를 피울뿐 어떤 효과도 없다……. 얼음은 더욱 속도를 올려간다…….
“부딪친다.”
충돌했다. 얼음은 깨졌다. 위성도 깨졌다. 둘 다 파편이 되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는 깨졌다…….
“전멸이군.”
“그래. 젼멸이다.”
어딘가 피곤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이겠지.
“딸기타르트를 만드는 것보다 간단한가. 분명 그런 느낌이군. 애초에 난 만들지도 못하지만.”
켐프 제독은 어딘가 석연찮은 표정이다. 기분은 알겠다. 아르테미스 목걸이를 떨어뜨린 것이다. 사실은 좀 더 고양감이 있어도 좋겠지. 하지만 그런 건 파편도 없다. 이 허무함은 뭘까.
“딸기타르트를 만드는 것보다 간단하다. 라는 것보다 딸기타르트를 만들지 못해도 떨굴 수 있다. 그런 거로군.”
어딘가 냉소가 섞인 말투였다.
“무슨 의미인가. 로이엔탈.”
“어떤 바보라도 할 수 있다는 거다. 미터마이어.”
“…….”
“준비하는 건 얼음뿐. 로우 코스트, 하이 리턴. 덧붙여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간단함. 완벽하군.”
회의실에 로이엔탈의 목소리가 흘렀다. 누구도 반론하지 않았다. 애초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지쳤다. 묘하게 지쳤다.
...
제국력 487년 5월 3일. 오딘, 로엔그람 원수부. 오스카 폰 로이엔탈.
닭대가리가 돌아왔다. 손해는 없고, 맥시밀리언 폰 카스트로프는 투항. 완벽한 승리였다. 로엔그람 백작도 당초 키르히아이스 소장이 토벌 지휘관으로 선택되지 못한 것을 불만으로 생각한 것 같지만, 이 승리엔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이틀 후엔 대장으로 승진하고, 쌍두독수리 훈장이 수여된다고 한다. 저 닭대가리가 대장, 나보다도 상위가 되다니 악몽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예보녀. 역시 마법을 썼군. 그렇지 않다면 닭대가리가 대장 따위 될 수 있을까보냐.
“로이엔탈. 슬슬 비텐펠트 제독에게 가지.”
“…….”
사심 한 점 없는 밝은 목소리였다. 미터마이어. 경은 좋은 남자다. 하지만 가끔씩 내 우울함에도 동참해주지 않겠나?
“오늘은 경이 좋아하는 애플파이라고.”
그만둬라.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뭐. 차라도 한 잔 할까. 끙끙거려도 별 수 없다. 기분전환은 할 수 있겠지……. 애플파이에 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