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 화. 안톤 페르너
■ 제국력 486년 7월 11일, 제도 오딘. 안톤 페르너.
"알겠습니다. 그럼 병참통괄부 제 3국에서 뵙도록 하죠."
역시 날 부르는가……. 화내고 있겠지. 에리히.
"왜그러나? 페르너 대령."
"안스바하 준장. 에리히가 좀 보자고 하는군요."
"호오, 그런가. 축하의 말이나 전해주게나. 미래의 공작 각하에게."
웃으면서 기쁜 듯이 안스바하 준장이 말한다.
"농담하지 말아주세요. 살해 당한다구요? 그런 짓을 했다간."
안스바하 준장도 심하다. 알고 있으면서 말하는 거니까.
"누가 살해 당하는 걸까? 페르너 대령."
"물론 소관입니다. 슈트라이트 준장."
"경이 죽는 걸로 발렌슈타인 중장이 납득해 준다면 그것도 좋지. 아닌가? 안스바하 준장."
이쪽은 입꼬리도 움직이지 않고 무서운 말을 한다.
"분명 그렇습니다만. 될 수 있으면 살아서 돌아오면 좋겠군요. 소관들의 소중한 장난감이니까요."
"뭘. 장난감이라면 이제 곧 새로운 것이 도착할걸세. 그렇지 않나?"
이 사람들 정말 심하다. 두 사람 절반 정도는 진심이니까 더욱 질이 나쁘다. 마음이 뒤틀린 어른이 되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로군.
"말해둡니다만, 에리히는 화나면 무서우니까요. 장난감이라니 어림도 없습니다."
"농담이라네. 대령. 그보다도 중장에게 제대로 설명해서 납득하게 해주게나. 불만을 가진채로 온다 해도 엘리자베스님이 불쌍하실 뿐이다."
"알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보장은 할 수 없어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에서 병참통괄부로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접수처에서 내방을 알리니 바로 한 여성이 마중 나왔다. 꽤나 미인이다. 에리히의 부관인 피츠시몬즈 소령이었다. 소령과 인사를 하고 병참통괄부 제 3국의 응접실로 안내 받았다.
"안톤. 어째서 여기에?"
"!"
선객이 있었다. 안에 있던 것은 나이트하르트와 귄터였다.
"경들이야말로. 어째서 여기에?"
"난 에리히가 불러서. 귄터는 뭔가 용무가 있는 것 같지만."
나이트하르트는 아직 모르는 것 같군. 귄터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내 쪽을 묘한 눈으로 보고 있다.
"귄터, 무슨 일로 여기에?"
일단 모르는 척 하고 물어볼까.
"헌병총감의 명이다. 그래서 여기로 왔어. 경이로군? 이번 일을 꾸민 것은."
헌병총감? 군무상서가 손을 쓴 건가.
"……무슨 말이지? 잘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지 말라고. 에리히는 화내고 있어. 말해두겠는데 난 도와주지 않을거야."
"……."
"무슨 이야기야?"
나이트하르트. 경도 알면 날 책망하겠지…….
문이 열리고 에리히가 들어왔다. 표정이 굳었다. 위험하군. 확실히 화내고 있다. 아니 화가 날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역시 위험하다. 우리들을 보고 귄터가 있는 것에 놀란 것 같다. 귄터에게 묻는다.
"어째서 여기에?"
"헌병총감의 명령이다. 이유는 안톤이 알고 있을 것 같군."
"헌병총감……. 그런가. 그렇군. 확실하게 듣도록 하지. 여기선 좀 그러니까 장소를 바꿀까?"
에리히는 잡아 당기는 듯한 웃음을 띄우며 나를 본다.
"그게 좋겠지."
귄터는 조금도 웃지 않는다. 너희들 그렇게 내게 압박 줘서 즐겁냐?
우리들을 안내한 곳은 병참통괄부의 지하 2층에 있는 자료실이었다. 통칭 '물자창고'라고 하는 듯 하다. 나이트하르트는 한번 온 적이 있는 듯 하다. "그립다"라고 하고 있다. 넌 좋겠네. 무사태평해서. 난 처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인이 된 기분이다. 피츠시몬즈 소령도 들어오라는 말을 들어서 조금 망설이면서도 들어온다. 겁내고 있는 건가?
...
■ 제국력 486년 7월 11일. 병참통괄부 지하 2층, 자료실. 나이트하르트 뮐러.
아무래도 이상하다. 귄터도 에리히도 조금도 웃지 않는다. 분명히 화내고 있다. 피츠시몬즈 소령은 뭔가 두려워하는 느낌이다. 안톤은 평정을 가장하고 있지만 이 녀석도 긴장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럼, 안톤. 어째서 이렇게 된건지. 한번 들어볼까?"
에리히는 언제나와 달리 입술을 잡아 당기는 듯한 웃ㅁ을 띄우고 있다. 안톤. 대체 뭘 한거냐?
"아니, 뭐. 그. 화내고 있나? 역시."
"당연하지! 이 내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양자라니 대체 무슨 소리냐!"
"양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무심코 난 목소리를 올리고, 피츠시몬즈 소령과 얼굴을 마주했다. 그녀도 놀라서 혼란에 빠져있다.
"잠깐 기다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양자라니 무슨 소리냐?"
뭐야 그거? 이상하지 않아?
"그 말대로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날 양자로 삼고 싶다는 것 같더군."
에리히는 가시가 돋힌 말투로 대답한다. 시선은 안톤에게 향한 상태다.
"프로이라인 브라운슈바이크와는 어떻게 되는거냐?"
설마 결혼하는 건가. 상대는 황제의 손녀라고?
"결혼하는 듯 하더군. 나와."
"다시말해 데릴사위인가?"
"아냐. 양자가 먼저고, 다음이 결혼이다."
잘 모르겠군. 어디가 다른거냐?
"하지만 그런게 가능한가? 애초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프로이라인을 황제로 하고 싶어하지 않은가."
"포기한 듯 하더군."
"포기했다?"
"그래. 거기에 있는 안톤이 설득한 거겠지. 아닌가?"
에리히는 호감의 파편조차 없는 시선으로 안톤을 본다. 거기에 이어서 나도 안톤을 본다.
"그래. 조금 다르군. 맨 처음 프로이라인의 남편으로 경을 생각한 사람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다."
이 녀석의 나쁜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하게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귀여움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해서."
"진정해.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들어."
항의하려는 나애게 안톤은 침착한 목소리로 제지했다.
"저번의 클로프슈토크 후작 반란 진압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시작하여 우리들은 위기감을 가지게 됐다."
"위기감?"
"절망감이라고 해도 좋겠지. 이대론 내란이 일어났을 때 틀림없이 진다. 그걸 알았기 때문이다. 귀족연합따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싫을 정도로 알게 되었어."
안톤의 목소리에는 쓴맛이 섞여 있다. 어지간한 일이 있었겠지.
"……."
"어떻게 해야할지 매일 생각했어. 하지만 좋은 안이 없었지. 단순히 황위계승 싸움에서 떨어지려고 해도 주변이 허락하지 않아. 나름대로 실리가 없으면 말이지. 가문의 존속이 걸려 있어. 모두 필사적이지. 마치 미로 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 나도 완전히 질려버렸지."
쓴맛이 더더욱 강해진다.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과 양자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는 거냐?
"……."
"그럴 때였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에리히와 프로이라인을 결혼시킨다고 말한건. 기가 막혔지. 미쳤나라고도 생각했다."
지금도 기가 막혀 있는건 아닌가? 이 녀석.
"……."
"하지만 공작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가 큰일이었지. 공작과 안스바하 준장, 슈트라이트 준장, 그리고 나. 네 명이서 하루종일 생각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흥분했어. 바보 같이 소란 피웠지. 우리들은 살 수 있을 거라고."
"어째서냐?"
"에리히를 양자로 한다. 그리고 공작은 은거하고 에리히가 새로운 당주가 된다. 당연히 군대의 계급도 나름대로 올라가겠지. 뭐, 상급대장 정도일까? 장식품 상급대장이 아니야. 실력을 동반한 상급대장이다. 나이트하르트. 경은 전쟁에 나가 있어서 모르겠지만, 황제폐하 불예 때에 오딘을 지배하고 있던 건 에리히였다. 계급이 낮아서 모두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실력으로 말하자면 제국군 3장관에 다음가는 실력자라고. 그 실력에 상응하는 계급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준비한다."
눈빛이 날카롭다. 언제나처럼 장난기를 품은 눈이 아니다. 안톤은 진심이다. 난 무심코 피츠시몬즈 소령을 봤다. 소령은 노려보는 듯한 눈으로 안톤을 보고 있다.
"……."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궁중에서의 힘과 새로운 군대의 힘을 얻게 되겠지.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어."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 일을 국무상서가 인정할까?"
"인정한다."
안톤은 간단하게 단정했다.
"!"
"모두 내란 따위 하고 싶지 않다고. 리텐하임 후작도 내란이 일어나면 질거란 걸 알고 있어. 리히텐라데 후작도 국내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건 피하고 싶지. 군대도 반란군을 상대하고 있는 현 상태에서 집안 싸움따위 사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특히 뮈켄베르거 원수는 심각하다. 내란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선 ㅤㅅㅓㅌ불리 원정을 나갈 수 없어. 모두 내란은 피하고 싶어한다고. 단지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오고 말았지. 계기만 있으면 막을 수 있어……."
"……."
그 계기가 에리히가 양자가 되는 것인가…….
"다음 황제는 엘윈 요제프 전하가 된다. 황후는 사비네 폰 리텐하임이다. 황제를 리히텐라데 후작이 황후를 리텐하임 후작이 후견한다. 그것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지지한다. 이걸로 모두 둥글게 수습될거야."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지 말하지만…….
"가능한건가? 에리히는 귀족이 아니라고."
"칙허를 얻었다고. 문제 없어. 오히려 보장수표가 붙은거나 마찬가지야. 어떤 귀족보다도 프로이라인의 결혼 상대로 어울린다고 황제가 인정한거니까. 게다가 에리히는 리메스 남작의 피를 잇고 있어.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못할거야."
"리메스 남작?"
에리히는 저 리메스 남작의 피를 잇고 있다는 건가…….
"모두 크게 기뻐하고 있다고. 완벽하다고 말이지. 나도 마찬가지고."
경이 기뻐하는 건 자기 마음이지만, 눈 앞에서 경을 노려보고 있는 에리히를 어떻게 하는게 좋을거라 생각하는데. 게다가 피츠시몬즈 소령도다. 말해두겠지만 나도 귄터와 마찬가지로, 경을 도울 생각은 없어. 힘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