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4 화. 마음
■ 제국력 486년 7월 11일. 병참통괄부 지하 2층, 자료실. 나이트하르트 뮐러.
"그래서 날 팔아넘겼다는 건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였다. 나는 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아니 안톤도 알고 있겠지…….
"……."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거다. 안톤."
"아아, 알고 있어. 경이 문벌귀족을 증오하고 있다는 것. 처부수고 싶어하는 것도 말이지."
조용한 목소리였다. 안톤은 침착하다. 표정도 온화하다.
"그럼 어째서 이런 짓을."
"경을 위해서다."
"?"
"경을 위해서라고 말했어."
정색한 말투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안톤.
"어째서 프레겔을 죽이지 않았지?"
프레겔? 급사했다던 프레겔 남작인가. 거기에 에리히가 엮여있던 건가?
"……."
에리히는 안톤을 노려보며 입을 닫고 있다. 안톤도 에리히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어째서 프레겔을 죽이지 않았냐고 묻고 있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폭발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거짓말이군. 경은 정에 끌렸을 뿐이야."
"아냐!"
"아니긴! 프레겔이 죽어도 공작은 폭발하지 않아. 프로이라인을 위험하게 할 짓을 할리가 없어. 경은 정에 끌렸을 뿐이야!"
"아니야!"
노성의 교차였다. 잡아먹을 것 같은 눈으로 서로 노려보고 있다.
"괴로워하는 공작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아닌가?"
"……."
에리히는 창백하다. 그래도 안톤을 노려본다. 아플 정도로.
"정신을 잃은 프레겔을 옮겼을 때, 어째서 우리들의 경에게 목례했다고 생각하나? 경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감사하고 있다고."
"……."
에리히가 시선을 피했다. 안톤, 이제 그만둬. 경의 승리다.
"내란이 되면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그걸로 된거냐?"
안톤, 그만둬.
"귀족들이 멸망한다면 대환영이야."
에리히도 그만두라고.
"귀족들만의 싸움이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거야. 몇백만, 아니 몇천만에 가까운 인간들이. 그걸로 된거냐? 에리히."
"……."
에리히는 조금씩 떨고 있다. 분노인가. 아니면 고통인가. 참을 수 없어졌다.
"이제 그만둬라. 안톤. 그 정도로 해둬."
"안돼. 나이트하르트. 이건 중요한 일이야. 에리히. 경에겐 무리다. 참을 수 없겠지. 아닌가?"
"……할 수 있어. 뮈젤 대장이 있어. 그는 천재다. 그는 귀족들을 멸망하고, 황제를 폐위하고 스스로 황제가 될 생각이다. 나는 그와 함께 싸우겠어. 그리고 귀족들을 처부순다!"
짜낸 듯한 목소리였다. 그건 그렇고 뮈젤 대장인가? 분명 태강이 있는 분이지만…….
"……내란을 일으켜서 말인가?"
"그래."
이제 그만둬라 에리히. 어떤 기분으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내란을 일으키지 않아도 귀족들을 처부술 수 있다. 그렇게 말한다면 어떠냐?"
내란을 일으키지 않아?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안톤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진지하다. 무슨 말이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에리히도 의표를 찔린 듯 하다. 기가 막힌 표정을 하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리텐하임 후작도 리히텐라데 후작도 경을 방해하지 않아. 그런 말이다."
"?"
"내가 경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경의 마음을 전했지. 경이 귀족들을 증오하고 있다. 멸하고 싶다고 밀이지."
"……."
"전혀 상관없다고 하시더군. 이기주의에 어리석은 데다가 도움도 되지 않는 귀족들 따위 필요 없다고 말이지."
필요 없다? 귀족이 귀족을 부정한다는 건가?
"무슨 말이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그들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멸망할 뻔했다고? 귀족들에게 호감 따위 파편도 있을까보냐. 공작은 클로프슈토크 후작을 칭찬할 정도였다.
"?"
클로프슈토크 후작을 칭찬했다? 반역자를?
"영주민들이 누구도 클로프슈토크 후작을 배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로프슈토크 후작은 30년간 궁중에 들어오지 못했어. 그 사이에 영내의 통치밖에 할 일이 없었던 거겠지. 선정을 펼쳤다는 듯 하다."
"……."
과연. 그런 건가.
"도움도 되지 않는 귀족보다 평민 쪽이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셨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뿐이다. 다른 이들은 달라."
에리히는 어딘가 자포자기한 어조로 말했다.
"리텐하임 후작도 리히텐라데 후작도 마찬가지다. 어제 이야기했어."
"어제?"
"그래. 우리들 사이에 이야기가 정리된 후, 바로 리텐하임 후작과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상담했어. 그 때 귀족들을 뭉개버리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이견은 없었다."
"설마."
에리히가 기가 막힌 듯이 말했다.
"당연하지. 이유는 같아. 귀족연합 따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 리텐하임 후작은 조금만 더 있었으면 오펜하이머 때문에 반역자가 될 지경이었다고. 그의 눈에는 귀족따위 도움도 되지 않는 배신자로밖에 보이지 않아."
"……."
"리히텐라데 후작은 더 과격했지. 저 노인에게 있어서 내란은 악몽이라고."
"아냐. 제국의 패권을 잡을 기회다."
에리히가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 그런 건 바라지 않아. 내란이 일어나면 제국은 피폐하여 혼란에 빠진다. 그 복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하지? 저 노인은 이제 일흔을 넘고 있어. 그에게 내란의 뒤처리를 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나? 처리하기 전에 과로사할거야."
"……."
"귀족이란 황실을 지키고 제국을 지키는 수호자다. 하지만 작금, 귀족은 그 본분을 잊고 사리사욕만을 취하고 있어. 그 결과 제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황통을 위험하게 했다. 존속할 가치가 없어."
"……."
"평민이, 클로프슈토크 후작을 지켰듯이 황제를 지킨다면, 이후 황제의, 제국의 수호자가 될 역할을 짊어지는 것은 평민이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이 한 말이다."
"……있을 수 없어."
얼이 빠져 있다. 나도 동감이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귀족을 부정하고 있다. 후작이 아니라면 반역죄를 물어도 이상하지 않은 말이다.
"그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멸망이 닥쳐와서 모두 알아차린거야. 지금 이대론 언젠가 멸망할거라는걸. 이번엔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었을 뿐이란걸."
"……."
"멸망하고 싶지 않다면 변할 수 밖에 없어. 그걸 경에게 맡기려고 하는거야."
"……."
"경이 좋을대로 하면 돼. 모두 협력할거야. 내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어."
안톤이 상냥한 어조로 말한다. 에리히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너무한 녀석이다. 날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들고서. 이래서 난 경이 싫다고."
에리히가 시선을 외면한 채로 토라진 어조로 안톤을 비난한다.
"알고 있어.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난 경과 싸우고 싶지 않아……."
안톤은 쓴웃음을 지으며, 비난을 받아들었다. 이 녀석들은 언제나 그렇다. 싸움해도 마지막엔 누구보다도 서로 이해하고 있다.
"……모두, 내 목숨을 노리게 되겠지. 불평하는 귀족, 자유혹성동맹, 페잔, 그리고 뮈젤 대장……. 날 죽일 셈이냐? 안톤."
"죽게 하지 않을거야. 내가 방패가 되지. 그 각오는 이미 되어 있어."
"안톤. 그건 내가 할 역할이다. 헌병총감으로부터 명령을 받았다. 경은 에리히를 데리고 도망쳐."
"에리히가 그런 걸 바랄 것 같아? 귄터."
"……."
"경은 내 방패가 되라고."
"……알았다."
"유능한 함대사령관이 필요하겠군. 아무래도 나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소관을 제국에 망명하도록 한 건 각하입니다. 어디까지나 따라가겠어요."
"……바보다. 경들은 모두 바보다. 난 바보가 싫어. 경들이 정말 싫다."
울기 시작한 에리히를 둘러싸고 우리들이 모두 웃기 시작한다. 어려보이기까지 하는 에리히가 아무래도 사랑스러웠다. 우리들이 향해가는 곳은 지옥이겠지. 하지만 그런 장소이기에 혼자가 아니라는 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괜찮다. 분명 잘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