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17 화. 싸움, 다가오다

추리닝백작 2015. 2. 13. 18:03


우주력 796년 1월 10일. 동맹군 우주함대 총기함, 락슈미. 드와이트 그린힐.


  모두 망쳤다. 참모들을 진정시켜 의식을 맞추려고 했는데……. 참모들도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는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사령장관만이 아무것도 모른다.


  질책을 받은 사관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고 있다. 이후 그가 도슨 사령장관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는 일은 없겠지. 아군을 줄이고 적을 늘릴 뿐이다. 많은 참모들이 표정을 지우고 있다. 내심 어이없겠지. 스스로의 행위로 평가를 낮춘 꼴이다.


  도슨 사령장관이 끔찍하다는 듯이 혀를 차고 자리에 앉았다.

  “다시 한 번 묻지. 어떻게 하면 적을 쳐부술 수 있는가? 자네들은 그걸 생각하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거겠지?”

  “…….”

  비아냥거리는 듯하다. 그것 때문에 사관학교 교관시절, 학생들에게 미움 받았다고 들었지만, 본인은 아무것도 느끼는 바가 없었던 것 같다.


  “함대 하나를 우회하여 제국군의 후방으로 돌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후방이 끊기면 적도 철퇴할 수밖에 없겠죠. 적이 눈치 채지 못하고 술래잡기를 계속 한다면 협격할 수 있습니다.”

  “음.”


  제안을 내놓은 건 포크 중령이었다. 젊은 축에선 준수하다고 불리는 사관이다. 사령장관 옆에 놓인 전술 컴퓨터를 조작하여 작전안을 모니터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한 함대가 우회하여 제국군의 배후로 빠지는 움직임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도슨 사령장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만족하기만 하는 표정은 아니다. 적을 반드시 격파할 수 있다곤 할 수 없다는 것이 불만이겠지. 도슨 사령장관은 서두르고 있다. 도발 당한 이상 뭐가 어찌됐든 적을 격파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적이 노리는 것이 그겁니다.”

  포크 중령은 제안을 부정당해 얼굴을 찡그렸다. 발언한 것은 양 준장이었다. 도슨 사령장관이 준장에게 시선을 향하지만, 호의적이기만 한 시선은 아니다. 준장은 시트레 원수와 친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슨 사령장관은 양 준장을 꺼리고 있다.


  “제국군이 공세에 나서지 않는 것은 우리들에 비해 병력이 적기 때문입니다. 도발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우리들이 초조한 나머지 병력을 분산하여 협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준장은 도슨 사령장관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을 계속했다. 보기보다 신경이 두껍다.


  “한 함대를 별동대로 했을 경우, 최대라도 제 2함대 1만 5천 척입니다. 제국군 2만 척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적의 후방으로 나가기 전에 제국군에게 포착되어 각개격파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

  도슨 사령장관이 얼굴을 찡그렸다. 저주스럽단 듯이 준장을 보고 있다.


  “적의 사령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극히 유능하며 위험한 용병가입니다. 이건 지금까지의 싸움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병력이 적다고 해서 경시하여 작전을 취해서는 안 됩니다.”

  양 준장의 의견에 모두가 침묵했다. 준장의 말대로다. 나도 그에게 아픈 꼴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하는가?”

  불쾌하단 표정, 그리고 억누른 목소리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감정을 내비치는 사령장관도 드물겠지. 하지만 양 준장은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을 계속했다.


  “아스타테 성역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합니다. 이쪽이 움직이지 않으면 적도 더 이상 수를 쓸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양 준장이 입을 닫자 침묵이 떨어졌다. 도슨 사령장관이 불쾌하단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양 준장의 제안은 포크 중령의 협격안에 비해선 소극적이긴 하지만 무리가 없는 안전한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과는 올릴 수 없지만 손실도 없다. 제국군이 별 도리도 없이 철퇴하면 국토방위라는 관점에선 충분한 전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제국군은 언제 철퇴하는 건가?”

  “그건 뭐라고도.”

  “한달 뒤인가? 아니면 반년 뒤인가? 그때까지 우리들은 아스타데 성역에서 제국군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 기다리라고 귀관은 말하는 건가. 말도 안 된다!”


  도슨 사령장관이 뺨을 흔들면서 외쳤다. 맘에 들지 않는 부하가 맘에 들지 않는 제안을 했다. 울분을 풀기 위해 짜증내며 책망했다. 그런 거겠지. 말도 안 되는 사내가 우주함대의 탑이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질문했다. 딱히 비아냥거린 건 아니다. 사령장관의 제안을 기본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빠르리라 생각한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그걸 지적하여 최선으로 만든다. 혹은 단념하게 한다. 게다가 이 이상 경박한 말투로 짜증내는 모습을 주변에게 보이는 것도 사기에 좋지 않겠지.


  사령장관이 이쪽을 노려봤다. 이야기가 돌아온 것이 재미없는 것 같다. 한 순간 말을 잃은 후에 중얼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별동대를 제국군 배후로 돌려 협격이다!”

  결국 그건가……. 명확한 형태로 제국군을 격퇴했다. 그것을 바라는 것이 틀림없다.


  여기부턴 내가 상대하는 편이 좋겠지. 참모들이 의견을 내면 갈책을 당할 수밖에 없다.

  “양 준장도 말했습니다만, 그건 위험합니다. 이걸 봐주십시오.”

  사령장관 옆에서 전술 컴퓨터를 조작했다. 모니터에 본대가 후퇴하고 적이 접근하는 상황이 표시된다. 별동대는 우회하면서 적의 배후로 나가려고 한다.


  “협격을 성공하게 하려면 본대를 후퇴하여 적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별동대를 우회하여 적의 배후를 찌릅니다. 이 경우 문제인 것은 작전이 진행될수록 본대와 별동대가 벌어진다는 겁니다. 그런 한편 별동대와 제국군의 거리가 좁혀집니다…….”

  “…….”


  “우리 군 안에서 최대의 병력을 가진 제 2함대조차 1만 5천 척입니다. 그리고 제국군은 2만 척. 별동대는 혼자서 우세한 적으로 다가가게 됩니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에게 설명할 일이 아니로군. 사관학교 학생에게 설명해야 할 이야기다. 하지만 전과를 올리는 것에 눈이 먼 도슨 사령장관에겐 이게 필요하다. 컴퓨터를 조작했다. 제국군이 진행방향을 바꾸고 별동대에게 접근한다. 이제 곧 공격을 걸 것이다.


  “제국군이 이쪽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하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눈치 채면, 별동대에 대해 제국군이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별동대는 고립된 상황에서 우세한 적과 싸우게 되겠죠.”

  모니터에선 제국군이 별동대를 공격하고 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이다.

  “제국군이 이쪽의 작전을 눈치 채리라곤 할 수 없다.”

  사령장관은 그렇게 말하고 휘릭 주변을 돌아봤다.


  어이가 없다. 물끄러미 얼굴을 볼 것 같아서 당황하며 시선을 돌렸다. 주변을 보면 몇 명인가가 역시 어이없다는 듯이 도슨 사령장관을 보고 있다. 희망적 관측으로 작전을 세울 수 있다는 건가? 전과를 바란 나머지 희망과 예측도 구별할 수 없어졌나.


  “평범한 지휘관이라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극히 유능하고 위험합니다. 그가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공작가의 양자가 된 것을 봐도 명백합니다. 경시해선 안 됩니다. 작전을 신중하게 짜야 합니다.”

  나의 발언에 몇 사람의 참모가 끄덕였지만, 도슨 사령장관에겐 어떤 감명도 주지 못한 것 같다. 흥하고 코를 울렸다.


  “그럼 대체 어쩌자는 건가? 귀관도 아스타테 성역에서 대기하자는 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도슨 사령장관은 내게 질문하면서 시선은 양 준장을 보고 있다. 과연, 그런 건가…….


  재미없는 거다. 전과를 올리지 못한다는 것도 있지만, 시트레 원수와 친한 양 준장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재미없는 거다. 혹시 자신의 공적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초엔 편하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아스타테 성역에서 대기하자는 말을 양 준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다면 혹시 얌전히 받아들었을지도 모른다…….


  시트레 원수가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취임을 원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군 내부에선 그걸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 자신도 그걸 바라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게 도슨 사령장관의 마음에 못이 되어 박혀 있다. 다들 자신이 아니라 시트레 원수를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래서 자신을 최선을 다해 보좌하지 않는 게 아닌가. 무훈을 세울 수 없게 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형편이 나쁜 건 그게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도슨 사령장관에 대한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다.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니다. 지금까지 도슨 사령장관의 언동에 의해 보좌할 보람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패배하고 빨리 모가지가 날라가라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


  “본대도 적에게 다가가게 하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협격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만 별동대를 필요 이상으로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끝납니다. 이제르론 회랑까지 적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겁니다.”

  포크 중령이 수정안을 내놨다. 나와 사령장관을 교대로 보고 있다. 절충안을 내놓아 심기를 풀게 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밀어 붙여서 어떻게 하는가? 우리들이 철퇴하면 또 나오겠지.”

  “그때엔 다시 한 번 밀어붙이는 겁니다. 제국에 대해 맘대로 놔두진 않는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이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제국군도 이 이상 도발은 무의미하도 이해하겠죠.”


  “음. 단호한 결의인가.”

  하고 도슨 사령장관이 중얼거렸다. 생각에 빠졌다. 아무래도 포크 중령의 수정안을 맘에 든 것 같다. 아니면 ‘단호한 결의’라는 말이 맘에 든 걸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까? 사령장관이 포크 중령의 정정안을 채용하겠다고 했을 때 찬성할까, 아니면 반대할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양 준장의 제안이 최선이긴 하다. 하지만 도슨 사령장관이 받아들이기 싫어하겠지…….


  “포크 중령의 작전안을 취하지.”

  “각하…….”

  “이건 결정이다! 별동대는 제 2함대로 한다. 바로 제 2함대에 지시를 내리게. 제 2함대에겐 충분히 주의하도록 전하고. 그걸로 되겠지.”

  “…….”

  “제국에 단호한 결의를 보이는 거다! 이 이상 녀석들 맘대로 놔두진 않아.”


  알고 있는 건가? 제 2함대는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우익에는 제 7함대 1만 4천척, 좌익에는 제 9함대가 1만 2천척이 배치되어 있다. 제 2함대를 우회한다는 건 함대 배치를 재편한다는 거다. 전군을 전진시킨다면 별동대는 제 2함대일 필요는 없다.


  아까 전에 내가 뭘 말하려고 했던 걸까. 정신을 차리니 입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 끊겼다. 아마도 도슨 사령장관은 반대하려 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정말로 그랬을까……. 도슨 사령장관은 나와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런 건가. 아마도 이 전투 후에 나는 참모장을 사임하게 되겠지. 나는 어딘지 쓸쓸한 것과 동시에 안심했다…….


...


제국력 487년 1월 10일. 제국군 기함, 포르세티.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지쳤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지쳤다. 싫을 정도로 지쳤다. 5일이다. 벌써 5일이나 밀었다가 물러났다가 줄다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거 평범한 녀석이라면 2일이면 대책을 생각한다. 그런데도 무식하게 5일이나 이 짓을 계속하다니……. 도슨이군. 이런 걸 하는 놈은 도슨이 틀림없다. 설령 아니라고 해도 도슨이라는 걸로 하자.


  도슨 바보 자식. 쓰레기. 멍청이. 얼빠진 놈. 둔감하니까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겠지. 이 둔치에 쓸모없는 놈. 이쪽은 2만 척으로 5만 척 가까이 되는 너희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지친다고. 방심했다가 잡히기라도 하면 단숨에 끝장이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너는……. 편하게 차라도 마시고 있겠지. 이 맹추가.


  무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어. 분명히 말했어. 하지만 말이지. 단지 적의 병력이 많아서 철수했습니다. 라고 할 수 있겠냐? 조금은 적의 상태를 살피지 않았냐고 질문을 받겠지. 그러지 않아도 소수로 다수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초보가 많으니까.


  목숨 걸고 도발하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겠지. 도슨. 이 쓰레기가. 아텐보로의 말대로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먹지도 못할 감자. 아마 전쟁에 서툴러서 자신이 없는 거겠지.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거다. 마치 오장원의 싸움 같군. 내가 공명이고 도슨이 중달……. 안 된다. 점점 침울해진다. 도슨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 얼마나 가엾은지. 지옥에 떨어진 건 이쪽이다…….


  라인하르트 때엔 3개 함대가 분산해서 각개격파 당했다. 그런데도 내겐 5만 척 가까이 되는 함대가 뭉쳐서 행동하고 있다. 불공평하잖아. 그래도 말이야. 일단 대책은 생각했다고. 일단은. 도발해서 적을 분산하게 만든다고. 분산하게 만들어 다가오게 해서 격파한다고. 몇 가지 상황을 상정해서 생각했어. 그런데 도슨 감자가 분산도 하지 않고, 따라오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애초에, 내 전문은 보급이다. 그런데 어째서 최전선에서 전쟁하고 있는 거야? 기왕에 될 거면 병참통괄부의 탑이라도 시켜달라고. 거기다가 언제부턴가 공작가에 양자로 들어가서, 결혼 상대까지 정해졌다……. 불행의 극치다. 내 인생을 돌려줘!


  공작이 됐다고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양자니까. 어깨가 좁다고. 그런데도 귀찮은 일, 성가신 일은 전부 내게 돌아온다. 바보 귀족들 상대에다가, 황제의 총희 뒤처리에다가, 거기다가 멋대로 자살까지……. 모두 나를 괴롭힌다…….


  좋겠구만. 대공과 음후음후는. 귀찮은 건 전부 내게 맡기고 자신들은 케이크를 만끽한다. 거기에 엘리자베트는 내가 안네로제를 넋을 잃고 봤다고 화내고……. 별 수 없잖아. 그쪽이 큼직한 슴가를 보여주니까. 남자라면 누구라도 눈을 돌릴 수 없다. 대공이나 음후음후도 코 밑을 늘리고 있었다고. 나를 혼내는 건 부당하다!


  메크링거들이 날 보고 있다. 계속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다. 힐끔, 힐끔하고 나를 보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 하는 건가? 다음엔 언제 열이 나는 건가? 그런 거겠지. 알았다. 알았다고. 내겐 전쟁은 무리라는 거겠지. 이 이상 여기에 있어도 쓸모없다고. 알았다고. 앞으로 이틀만 참아줘. 그때까지 아무 일도 없으면 제국으로 돌아간다.


  녀석들의 마음은 잘 알겠다. 아무도 무슨 말도 하지 않지만 원정군의 사기는 꽤나 꺾였겠지. 급강하 폭격기를 지난 잠수함이다. 아니, 침몰함이군. 적은 2배 이상. 거기다가 원정군 사령관은 애송이에 병약. 어제도 반나절 동안 열이 나서 지휘관석에 쓰러져 있었다.


  발레리가 최선을 다해서 보살피고 있지만, 보호자 동반으로 전쟁에 나서는 사령관이 있냐고. 전대미문의 진기한 일이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전쟁하자고 생각하는 녀석은 절대로 없다. 바보 같아서 해먹을 수 있겠냐. 나도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다.


  발퀴레 파일럿들에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훨씬 전부터 색적활동으로 혹사하고 있으니까. 적 함대에 접촉하면 스파르타니안에게 쫓겨서 로스트. 그리고 또 색적해서 접촉……. 계속 그걸 반복하고 있다. 일단 순번을 짜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식사나 탱크베드 사용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지쳤겠지. 정말로 미안하다.


  앞으로 이틀이다. 이틀만 기다리자. 그래도 안 되면 흔쾌히 돌아가는 거다. 아마 안 되겠지. 도슨이니까. 하지만 일단 변명은 된다. 도발은 했지만 거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상대방은 감자였습니다……. 뭐, 그런 거겠지.


...


제국력 487년 1월 10일. 제국군 기함, 포르세티.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반란군은 5만 척에 가까운 대군을 이끌고 있다. 한편 우리군은 2만 척. 절반도 되지 않는 병력이다. 정면에서 싸우면 승산은 적다. 아니, 전혀 없다고 해도 좋겠지. 이기기 위해선 빈틈을 찌르거나 분단해서 각개격파해야 한다.


  처음엔 밴플리트 성역으로 이동해서 반란군을 유인하는 작전에 나섰다. 밴플리트 성역은 색적이 힘들고 극히 싸우기 힘든 장소다. 잘하면 기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걸어보자고…….


  하지만 공작은 그 작전을 취하지 않았다. “아군이 열세인 이상 믿을 수 있는 건 눈과 귀밖에 없다. 그걸 잃을 수 없다. 그러한 무리는 해선 안 된다…….” 다시 말해 공작이 선택한 것은 분단하여 각개격파라는 것이다. 단, 이쪽이 적을 분단하는 건 할 수 없다. 상대가 스스로의 뜻으로 함대를 나누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 줄다리기를 벌써 5일이나 계속하고 있다.


  버티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계속 버티고 있다. 전황, 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지만, 양군 사이에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아스타테 성역과 밴플리트 성역 사이를 양군은 5일에 걸쳐 왔다갔다 할뿐이다. 하지만 병력이 적은 제국군에게 있어선 결코 편하지 않다. 상대는 2배 이상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줄다리기를 하다 보면 극히 피곤해진다. 하지만 공작은 계속 버티고 있다.


  지휘관석에 앉은 공작에게 초조함은 없다. 어제, 열을 내며 괴로워했을 때에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막료인 우리들이 초조하게 공작에게 시선을 보내는 일이 가끔 있다. 눈치 챈 것인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인가. 공작은 단지 말없이 기회를 보고 있다. 마치 조용한 호수 같다. 파문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들은 초조함을 참고 있다. 아직 괜찮다. 아직 참을 수 있다…….


  반란군은 언제 조바심에 이쪽을 협격하려고 할까……. 인내심 강하게 그걸 기다리는 공작의 모습은 겁쟁이에 민첩한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와도 같다. 한 순간의 틈을 찌르고 사냥감을 덮치는 사자……. 거기까지 가기 위한 인내심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참는 것을 아는 사내……. 그 화려한 경력에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본질은 재능보다도 끈질김, 참을성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과감함. 적으로 돌리면 극히 성가신 상대겠지.


  “색적 부대에서 연락입니다! 반란군에 움직임 있음!”

  오퍼레이터가 외친다. 반란군이 움직였다. 모두가 서로를 돌아보고, 함교가 긴장감에 싸였다. 그리고 다음 보고를 기다린다. 기대에 가슴이 뛴다. 소리가 모두에게 들리는 것이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반란군의 병력, 약 3만 5천. 나머지는 불명. 함대는 접근하고 있음.”

  반란군은 함대를 분산했다! 주력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겨우 움직였군요.”

  슈트라이트 준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사냥감이 움직였다. 틈을 보인 것인가……. 모두가 공작에게 시선을 향하자 공작이 희미하게 끄덕였다.


  “참모장. 함대를 후퇴하세요.”

  “예.”

  “부사령관. 그리고 분함대 사령관을 포르세티로 모아주세요. 작전회의를 엽니다.”

  “예.”


  조용한 목소리였다. 공작의 목소리에는 흥분도 기쁨도 없었다. 표정도 변하지 않는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 아직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시작됐을 뿐이다. 호수는 아직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