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43 화. 철의 의지

추리닝백작 2015. 2. 12. 10:00

  바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군무상서 각하. 그쪽의 슈마허 중령입니다만. 각하의 부관입니까?"

  "아니다. 슈마허 중령은 유능한 남자다. 경의 보좌를 겸하여 나와의 연락역이다."

  "중령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연관이 있지 않습니까? 프레겔 남작과."

  "무슨 말씀이신지? 소장."

  "제 착각이라면 좋겠습니다만. 슈마허 중령이 프레겔 남작과 관련이 있다고 들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만."


  기분 탓이 아니다. 리프슈타트 전역에서 프레겔 남작의 참모였던 남자가 슈마허 중령이다. 후에 엘윈 요제프 2세 유괴의 실행범이기도 하다.


  "무슨 소린가? 소장. 슈마허 중령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아무런 관계도 없네만."

  "각하. 오해가 있는 듯 합니다. 소관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도 프레겔 남작과도 관계 없습니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슈마허가 프레겔과 관계하는 것은 이후라는 건가? 방심은 금물이지만 일단 신용해볼까.


...


■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었다. 이 나라는 지금 내란의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소장이 그 내란을 막는 제도 방위 사령관 대리라니. 거기에 군무성으로부터의 재량으로 제도 방위 사령관 대리에 있는 사이, 소장의 계급은 대장이 되기로 했다. 소장은 "순직하면 대장인채로 죽는 걸까요?", "2계급 특진입니까. 죽고 오라는 걸까요?" 등등 말하고 있다.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소장 자신도 위험하게 된다. 난 벌써 도망치고 싶어졌다.


  소장은 제도 방위 사령부를 신무우궁의 안쪽, 동관의 한 방에 설치했다.

  동관은 정권의 중심부로서 알현이나 회의가 행해지던 장소다. 소장은 먼저 정부를 제어하고자 하는 듯 하다. 제도 방위 사령부에는 차례차례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헌병대, 궁중경비대, 제도 방위 사령부 소속의 함대 사령관, 뤼네부르크 소장, 병참통괄부에서도 응원이 왔다. 귀족이나 관료들은 무엇이 일어난 거냐고 물어오지만, 리히텐라데 후작이 "골덴바움 조에 적의를 가진 자가 있어, 궁중에 대해서도 테러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걸 위한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그 뒤에는 헌병대가 입구를 봉쇄하여 부외자 출입을 금지했다.


  겨우 필요한 인원이 모이니 소장이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입니다. 제도 방위 사령관 라겔 대장이 병으로 입원했기에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따라서 소관이 제고 방위 사령관 대리로서 제도의 치안과 안전을 지키도록 명 받았습니다."


  소란스러워진다. 무리도 아니겠지. 아무리 뛰어난 자로 평가가 높다고 해도 일개 소장이 방위 사령관 대리라는 건 무슨 일이냐.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 틀림 없다. 바보로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소장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또한 제도 방위 사령관 대리의 직위에 있는 사이, 소관의 계급은 대장이 됩니다. 염두해 두십시오."


  과연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다. 서로 흘깃흘깃 시선을 교환한다. 일부의 사람은 소장을 쭉 바라보고 있다.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이해한 것이다.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고 있다.


  "우리들을 여기에 모은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발언한 것은 뤼네부르크 소장이었다.


  "아까전에 말한대로, 제도의 치안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섭니다."

  "?"

  "황제 폐하가 쓰러지셨습니다."

  "!"


  소장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한다.


  "용태는 좋지 않습니다."

  "……."

  "알고 계신대로, 폐하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으셨습니다."


  몇 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오딘에서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시 시선이 소장에게 집중한다. 근처에 있는 나조차도 아프다고 느낄 정도다. 자신들이 어째서 불려온 것인지 이해한 거겠지.


  "우리들의 임무는 내란을 막고, 제도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

  "이미 리히텐라데 후작으로부터 언질을 받았습니다. 골덴바움 조에 적의를 가진 자가 있다고. 이것은 명분입니다. 이 명분을 이용하여 내란을 막습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헌병대겠지. 중년의 사관이 질문했다.


  "황위 계승 유력자를 테러로부터 지킨다. 그것을 명목으로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 양 가문을 호위합니다."

  "호위?"


  중년의 사관은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헌병대로 양 가문을 둘러싸, 어떤 의미에서도 사람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

  "그건, 연급이 아닌지."

  "말씀대로입니다. 프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을 다른 귀족으로부터 떨어뜨리는 것으로 양 측이 폭발하는 것을 막습니다."

  "하지만 귀족들이 면회를 요청하겠죠. 어떻게 합니까?"

  "죽이십시오."

  "!"


  모두 숨을 삼킨다. 귀족을 죽인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알고 있는거야?


  "황위계승 유력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순 없습니다. 귀족들 중에 테러리스트의 동조자가 없다곤 확신할 수 없지요. 테러리스틔 동조자로서 죽이십시오."


  소장은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죽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죽일만한 대의명분은 준비된 것이다. 주변 모두 완전히 소장에게 압도되고 있다. 일견 여성으로도 보이는 소장이 냉담하게 살인을 요구하고 있다. 누군가가 침을 삼킨 거겠지. 꿀꺽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비단에 싸인 강철의 손. 내 머리 속에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소장은 지금 비단을 벗기고 있다. 강철의 손톱을 휘두르기 위해서.


  "하지만, 죽이는 건 아무리 그래도."

  "어중간하게 포로로 삼아선 오히려 곤란합니다. 상대에게 달라붙을 여유를 줄 뿐이지요. 죽이십시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이 면회를 요청하면?"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가 물었다. 대답은 알고 있다. 나만이 아니다.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듣고 싶지 않다.


  "죽이십시오."

  "하지만, 그건."

  "우리들의 임무는 황위계승 유력자를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보호하는 것은 황제 폐하의 혈족들 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은 두 가문의 당주일 뿐, 폐하의 혈족이 아닙니다.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소장의 언동에는 일점의 흔들림도 없다. 소장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 냉담한 사람을 적으로 돌려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해도 할 수 없다면, 여기로 데려오십시오. 소관이 발할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철의 의지다. 이 소년의 무서움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격이 다른 지모. 또 하나는 철의 의지. 이 두 가지가 에리히 발렌슈타인을 만들고 있다. 군무상서가 그를 선택한 건 틀리지 않았다. 그 이외에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인간이 있으리라 생각하기 힘들다.


  "이 오딘에서 내란이 일어나면 사망자는 몇천, 몇만이 되겠죠. 그리고 분명 내란은 제국 전토로 퍼집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가 얼마나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그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야심에 미친 어리석은 자들따위 망설임없이 죽일 수 있습니다."

  "!"


  "소관은 대장 각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장갑척탄병 제 21사단에 명령을 내리십시오."


  뤼네부르크 소장이다. 주변의 시선이 뤼네부르크 소장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뤼네부르크 소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발렌슈타인 소장을 바라본다.


  "장갑척탄병 제 21사단은 동관과 남관 사이에 부대를 전개하십시오."

  "궁중의 경비입니까?"

  "아뇨. 그 쪽은 궁중 경비대에게 부탁할 예정입니다. 제 21사단은 전략예비로합니다. 만일, 폭발한 귀족이 나올 경우, 망설임 없이 격멸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격멸. 뤼네부르크 소장은 그 단어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이 당황하고 있다. 모두 결단에 몰린 것이다.


  "헌병대는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 양 가문을 호위하면 되는 거지요?"


  말을 한 것은 아직 젊은 사관이었다.


  "키슬링 중령. 자중하게."

  "멋대로 발언하지 마라."


  키슬링 중령이라는 것이 그의 이름인 듯 하다. 중령의 발언을 주변이 비난하고 있다.


  "그럼 내란이 일어나길 잠자코 보고있으라는 겁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네."

  "헌병대에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내란이 일어나는 것을 잠자코 보고 있던가, 아니면 막는 것에 직력하는가. 소관으로선 대장 각하의 지시에 따라 내란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이옥신 마약 사건에서 대장 각하의 역량은 우리들 헌병대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망설일 필요는 없겠죠."


  주변이 마지못해 끄덕인다. 알고 있다. 소장에게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단지 감정이 납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럼 지금부터 준비하겠습니다."

  "키슬링 중령. 밤중의 순회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결국 헌병대가 움직일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다음은 차례차례로 소장의 지시를 받았다. 모든 지시를 끝내고 뤼네부르크 소장이 다가왔다.


  "발렌슈타인 대장 각하입니까. 꽤 좋은 울림이군요."

  "2계급 특진이니까요. 죽을 각오로 하라. 그런거겠죠."


  이 두 사람에겐 전혀 긴장감이 없다. 어딘가 즐기고 있는 걸로도 보이는데?


  "얼마나 대장 각하로 있게 됩니까?"

  "글쎄요? 폐하의 용태가 회복하던지, 뮈켄베르거 원수가 돌아올때까지겠죠."

  "그럼 빨라도 한달 반입니까?"

  "그렇지요. 가능하다면 좀 더 짧아졌으면 하는데요."

  "그 가능성은?"


  뤼네부르크 소장이 목소리를 낮춘다.


  "……모릅니다."


  발렌슈타인 소장은 고개를 저었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겠죠. 원정군은 괜찮을까요?"

  "……아마도, 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전장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 경우, 상황은 최악이라고 해도 좋습니다만. 책략은 있습니까?"

  "……있습니다. 각오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한다. 잠시동안 서로를 바라본다.


  "……과연. 다음은 각하의 운에 달려있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뤼네부르크 소장은 사령부를 나갔다. 아마도 제 21사단을 부르러 갔겠지.


  발렌슈타인 소장은 책략도 있다, 각오도 있다고 말했다. 뤼네부르크 소장은 다음은 운에 달렸다. 기대하고 있겠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뤼네부르크 소장은 발렌슈타인 소장의 눈에 무엇을 읽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