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을 끝낸 신의 아이 : 홀린 자들과 신의 아이
신의 아이의 친구인 국왕친위대원이 머리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발을 멈춘다.
이런 곳에서 뭘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본 등에 무심코 시선이 엄해진다. 하지만 깊게 보지 않고 시선을 돌린다.
적의따위 향하면 안된다. 향하면 안된다. 그렇게 되뇌이면서 심호흡.
그렇게 마음을 진정하고 시선을 돌린다. 이제 보이지 않는 등 대신에 이쪽으로 걸어오는 국왕친위대와 눈이 마주친다.
"신의 아이와 함께 계셨던 건가요?"
신의 아이의 친구인 그가 이 통로를 걸을 때는 대부분 그렇다. 거주구로부터 나온 신의 아이나 소꿉친구와 만나고 있다.
실제로 그래하고 끄덕인 그는, 건강해보였다고 웃는다. 기쁜듯이 웃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떨쳐낸 듯한 느낌이었어."
"떨쳐냈다?"
뭐에 대해서, 일까. 그리고 떨쳐낸 다음은 뭐가 있을까?
무심코 눈썹을 찌푸리니, 그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하고 고개를 뒤틀었다.
"떨쳐냈다. 아닌가? 개운해졌다?"
"개운……."
시선을 정원으로.
그리고 생각나는 장대비.
봤다. 보고 말았다.
신의 아이가 지면을 파내는 듯한 빗속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 무심코 쫓았다.
장대비 때문에 시야가 나빠서, 물렁거리는 지면 때문에 달리기 힘들어서, 소리친 목소리도 닿지 않아서, 그렇게 시야에서 벗어난 신의 아이.
찾고, 찾고, 찾아서. 그리고 발견한 것은 지면에 무릎을 꿇은 머리부터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 그 남자에게 안겨 있는 신의 아이.
머리를 스친 것은 밀회.
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의 아이가 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빗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데, 우는 소리를 들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때때로 남자가 신의 아이의 등을 다독이는 듯이 두드리고, 그 때마다 신의 아이가 안겨들듯이 남자의 가슴에 엉겨붙고. 그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울고 있는 신의 아이와 그것을 받아들어주는 남자. 우는 신의 아이. 우는…….
거기에 복잡한 감정이 몸 안을 습격했다. 울고 싶었다. 기뻐서, 슬퍼서, 분해서, 그리고 초조해서.
신의 아이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웃고 있던 신의 아이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원인따위 정해져 있다.
생각하고 주먹을 쥔다.
역시 저건 울고 있었던 것이다. 국왕친위대원의 말로 확신한다.
신의 아이는 울고 있었다. 계속, 계속 무리하여 웃고 있었을 터인 신의 아이는, 분명 울고 있었던 것이다.
"신의 아이는."
"응?"
"웃고 있습니까?"
국왕친위대원은 깜짝놀랐다. 그리고 어째선지 등 뒤를 돌아봤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래하고 쓰게 웃었다.
"이제 괜찮아. 내 소꿉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신의 아이 곁을 지키는 소꿉친구가, 이제 괜찮다고 웃었다고.
거기에 그런가요하고 웃었다.
...
옛날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신의 아이가 실재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왕 곁에 서서 국민에게 용기를 주는 모습에 홀렸다.
누군가가 상처입었을 때엔 필사적으로 치료하고, 그 사이에 계속 말을 걸어주는 신의 아이.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을 때인 슬퍼하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힘냈구나하고,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미소지으며 배웅하는 신의 아이.
하지만 알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신의 아이의 손이 떨고 있었던 것을. 얼굴 색이 나빳던 것을. 비명을 눌러 참고 있었던 것을.
신의 아이인데?
그렇게 생각한 것은 처음 뿐이었다.
신의 아이가 떨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함께 싸우는 모습에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속으론 역시 신의 아이라고 감탄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도 있었다. 눈치챈 것이다. 신의 아이가 울고 있었다. 힘내라고, 힘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듯이 혼자서 울고 있었다. 그것을 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고. 대신 국왕이 신의 아이 곁에 있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무섭다고.
신의 아이도 또한 자신들과 같이 무서워하는 거라고.
신의 아이지만, 그래도 함께 무서워하고.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기에. 혼자서 울고. 사람 앞에서 웃고, 격려하고, 싸우고.
단 한번, 물었다.
무섭냐고.
신의 아이는 놀란 듯이 눈을 뜨고, 그리고 부정하려 했던 거겠지. 고개를 가로로 흔들려하다가 멈췄다. 분명 질문한 눈이 진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신의 아이는 잠시 침묵하고. 그리고 쓰게 웃으면서 끄덕였다.
무서워, 라고.
싸우는 것은 무섭다.
사람이 죽는 것도 무섭다.
여기에 있는 것, 그것 자체가 무섭다.
그렇게 말한 신의 아이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신의 아이인데도 무서워해서 미안하다고.
거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고, 말했으면 좋았다. 하지만 그 때는 아직 마음 속에 그리고 있던 신의 아이에 대한 우상이 강했다. 그 우상과 떨고 있는 신의 아이 사이에 당황해서.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의 아이님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 때 신의 아이의 얼굴은 슬픈 듯 했다. 미소짓고 있는데, 슬퍼했다.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수없이 많은 신의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 중에 신의 아이를 염려하는 자와, 신의 아이의 대단함을 말하는 자와의 차이는, 어쩌면 경험한 자와 경험하지 못한 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
……전자에 젊은 사람들이 많은 점에서, 신의 아이라는 전설을 얼마나 오랫동안 접했는지에 대해서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10년이나 20년의 세월동안 신의 아이에 대한 전설을 듣고 있던 자와 그 배 이상 세월동안 듣고 있던 자들은 침투의 상태가 다른 것은 아닐지.
신의 아이라는 것은 전설 속의 인물이다. 철이 들 때부터 듣고 읽었던 이야기. 그건 이 나라 누구라도 공통하고 있는 경험이다.
그리고 실존하든지 아닌지. 그것을 알지 못해도 이 나라에는 신의 아이를 모시는 축제가 있다.
한해에 두번, 봄과 가을. 수확제의 시작. 성당의 종이 울리고 모두가 기도한다.
옛날, 황폐해진 나라에 내려온 신의 아이. 신의 아이가 없었따면 이 과실은 맺을 수 없었다. 그 감사를 올린다.
누구나가 신의 아이를 알고 있다.
단지 그 뿐이지만, 신의 아이는 인생에 반드시 관계하는 존재였다. 그런 신의 아이가 실존했다.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강림하여, 평화로 이끌어줬다.
누구나가 섬겼다. 연령성별 관계없이. 누구나가.
하지만, 하지만. 나이가 많으면 많을 수록 그 기쁨은 컸다. 그렇기에 생각한다. 신의 아이를 알게 된 시간이 길면 길수록, 분명 맹신하게 되는 거라고. 그 시간 만큼. 신의 아이라는 우상이 스스로 마음 속에 확실하게 세겨지는 거라고.
그렇기에 기회가 주어졌기에 더욱. 눈치채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신의 아이라 할지라도,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울기도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그럴 것이 신의 아이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무서운 것은 무섭다. 울고 싶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것이 있다. 아직 젊은 신의 아이라도 무섭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걸 눈치채도, 괜찮냐고, 힘내고 있는 신의 아이에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필사적으로 힘내고 있는 신의 아이에게. 그것을 방해하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기뻣다. 신의 아이와 국왕이 결혼했을 때. 기뻣다.
신의 아이와 국왕이 결혼하여 영원한 행복으로. 그것을 믿으면서. 국왕이 신의 아이를 지지해줄거라고. 전장에서 서로를 지지한 듯이. 신의 아이의 곁에서 신의 아이가 혼자서 우는 일은 더 없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기뻐한 것이다.
그만큼 배신감도 컸다. 슬픔은 깊었다.
어째서냐고 매도하고 싶었다.
당신이 곁에 있어주는 것이 아니었냐고. 당신이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었냐고. 당신이 신의 아이를 신의 아이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서 사랑해주는 것이 아니었냐고. 겨우 신의 아이는 한 사람의 여성이 될 수 있는게 아니었냐고.
그렇게 매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신의 아이가 미소짓고 있는 것이다. 축복하는거다. 국왕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내라고. 축복하는거다.
그런 다음 신의 아이의 행동은 빨랐다. 생활하는 건물을 바꾸고. 지금까지 살고 있던 방을 국왕의 총희에게 주었다.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재빨리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 대해 이거 또한 두 가지 목소리가 들렸다.
국왕의 변심, 그 배신을 용서한 신의 아이의 관대함. 자비함. 그렇게 칭송하는 목소리와.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분함을 삼키고 있는 신의아이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성내는 둘로 나뉘었다.
어째서냐고 울고 싶었다. 어째서 미소짓고 있는 거냐고. 당신은 화내도 되는데. 당신은 울어도 되는데. 그런데 어째서 축복을 내리는 거냐고.
이쪽이 울고 싶어졌다.
함께 분노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함께 슬퍼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멀리서 신의 아이를 보면서, 어째서냐고 반복하여 되뇌었던 걸지도 모른다. 신의 아이는 미소지으니까.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니 더욱 더.
그렇게 지내던 사이 1월, 2월, 3월하고 시간이 지나간다.
신의 아이는 미소짓고 있다. 신의 아이는 축복한다. 그것을 바라본다.
그런 상태에 매일이 지나간다. 지나, 간다.
작은 싸움이 늘어났다.
큰일이 되진 않았지만, 확실히 늘어났다.
아아, 한계가 가까운거다고 느낀다.
신의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신의 아이가 미소짓고 있으니까. 그러니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왕비로서, 신의 아이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힘내고 있는 신의 아이를 방해하게 되니까. 그렇게 모두가 말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가까웠다.
당신은 정말로 웃고 있는 건가요?
또 혼자서 울고 있는 건 아닌가요?
그런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누군가는 있나요?
그렇게 생각했다. 계속, 계속. 신의 아이를 위로할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눈으로 신의 아이가 누군가에게 달라붙어 울고 있는 모습은 기쁨과, 하지만 그렇게 만든 국왕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던 것이다.
신의 아이.
신의 아이님.
눈을 감는다.
떨쳐버렸다고 하는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혹시, 아아, 혹시.
당신이 괴롭다고 말한다면. 당신이 이젠 싫다고 말한다면. 우리들은 함께 싸울 각오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의 아이에게 말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
알고 있지만. 그런 것을 말하면 신의 아이는 슬퍼한다.
아아, 아아, 아아.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이 괴로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이 무력감.
지금은 폭발하지 않도록 참는 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