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평범악녀(완결)

평범남이 악녀역으로 환생하다. 2-6화. 야키소바 빵, 고로케 빵

추리닝백작 2015. 2. 13. 19:25


  “자, 가자.”


  또 타카나시군이 내 손을 잡아끌고 걷는다. 이번엔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낼 수 없어서, 발을 멈추고 버티거나 붕붕 손을 흔들며 저항하거나 왼손으로 떼어 내려고 하면서도 끌려가서 큰길까지 왔다.


  “도우미가 마중하러 올 거야. 학교에는 연락해 뒀으니까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을 테니 안심해.”

  그건 됐으니까 손을 놓아주세요.


  슬슬 화가 나려고 했기에 왼손으로 탁탁 두드렸지만 전혀 놔주지 않고,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차에 태워졌다.


  “키리오님. 여기에, 연락하신 사례입니다.”

  “고마워.”

  운전석에 앉아 있던 20대 중반의 형이 타카나시군에게 봉투를 건냈다.

  꽤나 연상인 것 같은데 ‘님’자를 붙여서 말하는 건가. 도우미라고 했으니까 말이야. 현역 아이돌이란 대단하네. 살고 있는 세계가 달라.


  타카나시군은 도우미에게 받은 봉투를 그대로 내게 건냈다.

  “사쿠라코, 여기. 너에게. 푸치를 보호해준 사례야.”

  “에?”


  두툼한 봉투를 받고서, 끈으로 묶인 입구를 연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

  생전 처음으로 보는 큰돈이었다! 돈다발이다! 언뜻 보기만 해도, 20……아니, 30만은 들어 있을 것 같아!


  “어어어, 어어째서.”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식사에 데려가고 싶지만, 만일을 위해서 푸치에게 수의사에게 보여야만 하니까……. 먹어야만 하는 약도 있고. 돈만 건내다니 면목 없지만, 받아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큰돈은 받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타카나시군에게 봉투를 돌려주고 말았다.


  무리무리! 그야, 배는 고프지만, 밥은 먹고 싶지만, 이렇게 큰돈을 반 친구에게 받다니 너무 무리야! 아무리 푸치를 찾았다고 해서, 돈다발이라니 너무 심하다!


  “푸치를 찾아 준 사람에게 주려던 현상금이야. 나, 보호해주는 사람에게 30만 엔 주겠다고, 편의점 게시판에도 붙였고, 인터넷에도 올렸으니까.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려.”

  “하지만………….”


  우으……. 받고 싶지 않아. 받고 싶지 않지만.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나란 녀석 이런 인간이었구나…….

  친구에게 돈다발을 건내받고 말다니…….

  가난이 밉다. 슬프다. ……분하다.


  “네가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야. 내게 있어서 푸치는 둘도 없는 형제니까. 30만 엔이라도 부족할 정도야.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해줬으니까, 부담이라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응. 고마워……. 감사히, 받겠습니다…….”

  우으…….


  한심하다. 한심하지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방 속에, 살짝, 30만 엔이 든 봉투를 넣는 것이었다.


  학교에 가장 가까운 편의점 앞에서 내린다.

  도시락 490엔. 크림빵 90엔. 오렌지 주스 150엔. 주먹밥 120엔…….

  생전에 받았던 용돈은 한 달에 5천 엔. 가볍게 물건을 샀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상품의 가격이 무겁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연어 주먹밥, 120엔.

  손을 뻗고서, 그만 뒀다.

  그대신 팔찌에 손을 댄다.


  ‘신님.’

  ‘뭐냐?’

  ‘사쿠라코, 밥은 어떻게 했던 거야?’

  ‘그런 거 잠깐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잖은가.’

  ‘……? 친척 사람에게 얻어 먹었다든가?’


  ‘아냐아냐. 아버지의 지갑에서 슬쩍 했던 거다. 아버지는 봤던 대로 알코올 중독자에 술이나 마시고 잠이나 자니까. 다소 돈이 빠져나가도 눈치 못 채고, 한 번 잠에 들면 좀처럼 깨질 않아.’


  에!?


  ‘너도 머잖아 지갑에서 슬쩍해서 고기를 배한가득 먹고 떡을’

  ‘그런 짓 할 수 없어! 돈을 훔치다니 나에겐 무리!’

  ‘이것도 무리 저것도 무리……. 아이의 양육은 부모의 의무잖은가.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니까, 다소 돈을 훔친다고 해서 벌은 받지 않겠지.’

  ‘우으…….’


  ‘아, 테이블 위에 200엔을 두고 있다는 묘사가 있었지.’

  ‘200엔?’

  ‘아아. 이게 사쿠라코가 가지는 하루 식비인 것 같군. 단 200엔으로 제대로 된 식사는 할 수 없으니까. 역시 돈을 슬쩍 할 수밖에 없겠지만.’


  생각해 보면 확실히 부엌 테이블 위에 200엔이 있었다!

  아빠가 두고 잊어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가. 다행이다. 200엔이 있으면……200엔인가……뭘 살 수 있을까? 편의점이 아니라 슈퍼를 가보자! 떨이라든지, 색이 변한 거라도 먹으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편의점을 나와 학교에 오늘 두 번째의 등교를 한다. 교실에 돌아가니 4교시 수업이 시작하던 참이었다.

  우리 반 담임은 나에 대한 폭언이 문제가 되었다든가 해서, 부담임이었던 20대 선생님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새로운 선생님에게 지각해서 죄송합니다하고 인사한다.


  “이야기는 들었어. 하지만, 다음에 학교를 무단으로 빠지면 페널티다. 운동장 다섯바퀴. 각오해 두라고.”

  농구부 고문을 맡고 있는 상큼한 선생님(단, 추리닝)은 “자, 다음 시간은 사진촬영이다. 다들 이동하자고.”하고 확 팔을 휘두르며 커다란 액션으로 학생을 재촉했다. 설교가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템포 좋게 사진촬영이 끝나고 점심시간.

  이 시간에,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 신님에게 받은 지령은,


  ‘점심시간에 중요한 이벤트가 있으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하거라. 교실 정 중앙 자리에 뭉쳐 있는 여자들이, (엄마가 쫀쫀해서 붙임머리 할 돈도 주지 않아) (에, 진짜? 불쌍해.) (진짜 우리 가난해서 짜증난다니까. 좀 더 부모들 일하라고)라고 머리에 벌레라도 생긴 듯한 말을 하고 있는 데에, 너는 지나가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큰일이네. 그보다 너희들 붙임머리 필요해? 그 머리모양이 더 어울리는데.)라고 코웃음 치면서 긴 머리카락을 뽐내는 게야!’


  였다.


  붙임머리부침머리부침개마시쪙, 이라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내 머리는 공복으로 한계지만. 이런 작은 이벤트 정도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힘내 본다.


  사진촬영을 끝내고 4층 교실에 도착했을 쯤엔, 나는 이미, 완벽하게 현기증이 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교실에 들어간다.


  “사쿠라코, 휘청휘청하는데 괜찮아?”

  모모카씨의 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머리는 지금, 붙임머리로 가득이다. 자리에 앉아서 이벤트가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여기저기에서 젓가락이 부딪치는 절그럭 소리가 나고,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 냄새가 풍긴다. 배가……고프다…….

  “사쿠라코, 도시락 안 먹어? 왜 그래?”

  내 눈 앞에 손바닥이 오가지만, 반응할 기력이 나오지 않는다.


  “엄마가 쫀쫀해서 붙임머리 할 돈도 주지 않아.”

  “에, 진짜? 불쌍해.”

  “진짜 우리 가난해서 짜증난다니까. 좀 더 부모들 일하라고.”


  겨우 대화가 들렸다!

  나는 서서히 일어나서 휘청휘청 교실 정 중앙까지 가서――――목소리를 짜냈다.


  “진짜 가난한 사람은……밥을 먹을 수 없다고…….”

  가난한 사람은 큰일이네,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내 입에서 나온 것은 그런 말이었다.


  “어제부터 당근밖에 먹지 않았어……! 배가 고파서 배가 고픈데 배가 고파……! 쌀이 먹고 싶어……!”

  “잠깐, 레이센인!? 괜찮아? 울지 말라고.”

  “당근밖에 먹지 못했다니, 가난한 수준이 아니잖아? 위험하지 않아?”


  “사쿠라코.”

  휘청휘청 돌아선다. 모모카씨가 있다. 손에는, 야키소바, 빵……!





  거기에 눈이 박힐 것 같다. 모모카씨가 야키소바빵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움직할 때마다 시선이 쫓아가고, 나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모모카씨가 팔을 올리고 높이 올리고 말아서 닿지 않게 되어서, 폴짝폴짝 뛰며 팔을 휘두르다가 정신을 차린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빵을 뺏으려 하다니 안 된다. 신음하면서 터벅터벅 자리에 돌아간다.


  “장난 쳐서 미안해. 사쿠라코. 자, 이거 줄게.”

  모모카씨가 뒤에서 날 안으면서 내 손에 야키소바빵을 올린다.


  “저, 정말!?”

  “응. 사양하지 말고 먹어.”

  기쁘다! 야키소바빵! ――――아니, 안 된다! 나는 모모카씨를 괴롭히지 않으면 안 되니까!


  “여, 역시, 필요 없어요!”

  “어째서? 나, 한 가득 샀으니까 하나 정돈 괜찮아.”


  코로케빵, 쵸코코로네, 샌드위치, 프랑크 소세지빵 등등, 산처럼 쌓일 정도의 빵이 모모카씨의 가방에서 후두두둑 책상 위로 흐른다.


  “!!!!!”

  보, 보물산이다……!

  지금 내겐 금괴처럼 빛나 보인다!


  “사양하지 말고 먹으렴.”

  내 손에 오른 야키소바빵도 또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피, 필요 없어요……! 그게, 저는 모모카씨의 적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모모카씨의 책상에 야키소바빵을 올리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