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망명편(완결)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96 화. 공방

추리닝백작 2015. 3. 19. 09:30


제국력 486년 9월 26일. 오딘, 신무우궁. 아말리에 폰 골덴바움.


  남편이 방으로 돌아왔다. 표정이 피곤해 보인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생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렘샤이트 백작 사이의 상의는 나쁜 결과가 아니었던 것 같다. 요즘 최근 나쁜 보고만 계속되고 있다. 남편의 상태에 저도 모르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야기는 끝났나요?”

  “음.”


  남편은 끄덕이면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시녀들에게 남편을 위해서 커피를 준비하도록 지시한다. 그 뒤엔 시녀들에게 물러나도록 명령하여 아무도 없게 했다. 일단 신뢰할 수 있는 자만을 모았지만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시녀들이 사라지자 남편은 한 입 커피를 마시고 휴하고 한숨을 흘렸다.


  “어땠나요? 렘샤이트 백작과 대화는.”

  “반란군, 아니 자유행성동맹이라 해야겠군. 저쪽 정부 내부에서도 전쟁을 멈추고 싶다 생각하는 자가 있는 것 같다.”

  “어머나.”

  “혹시나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틀리지 않은 것 같아.”


  남편의 목소리가 밝다. 개혁을 행하지 않으면 제국은 살아남지 못한다. 개혁에 전념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남편에게 있어서 동맹과의 화평, 혹은 휴전상태는 모쪼록 실현하고 싶은 일이겠지. 무엇보다도 지금의 제국군은 반란군과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도 남편이 화평을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건 좋은 일이군요. 마음이 든든해요.”

  “그렇지.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야. 우리들의 동지는 소수파인 것 같다. 그리고 유력자이긴 하지만 최고권력자라고는 할 수 없어…….”

  “…….”


  약간 쓴웃음을 띠고 있다.

  “뭐, 우리들도 다수파라곤 할 수 없으니. 오십보 백보라는 거로군.”

  “그렇네요. 아군이 없는 것보단 훨씬 나아요.”

  내 말에 남편은 “맞는 말이군.”이라며 말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괜찮다. 우리들은 아직 웃을 수 있다.


  “또 하나, 밝은 재료가 있어.”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 질문에 남편이 씨익하고 웃었다. 장난을 치고자 하는 아이의 웃음이다. 꽤나 좋은 일이겠지.


  “발렌슈타인은 화평파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어머, 정말인가요?”

  내 말에 남편이 끄덕였다. 발렌슈타인, 그 자가 화평파와 연결되어 있다? 제국병을 그렇게나 죽인 그가…….


  “아무래도 동맹의 화평파를 움직이고 있는 건 그 자가 아닐까 싶다. 페잔의 일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남편이 조금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구교라는 공통의 적을 만든 일 말인가요?”

  남편이 끄덕였다. 그리고 커피컵을 입으로 옮긴다. 한 모금 마시고 훗하고 숨을 내쉬었다.


  “지구교의 존재가 밝혀진 지금, 제국과 동맹이 싸우는 건 어리석은 짓이겠지. 조금씩이긴 하지만 그 자는 제국과 동맹이 싸우기 힘든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제국을 개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도 그 자, 그렇게 생각하면 그 자가 화평파를 움직이고 있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모든 일은 그 자의…….


  갑작스럽게 얼어붙을 정도의 공포감이 몸을 휩쌌다.

  “그 자가 무서운가?”

  “…….”

  놀라서 남편에게 시선을 향하자 남편은 지긋이 나를 보고 있었다. 위로하는 듯한, 슬픈 듯한 애절한 시선이다.


  “지금, 떨고 있었지.”

  “……네. 두렵다고 생각했어요. 면목 없습니다. 저는 황제로서 두려워 할 자격이 없는 입장인데.”

  남편이 고개를 저었다.


  “너를 책망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두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들만이 아니겠지. 적도 아군도 다들 그 자를 두려워할 것이야. 마치 그 자가 괴물인 것처럼 말이지…….”

  적도 아군도……. 발렌슈타인은 괴롭지 않을까? 나는 남편이 돕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괴롭다고 생각한다.


  “……발렌슈타인은 괴롭지 않을까요?”

  “괴롭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 자는 싸우고 있어.”

  “…….”

  남편이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깊게, 그리고 크게……. 그리고 또 한 모금 커피를 마셨다.


  “그 자는 모든 것을 제국에게 빼앗겼다. 가족을, 집을, 명예를……. 아마도 자신과 같은 사람을 이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야. 그렇기에 강하다. 그렇기에 슬프기도 하지……. 죄 깊은 일이다. 우리들의 어리석음이 그 자를 괴물로 만들고 말았어…….”

  “…….”

  남편의 시선이 어째서 슬퍼하는 색을 띠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남편은 발렌슈타인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 남편이 무언가를 떨쳐버리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자가 화평파와 연결되어 있다면, 동맹의 화평파는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니야.”

  “네.”

  “우리들이 개혁을 행하면 화평으로의 흐름은 더욱 강해지겠지…….”

  “내일이군요.”

  “그래. 내일이다.”

  남편과 나, 서로를 돌아봤다. 어느 쪽의 시선이 더 강할까…….


  “렘샤이트 백작에겐 동맹측의 감촉을 살피라고 명령해뒀다. 우리들의 움직임에 동맹에 있는 화평파는 어떻게 응할 것인지, 주전파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살피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귀족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내 말에 남편이 끄덕였다.


  “아말리에. 경우에 따라선 엘리자베트를 도구로 쓰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제국도 우리들도 엘리자베트도 살아남지 못한다.”

  “알고 있습니다. 엘리자베트도 거기에 대해선 잘 알고 있어요.”

  “그런가……. 괴롭게 만들게 되겠군.”

  남편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귀족들은 강경하게 반대하겠지. 우리들의 목숨도 위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은 두려워하는 일도 멈춰서는 일도 할 수 없다. 제국을 지키고 우리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선 지금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남편에게 있어서 딸을 도구로 쓰는 일은 괴로운 일이겠지.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각오하고 있다.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


우주력 795년 9월 26일. 제1특설함대 기함, 하소르.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럼 제국은 개혁을 행한다는 건가?”

  “렘샤이트 백작의 말을 믿는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내일 제국정부에서 발표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내가 트류니히트의 질문에 답하자 시틀레, 레벨로, 호안 세 사람이 신음소리를 울렸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겠지. 왠지 불안해졌다. 정말 괜찮은 걸까? 이 놈들.

  “설마 정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레벨로가 신음하자 나머지 세 사람이 끄덕였다. 과연. 생각해 보면 이 녀석들의 인생에서 제국과의 전쟁은 일상이었다. 화평을 예상하긴 했어도 믿을 수 없다. 대충 그런 건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군.


  “그래서 이쪽은 어떻게 합니까?”

  “…….”

  스크린 너머의 네 사람이 요령부득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런 느낌이다. 네 사람이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너무 대략적이었나? 아니면 이 녀석들, 정말 모르는 건가?


  “제국은 동맹정부 내부에 화평을 생각하는 자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에 대하여 개혁을 행한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들도 화평을 바라고 있다고 대답한 겁니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헌데, 이쪽은 어떻게 합니까?”

  내 질문에 네 사람이 표정을 찡그렸다.


  “……개혁을 지지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하지만 개혁의 상세한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선 거기까지 말할 순 없겠지. 일단 개혁이 잘 될지 아닐지라는 문제도 있어…….”

  “게다가 유감스럽지만, 우리들은 정권의 일개 각료에 불과해. 좀 더 빨리 정권을 탈취해야 했는가. 시기를 놓쳤을지도…….”


  트류니히트, 호안, 레벨로가 분하다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시틀레도 떫은 표정으로 끄덕이고 있다. 이런이런. 이 녀석들은 외교 교섭이 허술하다. 아니, 제국이 개혁을 행한다고 너무 일찍 답했기에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현 시점에서 정권을 탈취하고 있을 필요는 없겠죠.”

  내 말에 다들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외교 교섭이라는 건 야구와 마찬가지입니다. 1회 초말, 2회 초말, 각각 득점을 교환합니다. 교섭은 아직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개혁 내용조차 확실하지 않은 겁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네 사람이 흠흠하는 모습으로 끄덕였다.


  “좋은 교섭이라는 건 10대0으로 이기는 교섭이 아닙니다. 그래서야 패배한 쪽은 교섭 그 자체를 포기하고 말겠죠. 서로에게 조금씩 득점을 얻어 10대10으로 무승부, 아니 서로에게 자신이 10대9로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교섭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 편이 교섭에 의해 해결하자는 인식을 장기적으로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 로군.”

  트류니히트가 맞장구를 치자 다른 세 사람도 겨우 표정에서 떫은 기운이 사라졌다.


  “우리들은 너무 서둘렀는가…….”

  “제가 보기엔 그렇군요.”

  “그럼 우리들은 뭘 하면 좋은가? 발렌슈타인 중장.”

  겨우 진정한 것 같군. 트류니히트의 어조, 표정에는 희미하게 웃음이 보인다. 만만치 않은 자, 부활인가……. 애교가 없다니까. 침울한 편이 아직 애교가 있다. 조금 괴롭혀 줄까.


...


우주력 795년 9월 27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최고평의회가 열리고 있는 회의실 화면에는 제국정부가 발표한 개혁안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이 있었다. 개혁 내용이 하나하나 발표되고 있다.

  직접세, 간접세의 인하. 재판제도의 재검토……. 거기에서 읽어낼 수 있는 건 귀족의 권리 억제와 평민의 권리 확대다.


  “개혁을 행한다는 건가. 제국은.”

  부의장 겸 국무위원장인 조지 타렐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울림이 있다. 다른 맴버도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타렐과 마찬가지로 제국이 개혁을 행한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거겠지. 표정에 변화가 없는 건 트류니히트와 호안 정도다. 아마도 나도 그렇겠지. 그들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우리들도 처음엔 믿지 못했다. 예상은 했어도 믿지는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율의 상한 수치처럼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개혁 실시는 내년부터다. 수치는 그때까지 정하는 거겠지.”

  불안하단 표정으로 말하는 더스티 라우드 지역사회개발위원장, 답한 것은 가이 매콰이어 천연자원위원장…….


  “귀족들의 반응을 알 수 없기 때문이겠지. 거기까지 파고 들어갈 수 없는 거다.”

  다들 트류니히트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 시선에 응하듯이 말을 계속한다.

  “귀족들의 대다수가 클롭슈톡 후작의 반란진압을 위해서 오딘을 비우고 있어.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로 수치는 달라지겠지.”


  “그럼 경우에 따라선 개혁은 형태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고?”

  “그 가능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지역사회개발위원장.”

  “…….”

  라우드가 침묵했다. 라우드만이 아니다. 다들 침묵하고 있다. 미래도를 그릴 수 없다. 대충 그런 거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은 개혁을 행하지 않으면 제국은 견딜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혁명이 일어날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귀족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익을 제한당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양쪽이 알력싸움을 하는 건 아닐까? 전도다난하군.”

  트류니히트의 말에 서로가 돌아봤다.


  “혁명인가……. 군주제 독재정치가 민중의 힘으로 쓰러진다.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샤를 버라스 정보교통위원장이 모두에게 말했다. 꽤나 기분이 상기되어 있다. 다소 흥분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이들도 버라스의 말에 끄덕이고 있다. 참 낙관적이다.


  “글세. 그건 어떨까?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네만.”

  호안이 흥분하고 있는 녀석들을 책망했다. 녀석들이 불만스럽단 듯이 호안에게 시선을 향했지만, 호안은 마음에 두지도 않고 말을 계속했다.

  “혁명으로 제국이 혼란에 빠지면 지구교는 제국 내부에서 살아남을지도 몰라. 그렇지 않은가?”


  버라스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들도 지구교는 무서운 것 같다. 혹은 기분 나쁜 건가.

  “게다가 혁명이 일어난 뒤, 민주공화제가 탄생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겠지.”

  “그건…….”

  “프랑스 혁명을 생각해보게. 자코뱅파에 의한 공포정치를 기반으로 나폴레옹에 의한 독재정치가 시작됐다. 러시아 혁명도 마찬가지다. 일당독재라는 영문도 모를 것이 탄생했지. 그래도 마음 좋게 기뻐할 수 있는가? 자네들은.”

  “…….”


  호안의 비아냥에 찬 말에 다들 침묵했다. 하기야 표정은 꼭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불만은 있지만 반론은 할 수 없다. 대충 그런 거겠지. 다들, 혁명이 일어나면 군주제 독재정치가 무너지고 민주공화제가 시작될 거라고 믿고 싶은 거다. 자유행성동맹이 이겼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손으로 그들을 민주공화제로 이끌어야 하지 않는가?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여 제국 변경과 직접 접할 수 있게 된다면 가능할 것이다. 제국의 개혁을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경제개발위원장 에드워드 토렐의 말에 참가자들 대다수가 끄덕였다. 이런이런. 누군가가 말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너였는가. 이 바보 같은 토렐이! 너희들도 끄덕이지 마! 지긋지긋하다. 한숨이 나올 것 같다…….


  이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자신들에게 편리한 꿈만 보고 그것에 숨은 위험성은 조금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트류니히트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의장인 샌포드는 무표정하게 모두를 보고 있다. 아무래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이 남자에게 통찰력은 없다…….


  “국방위원장.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이전에 발렌슈타인 중장이 공략작전안을 제시했다고 들었어. 실현성이 높다고 들었네만.”

  보론인가. 네가 그 작전안을 가져왔다는 건 어딘가에서 주전론자들이 부채질했다는 거로군. 너는 경비를 확실하게 하는 편이 좋을 거다. 괜한 생각을 하지 마. 이 멍텅구리가!


  “그 건에 대해선 나도 들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은 이제르론 요새 공략에 소극적인 것 같지만, 슬슬 방침을 전환해야겠지. 때가 왔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네만.”

  때가 왔다고 하는 타렐의 말에 몇 사람인가가 크게 끄덕였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말이다. 이 도움도 되지 않는 놈이! 타렐, 너는 보론의 동료인가. 네 그 입에 머스터드를 있는 대로 처넣어주고 싶다. 그렇게 하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모두의 시선이 트류니히트에게로 향하고 있다. 샌포드도 흥미만만하다. 출병론이 우세하다고 봤는가. 시선집중을 받은 트류니히트는 꽤나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너구리 놈. 꽤나 훌륭한 연기다. 트류니히트. 제대로 이 녀석들을 접대해 달라고. 어제 그렇게나 발렌슈타인과 예습했으니까 말이야.


  “일단 말해두고 싶군. 나는 이제르론 요새 공략에는 반대다. 너무나도 위험이, 불안정요소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야. 시틀레 원수, 발렌슈타인 중장도 같은 의견이다. 군부의 방침은 제국군을 동맹령으로 끌어들여 요격한다는 것에 변화는 없어.”


  트류니히트가 주변을 둘러보자 몇 사람인가가 불안한 표정을, 나머지는 불만스런 표정을 보였다. 시작은 양호하군. 최초로 선제 펀치다.

  “제군에겐 내가 걱정하는 부분을 들려주는 편이 좋겠지.”

  “…….”


  “일단 발렌슈타인 중장의 작전안이지만,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어떠한 작전도 없이 정면에서 공략하는 것보단 승산이 있지만, 결국 그 정도의 물건이다. 과도한 기대는 위험하다.”

  트류니히트의 말에 다들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특히 타렐, 보론의 표정이 심하다. 발렌슈타인의 작전안이니까 말이야. 반드시 이길 수 있으리라 기대한 거겠지. 혹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누군가가 부채질 했든가…….


  “게다가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의 정치적 입장이 약화하게 되겠지. 그들이 행하려고 하는 개혁은 실패하게 될 것이야.”

  “…….”

  트류니히트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걸까…….


  “제국은 지금 단순하게 병력이 부족하다. 이 상태에서 이제르론 요새를 빼앗기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은 귀족의 병력을 의지할 수밖에 없어. 다시 말해 귀족들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개혁은 핵심이 빠진 것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들은 귀족들의 응원을 하여 개혁을 망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로군. 제국의 평민들은 동맹을 원망하겠지. 이 상황에서 혁명이 일어나도 그들이 민주공화제를 선택하리라곤 생각할 수 없어.”

  트류니히트의 말에 다들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귀족들의 응원을 하는 행동이다.”, “민주공화제를 선택하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면 제국 변경과 접하게 되지만, 변경은 극히 빈곤하다. 그들이 우리들과 접촉하게 되면 민주공화제 도입보다도 경제면의 원조를 구하게 되겠지. 그리고 귀족들은 그걸 막으려고 할 것이다. 전쟁과 경제원조, 막대한 지출지 발생하겠지.”


  트류니히트가 나를 봤다. 수고했네. 이번엔 내 차례로군. 하기야 모두들 트류니히트가 내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일부러 트류니히트를 노려보며 외쳤다.

  “농담 말게. 국방위원장. 그런 돈은 어디에도 없어! 이제르론 요새 공략 따위 논외다!”


  “국채를 발행하면 어떤가?”

  좋은 질문이군. 버라스. 헌데 너, 국채가 빚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건가? 그렇게 느긋한 어조를 듣자하니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지만.

  “지금 상황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이 이상 국채 따위 발행해 봐라. 상환을 위해서 더욱 많은 증세가 필요하게 된다. 동맹시민에게서 규탄하는 목소리가 올라오겠지. 지금도 시민에게 무거운 부담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국보다도 먼저 동맹에서 혁명이 일어나겠지! 우리들은 전원 단두대행이다!”


  내뱉듯이 외치자 버라스는 떫은 표정을 보였다. 다른 녀석들도 비슷한 표정이다. 바보 놈들이. 돈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어라.

  “들은 대로다. 출병에는 군사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많은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 제국도 동맹도 엉망진창이 되겠지. 그래도 할 건가?”

  “…….”


  트류니히트의 발언에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도 발언하지 않는다. 샌포드 의장은 표정을 지우고 있다. 또 상황 지켜보기인가.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든 용서되리라 생각하지마라.

  “다들 의견이 없는 것 같군. 그럼 샌포드 의장의 판단을 듣고 싶네.”

  “나의?”


  트류니히트가 샌포드 의장에게 이야기를 돌리자 의장은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샌포드 의장의 판단을 들을 필요도 없어. 이제르론 요새 공략 따위 논외다!”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는 건 나와 자네뿐이다. 그러니 의장에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결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세.”


  트류니히트와 내가 서로를 노려본다. 하나, 둘, 셋……. 회의장의 분위기가 긴박해진다. 트류니히트가 샌포드 의장에게 시선을 향했다. 나도 의장에게 시선을 향하여 그를 노려본다. 의장이 불쌍할 정도로 당황하고 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듯이 시선을 향하지만 아무도 답하려고 하지 않는다.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고 있다. 그걸 보고 더욱 허둥지둥한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하는 게 어떤가?”

  호안이 입을 열자 회의장에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흘렀다. 의장도 도움을 받았다는 듯이 호안을 보고 있다. 정의의 사도, 등장이군.

  “개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지금 결단할 필요는 없겠지.”


  “결단을 나중으로 미루는 건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는데.”

  내가 호안을 책망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심 재밌어하는 거겠지.

  “나중으로 미루는 게 아니야. 나도 이제르론 요새 공략에는 반대다. 하지만 일단은 지구교에 대한 대응을 우선해야 하지 않는가? 저것을 정리하기 전까진 제국과 일을 벌려선 안 된다고 생각하네만.”

  “…….”

  “우선순위는 지구교 대책이 더 높다고 하는 걸세.”


  “호안 위원장의 말대로다. 지금은 지구교 대책을 우선해야겠지. 제국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그 뒤라도 좋아. 그쯤엔 제국의 개혁도 어떻게 될지 확실하게 보이겠지. 판단은 그때부터 하도록 하지.”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일 외의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샌포드 의장의 말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일단은 이걸로 주전파를 억누를 수 있겠지. 샌포드 의장의 언질을 받은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며 다수에 묻혀 가는 것이 특기인 의장은 자기 혼자서 결단할 수 없다. 분명히 누군가의 의견에 편승할 것이다. 그리고 큰 책임을 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와 트류니히트가 궁지에 몰고 호안이 구조선을 보낸다. 예상대로다. 미끼를 물었군.


  이걸로 제국에 대하여 당분간 출병은 없다고 전할 수 있겠지. 동맹에 있는 화평파는 최종결정권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결코 빈약한 존재는 아니다. 그럴만한 힘은 가지고 있다. 그렇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제국 차례로군. 어떤 카드를 뽑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