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망명편(완결)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98 화. 오염

추리닝백작 2019. 3. 22. 09:23


우주력 795년 10월 1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죠안 레벨로.

  아침 8시에 통합작전본부 본부장실에 네 사람이 모였다. 트류니히트, 호안, 나, 시틀레.
  “무슨 일이냐? 시틀레. 이렇게 아침부터 불러서.”
  “발렌슈타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네. 자네들을 불러달라고 하더군.”
  뭐, 대충 그런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호안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군.”이라고 말했다. 나도 동감이다.

  시틀레가 통신을 시작했다. 바로 연결되어 화면에 발렌슈타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아니, 급한 용무겠지. 무슨 일인가?”
  “아드리안 루빈스키 말입니다만, 그의 신병은 어떻게 됩니까?”
  발렌슈타인과 시틀레의 대화에 모두 서로를 돌아봤다. 어떻게 되냐니? 트류니히트가 답했다.

  “무슨 의미인가? 그의 처벌에 대해서 말인가?”
  “아뇨. 그게 아닙니다. 그의 신병을 어디서 맡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만…….”
  다시 네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이 경우, 군대가 좋을까?”
  “아니, 자치령주였던 자의 신병이다. 정부가 맡는 편이 좋지 않은가?”
  트류니히트와 호안이 대화를 나누자 발렌슈타인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거군요.”라고 말했다.

  “정해지진 않았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내가 질문하자
  “루빈스키의 신병은 지구교 대책의 일환으로서 군대가 맡도록 해주십시오.”
  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강한 어조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어째서 말인가? 정부가 맡아도 문제는 없겠지?”
  질문하자 발렌슈타인이 고개를 저었다.
  “있습니다. 루빈스키는 정부가 자신을 맡으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불온한 말이다. 다시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고평의회에는 페잔의 돈이 흘러가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 대해 알려지길 두려워하는 인간이 루빈스키를 죽이려고 하겠죠.”
  “말도 안 돼! 농담이겠지?”
  호안이 외쳤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 아닙니다. 루빈스키는 자신을 정부에 넘기지 말아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가 가장 믿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니라, 바로 저입니다.”

  다시 모두들 서로를 돌아봤다. 오늘 몇 번째일까?
  “대체 누구냐. 돈을 받은 것은?”
  트류니히트가 질문하자 발렌슈타인은 “놀라실 겁니다.”라며 웃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녀석이 웃을 때 그냥 넘어간 일이 없었다.
  “창구는 정보교통위원장, 샤를르 바라스. 수취인은 최고평의회의장, 로열 샌포드.”
  “!”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얼어붙은 듯이 굳어있다.
  “루빈스키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샌포드 의장이 누구에게 돈을 넘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샌포드 정권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정권이 안정되어 온 하나의 원인이 페잔에서의 자급원조였을 테죠. 그는 그것을 써서 아군을 늘리고 있었던 겁니다.”

  “말도 안 돼! 무슨 헛소리냐! 최고평의회의장이 페잔의 앞잡이라는 건가? 최고변무관이 아니라고. 최고평의회의장이다!”
  호안이 내뱉듯이 소리쳤다. 이게 사실이라면 동맹정부는 페잔의 컨트롤 하에 있었다는 것이 된다. 호안이 몸을 떨고 있다. 분노인가, 아니면 공포인가.

  “가능성은 있군…….”
  시틀레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놀란 표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지구교의 일을 알고 난 뒤의 평의회를 기억하고 있는가? 샌포드 의장은 루빈스키를 페잔으로 되돌리라고 했었지.”
  “과연. 그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
  트류니히트가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건 뭐하지만, 의장이 가진 정치가로서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결코 높지 않아. 최고평의회의장으로 뽑힌 것도 다른 해법이 없었기에 소거법으로서 뽑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어쩌면 대의원에게 돈을 보내어 표를 매수한 걸지도 몰라. 그쪽이 훨씬 납득할 수 있다…….”
  시틀레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돌아보자 호안이 “말세로군.”이라고 중얼거렸다.

  “발렌슈타인 중장의 말처럼 샌포드 의장에게서 돈이 흘러갔다. 그것이 정권 안정의 한 원인이라고 한다면, 성가시군. 페잔의 독이 어디까지 돌고 있는 건지…….”
  “아니, 레벨로. 받은 쪽은 페잔에게서 받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의장에게서 받은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군. 다소는 마음이 편해지네.”
  내 답에 트류니히트가 쓴웃음을 띄웠다.

  “페잔에게서의 자금 제공은 페잔 잔치령주부가 소유하는 여러 유령 회사를 써서 행해졌다고 합니다.”
  “유령 회사? 회사명은 알 수 있는가?”
  내가 질문하자 발렌슈타인이 고개를 저었다.
  “실무는 보좌간이 맡았기에 전부를 파악할 순 없다고 합니다. 다만 ‘프레디 로지스틱스’, ‘앨런 코퍼레이션’은 틀림 없다고 합니다. 쓰고 있던 은행은 ‘클레이튼 은행’이라고.”

  발렌슈타인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돌아봤다.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군.”
  “확인을 할 필요가 있겠지. 레벨로. 가능한가?”
  “재무의원회를 가볍게 보면 곤란하지. 호안. 기업명과 사용은행만 알면 어렵지 않은 일이야. 해보지.”
  내가 대답하자 다들 끄덕였다.

  “루빈스키의 신병은 군대에서 맡도록 하지. 시틀레 원수. 그쪽에서 부탁할 수 있는가?”
  “국방위원회가 아니라?”
  “이쪽에서도 돈을 받은 자가 있을지도 몰라. 신용할 수 없지. 이렇게 되면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전혀 알 수 없네.”
  트류니히트와 시틀레의 대화에 발렌슈타인이 “말세로군요.”라며 웃었다. 호안은 한탄했지만 이쪽의 소악마는 웃으면서 말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다. 한숨이 나왔다.

  “차라리 자네의 배에서 신병을 맡고 있는 건 어떤가? 그러는 편이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하소르에서 말입니까? 뭐,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다들 납득할까요? 루빈스키를 조사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시틀레가 얼굴을 찡그렸다.
  “뭐, 자네가 돌아오기까지 시간은 있다. 그 사이에 생각해보지.”

  “그보다도 이건 샌포드를 끌어내려서 정권을 잡을 기회라고 생각하네만…….”
  내가 제시하자 다들 말없이 서로를 돌아봤다.
  “확실히 그렇지만, 수취인은 바라스다. 샌포드까지 잡을 수 있을까?”
  “루빈스키의 증언뿐이라면 어려울지도 몰라. 바라스가 뱉어내면 좋지만……. 그 외에도 증거가 필요하겠지.”
  그렇군. 트류니히트, 호안의 말대로 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하나 더 필요하다.

  “또 하나 문제가 있지. 레벨로. 샌포드를 끌어내린다고 해도 그 뒤에 어떻게 정권을 잡을 것인가?”
  시틀레의 지적에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잠정정권이군. 일단은. 평의회 안에서 지지를 얻어서 최종적으론 동맹의회에서 승인을 얻는다.”

  “자네의 생각대로라면 다수파 공작이 필요하겠군. 트류니히트.”
  “그렇게 되겠지요. 평의회는 11명. 2명 빠지면 9명입니다. 과반수를 얻으려면 최소한 앞으로 2명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누구를 포섭할지…….”
  나와 발렌슈타인의 지적에 다들 침묵했다.

  부의장 겸 국무위원장, 죠지 타렐. 서기, 토마스 리우. 지역사회개발위원장 더스티 라우드. 천연자원위원장 가이 맥과이어. 법질서위원장 라이언 보론. 경제개발위원장 에드워드 토렐. 이 여섯 명 중 두 사람을 포섭해야만 한다.

  “타렐과 보론은 어렵겠지. 트류니히트에게 강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어. 고른다면 나머지 네 사람이겠지.”
  “네 사람 중 두 사람인가. 어렵군. 게다가 믿을 수 있다고도 할 수 없는 녀석들이다. 의욕이 떨어지는군.”
  호안과 내 대화에 다들 실소했다. 시틀레가 “입이 험한 녀석이다.”라고 말해서 “험한 놈들하고 어울려서 그렇다.”라고 돌려줬다. 발렌슈타인, 짚이는 데가 있겠지?

  “차라리 성가신 두 사람을 포섭하는 게 어떻습니까?”
  “제정신인가? 발렌슈타인.”
  “제정신입니다. 레벨로 위원장. 성가신 두 사람을 포섭하면 나머지 네 사람은 좋든 싫든 아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후의 정권운영도 편해집니다.”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그렇군. 역시 나쁜 녀석이다. 평범한 방법은 취하지 않는다. 트류니히트가 웃었다.

  “재밌는 생각이다. 한 번 해볼 가치는 있군.”
  “승산은 있는가? 트류니히트.”
  내가 질문하자 트류니히트가 끄덕였다.
  “타렐은 어쨌든 보론은 가능성이 있지. 페잔에서 돈이 흘러들어왔단 것이 사실이라면, 이 일은 경찰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걸 이용해서 거래할 수 있을지도 몰라.”

  과연. 녀석의 체면을 세워준다는 것이다. 원래는 체면을 구길 뿐이었던 것이 트류니히트에 대한 반발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걸 해소하는 건가……. 가능성은 있군. 그렇다면 이쪽도 시급히 조사해야……. 단숨에 사태가 움직일지도 모른다…….

...

제국력 486년 10월 10일. 오딘, 신무우궁.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백부님. 어째서 그러한 개혁안을 발표하신 겁니까! 개혁 따위 필요 없습니다!”
  “…….”
  “백부님!”
  “…….”
  프레겔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무시당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귀족으로서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우고 말았다. 원래라면 이제부터 인내를, 때로는 물러날 것을 가르쳐야만 하지만…….

  “백부님! 세금 징수는 저희들 귀족에게 주어진 특권. 루돌프 대제가 하사하신 권리입니다. 거기에 제한을 거신다는 건…….”
  말하기 어렵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그 말대로다. 프레겔. 세금 징수는 루돌프 대제가 하사하신 특권이다.

  하지만 제국은 그 루돌프 대제가 만든 제도를 버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너는 귀족의 특권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제국의 현 상태는 모르는 것 같군. 너에게 세상사를 볼 눈을 주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혹은 너 스스로가 그걸 가지려 하지 않았는가……. 불쌍한 녀석이다…….

  “개혁을 행하는 일은 이미 칙령으로서 발표된 일이다. 취소는 불가능하다.”
  “백부님!”
  “취소는 없는 거다! 프레겔.”
  반박하려는 프레겔의 입을 막았다. 분한가? 프레겔. 분노해라. 더욱 더 분노하는 거다. 프레겔. 아직 부족하다.

  “제국군은 요 몇 년간의 패전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 덧붙여 예의 카스트로프 사건으로 사기의 저하가 심각해. 도저히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제국의 무위는 시든 것이다. 그리고 평민들은 정부에 커다란 불만을 가지고 있어. 제국군이 쓸모없어진 이상, 국내를 안정시키는 것도 동맹에 대해서도 공세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말을 계속 하려는 프레겔에게 손을 저어 입을 다물게 했다.

  “덧붙여 지구교라는 영문도 모를 것까지 튀어나왔지. 지금 상태로는 자유행성동맹과 협력하는 것으로 안전보장을 확립하여 개혁에 의하여 국내를 안정시킨다. 그것에 의해 제국을 재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겠는가? 라고 말하는 듯이 프레겔을 바라봤다. 프레겔이 얼굴을 분하다는 듯이 찡그렸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 귀족이 있습니다! 반란군과 협력이라니.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귀족이.”
  비웃었다. 프레겔이 한 발 다가왔다. 몸과 손을 흔들어 간청할 생각이겠지. 옛날부터 연극하는 듯한 몸짓을 좋아하던 녀석이었다.
  “저희들이 반란군을 타도하겠습니다. 제국의 무위는 저희들 귀족이 빛나게 만들어 보이죠. 그렇게 하면 개혁따위 필요 없습니다! 백부님!”

  “진심인가? 너희들이 클롭슈톡 후작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잊었는가? 그런 무참한 모습으로 동맹과 싸우겠다고? 저쪽에는 발렌슈타인이 있다. 1천 만 명의 병사를 죽인 자가 있다는 거다. 알고 있는 건가? 너 같은 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쳐부수겠지. 말도 되지 않는군.”
  상정내의 대답이었지만 일부러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프레겔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졌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기에 그랬던 겁니다. 진심을 내면 좀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싸우게 해달라는 건가? 이번엔 진심으로 싸우겠다고?”
  “그렇습니다!”
  “호언장담만큼 믿을 수 없는 것도 없지. 적은 전쟁의 전문가조차 두려워하는 자다. 초보자인 너희들이 이길 수 있을까? 목숨을 잃을 뿐이다. 그만둬라.”

  “이길 수 있습니다! 저희들이 진심을 내면, 이길 수 있습니다!”
  “…….”
  “이길 수 있단 말입니다! 백부님!”
  다시 프레겔이 한 발 다가왔다.
  “……이길 수 있는가? 정말로?”
  “이길 수 있습니다!”
  희망이 보였는가. 눈이 빛나고 있다. 경솔하군. 프레겔. 그래서 너희는 안 되는 거다.

  “동맹은 10만 이상의 병력을 움직일 것이다. 너희들이 그 정도의 아군을 모을 수 있을까?”
  “……그건…….”
  “그럼 무리로군. 제국군은 1명도 움직일 수 없다.”
  “백부님!”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다.

  “……눈에 띄는 무훈을 올려, 발렌슈타인을 죽인다면 엘리자베트의 사위로 고려해도 좋다.”
  “오오, 백부님!”
  “단,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 그것만은 기억하라!”
  “반드시, 발렌슈타인을!”
  “음. 기대하도록 하지.”
  고양한 프레겔의 얼굴을 보자 조금 가슴이 아팠다…….

  튀는 듯한 발걸음으로 프레겔이 나의 집무실을 나가자 교대하는 듯이 리텐하임 후작이 들어왔다. 침통한 표정이다.
  “지금 프레겔 남작과 만났다.”
  “그런가.”
  “엘리자베트에 대한 일, 들었다.”
  “그런가.”

  잠시 동안 침묵이 지났다.
  “공작에게 격려를 받았다고 크게 기뻐하고 있더군. 무훈 제2위는 사비네의 사위로 삼아주겠다고 격려해줬다.”
  “……그런가.”
  “……공작만 짊어지게 하지 않을 걸세.”
  “……미안하군. 리텐하임 후작.”
  리텐하임 후작이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밤, 오랜만에 어떤가?”
  리텐하임 후작이 잔을 마시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렇군. 오랜만에 마실까.”
  “그럼 정해졌군. 술은 내가 준비하지.”
  “기대 되는군. 안주는 내가 준비하도록 하지.”
  즐거운 대화다. 오랜만에 술이 땡긴다. 그런데도 리텐하임 후작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