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망명편(완결)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102 화. 몰락의 시작
추리닝백작
2019. 3. 22. 09:47
제국력 486년 10월 18일. 하이네센. 요펜 폰 렘샤이트.
언제까지 하소르에 신세지고 있을 순 없다. 그런고로 새로운 사무실 겸 주거지를 동맹정부가 제공해줬다. 명칭은 대사관으로 정해졌다. 변무관부가 아닌 것은 페잔의 변무관부와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비공식적인 이유가 있다.
변무관부에는 종주국이 식민지에 설치하는 시설의 최고기관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기에 동맹시민 안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동맹 시민에게 있어서 제국과 동맹은 대등한 국가이며 변무관부는 제국이 동맹을 아래로 보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뭐, 제국도 그들을 반란군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동맹 정부는 그런 동맹 시민의 감정을 고려한 것 같다. 이 나라의 주권자는 동맹시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눈앞에 네 사람의 남성과 한 사람의 여성이 있다. 모두 군복을 입고 있지만, 이 다섯 사람이 동맹정부가 나에게 스탭으로서 제공한 사람들이다.
“소관은 앨런 바세트 대위입니다. 각하의 부관, 아니 비서관이 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바세트 대위는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의 남성이었다. 30세는 아직 되지 않았겠지.
“그 외에 크리스 라포드 중위, 빌 본즈 중사, 죤 코트 중사가 스탭으로서 각하의 서포트를 맡습니다.”
세 사람의 남성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라포드 중위는 20대 전반, 나머지 두 사람은 30대 전반에서 중반 정도인가.
“그리고 마리아 클란베르츠 중사. 그녀는 각하의 신변 시중을 합니다.
“신변의?”
클란베르츠 중사를 봤다. 20대 후반? 30대 전반 정도인가? 통통한 뺨이 인상적인 여성이 미소 짓고 있다. 미인이라곤 할 수 없지만 호감적인 여성이다. 웃음이 좋다.
“취사, 세탁, 청소입니다. 불편하시지 않습니까?”
“그런가. 그건 감사하군.”
“그 이상의 일은 두 분이서 상담하십시오. 이 나라는 자유의 나라입니다. 무리나 억지는 용서 받을 수 없습니다만, 합의 상의 일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참고로 그녀는 전쟁 미망인입니다. 아이는 없습니다.”
“그렇군.”
한 번 더 그녀를 봤다. 웃음을 띠고 있는 상태다. 이런 경우, 유혹하는 것이 예의인 걸까? 나도 독신이니 문제는 없을 테지만…….
“경들은 군인인 것 같지만, 소속은 어디인가?”
“저희들은 정보부 방첩과에 소속하고 있습니다.”
정보부 방첩과? 명칭에서 보면 스파이 활동의 방지, 적발을 담당하는 곳이겠지. 내 감시역이라는 건가……. 뭐, 감시가 붙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제국과의 연락이 어렵게 되겠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각하의 감시를 명령 받지 않았습니다. 상관에게선 성의를 가지고 각하를 돕도록, 살피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묘한 말을 하는군. 경들의 상관은 누구인가?”
“바그다슈 준장입니다만, 이 명령의 큰 틀은 시틀레 원수 각하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다. 화평 교섭의 방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건가.
“하지만 그래서야 공적이 되지 않겠지. 아닌가?”
“그 대신이라곤 하긴 뭐하지만, 루빈스키의 심문을 방첩과가 하게 되었습니다. 하기야 심문은 발렌슈타인 중장, 바그다슈 준장이 반드시 입회하게 되어있습니다만…….”
“그게 있었군.”
내 말에 바세트 대위가 끄덕였다.
“지금 시점에 있어선 최우선으로 얻어야 하는 것은 지구교의 정보라는 걸 저희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그들의 암약을 허락할 순 없습니다. 제국에게서 지구교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각하의 행동을 감시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바세트 대위가 웃음을 띄우고 있다. 이런이런. 자유는 보장하지만 정보를 내놔라. 그런 건가…….
...
제국력 486년 10월 20일. 오딘, 오프레서 원수부. 라인하르트 폰 뮈젤.
바로 와라. 라는 말만 듣고 오프레서의 집무실로 향하자 이미 뤼네부르크가 방에 있었다. 소파에 오프레서와 마주 앉아있다. 오프레서가 나를 보고 끄덕였다. 앉아라. 라는 거겠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뤼네부르크의 옆에 앉았다.
“말할 것이 있어서 불렀다. 조금 길어지겠지. 편하게 있어라.”
길어진다? 힐끔 뤼네부르크를 봤지만 그도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지구교 토벌이지만, 경들은 승진하지 않는다. 훈장 수여만인 것이 되었다.”
거기에 대해선 이미 들었다. 같은 시기에 클롭슈톡 후작의 반란이 있었고, 그것을 귀족들이 진압했지만 그 수준이 지독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은상다운 은상이 없었다. 그런 한편 우리들을 승진하게 만들면 당연하게도 반발이 생긴다. 그 때문에 훈장만을 받게 되었다.
“경들이 지구교의 지하본부에서 가져온 서버를 정보부와 사회질서유지국이 조사하고 있어. 한 번 땅 아래에 파묻혔기에 손상이 심한 것 같더군. 유감스럽지만 완전한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것 같다.”
“…….”
오프레서는 재미없다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쪽도 최선을 다했지만 녀석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지하본부를 폭파한 것이다. 파내는 데에도 한 고생 했다. 제압보다도 그쪽에 더 시간이 걸렸다. 전쟁이 아니라 토목작업이라도 하러 온 것 같다고 나와 뤼네부르크가 한탄했을 정도다.
“그래도 부분적으론 복원할 수 있었던 곳도 있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이 기뻐하더군. 반란군, 아니 동맹과의 거래에 쓸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잘 해주었네.”
칭찬을 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의외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이에 금광을 찾아낸 것 같다.
“……거래입니까?”
뤼네부르크가 질문하자 오프레서가 끄덕였다.
“경들에겐 말해두지. 부외비의 사항이다. 정부는 동맹과 화평을 맺을 생각이다.”
뤼네부르크와 서로 돌아봤다. 그리고 오프레서에게 시선을 향하자 오프레서가 끄덕였다.
“군부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다. 제국군 3장관의 결정사항이다.”
“하지만 귀족들이 출정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작은 목소리로 뤼네부르크가 질문하자 오프레서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 놈들은 동맹의 손을 써서 처리한다.”
또 뤼네부르크와 서로 돌아봤다. 뤼네부르크의 얼굴에는 경악의 표정이 떠올라 있다. 아마 나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무훈을 올리면 황녀 전하의 사위가 될 수 있다고?”
나도 작은 목소리가 되었다.
“그런 거다. 뮈젤. 큰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만큼 미끼도 좋은 걸 써야만 하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도 진심으로 놈들을 처리할 생각이야. 개혁, 화평, 그 어느 쪽에 있어서도 놈들은 방해물이라고 판단하신 것이다.”
비정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제국의 지킴이로 존재했던 귀족들이 지금은 방해물이라고 판단되어 처리 당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귀족들은 거기에 대해서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시대가 움직이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귀족들은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 거겠지.
“하지만 화평이라 하셨습니다만, 반란군, 아니 동맹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제국만으로는 화평은 불가능합니다만…….”
내가 질문하자 오프레서가 히쭉 웃었다. 인상이 나쁘다. 어린이라면 울던가 발작을 일으키겠지.
“저쪽에도 제국과의 화평을 바라는 세력이 있다. 아직 정권을 담당하고 있진 않지만, 그 힘은 결코 약하진 않은 것 같다. 지금이라면 그들과 화평을 맺는 것도 가능.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군.”
“…….”
하지만 정권을 담당하고 있지 않다는 건 확실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귀족들의 출병도 저쪽에는 전해두고 있어. 화평의 방해물이라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출병 방향을 페잔으로 해달라고 저쪽이 요구했다. 동맹정부는 아니야. 화평파의 요구다.”
놀랐다. 나만이 아니다. 뤼네부르크도 놀라고 있다. 오늘은 놀라는 일뿐이다. 화평을 맺는다. 그러기 위해서 제국정부와 반란군의 일부세력이 협력하고 있다. 게다가 그 협력은 밀접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느새…….
“발렌슈타인은 화평파의 주요 멤버다.”
“설마…….”
나도 모르게 말하자 오프레서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 자가 화평파? 확실히 제국과 반란군이 서로 싸우기 힘든 상황을 만들고 있지만…….
“그 자는, 이걸 기회로 귀족연합을 이용하여 페잔을 쳐부술 생각이다. 지구교의 근거지를 방치할 순 없다는 거겠지.”
“그렇군요.”
뤼네부르크가 끄덕였다. 나도 맞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제국은 반란군을 이용하여 귀족연합을 부순다. 반란군, 아니 그 자는 귀족연합을 이용하여 페잔을 부순다……. 귀족연합도 지구교의 앞잡이인 페잔도 화평에는 방해물이라고 발렌슈타인은 판단하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이 화평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자의 존재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 자를 적으로 돌리는 건 위험하니까.”
확실히 그렇긴 하다. 화평을 맺으면 그 자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 개혁을 행하여 군대를 재건하려면 대외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성가신 상대를 무력화하는 수단은 전투만이 아니다. 적이 성가시면 성가실수록 아군으로 했을 때 효과가 크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은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귀족연합군이 패배하면 그걸 이용하여 쳐부순다. 당연하지만 놈들은 저항하겠지. 너희들은 그 토벌을 행하게 된다. 뭐, 소탕전이 되겠지만, 준비만은 허술하게 하지 마라.”
“예.”
오프레서가 뤼네부르크에게 시선을 향했다.
“특히 뤼네부르크. 그 때엔 함대전보다도 지상제압전이 주요 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탁하지.”
“예.”
...
우주력 795년 10월 21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최고평의회에서 트류니히트가 귀족연합군이 침공하고 있다고 전하자 다들 놀란 목소리를 냈다. 지구교 문제로 협력하고 있는 이상, 양국이 전쟁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전쟁은 지구교 대책이 끝나고 나서라고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귀족들이 페잔 방면으로 침공할 거라고 전하면 놀라움은 더 커졌을 것이 틀림없다.
“그럼 제국군이 침공하고 있다는 건가? 제국과의 협력 따위 의지할 수 없군.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
죠지 타렐 부의장 겸 국무위원장이 비아냥이 잔뜩 섞인 말을 하자 최고평의회 멤버가 웅성거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군대가 아니다. 귀족의 유지들에 의한 연합군이다. 제국정부는 관계 없어.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군.
트류니히트가 타렐의 말을 정정하자 이곳저곳에서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말을 해도 제국이 침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지. 그렇지 않은가?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
보론 법질서위원장의 말에도 가시가 있다. 이 녀석들은 트류니히트를 떨어뜨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같은 생각을 했겠지. 호안이 가볍게 쓴웃음을 짓고 있다.
“확실히 그 말이 맞다. 보론 법질서위원장. 제국에서 귀족들이 병사를 이끌고 침공하고 있어. 15만 척을 넘는 대군이라고 하더군.”
‘15만 척’, 이곳저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나와 호안도 놀랍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트류니히트가 말을 계속했다.
“귀족들은 우리들에게 이기는 것으로 그 무위를 보여 개혁을 저지하려는 것 같다. 원래라면 제국군이 그걸 막아야만 하지만, 그들은 우리들과의 싸움으로 커다란 손해를 받은 상태야. 지금은 재건 도중이라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제국정부는 그들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거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머리아파하고 있어…….”
“…….”
트류니히트가 고개를 젓고 있다. 명배우 나셨군. 네가 샌포드 의장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겠지.
“15만 척인가. 대군이군.”이라는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렐인가. 아니면 라우드인가. 두 사람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쪽도 모든 전력을 써서 귀족연합군을 요격한다.”
트류니히트가 발언하자 다들 그에게 시선을 향했다.
“다행히 놈들은 동맹령으로 침공해주고 있습니다. 깊숙이 끌어들여서 이것을 섬멸합니다. 시틀레 원수에게선 그렇게 방위방침을 정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샌포드 의장.”
샌포드 의장이 주변을 둘러봤다. 몇 사람인가 끄덕였다. 그걸 보고 샌포드 의장이 끄덕였다.
“좋겠지.”
“그럼 방위 기본방침이 정해진 이상, 병력 운용에 관해선 군부에 일임합니다. 그런 걸로 괜찮겠지요?”
트류니히트가 샌포드 의장에게 다짐을 받자 의장이 이상하다는 듯이 그를 봤다.
“굳이 물어볼 일도 아니라 생각하네만?”
“아뇨. 이번 귀족연합군은 15만 척의 대군입니다. 약간의 혼란이 패배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맹은 극히 위험한 상황에 빠지겠죠. 군대를 혼란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다짐을 받고 싶습니다.”
트류니히트의 말에 다들 끄덕였다. 적의를 숨기지 않는 타렐, 바라스도 끄덕이고 있다. 패배하게 되면 자신들의 몸도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대군의 침공이라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알았다. 나머진 군대의 일이다. 반드시 적을 격파해주게. 부탁하지.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
“시틀레 원수에게 그렇게 전해두겠습니다.”
샌포드 의장이 끄덕이고 있다. 이걸로 샌포드 의장은 군대의 작전에 간섭할 수 없게 되었다. 페잔이 도움을 바라며 와도 의장은 손쓸 방법이 없다. 설령 명령한다 할지라도 트류니히트는 이번 일을 말하며 거절할 수 있다. 이후 주도권은 트류니히트가, 화평파가 쥐게 되겠지.
샌포드 의장도 페잔의 볼테크 자치령주도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볼테크가 샌포드 의장을 버리고 트류니히트로 갈아탈 것인가. 그때가 승부처다. 그때까지 타렐, 바라스를 이쪽의 아군으로 삼는다…….
정신을 차리면 트류니히트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시선을 타렐, 바라스로 향하고서 트류니히트에게 돌린다. 트류니히트가 희미하게 끄덕였다. 알고 있다. 그런 거겠지. 실수하지 말라고. 트류니히트. 아마도 이것이 첫 번째 기회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