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망명편(완결)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107 화. 설득
추리닝백작
2019. 3. 22. 09:51
우주력 795년 12월 30일. 하이네센. 죠안 레벨로.
평소 우리가 모이는 비밀 저택에 새로운 손님이 두 명 왔다. 죠지 타렐 부의장 겸 국무위원장과 라이언 보론 법질서위원장 두 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꽤나 이쪽을 경계하고 있다.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니까. 무리도 아니다. 안심해라. 잡아먹지는 않는다. 조금 사이가 좋아지고 싶을 뿐이다. 트류니히트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뭐, 사양하지 말고 먹기 바라네. 회의를 하면서 먹기엔 이게 가장 좋지. 그리고 알코올은 준비하지 않았네. 마시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말이야.”
테이블 이쪽 측에는 트류니히트를 중심으로 나와 호안, 반대 측에는 타렐과 보론이 앉아 있다. 두 사람이 지긋이 트류니히트를, 그리고 나와 호안을 보면서 테이블로 시선을 옮겼다. 테이블에는 샌드위치, 닭튀김, 감자튀김 등등의 튀김류, 샐러드, 과일, 물, 진저에일이 놓여있다. 발렌슈타인이 보면 아주 기뻐하겠지.
타렐과 보론이 서로를 돌아봤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받아둘까.”, “그러지.”라고 말하며 먹기 시작했다. 이쪽도지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역시 콘비프와 마요네즈의 샌드위치는 맛있다. 이게 최고로군. 트류니히트는 에그샌드, 호안은 크림치즈와 햄과 포테토를 얇게 썰어 넣은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타렐은 맛있게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보론은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이 두 사람, 만만찮은 놈들이다. 보통은 “이야기라니 뭐냐?”라고 말하겠지만, 일심분란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다. 아니, 그런 척을 하고 있을 뿐일까? 하지만 식사를 즐기기만 할 수도 없다. 트류니히트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가 끄덕였다. 아무래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오늘 일에 대해서네만.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만.”
“페잔 침공인가? 바보 같은 소리지. 공격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쪽이 유리하다는 건 사실이다. 위험한 다리를 건널 필요는 없겠지.”
“샌포드 의장도 바라스도 어떻게든 침공을 주장하려고 노력하더군. 어디 기업이 울면서 달라붙은 걸지도 모르지.”
덤덤한 어조였다. 타렐과 보론은 두 사람 모두 이쪽에게 시선을 향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로 식사를 계속하고 있다.
“맞았네. 보론. 저 두 사람은 페잔의 기업에게서 돈을 받고 있어.”
두 사람은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그 기업이 페잔 자치령주부가 소유하는 유령회사라는 거지만.”
두 사람이 트류니히트를 봤다. 시선을 피하며 타렐이 물을 마셨다. 보론은 다시 감자튀김을 입에 넣었다.
“정말인가?”
“정말이다. 루빈스키가 증언했어.”
트류니히트가 타렐에게 답하자 이번엔 보론이 질문했다.
“루빈스키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겠지.”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는 우리들을 의지하는 것 외에 살아남을 방도가 없어. 우리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우리들?”
“나, 시틀레 원수, 발렌슈타인 중장이다. 보론. 우리들이 내버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교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겠지.”
그 말대로다. 페잔, 지구교에게 있어서 루빈스키는 말살해야 할 존재다. 특히 지구교에게 있어서 실패자며 배신자나 마찬가지인 존재겠지. 그리고 샌포드도 가능한 한 루빈스키의 입을 막고 싶을 것이다. 루빈스키는 우리들을 배신할 수 없다.
“루빈스키와 대화할 수 있는가?”
타렐이 질문하자 트류니히트는 고개를 저었다.
“무리다. 그는 하이네센에 없어. 여기는 너무 위험하니까.”
다시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다.
“어디에 있지?”
트류니히트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지만 알려줄 수 없어. 자네들을 신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어디에 적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자네들도 모르는 편이 좋네.”
타렐과 보론은 불만스럽단 표정을 지었다. 루빈스키는 하이네센 도착 후 군부의 어느 시설로 이송되었다. 그 뒤, 전함 하소르에 비밀리에 돌아가게 되었다. 후방의 하이네센에 있는 것보다 전장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루빈스키 자신도 그걸 바랬다.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시틀레 원수도 습격을 당했다.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두고 싶어.”
“그건 정신이상자의 범행이겠지?”
“…….”
“아닌가?”
“실행자는 정신이상자일지도 몰라. 하지만 누군가가 사주했을 가능성이 있네. 누가 뒤에 있는 건지…….”
타렐이 아연해하고 있다. 보론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믿을 수 없어.”라고 중얼거리며 샌드위치를 한 입 먹었다. 뭔가 생각하면서 곰곰이 씹고 있다.
“하지만 사실인가? 아무리 그래도 페잔 그 자체가 의장을 매수하고 있다니…….”
“타렐 부의장. 레벨로 재정위원장이 뒤를 잡았다. 틀림없어.”
트류니히트가 나를 보자 두 사람도 나를 봤다.
“틀림없다. 페잔의 어느 기업에서 돈이 흐르고 있어. 그 기업이지만, 페잔 정부 주도의 개발사업에 얽혀있긴 하지만, 실태는 거의 없어.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주를 소유하고 있는 건 페잔 정부가 100퍼센트 출자하고 있는 국영사업회사였다.”
타렐과 보론이 서로를 돌아봤다.
“루빈스키를 납치한 이후, 페잔이 얽혀 있을 때 샌포드 의장의 언동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자네들도 짐작 가는 점이 있겠지. 그가 페잔의 꼭두각시라는 걸 안다면 납득할 수 있어.”
호안의 말에 타렐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세로군. 최고평의회의장이 페잔의 애완견인가. 하지만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어째서 저 두 사람을 탄핵하지 않는가? 떨어뜨리는 건 간단하겠지.”
“타렐 부의장이 말하는 대로다. 지구교의 문제도 있어. 동맹에게 있어선 안전보장상 가장 중요한 일이다. 여유는 없지. 뭘 망설이고 있나.”
이 두 사람, 샌포드의 배제에는 찬성인 것 같다. 약점을 잡아 괴뢰로서 조종하자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간단하진 않아. 돈을 받은 건 바라스며 샌포드 의장은 표면적으로 관계없어. 루빈스키의 증언만으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겠지. 아마도 만일의 경우엔 바라스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고 버릴 생각은 아닐까 보고 있네. 샌포드 의장은 꽤나 교활해.”
트류니히트가 비웃음을 섞어 답하자 타렐과 보론이 다시 서로를 돌아봤다.
“실제로 샌포드 의장은 관계없고 매수는 바라스 혼자의 문제일 가능성은 없나? ……아니, 없나. 바라스는 항상 의장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지. 페잔 침공에 대한 것도 명백히 의장의 의향이겠지. 그렇다면 역시 바라스는 미끼며 진짜 수취인은 샌포드 의장인가…….”
보론이 생각하면서 말하자 타렐이 응응하는 듯이 두 번 끄덕였다.
“그렇다면 바라스를 이쪽 편으로 삼을 수 없을까?”
힐끔하고 보론이 타렐을 봤다. 동의를 구하는 거겠지만 타렐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잘 될까? 의장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 녀석이다. 바라스 본인도 그건 알고 있어. 배신할지 어떨지…….”
보론이 얼굴을 찡그렸다. 타렐의 말대로다. 바라스가 배신할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설득으로 우물쭈물 하다가 샌포드 의장에게 들키면 바라스의 목숨도 위험하겠지.”
“…….”
“샌포드 의장, 아니 지구교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어. 그가 죽으면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빠진다.”
나와 호안이 지적하자 두 사람이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럼 어떻게 하나?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고.”
도전하는 듯한 눈과 어조로 보론이 말했다.
“확실히 방치할 순 없지. 페잔에게 샌포드 의장을 버리도록 하는 걸 노리고 있네.”
트류니히트가 답하자 타렐과 보론이 서로를 돌아봤다.
“페잔은 귀족연합군을 동맹의 힘을 빌려 쫓아내려 하고 있어. 그러기 위해서 샌포드 의장을 쪼아대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샌포드 의장에게 군대를 움직일 힘이 없다고 판단하면…….”
“……볼테크는 샌포드 의장이 아니라 국방위원장인 자네에게 접촉한다. 거기서 샌포드 의장 실각의 증거를 제출하게 만든다. 그런 거로군. 트류니히트.”
“그 말대로다. 보론. 그 뒤는 자네에게 저 두 사람을 맡기고 싶네.”
보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점수를 벌려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거기까지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있다면 어째서 우리들을 여기에 불렀지?”
타렐이 지긋이 트류니히트를 바라봤다. 보론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강한 시선이지만, 트류니히트는 두려움 없이 받아쳤다.
“이 뒤의 일을 정해두고 싶었던 거다. 자네들과 말이지.”
더욱 더 두 사람의 시선이 강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안 거겠지.
“회전이 코앞에 다가왔어. 일단은 잠정정권으로 회전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지.”
“…….”
“내가 최고평의회의장이 된다. 호안과 레벨로는 조력해주기로 했어. 자네들도 나에게 협력해주기 바라네.”
최고평의회에서 호선에 의해 의장을 선출하여 잠정정권을 발족한다. 전쟁에 이기면 잠정정권에서 잠정의 문자가 사라지겠지.
타렐이 나와 호안에게 시선을 향했다.
“언제부터인가? 언제부터 자네들은 트류니히트와 손을 잡고 있었지?”
어디, 뭐라고 답할까? 호안에게 시선을 향했지만 그는 쓴웃음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중요한 일인가? 타렐 부의장, 보론 법질서위원장, 나, 트류니히트, 레벨로 세 사람은 협력체제에 있다. 어느 목적을 위해서 말이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네만…….”
두 사람이 호안에게 시선을 향했다. 노려보듯이 그를 보고 있다.
“……그럼 그 목적이란?”
“화평이다. 타렐 부의장, 보론 법질서위원장.”
트류니히트가 타렐의 질문에 답하자 방에 침묵이 떨어졌다. 다섯 사람이 미동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이쪽은 속셈을 보였다. 상대방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진심으로 말하는 건가? 트류니히트.”
“진심이다. 자네는 한 번도 거기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없나? 보론.”
“…….”
답이 없다. 하지만 표정은 침통하다고 해도 좋았다. 역시 한 번은 생각한 적이 있겠지.
“발렌슈타인 중장과 렘샤이트 백작의 대화는 자네도 봤을 것이다. 이대로 좋은 건가?”
보론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타렐이 물을 마시려고 잔을 잡았지만 도중에 그만뒀다.
“자네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동맹은 이제 한계야. 증세에 의한 시민의 부담, 그리고 사회의 일꾼이어야 할 30대, 40대 남성의 감소, 거기에 의한 출생률 저하……. 해마다 인구는 감소하고 그에 의해 세수도 감소하고 있어. 하지만 군사비는 증가할 뿐이지.”
“…….”
“국채 발행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지만, 해답이라고 할 수 없다. 빚을 다음 세대에 남겨줄 뿐이다. 부담은 더욱 더 커지겠지. 이대로 가면 국가가 전쟁에 의해 멸망할 수밖에 없어. 동맹은 파멸로 질주하고 있다. 전쟁을 멈추는 것만이 파멸을 회피할 방법이야.”
“…….”
“레벨로의 말대로다. 동맹은 이제 한계다. 지금은 전쟁에 이기고 있으니까 시민은 거기에 직시하려고 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들은 그걸로 좋은 건가? 국정의 담당자로서 그게 용납될 것인가? 타렐 부의장, 보론 법질서위원장, 자네들은 지금 동맹이 안고 있는 위기를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
두 사람 모두 말이 없다. 내 말에도 호안의 말에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잠자코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겨우 보론이 시선을 올렸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이 승전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동맹 시민이 화평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하나?”
보론의 발언에 타렐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보론의 말대로다. 확실히 지구교의 존재가 있는 이상 동맹시민도 화평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건 인정하겠지. 하지만 선택지를 인정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건 달라.”
호안이 돌연히 테이블을 두드렸다.
“내가 듣고 싶은 건 자네들이 화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아닌지다! 실현 가능성이 어떻다는 게 아니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호안이 소리치는 듯 묻자 두 사람이 각자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협력해야 한다. 상황이 심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을 놓치면 상황은 더욱 더 어려워지겠지.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망설이고 있다. 실현성에 자신이 없는 거겠지. 실패하면 정치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두 사람이 두려워하고 있다. 트류니히트에게 시선을 향하자 크게 끄덕였다.
“화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게 협력해주게. 내겐 화평을 실현할 승산이 있어. 최고평의회의장만 되면 화평은 가능하다.”
“…….”
“제국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도 화평을 바라고 있네.”
“……!”
...
“그래서 잘 되었습니까?”
“타렐도 보론도 어쨌든 협력해 주는 것이 되었네. 게다가 그 일도 이야기 했으니까 말이야. 두 사람 모두 놀랐다. 이 이상 전쟁을 계속해선 안 된다고 그들도 강하게 생각한 것 같아.”
트류니히트가 답하자 화면에 나온 발렌슈타인이 끄덕였다. 비밀 이야기다. 개인실에서 연락하고 있는 것 같다.
“뭐, 언제까지나 전쟁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야. 그런 건 조금 생각하면 누구나 알 일이다. 단지 거기에서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지.”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 그런 거군요.”
“그런 거지. 전쟁에 피폐한 현실이 아니라 전쟁에 이기고 있다는 현실을 보고 있어.”
트류니히트가 고개를 저었다. 보고 싶은 현실인가……. 확실히 그렇다.
“나머진 볼테크에게서 접촉을 기다리면 됩니까.”
“그렇게 되겠지.”
“볼테크에겐 페잔 침공의 언질은 주지 말아주세요. 어디까지나 샌포드 의장 실각의 재료를 제출하는 것이 먼저라고 고집을 부려주세요.”
“당연하겠지.”
“의장취임 후, 새로이 볼테크와 교섭의 장을 열어주세요. 교섭은 제가 행합니다. 페잔에 침공 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어요.”
트류니히트가 나와 호안을 봤다. 어떻게 하지? 라고 묻는 것 같다.
“괜찮지 않은가? 작전에 관한 일이라면 필요할 것이다.”
내가 답하자 호안도 끄덕였다.
“좋겠지. 자네에게 맡기겠다. 모쪼록 볼테크를 아슬아슬할 때까지 춤추게 하게.”
트류니히트의 말에 발렌슈타인이 빙그레 웃었다. 악의 없능 웃음인데 오한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기대에 응하도록 힘내겠습니다.”
오한이 강해졌다. 금년 최고의 추위로군. 내년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