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124 화. 주권자
우주력 796년 5월 30일. 제3함대 기함, 쿠훌린. 프레데리카 그린힐.
제1함대, 제3함대, 그리고 제10함대는 포로교환 조인식을 위해 이제르론 요새로 향하고 있다. 선두에는 제10함대, 정 중앙에는 제1함대, 최후미는 제3함대. 조인식에 참가하는 사절단은 사고 같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각각 다른 함대 기함에 분산하여 탑승하고 있다.
제10함대에는 트류니히트 의장과 렘샤이트 백작, 사절단 사무의 일부. 제1함대에는 호안 루이 인적자원위원장과 그 비서관과 사절단 사무의 일부. 그리고 제3함대에는 발렌슈타인 최고평의회 자문위원장과 미하마 대령. 조금 마음이 무겁다. 싫은 건 아니지만 나는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거북하다. 그리고 그건 양 제독도 마찬가지겠지.
미하마 대령이 알려줬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이 전함에 타고 있는 건 위원장 자신의 희망에 의한 것인 듯하다. 당초 트류니히트 의장이 이 전함에 타고 싶어했다. 양 제독에게 관심이 있었다던가. 하지만 양 제독에게 정치가의 상대는 무리라고 말하며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이 전함에 탔다고 한다.
마음을 써줬다는 걸까? 확실히 양 제독에게 정치가의 상대는 힘들겠지. 하지만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상대를 바랄거라 생각할 수도 없다. 저쪽도 그걸 이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함교에 오는 일은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마련된 방이나 살롱에서 지내고 있다. 식사도 식당에서 처리하고 있으니까 극히 손이 가지 않는 빈객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조금 곤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함내에서 양 제독과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흐르고 있는 거다. 참모장인 저니얼 중장, 부참모장인 카를로스 소장도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상대방은 정부의 실력자며 국방위원장, 군부에도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양 제독만이 아니라 제3함대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그런 경유로 두 사람의 식사를 내가 셋팅하게 되었다. 양 제독은 성가시단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네"라고 말해줬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미하마 대령에게 부탁했다. 대령은 바로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허락을 받아왔지만 조건이 있었다. 나와 미하마 대령이 동석할 것……. 저쪽도 두 사람끼리만 만나는 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식사는 함내 귀빈실에서 행하기로 했다. 양 제독과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서로 마주 앉는 형식으로 앉고 그 옆에 나와 미하마 대령이 앉는다. 위원장은 정장 차림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있어 진정 되지 않는다. 요리가 나왔다. 맛있어 보인다. 음료는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진저에일, 다른 세 사람은 적포도주를 부탁했다.
"제국풍의 요리로군요. 맛있어 보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타펠슈피츠, 바르메르 크라우트살라트, 브란트바인슈페, 흰색 아스파라거스와 감자의 올랑데즈 소스 절임. 제국에선 자주 먹는 요리입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과 미하마 대령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요리장은 손님이 위원장이라는 걸 알고 마음을 써준 것 같다.
"그립네요. 브란트바인슈페인가. 이 수프는 영양가가 높습니다. 옛날엔 출산 직후의 임산부가 체력회복을 위해 먹었다고 합니다. 저도 자주 먹었죠."
"위원장이 말입니까?"
나도 모르게 묻자 위원장이 끄덕였다.
"저는 몸이 약했습니다. 어머니가 그걸 굉장히 걱정하셔서……, 이걸 자주 만들여주셨습니다."
온화하게 옛날을 그리워하는 표정은 위원장이 가진 가열함과는 꽤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어느 쪽이 진짜 위원장인 걸가. 이전 양 제독이 말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이후 그는 변했다. 마음을 닫고 타인을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가열차게 됐다" 양 제독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서 허둥지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원장이 "들도록 할까요"라며 말하고 식사가 시작됐다. 맛있다고 생각한다. 메인은 타펠슈피츠. 향신료, 레몬 껍질따위로 맛을 들인 쇠고기. 아펠크렌이라는 달고 매운 소스와 곁들어 먹으니 뭐라 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진다. 하지만 대화는 활기를 띄지 않는다. 때때로 맛있다는 목소리와 거기에 맞장구를 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정도였다. 나와 미하마 대령이 맛있다고 말하고 위원장과 양 제독이 맞장구를 친다. 할 수 없다. 내가 말을 걸어야겠다.
"정상회담은 3일에 걸쳐 행해진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일단 비공식입니다만 만찬회 같은 것도 있습니다. 뭐, 호스트는 저쪽이고 이쪽은 손님이니까 딱히 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쯤 저쪽은 준비 때문에 큰일이겠죠. 집주인은 잔치에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선 그린힐 소령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내가 "네"하고 대답하자 위원장이 "수고가 많으시네요"라고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악동 같은 웃음을 짓고 있으니까 재밌어 하는 걸지도 모른다. 힐끗 미하마 대령을 보자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은 모양이다. 양 제독은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듣고 있기는 하겠지만 잠자코 식사를 하고 있다.
"역시 화평에 대한 걸 이야기 할까요?"
"조금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우주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걸 이야기하게 됩니다."
"……."
막연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위원장이 날 보고 가볍게 소리내어 웃었다.
"알기 어려웠던 모양이네요. 앞으로의 우주는 동맹과 제국의 협력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 사실을 인식하게 하고 앞으로 협력할 것을 확인 받을 거란 소립니다. 화평교섭은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다. 화평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협력체제까지 쌓는다는 건가……. 위원장은 평화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것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페잔 문제도 그런가요?"
미하마 대령이 질문하자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그렇습니다"라고 끄덕였다. 감자를 입에 넣고 "응, 맛있어"라고 말한다. 나도 감자를 입에 옮긴다. 확실히 맛있다. 아스파라거스를 입에 넣었다. 무척 부드러워서 뭐라 할 수가 없다. 홀랜다이즈 소스도 좋다. 나는 이쪽이 더 취향에 맞다. 이거라면 나도 만들 수 있을지도…….
"독립시키는 건가요?"
내가 묻자 위원장은 "네"하고 답하고 진저에일을 한 모금 마셨다.
"페잔은 독립시킵니다. 자치령 같은 걸로 제국의 그림자에 숨는 건 이후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칠 수 있게 됩니다. 독립시키는 편이 좋은 거에요. 페잔도 평범한 나라가 되겠죠."
온화한 어조였지만 싸늘한 차가움이 있었다. 감정이 차가운 게 아니다. 이성이 차갑다고 생각한다. 냉혹이 아니라 냉철한 거다. 이 사람은 아무리 불쾌해도 필요하다면 받아들이겠지. 그리고 아무리 애착이 있어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잘라버릴 것이 틀림 없다. 양 제독에 대한 걸 생각했다. 위원장이 양 제독을 잘라버릴 날이 오는 걸까…….
"요새 건설은 페잔에 대한 경고, 인 거군요."
내가 묻자 위원장이 쿡하고 웃었다.
"그것만이 아니지만요. ……일부에선 평판이 안 좋은 모양입니다. 군부에 아양을 떨고 있다던가, 군산기업에 무르다던가. 제가 그들에게 영향력을 뻗치려고 하고 있다, 그런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 제독."
양 제독이 조금 망설이는 표정을 보였다.
"양 제독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죠. 와이드본 제독에게 귀하가 위험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깜짝 놀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미하마 대령도 놀라고 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놀라는 우리들을 보고 가볍게 소리내어 웃었다.
"와이드본 제독에게 말한 것도 그라면 저에게 말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꽤나 잘 챙겨주는 사람이니까요. 그는. 귀하 나름대로의 우회적인 경고인 셈입니다. 좋은 기회입니다. 이렇게 함께 식사하고 있는 겁니다. 돌리는 일 없이 생각한 바를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래 봬도 듣는 귀는 있어요."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이 배에 탄 건 이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은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양 제독이 우리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건설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습니다. 동맹, 제국이 각각 요새를 만드는 걸로 페잔과 페잔 회랑을 중립화하여 완충지대로 한다. 지금 하지 않아도 언젠가 그런 이야기가 나오겠죠. 그렇다면 동맹과 제국의 합의 하에 건설하는 편이 문제는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말을 재촉하자 양 제독이 조금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영향력에 대해선 위험시하고 있습니다. 본래 민주공화정은 한 사람의 걸출한 인간이 아니라 복수의 인간이 책임을 나눠 지는 제대옵니다. 위원장은 군부만이 아니라 정부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계에도 그렇습니다. 위험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이상한 일일까요?"
"그렇군요."
끄덕이고는 있지만 아무런 감명도 주지 못한 걸 알 수 있었다. 양 제독이 눈썹을 찡그렸다. 위원장의 반응이 불쾌한 거겠지.
"위원장, 귀하는 전형적인 제국풍의 엘리트가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민주공화정 국가가 아니라 전제군주정 국가에서야말로 역량을 발휘하는. 다시 말해 권한이 크면 클수록 역량을 발휘하는 인재 말입니다. 밴플리트, 이제르론, 페잔, 귀하가 커다란 권한을 가졌을 때, 동맹은 승리했습니다.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지금의 귀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위원장이 진저에일을 한 모금 마셨다.
"권한이 크면 클수록 역량을 발휘한다. 딱히 저 하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겠죠. 확실히 지금의 저는 이 옷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만 그건 정치가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권한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쓴웃음을 띄고 있다. 양 제독은 납득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영향력이라고 했습니다만 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이상, 영향력을 가진 인간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동물이라도 무리를 만들면 우두머리가 나타납니다. 너무 크다든가 너무 강하다든가 말하며 위험시하는 건 넌센스죠. 위험시해야 하는 건 영향력을 가진 인간이 그 공동체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가가 아닙니까?"
"……."
위원장의 쓴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양 제독도 납득은 하고 있지 않다.
"어떻게 생각합니까?"하고 위원장이 미하마 대령과 나에게 물었다. 미하마 대령은 "조금 넘 위험시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면목 없다는 듯이 답했다.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말끝을 흐렸다. 솔직히 나도 위험시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역량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아직 22세, 나와 같은 나이인데 그 지력과 식견의 깊이는 양 제독을 뛰어 넘겠지. 트류니히트 의장도 위원장을 의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버지, 그린힐 본부장 대리도 말했다. 도저히 자신은 위원장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양 제독의 위험시가 기우라고 잘라 말할 수 있을까?
"가령 말입니다. 지금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알레 하이네센, 응웬 킴 호아였다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귀하는 위험시할 겁니까?"
"……."
양 제독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지긋이 위원장을 보고 있다.
"그렇지 않겠죠. 다시 말해 귀하가 위험시하고 있는 건 영향력이 아닙니다. 저라는 개인입니다. 저에 대한 불신감을 영향력이라 말하며 위험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솔직하지 않네요. 불쾌합니다."
소리가 사라졌다. 아까 전까지 있었던 식사하는 소리가. 다들 손을 멈추고 잠자코 있다. 양 제독은 표정을 굳히고 있다. 그런 제독을 위원장은 흥이 깬 눈으로 보고 있다. 나와 미하마 대령은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위원장이 감자를 한 입 먹었다. 나와 미하마 대령에게 시선을 향했다. 웃음을 띄고 있다. 얼어 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맛있네요. 드시지 않겠습니까?"
서둘러 나이프와 포크를 움직였다. 양 제독과 발렌슈타인 위원장을 똑바로 보지 못하겠다.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는 게 겨우였다.
"페잔에 요새를 만드는 건 동맹 시민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민주공화정 국가는 시민의 목소리가 강합니다. 제국이 갑자기 동맹령에 침공해 들어오는 일은 없다고 안심시켜야만 하겠죠……. 바보에게 부채질 당하여 히스테릭을 일으켜 빽빽 소란을 피우면 성가시니까요."
희미하게 냉소하는 빛이 있었다. 제독의 나이프와 포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도발하고 있나?
"조금 말이 심한 것 아닙니까? 위원장은 민주공화정 국가의 정부 각료입니다. 주권자인 동맹 시민을 우롱하는 듯한 말은 삼가해야만 하겠죠."
엄한 어조였다. 틀림 없이 양 제독은 화내고 있다. 위원장이 어깨를 수그리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말을 고치죠. 민주공화정 국가에 있어 정부와 시민의 관계는 목자와 양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목자는 양들을 안심시켜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양들은 혼란에 빠지고 무리는 뿔뿔히 흩어지겠죠. ……어떻습니까?"
양 제독이 위원장을 노려봤다. 그 시선을 받으면서 위원장은 단지 입으로 음식을 옮길 뿐이었다.
"역시 그런가. 당신은 인간을 경멸하고 있어. ……당신은, 루돌프 폰 골덴바움과 마찬가지다!"
양 제독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도발이다. 위원장은 양 제독을 도발하여 화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아닙니다. 저는 인간을 경멸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현실을 보고 있는 거죠."
"……."
"양 제독, 당신이야말로 현실을 봐야 합니다. 이상에 취해 스스로를 속이는 건 그만두셨으면 좋겠네요."
웃음이 멎은 위원장이 양 제독을 지긋이 바라봤다. 사내 두 사람이 정면에서 서로를 노려 보고 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는 건 아닌가싶은 생각은 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로 반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렬하지 않은 건 제국이라는 적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혹은 결렬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은 종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결렬하는 걸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건 발렌슈타인 위원장만이 아니라 양 제독도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말려야 할까? 미하마 대령을 봤다. 말려줬으면 한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대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날 보고 미세하게 고개를 흔들고 말 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대령은 철저하게 서로 부딪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중간한 건 오히려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겠지.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자잘한 알력은 있어도 결정적인 파탄은 없었다. 하지만 파탄 뒤에는 무엇이 남는 걸까…….
"양 제독, 귀하는 민주공화정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숭고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네 그렇습니다. 당연하겠죠."
제독이 답하자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미세하게 웃었다. 이를 드러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제 질문에 답해주지 않겠습니까?"
"……."
"민주공화정 국가에선 주권자인 시민이 위정자를 선거하여 정책을 선택합니다. 그렇겠죠?"
"그렇습니다."
"실정이 일어나면 시민은 자신들의 선택을 반성하고 다음 선거에서 그걸 고칩니다."
"그렇습니다. 민주공화정에 있어서 실정은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시민의 책임입니다. 군주독재정처럼 무책임하게 위정자를 비판하는 입장에 있는 건 용납될 수 없습니다."
위원장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즐거워하고 있다. 양 제독과 이런 자리를 가지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
"다시 말해 시민에겐 올바른 선택을 할 판단력과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겸허함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네."
"하지만 옛부터 위정자들이 필독서로서 애독하고 있는 건 마키아벨리, 한비자입니다. 이건 민주공화정 국가에서도 변함 없습니다. 그리고 마키아벨리, 한비자의 이상 저변에 깔려 있는 건 성악설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건."
"……."
양 제독이 답하지 못하자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대답하지 못합니까"라고 말했다.
"인간이라는 생물은 올바른 선택을 할 판단력과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겸허함 따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 본질은 극히 무책임하고 어리석으며 오만합니다."
양 제독이 입술을 깨물었다. 화내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은 신경 쓰지 않고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서 끄덕이고 있다. 마음에 든 모양이다.
"모든 사람이 어리석다고 한정 지을 순 없겠죠. 게다가 항상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양 제독의 이의에 위원장이 끄덕였다.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민주공화정에선 다수결로 만사를 결정합니다. 바보가 많으면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 번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국가가 기우는 일도 생깁니다. 귀하의 그 말은 위안도 되지 못합니다. 귀하 또한 알고 있을 겁니다."
식어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제국에서 온 망명자이기 때문일까? 굉장히 식은 눈으로 민주공화정을 보고 있다. 아니 보고 있는 건 인간일지도 모른다. 근본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위원장이 하는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민주공화정 국가에서 위정자는 주권자인 시민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고심해야 하게 됩니다. 민주공화정 국가의 이념과 현실의 괴리, 그거야말로 민주공화정 국가가 불안정한 이유입니다."
"……그럼 군주독재정 국가는 어떻습니까?"
양 제독이 질문하자 위원장이 소리 내어 웃었다.
"양 제독, 설마하고 생각합니다만 귀하는 제가 군주독재정을 옹호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리 말하진 않았습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군주독재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걸 묻고 싶습니다."
위원장이 지긋이 양 제독을 봤다. 그리고 "좋겠죠"하고 답했다.
"군주독재정에선 한 사람의 주권자에 모든 권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강대한 권력을 가진 주권자는 항상 올바른 판단과 공정함으로 신하를 번영으로 이끄는 책임을 다합니다. 이게 군주독재정의 이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이념과 현실에는 갭이 생깁니다. 때때로 범용한 주권자의 실정을 막기 위해 신하들은 주권자를 제어해야만 합니다. 그 제어에는 주권자를 죽인다는 비상수단조차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원장이 우리들을 봤다. 그리고 "알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주권자가 바보라면 실정이 일어난다는 점은 민주공화정도 군주독재정도 변함 없습니다. 정치제도에 있어서는 어느 쪽도 같은 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주권자가 다수인가 한 사람인가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양 제독, 귀하는 민주공화정을 신봉하고 있지만 그게 옳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당신의 기호의 문제입니다. 게다가 인간의 본질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아닙니까?"
"……."
양 제독이 입술을 깨물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웃음을 띈 채로 제독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