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망명편. 제 125 화. 취하다
우주력 796년 5월 30일 제3함대기함, 쿠훌린. 에리히 발렌슈타인.
양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 사아야도 프레데리카도 말이 없다. 그렇게 충격일까? 나는 극히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데…….
"인류는 민주공화정, 군주독재정을 이념대로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미숙함을 커버할 수 있을만한 정치체제를 만들만한 총명함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실정이 일어나는 원인은 정치체제에 있는 게 아니라 인류의 미숙함에 있는 겁니다. 틀림없이 인재입니다. 이건."
"……."
"뭐, 당신은 민주공화정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민주공화정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죠.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걸 책망할 생각도 없습니다. 단지, 민주공화정을 절대적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요. 그건 옳다고도 할 수 없고 위험하기도 합니다."
프레데리카가 "위험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조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느낌이다.
"제국과 화평을 맺는 겁니다. 앞으로 동맹과 제국은 협력하여 평화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상대에 대한 무지나 편견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제국은 열악유전자 배제법을 폐지하고 국내를 개혁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포학하다고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습니다. 군주독재정이 악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어찌된 걸까, 다들 날 보고 있다. 그렇게 불만인가? 타펠슈피츠를 한 조각 먹었다. 화를 내니 배가 고파진다. 오늘은 음식이 잘 넘어간다.
"제국을 좋아하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경의를 표하라는 겁니다. 이번 포로교환, 제국은 황제 아말리에 폐하가 조인합니다. 그 의미를 알겠습니까?"
"……."
머뭇거리는 느낌으로 다들 끄덕였다.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이 일을 나와 렘샤이트 백작이 어떤 마음으로 실현했는지 알고 있나? 그 노인장, 자칫 잘못하면 반역자로서 죽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직접 말하겠다고 했다. 내가 더 적임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런데도 이건 제국 귀족인 자신의 임무라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을 설득해주었다. 망명자에 평민인 너로는 안 된다고 말하며. 그 늙은이, 이 이상 젊은이가 먼저 죽고 노인네가 살아 남는 바보 같은 세상이 계속되면 안 된다, 동맹에 왔을 때부터 죽음은 각오하고 있었다, 여기서 죽어도 개죽음은 아니다, 목숨을 버리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겠지라고 말했다.
대단한 늙은이다. 각오를 마친 녀석은 강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지위도 명예도 버리고 목숨 하나로 승부하는 거니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의 설득에 성공했다고 알았을 때, 나는 할아범 앞에서 울었다. 웃음이 돌아왔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노인도 울었었지.
전쟁 때문이군. 동맹은 제국과 전쟁을 150년 지속해왔다. 찬탈자를 죽여라. 군주독재정을 무너뜨려라. 민주공화정 국가인 자유행성동맹이야말로 은하연맹의 정통 후계자라고 계속 외치며 전쟁해왔다. 그렇게 외치는 걸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거의 모든 동맹시민은 정치가에 불만을 가져도 자신들의 정치체제에 불만을 가지는 일은 없다. 민주공화정은 절대로 옳다고 정치가들은 계속 말해왔다. 그게 무너지면 제국과의 전쟁에 있어 무엇을 대의로 삼고 싸우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동맹시민에게 불만을 가지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마치 세뇌다. 이래도 민주주의 국가인가. 바보같다.
양조차 최악의 민주정치라도 최선의 전제정치보다 낫다고 말했으니까 말이야. 나라면 최악의 민주정치는 최악의 전체정치보다 나을 것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전제정치라면 바보 같은 지배자를 죽이면 끝난다. 하지만 민주정치의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은가? 통치자를 바꾼다? 바꿔서 악정이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바보 같은 시민을 모두 죽이기라도 할 건가? 해결책을 듣고 싶다. 그런 것이 있다면 말이지만.
이상하단 말이지. 양은 전제정치를 혐오하지만 라인하르트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고 있거 경의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 대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자칫 잘못하면 제국은 붕괴할 가능성도 있었다. 우주는 보다 더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양에게 있는 건 반특권계급 감정이 아닐까? 동맹에서도 제국에서도 특권계급을 싫어했다. 라인하르트는 실력으로 올라왔다. 그렇기에 싫어하지 않았다……. 와닿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왜 싫어하는 걸까? 나는 어엿한 평민이고 부당한 취급을 받은 피해자인데.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걸까. 조금은 동정해줘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양을 봤다. 재미 없다는 듯이 바르마 클라우트 샐러드를 먹고 있다. 식었으니까 말이야. 맛 없겠지, 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군. 아무리 봐도 내게 들은 소리가 재미 없었던 듯하다. 프레데리카도 때때로 걱정스럽게 양을 보고 있다. 그것도 그렇다. 손님을 대접하는 주인의 태도가 아니다. 자포자기다. 생각하고 있는 거 전부 말해줄까.
"양 제독, 조금 전 귀하는 나에 대해 루돌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귀하야말로 루돌프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루돌프와 닮았다? 무슨 의미입니까. 그건."
모욕으로 받아들인 거겠지. 목소리에 가시가 돋혀있다. 웃긴다. 나에겐 당신도 루돌프와 동류로 보이니까. 내가 소리 내어 웃자 사아야와 프레데리카가 우왕좌왕했다.
"위원장 각하, 조금 말이 지나칩니다."
"이쯤에서 그만……."
"아니, 미하마 대령, 그린힐 소령, 말리지 말아줘. 발렌슈타인 위원장. 계속 말하시죠. 어디가 닮았다는 겁니까?"
여성 두 사람이 멈추려고 했지만 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앙갚음이라고 생각한 걸까…….
"앙갚음이 아닙니다. 장난도 아니죠.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현실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상을 가지고 그 이상에 취하고 있다. 저에겐 그렇게 보입니다. 정말로 많이 닮았습니다."
"……이상에 취한다."
양이 중얼거렸다. 눈썹을 찡그리며 생각하고 있다. 다소는 짐작가는 데가 있는 걸까. 사아야와 프레데리카는 포기 모드다.
"루돌프는 은하연방이 중우정치에 빠진 걸로 민주공화정에 한계를 봤다. 그리고 은하제국을 창립했다. 당시의 연방시민 대부분이 제국의 창립을 바라고 있던 걸 생각하면 연방시민은 민주공화정에 환멸하고 있었던 거겠죠. 시민에게 버림 받은 연방은 국가로서의 수명이 다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선 루돌프가 은하제국을 창립한 건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사아야가 얼굴을 찡그리고 "각하"하고 나를 나무랐다. 지긋지긋하다. 지위가 오르면 말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열악유전자 배제법을 제정한 폭정을 저질렀다. 그래도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겠습니까?"
어이어이,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틀린 게 아닙니다. 취한 겁니다. 루돌프는 자신의 이상에 취했다. 그리고 현실을 보지 못하고 비극, 아니 참극이 일어났다."
"……."
"그에겐 이상이 있었다. 한 줌의 엘리트가 나라를 통치하고 그 외의 다수가 그에 따르는 사회. 극히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잉여가 없는 사회. 그거야말로 그의 이상이었다. 그 이상 속에서는 구제를 바라는 약자는 잉여에 지나지 않았다. 도태되어 마땅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네. 본래 용서 받을 일이 아닙니다. 현실을 제대로 본다면 약자를 잘라버리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루돌프는 이상에 취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겨우 사아야와 프레데리카도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통치자가 이상을 가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닙니다. 이상을 가지고 현실을 걱정하여 그 낙차를 메꾼다. 그게 통치자의 책무이며 어떻게 실현할지가 통치자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냉철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상에 취하게 되면 냉철함을 잃는다. 냉철함을 잃은 역량은 폭정을 일으킬 수밖에……. 그게 루돌프의 경우엔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되었다. 루돌프는 이상에 취한 겁니다."
혹은 취한 건 자신에 대해서일지도 모른다. 뭐,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다. 헤롱헤롱한 머리로 통치라니 위험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양 제독, 저에게는 귀하도 이상에 취한 걸로 보입니다. 민주공화정의 이념이라는 이상에 말이죠. 본래라면 당신이 위험시해야 할 건 민주공화정이 가진 빈약함과 동맹시민의 성숙도여야만 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걸 무시하고 절 불안시, 위험시하고 있습니다. 민주공화정의 이념에 취해있다. 부정할 수 있습니까?"
"……."
어라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아야도 프레데리카도 표정이 굳어있다. 슬슬 끝내도록 할까.
"저는 일찍이 귀하는 정치지도자가 될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소 나태한 부분은 있지만 현실을 보는 눈은 가지고 있다. 야신도 없다. 좋은 지도자가 될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귀하는 정치지도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만약 된다면, 그건 귀하에게 있어서도 동맹시민에게 있어서도 불행입니다. 귀하는 이상을 위해 몇백만 명을 사지로 떨어뜨리겠죠. 전쟁이 싫다고 말하면서, 민주공화정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
양이 시선을 내렸다. 사아야와 프레데리카는 몇 번이나 나와 양을 교대로 보고 있다. 원작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양에 대한 답답함과 양의 민주주의에 대한 마음에 대한 찬탄이다. 그리고 양의 성실함과 서투름에 호감을 가졌다. 민주주의 국가의 군인으로선 최고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오고 나서, 보다 정확히 말하면 망명하여 화평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부터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버밀리온 성역회전 이후 일어났던 다수의 전쟁, 제2차 라그나로크 작전, 회랑 전투, 제11차 이제르론 공방전, 시바 성역회전은 정말로 필요했던 걸까? 피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나 하고…….
양은 어째서 라인하르트에게 임관하지 않았던 걸까? 내가 양이라면 기뻐하며 임관한다. 임관하기 전에 레벨로와 이야기 하겠지. 동맹은 멸망해도 민주공화정 국가를 남겨야 한다고 설득한다. 그리고 제국의 내부에서 민주공화정의 이념을 설파하고 군주독재정의 폭정을 막기 위한 방벽으로서 필요성을 알린다.
잘 되면 교섭으로 민주공화정 국가의 성립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라인하르트는 양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제국에선 군부의 힘이 강했다. 그 군인들의 대부분이 평민이다. 어떤 결과가 됐을지는 모르지만 제국이 선정을 계속하기 위해 민주공화정 국가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수 있을 거다.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전쟁은 그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괜찮았을 거다.
목적은 민주공화정 국가의 존속이었다. 수단으로서 교섭에 의한 민주공화정 국가의 설립과 무력에 의한 민주공화정 국가의 설립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양은 전자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제국의 내부 정보를 안다, 그 한 가지 이점만으로 임관은 유효했을 거다. 어째서 양은 임관하지 않았는가……. 단순히 전제군주를 섬기는 걸 꺼려했기 때문이라는 건 너무나도 단순하겠지.
동맹군 13개 함대를 이끌고서도 제국과의 화평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라인하르트가 아니어도 편하지는 않았다. 어째서 양은 그 작은 세력으로 대군을 이끄는 라인하르트에게 맞서 싸웠는가……. 역시 자신의 이상에 취해있었던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민주공화정 국가는 제국에게 수여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쟁취하는 거라고 취하고 있었다…….
마무리가 나쁘다. 전쟁이 싫다. 사람이 죽는 게 싫다. 사람을 죽이는 게 싫다. 정치에 관여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말하면서 민주공화정을 위해 싸웠다. 라인하르트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와 싸우길 계속했다. 그리고 수백만 명이나 죽였다. 그 싸움은 정말로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미하마 대령, 슬슬 실례하도록 할까요."
"예, 예."
"양 제독, 그린힐 소령, 황송한 대접 감사합니다. 양 제독, 귀하와 대화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진심입니다. 비아냥이 아닙니다. 그럼 실례합니다."
나와 사아야가 자리에서 일어나도 양은 고개를 숙이고 앉은 채였다. 그렇게 침울해하지 말라고. 침울해지고 싶은 건 내쪽이니까…….
우주력 796년 5월 30일. 제3함대기함, 쿠훌린. 프레데리카 그린힐.
똑똑하고 미하마 대령이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방을 노크했다. 조금 기다리자 문이 열렸다. 나타난 위원장은 아직 평상복이었다. 다행이다. 쉬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무슨 일입니까?"
"크린힐 소령이 각하와 대화하고 싶다고……."
위원장이 내게 시선을 향했기에 "부탁드립니다"라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조금 곤란하단 표정을 보였지만 "살롱으로 갈까요"라고 말하며 걷기 시작했다. 나와 미하마 대령도 뒤를 따른다. 위원장도 독신이지만 우리들도 독신이다. 늦은 시간이기에 방 안에 우리들을 들이는 건 피하고 싶은 거겠지. 살롱으로 향하는 도중 우리들 세 사람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저녁식사는 심했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불화설을 씻어내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결과는 그 모든 걸 배신하는 것이었다. 양 제독과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관계가 그렇게나 차갑게 식어있을 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미하마 대령도 놀라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찬바람 부는 관계였던 건지……. 오늘 이야기로 판단하면 최근, 페잔 전투쯤부터였을까.
살롱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몇몇 15명 정도 되는 사람이 5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조용히 담소하고 있다. 우리들을 보자 다들 놀란 듯이 시선을 향해왔다. 그 시선을 무시하고 사람이 없는 귀퉁이로 우리들은 걸었다. 위원장이 "여기로 하죠"라고 말하고 의자에 앉았다. 나와 미하마 대령도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대단히 죄송했습니다. 무척 불쾌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사죄하자 위원장은 손을 흔들면서
"사과해야만 하는 건 저입니다. 그린힐 소령의 배려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미하마 대령도 안 좋은 기억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좀 더 빠른 시점에서 양 제독과 대화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양 제독과 언쟁하는 게 싫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좋아하니까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울분이 쌓이고 말아 결과적으로 폭발했습니다. 양 제독도 말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하고 쌓여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귀관들에게 걱정을 끼쳤다. 마치 아이들이군요. 저희들은. 한심한 이야기입니다."
위원장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지금의 그는 정부의 실력자라기보다 극히 평범한 젊은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양 제독을 좋아한다? 진심일까.
"평소에도 그 정도로 솔직한 게 좋아요. 소령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각하가 양 제독을 배제하는 건 아닌가 하고."
"제가, 말입니까?"
대령의 말에 위원장이 의외란 듯이 소리내어 말했다.
"네. 지금의 각하는 그 정도는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국과 화평을 맺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소령이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이 살짝 곤혹스러워하며 날 봤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
"동맹과 제국은 화평을 맺습니다만 동맹관계를 맺는 건 아닙니다. 저는 동맹과 제국이 협력하여 우주의 안정과 인류의 번영을 가져올 것을 바라고 있고 그를 위해 노력도 합니다만, 그게 절대로 가능하다고 맹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이상에 취하지 않았습니다."
취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는 위원장의 표정은 엄했다. 양 제독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설령 화평을 맺어도 제국은 전쟁발발의 가능성이 있는 가상적국입니다. 당연하지만 동맹은 그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억지력이 필요합니다. 페잔 방면에 요새를 설치하려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그건 안다. 하지만 요새를 두면 꽤 전쟁의 위험은 줄어들겠지. 다시 말해 양 제독의 필요성은 상당히 줄어드는 게 아닐까.
"양 제독도 억지력 중 하나입니다.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공략한 그는 제국에서도 가장 주목되고 위험시되는 지휘관이겠죠. 그런 지휘관을 배제하다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열심히 일을 해줘야 합니다. 동맹을 지키는 억지력으로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실하며 망설임이 없는 어조였다. 미하마 대령이 나를 봤다. 눈이 괜찮잖아요? 라고 묻고 있다. 고맙습니다. 대령.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양 제독이 배제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상담할 때마다 대령에게 부정 받아왔다. 오늘 겨우 그걸 믿을 수 있게 됐다.
눈앞의 위원장은 냉철하지만 냉혹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에 취하지 않았다. 극도의 리얼리스트였다. 양 제독을 배제하는 것보다도 이용하는 걸 생각하겠지. 설령 그게 아무리 불쾌한 일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