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57 화. 방문자(1)
■ 제국력 486년 6월 3일. 에리히 발렌슈타인.
6월 3일. 일시적으로 현역 복귀한 제국군 상급대장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클로프슈토크 후작 토벌을 위해 오딘을 떠났다. 정규군 외에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 프레겔 가문, 힐데스하임 가문 등의 유력귀족의 사병들이 섞인 혼성부대다. 이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출병의 지휘관을 바란 것은 프레겔 남작을 위해, 불충자라는 오명을 씻을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 하나. 또 하나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토벌에서 공적을 세워 원수 승진을 바라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반란 토벌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원작에선 꽤나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싸움 그 자체는 토벌에 약 1개월이나 걸린다는 심각한 전투다. 귀족들이 멋대로 행동하여 지휘가 혼란에 빠지고, 말하자면 오합지졸로 변했기 때문이지만. 이 참극이 귀족들따위 두려워 할 필요 없다고 라인하르트를 확신하게 했다고 해도 좋다. 이후, 립슈타트 전역에서도 자신들보다도 세력이 컸던 귀족연합에 대해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다.
더욱이 이 싸움으로 라인하르트는 로이엔탈, 미터마이어와 만나게 된다. 반란제압 후 약탈행위가 원인이었다. 약탈행위를 행한 사관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먼 친척에 해당하는 인간이었다. 그 사관을 미터마이어가 사살. 분노한 프레겔이 미터마이어를 은밀히 죽이려 했기 때문에, 로이엔탈이 라인하르트에게 도움을 요청. 라인하르트는 거기에 응했다. 이걸 계기로 나중에 쌍벽이라 불리게 될 두 사람은 라인하르트의 산하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 이래로 라인하르트와 귀족들의 반목이 심해지게 된다.
문제는 이 세계에선 어떻게 될까다. 우선 전투 그 자체는 원작과 그다지 다르지 않겠지. 원작과 비슷한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터마이어, 로이엔탈도 전투기술고문으로서 동행하고 있다. 문제는 약탈행위가 어떻게 되는지다. 황제로부터 "군율을 바로 세우라"는 말을 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얼마나 그에 대해 신경쓸 것인가. 거기에 따라서 미터마이어가 문제를 일으킬 것인가 아닌가가 갈라진다.
게다가 미터마이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로이엔탈이 라인하르트를 의지할 것인가 아닌가. 최근 내가 더 귀족들과 격하게 반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날 의지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대처할지 지금 정해두는 편이 좋겠지. 나 자신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독립할 것인가. 아니면 라인하르트를 지지하는 입장에 설 것인가. 뮈켄베르거와 라인하르트의 관계도 있다. 어려운 선택에 봉착한 것 같다. 일단은 원정군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겠지. 페르너인가. 아니 그는 위험하군. 민폐를 끼치게 된다. 정규군 쪽에서 어떻게 해보도록 하지. 보급관계의 장교와 만나보자. 어떻게든 될 것이다.
...
■ 제국력 486년 7월 5일, 제도 오딘. 오스카 폰 로이엔탈.
서둘러야한다. 볼프강 미터마이어를 구하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그 남자와 만나야 한다. 미터마이어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생각한다.
"미터마이어. 내게 맡겨주지 않겠나? 한 사람. 부탁해 볼만한 남자가 있어."
"대체 누구야?"
"에리히 발렌슈타인."
"! 일면식도 없는 남자잖은가."
면식은 있다. 사관학교 시절이지만, 몇번인가 눈을 마주친 적이 있다. 만날 때마다 상대방은 흥미 깊은 듯한. 때론 그리운 듯한 눈을 했다. 처음엔 내 눈을 보고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이제부터 알아가면 돼."
"……."
"그가 우리들을 위해서 대귀족의 무법과 싸워준다면 우리들도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알았다. 경에게 맡기지."
미터마이어가 콜프트 대위라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먼 친척을 사살했다. 약탈행위에 대한 처단으로 정당한 행위였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느껴 그를 투옥했다. 군법회의가 열리는 일은 없겠지. 군법회의에선 미터마이어의 행위는 정당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더욱 수치를 받을 뿐이다. 더욱이 황제로부터 "군율을 바로 세우라"는 말까지 있었던 것이다. 수치 정도가 아니겠지. 그걸 회피하고 미터마이어에게 복수하기 위해선 미터마이어를 사고사로 위장하여 살해할 수 밖에 없다. 틀림없이 그는 그렇게 하겠지.
미터마이어를 구하기 위해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의 권력자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과 적대하고 있는 인물. 당장 생각나는 인물은 한 명 뿐이다. 전략에 있어서도 정략에 있어서도 계속 이겨온 남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조차도 한두발 양보하는 인물.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장. 냉철, 비정, 가혹하다는 말까지 듣는 남자지만, 이치에 안 맞는 일을 심하게 싫어한다고도 한다. 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제국군 소장 오스카 폰 로이엔탈입니다. 밤중에 실례합니다만, 발렌슈타인 중장과 만나고 싶습니다."
현관TV를 향해 방문을 고하니 간단하게 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로이엔탈 소장."
안으로 들어가니 발렌슈타인 중장이 의자를 권했다. 이야기를 시작하려하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안쪽 방으로 사라졌다. 초조한 마음을 누르고 중장을 기다린다. 오분은 기다린 듯 하다. 방에서 나온 중장은 군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아까 전까진 회색 슬랙스에 옅은 크림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미터마이어 소장 때문이지요?"
놀랍게도 상대방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원정군 안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던 건가. 있을법한 이야기다.
"과연. 힘을 빌릴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미터마이어. 제 1단계는 클리어다.
"로이엔탈 소장. 여기로 가주지 않겠습니까?"
발렌슈타인 중장은 한 장의 메모지를 건냈다. 리르베르크 슈토라제 XXX-XXX.
"여기는?"
"라인하르트 폰 뮈젤 대장이 하숙하고 있는 곳입니다."
뮈젤 대장? 금발의 애송이라고 불리는 남자인가. 하지만 어째서?
"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지요."
무슨 일이냐? 이 남자는 직접 힘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건가.
"로이엔탈 소장. 전 지금부터 잠시동안 우주에 나갈 수 없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지. 눈 앞의 남자는 만일의 경우 제도의 치안을 한 손에 쥐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다는 건가?
"전장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뮈젤 대장이라면 전장에서 당신들의 힘이 되어줄 수 있겠죠. 당신들은 무훈을 올려 승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귀족들에게 당하지 않을 정도의 지위를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라면 안전할지도 모릅니다만. 약한 입장인 채로 끝날겁니다."
"!"
분명 그렇다. 나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
"뮈젤 대장은 군략의 천재입니다. 지금은 아직 그렇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언젠가 우주를 흔들 존재가 되겠죠. 패기와 야심도 있습니다. 장래를 걸만한 인재입니다."
그만한 남자인가. 라인하르트 폰 뮈젤은.
"그가 우리들의 힘이 되어준다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로엔그람 백작가를 잇는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만."
"의미가 없군요. 그는 문벌귀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설령 백작가를 잇는다해도 문벌귀족들이 동료로 해줄리가 없습니다. 반대로 반감을 표할 뿐이겠죠. 그가 이 제국에서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얻기 위해선 군대에서 힘을 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에겐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아군이 필요합니다. 그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고, 문벌귀족과 적대할 수 있는 유능한 아군이."
발렌슈타인 중장은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본다. 상냥한 눈빛인데도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압도되고 있는 건가. 나는.
"로이엔탈 소장. 뮈젤 대장과 만나면 전해주세요. 지금은 아직 그쪽으로 가지 못합니다. 제가 뮈젤 각하와 손을 잡았다는 걸 알면 문벌귀족들이 과잉반응하게 될겁니다. 저는 뮈켄베르거 원수의 부하로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언젠가 같은 길을 걸을 날을 기다리며, 각하가 원수부를 열게 되었을 땐 부디 불러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설령 그것이 반역자의 길이라 할지라도 걸을 각오가 있습니다. 라고."
"!"
반역자의 길……, 나는 반역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
"……소관도 미터마이어 소장을 구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함께 걷겠습니다."
"그럼 우리들은 뜻을 같이하는 자들이군요."
나는 확실하게 끄덕였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리지 않겠다.
"중장. 소관은 뮈젤 대장과 면식이 없습니다. 대장 각하가 경계할 일은 없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아까 전에 뮈젤 대장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더군요. 안심하세요. 다음은 소장의 각오에 달려 있습니다."
모든 걸 읽고 있는 듯 하군. 나의 각오인가…….
"알겠습니다. 그럼 소관은 뮈젤 각하의 곁으로 가도록 하죠. 그런데 중장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렇군요. 전 지금부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저택으로 가도록 하죠."
발렌슈타인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브라운슈바이크? 무슨 일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