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70 화. 급전(急轉)

추리닝백작 2019. 4. 22. 12:16

 

우주력 799년 3월 12일. 이제르론 요새. 프레데리카 그린힐.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다들 화면을 보면서 신음하고 있다. 화면에는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압도하는 듯이 거대한 요새가 비춰지고 있었다.

 “……설마, 저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저걸 가져오다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양 제독이었다. 화면을 심각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다. 모두의 시선이 양 제독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에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양 제독, 저 요새를 알고 계신 모양이군요.”

 칼센 제독의 질문에 양 제독이 겨우 시선을 화면에서 떼었다.

 “아마도,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라고 하신다면?”

 “3년 전, 이제르론 요새를 잃은 후의 일입니다만, 제국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회랑으로 옮겨 동맹군의 제국령 침공을 막으려 한다는 정보가 페잔 경유로 동맹에 도착했습니다. 요새의 스펙, 이동요새로 하기 위한 설계도도 같이.”

 

 양 제독은 쓴 것을 삼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제국령 침공작전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결국 그 정보는 조기에 동맹군을 제국령으로 끌어들여 섬멸하려고 했던 발렌슈타인 원수의 책모였던 겁니다만……, 설마 정말로 요새를 가져올 줄이야…….”

 양 제독이 숨을 뱉었다.

 

 “저 요새는 어느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습닊?”

 “이제르론 요새에 비하면 약간 작습니다만 함대의 수용능력, 요새주포의 위력, 어느 쪽도 거의 손색 없습니다. 제국에서 내란이 일어났을 적엔 귀족연합군의 본거지로 쓰였습니다.”

 양 제독의 대답에 사령실 분위기가 굳었다. 이제르론 요새에 필적하는 요새를 상대한다. 그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요새 주포와 요새 주포의 대결인가.”

 “무척이나 성대한 불꽃놀이겠군요.”

 카젤느 소장과 쇤코프 준장의 대화가 들렸다. 상상했던 거겠지. 누군가가 소리내어 침을 삼켰다.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초계부대가 요새에 접촉한 장소는?”

 “이제르론 회랑의 출입구 근처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대답에 양 제독이 끄덕였다. 하기야 이미 대답은 알고 있었을 터다. 조금이라도 제국군의 습격을 빨리 알기 위해 초계부대는 회랑의 출입구 부근에 전개하고 있었으니까. 양 제독이 칼센 제독을 향해 몸을 돌렸다.

 

 “칼센 제독.”

 “말씀하시죠.”

 칼센 제독이 자세를 바로했다. 중요한 말을 들으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이제르론 요새를 포기하려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어조였다. 칼센 제독이 눈썹을 올리고, 그리고 사령실 이곳저곳에서 “포기!”라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 비난, 인 걸가. 하지만 양 제독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제국군이 이제르론 요새의 점령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렵긴 하지만 싸우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가져왔습니다. 제국의 목적은 이제르론 요새의 점령이 아니라 파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군인만이 아니라 민간인 중에도 다대한 희생이 나옵니다.

 “파괴, ……다시 말해 요새 주포의 포격 대결입니까?”

 칼센 제독이 질문하자 양 제독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있습니다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요새에 부딪칠지도 모릅니다.”

 “부딪친다?”

 칼센 제독이 큰 소리를 냈다. 이곳저곳에서 “말도 안 되는”, “그런 일이”라는 소리가 들려오자 양 제독이 크게 숨을 내뱉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여기에 가져온 이상, 다른 요새를 가져오는 일도 가능합니다. 이제르론 요새의 점령에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발렌슈타인 원수를 얕보지 마라!”

 항의하려고 했던 사관을 양 제독이 격렬하게 갈책했다. 제독이 큰 소리를 내는 건 드문 일이다. 다들 놀라고 있다.

 

 “샨타우 성역에서 동맹군은 1천 만 명의 장병을 잃었다. 저 정도의 강세를 자랑했던 문벌귀족도 1년도 되지 않아 멸망했다. 둘 모두 발렌슈타인 원수가 지휘를 했다. 그의 목적은 동맹, 페잔을 함락하여 우주를 통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어째서 그의 무시무시함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거냐?”

 “…….”

 “그를 얕보지 마!”

 말을 끝낸 양 제독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르론 방면에 제국군이 오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다. 페잔 방면의 동맹군을 전투로 후퇴할 수 없게 만든다. 기회를 봐서 이제르론 요새를 파괴하고 단숨에 동맹령을 침공한다. 페잔 방면의 동맹군이 서둘러 함대를 후퇴시키고 하이네센을 지키려고 한다면 추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게 되겠지. 적은 병력이 더욱 적게 된다.”

 어조는 침착해졌지만 심각한 내용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설령 부딪치지 않을지라도 이제르론 요새의 우위는 사라졌다. 돌파는 시간의 문제겠지. 여기서 싸우면 더욱 희생이 늘어날 뿐이야.”

 양 제독이 사령실을 둘러봤다. 아무도 반론하려고 하지 않는다. 칼센 제독이 “알겠습니다. 요새를 포기하죠”라고 양 제독에게 따르자 양 제독이 “감사합니다”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카젤느 소장, 당장 탈출작전을 실행하길 바란다.”

 “하이네센에 확인을 받지 않아도 좋습니까?”

 카젤느 소장이 확인하자 양 제독이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다. 바로 준비해주길 바란다. 혹시 요새 포기를 인정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민간인은 퇴거한다. 여기는 위험하다.”

 “알겠습니다.”

 카젤느 소장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령실에서 나갔다.

 

 “시간이 없군요.”

 칼센 제독이 카젤느 소장이 나간 문을 보면서 말했다.

 “적이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12시간 정도겠죠.”

 “늦지는 않겠습니까?”

 칼센 제독이 질문하자 양 제독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탈출계획은 준비되어있습니다.”

 이번엔 칼센 제독이 숨을 내쉬었다.

 

 거짓말은 아니다. 탈출계획은 있다. 그리고 아마 늦지는 않겠지. 늦지 않도록 만들어졌으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획은 비인도적인 것이 되어 있었다. 계획이 발동된 시점에서 이제르론 요새의 구역 단위에 수송선이 돌입한다. 지금 시간이라면 아이들은 학교에 있다. 그들은 집에 돌아가는 일은 없다. 학교에서 직접 수송선에 타게 된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부모도 직장에서, 혹은 집에서 직접 수송선에 타게 된다. 그들이 합류하는 건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여 수송선에서 내렸을 때다. 사람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물건으로 취급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시간에 군민 500만 명을 탈출시키는 계획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문제는 이후로군요. 페잔 방면군은 무사히 철퇴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방어선을 어디에 펼칠 것인가……. 아니, 다음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

 양 제독이 날 봤다.

 “그린힐 대위, 하이네센으로 통신을 연결해주게. 이쪽의 상황을 설명하겠어.”

 “예.”

 아마도 하이네센도 페잔도 큰 소란이 일어나겠지. 대체 동맹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대로 멸망하고 마는 걸까. 나쁜 예감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우주력 799년 3월 12일. 페잔 회랑. 동맹군 총기함, 리오 그란데. 드와이트 그린힐.

 

 “이제르론 요새를 포기한다?”

 뷰코크 사령장관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화면에는 보로딘 본부장의 떫은 표정이 보였다.

 「제국군은 이제르론 회랑에 이동식 요새를 가져온 모양입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성능은 이제르론 요새에 필적합니다.”

 요새를 가져왔다? 그건 속임수가 아니었던 건가……. 리오 그란데 함교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르론 요새가 가지고 있던 우위는 사라졌다. 요새에 고집하면 손해가 늘어날 뿐이란 거군요.”

 내가 질문하자 보로딘 본부장이 끄덕였다.

 「그것도 있다. 하지만 양 제독이 걱정하고 있던 건 제국이 이제르론 요새의 점령이 아니라 파괴가 목적이 아닐까하는 점이다.」

 파괴? 뷰코크 제독도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요새에 부딪치는 게 아닌가 하고……」

 “말도 안 되는, 그런 짓을 하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대참사겠지. 충돌시의 충격, 붕괴에 의해 군인, 민간인을 따지지 않고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거다. 핵융합로도 무사하진 못할 거다. 방사성 폐기물의 확산에 의한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할 위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살아남은 사람에게도 심각한 영향이 나오겠지.」

 “…….”

 

 「의표를 찔렸어. 설마 제국이 이동요새를 만들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제정신인가 생각했지만 양 제독의 말을 듣고 납득했다. 병력에 있어 제국은 동맹을 압도한다. 그런 이상 제국에게 있어서 이제르론 요새는 반드시 필요불가결한 존재가 아냐. 점령이 어렵다면 파괴하고 회랑 돌파를 꾀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점령보다도 파괴하는 편이 공격의 선택지가 많아.」

 함교가 조용해졌다. 다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본부장, 이제르론 요새 포기는 결정사항입니까?”

 내가 묻자 본부장이 끄덕였다.

 「트류니히트 의장에게 조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 어쩔 수 없다는 걸로 요새 포기를 납득해주었다.」

 이곳저곳에서 한숨이 들렸다. 난공불락의 이제르론 요새를 포기,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결말이다.

 

 「뷰코크 사령장관.」

 “말씀하시죠.”

 「양 회랑에서 제국군을 막고 교착 상태를 만든다는 당초의 방어계획은 파탄했다. 우주함대는 시급히 페잔 회랑에서 철퇴하길 바라네. 이제부터 동맹은 방어계획을 제국군을 동맹령 깊숙이 끌어들인 뒤의 결전으로 바꾼다.」

 “…….”

 모두의 표정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다. 이 상황에서 퇴각?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제국군은 추격해 오겠지.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어. 페잔 방면, 이제르론 방면, 어느 쪽도 제국군의 추격을 받게 되겠지. 혹은 태세를 정비하는 도중에 제국군이 방어선을 돌파하여 하이네센에 쇄도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

 이곳저곳에서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본부장이 “하지만”하고 목소리를 끌어 올렸다. 다들 고개를 들어 화면으로 시선을 향했다.

 

 「우리들은 군인으로서 마지막까지 조국을 지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거기에 1퍼센트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엄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힘있는 말이기도 했다. 본부장은 우리들을 격려하여 고무시키려 하고 있다. 뷰코크 사령장관이 크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장 퇴각하도록 하죠. 그런데 페잔의 페이워드 자치령주는 어떻게 합니까?”

 「그에겐 이미 동맹으로 퇴거하도록 트류니히트 의장이 말했다.」

 “…….”

 「하지만 그는 그걸 거절했다. 강화 교섭을 계속하기 위해선 페잔에 있을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렸다.

 

 「남는 건 위험하다고 의장이 말했지만 그는 완고하게 듣지 않았다. 페잔인이 항상 돈만을 생각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목숨을 거는 일도 있다고…….」

 “…….”

 「자신은 루빈스키와 다르다. 마지막까지 자치령주로서 책임을 다할 거라고 말했다.」

 “…….”

 

주변이 조용해졌다. 페이와드는 죽을 생각이다. 그는 제국과 동맹의 강화를 이루기 위해 페잔을 중립국가로서 재생시키려 하고 있다. 그 꿈이 무너진다. 그 꿈에 순국하려는 건가……. 본부장이 뭔가를 떨쳐내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뷰코크 사령장관. 당장 퇴각행동을 실행하길 바라네.」

 “예.”



제국력 490년 3월 13일. 이제르론 회랑, 제국군 총기함, 로키.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각하, 선행하던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반란군은 요새를 포기, 철퇴했다고 합니다.”

 내가 보고하자 함교 이곳저곳에서 환성이 올랐다. 하지만 사령장관은 기뻐하지 않는다. 재미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헌데, 이제르론 요새를 무혈 탈환했다는 거지만…….

 

 “각하?”

 말을 걸자 사령장관이 힐끔 날 봤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다.

 “양 웬리는 도망쳤다. 다시 말해 이쪽의 작전을 눈치챘다는 겁니다. 변함없이 귀엽질 않아요.”

 과연. 사령장관의 기분이 나쁜 이유는 양 제독인가. 도망치면 성가시게 되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주변도 환성을 올리는 걸 그만뒀다.

 

 “추격을 명령합니까?”

 발트하임 참모장이 묻자 사령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습니다. 당장은 이제르론 요새의 점령을 우선합니다. 슈톡하우젠 제독을 불러주세요.”

 바로 통신이 연결되어 화면에 슈톡하우젠 제독의 모습이 나타났다.

 

 “양 웬리는 요새를 포기한 모양입니다. 제독은 바로 요새를 접수하시길 바랍니다.”

 「예.」

 슈톡하우젠 제독의 얼굴이 빨개졌다. 제독이 요새사령관이었던 때에 동맹군에게 뺏겼었다. 그 요새를 돌려 받는다.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

 

 “반란군이 요새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군해온 우리들을 단숨에 살육하기 위해……. 만일을 위해 폭발물 전문가를 보내어 안전을 확인하세요.”

 「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제독의 얼굴에서 붉은 색이 사라졌다. 긴장하고 있다.

 

 통신이 끊긴 뒤, 발트하임 참모장이 사령장관에게 물었다.

 “폭발물이 정말로 있겠습니까?”

 사령장관이 시선을 참모장에게 향했다.

 “아뇨.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제르론 요새를 폭발하다니 생각할 수 있을까 해서…….”

 이번엔 쓴웃음을 띄웠다.

 

 “양 웬리는 도망쳤습니다. 그는 제가 요새 점령이 아니라 파괴를 생각했다고 눈치 챈 거겠죠.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요새 파괴를 생각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성공하면 제국군은 손해를 입을 뿐만이 아니라 시간도 벌 수 있죠. 지금의 반란군에게 있어서 둘 다 중요한 것들입니다.”

 

 사령장관의 말에 이곳저곳에서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파괴라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는 걸까? 한숨이 나올 것 같다. 참모장도 한숨을 내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령장관의 부하라는 자리는 여러모로 공부가 되는 자리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시간 후, 슈톡하우젠 제독에게서 이제르론 요새에 설치된 폭발물을 전부 제거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오딘에 이제르론 요새의 탈환을 보고, 그리고 슈톡하우젠 제독에게 2개의 요새의 유지와 회랑 확보를 명령하고 잔여 함대의 진격을 명령했다.

 “이제부터 동맹령으로 진격합니다. 최종목표는 바라트 성역, 수도성 하이네센. 전 함대 발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