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마왕과 용사는 시대에 뒤처졌습니다

마왕과 용사는 시대에 뒤처졌습니다 / 1장 / 1화

추리닝백작 2019. 4. 28. 22:50

1장. 오염행성 편

 

1화. 프롤로그 1. 아무래도 시대에 뒤처진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이어지는, 검붉은 사막 같은 일면의 황야.

  먼 곳에는 그 옛날 사람들이 살았을 터인, 빌딩의 폐허가 듬성듬성 추모비처럼 서 있다.

 

  황야 한 가운데에 두 명의 인간이 등을 마주대고 앉아있다.

 

  1명은 마왕―――그렇다. 온 몸을 검은색의 망토와 코트로 차려입은, 무척이나 악역다운 복장을 한 청년.

 

  1명은 용사―――흰 색을 기본으로 금으로 치장된 갑옷 차림에, 무척이나 성검! 이라는 느낌의 신성한 디자인을 한 장검을 허리에 꽂은 소녀. 왜인지 목에는 사슬 달린 목줄을 차고 있다.

 

  “이봐, 어떡할 거야?”

  청년……아니, 마왕이 밤하늘을 올려보며, 막막한 어조로 속삭였다.

 

  《인간의 사망자가 14만을 돌파했습니다. 마왕의 스테이터스가 강화됩니다.》

 

  “아, 또 사망자가 늘어나서 강화됐어. 좀 말리고 오라고. 용사님.”

 

  “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무리. 그게―――”

  용사도 별하늘을 올려봤다. 그 앞에는―――

 

  밤하늘 저편, 우주공간에는 많은 우주선이 떠 있고, 빔적인 것이나 미사일을 날리며, 피탄 된 배는 섬광과 함께 폭발비산 한다.

  소형의 전투기 같은 것이 교차하며 서로를 쏘고, 혹은 배를 습격하다가 대공포화에 불타오른다.

  빔과 미사일과 폭발, 그리고 인간의 목숨으로 만들어진 불꽃이 밤하늘을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성검을 가진 용사라도, 우주에서 전쟁하는 녀석들을 막을 수 있을 리가.”

  무릎을 모아 앉아서 삐진 듯이 말하는 용사.

 

  지구에서 마왕으로서 소환된 청년은, 지친 어조로 속삭였다.

 

 

  “아무리 봐도 판타지가 아니라 SF의 세계입니다. 정말 대단히 감사합니다.”

 

 

  《용감히 사망한 인간의 수가 800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스킬이 개방됩니다.》

 

  “근데, 이런 세계에서 마왕이다 용사다 하고 있는 우리들이란―――엄청 시대에 뒤처진 거 아니야?”

 

  “말하지 마. 나도 후회하고 있어.”

 

  마왕이 공포에 빠뜨려야 할 사람들은 우주에서 멋대로 서로 죽이고 있고, 멸망시켜야 할 세계(별)은 이미 멸망한 지 오래다.

  용사가 지켜야 할 사람들은 이미 이 세계(별)을 버리고 우주로 친줄한 뒤다. 지금도 건강하게 우주에서 힘껏 서로를 죽이고 있다.

 

 

  ““어쩌지.””

 

 

  뒤떨어진 느낌이 장난 아닌 마왕과 용사는, 단지 눈앞이 캄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