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마왕과 용사는 시대에 뒤처졌습니다

마왕과 용사는 시대에 뒤처졌습니다. / 1장 / 3화

추리닝백작 2019. 4. 28. 22:51

1장. 오염행성 편

 

3화. 프롤로그 3. 정의가 싫은 용사

 

 

  나는 정의라는 것이 싫다.

 

 

  왜냐하면 정의는 사람을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유복한 가정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탈세의혹으로 체포되어 생활이 뒤집혔다.

  생활은 빈곤하고, 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식사도 조촐하고, 맛없는 것이 되었다.

  친구들도 나를 경멸하며 괴롭히게 되었다.

 

  내 아버지는 악인이며, 정의의 심판을 받았으니까 당연하다고 다들 말한다.

 

  아버니는 감옥 안에서 오랫동안 누명과 오해라고 소리쳤지만, 재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자살했다.

 

 

  법률도 정의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지켜주기는커녕 나를 계속 상처입혔다.

 

  어머니가 재혼하여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소녀 취미의 의붓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범하려고 했다.

  의붓아버지를 유리로 만든 재떨이로 때려눕힌 다음 손가락뼈를 전부 부숴버려서 체포되었다.

 

  어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킨 나를 나쁜 아이라고 했다.

  재미없는 정신감정을 받게 만들고,

  철창이 달린 병원으로 보호라는 이름의 감금을 하고,

  어머니는 나 때문에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투덜거렸다.

 

 

  정의 따위 싫다.

  이 세상에 정의가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나는 이렇게나 불행해져야만 할까?

  어째서 나 같은 도움을 받지 못한 사람이 세상에 넘쳐 흐르는 걸까.

 

  그러니 나는 정의 따위 버려버렸다.

  나를 구하는 것도, 내가 누군가를 구하는 것도 정의가 아니라 나 스스로 하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그 권유에 기뻐하며 응했다.

 

  『당신은 용사의 자격이 있습니다. 이세계의 마왕에게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최종확인, 이세계의 용사가 되겠습니까? →예, 아니오』의 윈도우에서,

  수상쩍은 선택지의 『→네』 부분을 망설임 없이 눌렀다.

 

  구해주겠다. 정의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거다.

  나에게 힘을 준다면, 내 힘으로 사람을 구하겠다.

  용사? 올 테면 와라. 되어줄 테니까 기다려라―――

 

 

――――――

 

  정신을 차리자 주변, 위에서 아래까지 새카만 곳에 떠 있었다.

  복장은 환자복을 입은 채지만, 알몸 보다는 낫다.

 

  《능력치 설정을 해주세요》

 

  능력치? 내가 불린 이세계는 게임풍의 스테이터스가 있는 세계일까?

 

――――――

 

이름: 라이무 (무코우지 라이무)

종족: 지구인   직업: 용사

Lv: 1   EXP: 0/100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포인트: 80

근력(STR) = 7

체력(VIT) = 4

민첩성(AGI) = 10

지력(INT) = 9

정신력(MND) = 24

매력(CHA) = 11

생명력(LFE) = 8

마력(MGI) = 14

 

<스킬>

스킬포인트: 200

 

――――――

 

  꽤나 게임적인 능력치 설정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스테이터스 포인트는……소비해서 스테이터스를 올리는 건가.

  밸런스를 잘 모르겠다. 일반적인 사람과 모험가적인 사람의 스테이터스를 알고 싶다.

 

  《회답. 일반적인 인간의 스테이터스 평균치는 10. 스킬포인트는 lv.1 때에 평균 5》

  《회답. 인간 모험가의 스테이터스 평균치는 13. 스킬포인트는 lv.1 때에 평균 6》

 

  흐응. 꽤 작은 수치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구나.

  그걸 생각하면 용사는 인간 중에서 꽤 영웅인 거네.

 

  나는 옛날 했던 게임을 참고하여 능력치를 능숙하게 습득했다.

  옛날에 죽은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을 수수하게 변경하고 싶지만, 이름 변경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이 이름은 조금 콤플렉스였지만, 판타지 세계라면 오히려 괜찮을까? 당연히 한자 같은 건 없을 테니까.

 

  능력치 결정의 확인 윈도우를 누르고 이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

 

 

  결과적으로 나는 이세계로 날아간 직후 호흡곤란에 빠진 상황에서 도움을 받았다.

 

  도와준 사람은 연상의 남성. 대학생 정도일까? 키가 큰 것은 부럽다.

  단정한 단발에 작은 안경. 이지적인 외모다.

  패션은 잘 모르겠지만, 뭘 입어도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뭘 입어도 같은 이미지가 될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잡지 모델 정도는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 아니. 나, 마왕.”

 

  하지만 날 도와준 사람은 마왕이라고 한다.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멈춰있자, 밤하늘에 눈부신 빛이 몇 개나 날아가며 교차하더니.

 

  《인간의 사망자가 10만을 넘었습니다. 인간을 지키지 못한 용사의 패배, 그리고 마왕의 승리입니다.》

  《용사의 생존을 확인. 마왕의 승리에 의해, 용사는 마왕의 노예가 됩니다.》

 

  갑자기 나는 마왕에게 패배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내 목 주변에 금속제의 목줄이 생기고, 거기에서 찰랑하고 쇠사슬이 흘러내렸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 일?”

  쵸커라든가 그런 것이 아니라, 금속제의 얇은 목줄이 목에 생겼다.

  목줄에서 흘러내린 쇠사슬은 공중에서 부자연스럽게 끊어져서…….

  흘러내린 방향이, 자칭 마왕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마 이 사람, 나를……?

 

  “알 수 없다. 나도 방금 소환된 참이고. 어째서 목줄?”

  마왕의 음모라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도 정말 곤란하고 있는 것 같다.

  연기는 아닌 것 같다. 거짓말이나 연기를 간파하는 건 특기다.

 

  《전우를 위해 쓰러진 목숨이 1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검이 개방됩니다.》

 

  갑자기 오른손에 꽉하고 잡히는 무거움.

  오른손에는 식칼 같은데, 보석으로 치장된 이상한 날붙이가 쥐어져 있었다.

 

  “……이걸로 찌르면 돼?”

  자칭 마왕을 본다.

 

  “아니아니아니, 용사와 싸울 각오는 했지만 말이지.

  너 같은 아이에게 식칼로 찔린다든가 제발 좀 봐줘!

  적어도 애증이 뒤얽힌 결과 버려진 미녀에게 아침 드라마처럼 찔리고 싶다!“

  진심으로 싫은 것 같다. 그리고 뭔가 짜증난다.

  어라? 이 사람 손에도 금속제의 팔찌가 있고……. 거기에서 흘러내린 쇠사슬이 나를 향하고 있다.

  혹시 내 목줄과 연결되어 있는 거야? 정말 찔러둘까.

 

  《전우를 위해 쓰러진 목숨이 5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검이 강화됩니다.》

  《전우를 위해 쓰러진 목숨이 10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검이 강화됩니다.》

  《전우를 위해 쓰러진 목숨이 20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검이 강화됩니다.》

  《전우를 위해 쓰러진 목숨이 50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검이 강화됩니다.》

  《전우를 위해 쓰러진 목숨이 100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검이 강화됩니다.》

 

  차례차례 들리는 메시지.

  식칼이었던 것이 나이프가 되고, 단검이 되고,

  결국 간략하지만 고급품으로 보이는 백은의 검이 되었다.

  성검 같은 느낌이다.

 

  《가족을 위해 쓰러진 목숨이 1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갑옷이 개방됩니다.》

  《가족을 위해 쓰러진 목숨이 5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갑옷이 강화됩니다.》

  《가족을 위해 쓰러진 목숨이 100명을 넘었습니다. 용사의 갑옷이 강화됩니다.》

 

  점점 더 메시지가 나와서 갑옷에 속옷, 장갑, 다리갑옷 등등 점점 더 늘어난다.

  머리에 투구가 아니라 서클렛인 건 누구의 취미?

  광채 있는 하얀 금속에 금색으로 치장된 갑옷 일식은, 무척이나 용사풍이다.

  이미 마왕에게 패배했지만 말이야…….

 

  “저기. 내쪽에서 아까부터 누구누구가 몇 명 죽었으니 강화합니다 같은 메시지가 들려오지만. 네쪽도 그래?”

  저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가 죽지 않으면 강화되지 않는 건가. 마왕은 그걸로 좋겠지만, 용사로선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응. 마찬가지.”

 

  “하아. 마왕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인간이 마구 죽는다든가.

  이 사망자 숫자를 보면 저 하늘의 광경, 절대로 SF겠지…….“

  연상의 남성……, 아니 마왕이 자리에 주저앉는다.

 

  “동의. 판타지란 생각이 들지 않아.”

 

  “뭐, 너도 앉아. 이런 분위기면 말이지.

  ‘용사여, 세계의 절반을 줄테니 내 것이 되어라.’

  라든가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무슨 벌게임이냐. 허무할 뿐이잖아.“

  응. 설득력이 조금도 없네.

  나도 앉는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했지만, 마왕과 등을 마주대고 앉기로 했다.

 

  나도 이 마왕도 뭘 해야만 하는 걸까.

  등을 마주대고 두 사람이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