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61 화. 베네뮌데 사건(1)
■ 제국력 486년 7월 15일. 신무우궁 "관극의 홀". 에리히 발렌슈타인.
"수고하는군. 중장."
"언제나 감사합니다. 발렌슈타인 각하."
뮈켄베르거 원수와 유스티나가 말을 건다. 난 내심 불만을 억눌러 숨기고 밝게 대답한다.
"슬슬 개막입니다. 서둘러주세요."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관극의 홀"로 들어갔다. 내가 어째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보자. 오늘은 이 "관극의 홀"에서 오후 2시에서 5시 반까지 오페라, 로엔그린가 상연한다. 황제 폐하가 임석하시는 일대 이벤트인데, 그 경비 책임자가 어째선지 나다.
얼마전 폭탄 사건에서 내가 미연에 눈치챈 덕분에 부상자 제로가 된 일을 평가받은 듯 하다. 덕분에 나는 로엔그린 상연중, 약 3시간 반 중에 오로지 경비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별로 로엔그린을 보고 싶진 않다. 난 로엔그린에 한해서가 아니라 오페라 자체를 전혀 모른다. 보고 있어도 고통스러울 뿐이다. 단지 3시간 반동안 멍하니 경비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굉장히 화가 난다.
그 생각이 결국 경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경비에선 관객의 수하물 체크를 강행하기로 했는데, 어딘가의 백작이 어리석게도 거부한 것이다. 난 그 장소에서 그 귀족을 쓰러뜨렸다. 불경죄라고 소란을 피웠지만. 블라스터를 뽑아들고, 죽을거냐 불경죄냐 고르라고 말하니 도망쳤다. 그 이래로 무슨 트러블도 없었다. 재미없어.
"발렌슈타인 중장. 이제 곧 폐하가 나오십니다."
"알겠습니다. 메크링거 소장. 마중하도록 하지요."
메크링거 소장. 얼마전 폭탄사건에서 준장에서 승진했다. 폐하의 위험을 구한 것과 피난 유도의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내가 승진하지 않은 것은 프레겔에게 총을 겨눈 것이 원인인듯 하다. 너무 심했다는 걸까? 질책당한 건 아니다. 장미 정원에서 비공식이라곤 해도 황제로부터 감사까지 받은 것이다. 하지만 메크링거는 내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나도 이번 경비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는 로엔그린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과연 예술가 제독. 나와는 다르다. 하지만 부탁이니까 나에게 예술논의를 거는 건 그만두라고. 법률과 숫자라면 알겠지만 예술은 전멸이니까.
신무우궁, "관극의 홀"에는 황제 폐하 전용의 출입구가 있다. 나와 메크링거 소장은 출입구에서 프리드리히 4세를 마중했다.
"수고하는군."
"옛."
그것만을 말하고 황제는 "관극의 홀"로 들어갔다.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뒤를 따른다. 역시 미인이야. 덧없는 느낌이 나는 미인으로 라인하르트도 이 사람의 절반 정도라도 좋으니 덧없음을 가진다면 주변의 반발도 꽤 줄어들텐데…….
저번의 프레겔 폭주 사건의 뒷정리를 말하자면, 그건 심했다. 미터마이어는 내가 아니라 라인하르트가 온 것을 수상하게 생각했고, 라인하르트는 내가 프레겔을 죽이지 않은 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듯 하다. 아니 이성적으론 알고 있지만 감정으로는 납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본다. 나도 역시 빡쳐서 그 이후 만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웃기는 녀석들이다.
여러가지를 이야기하고 해산하기까지 한시간은 걸렸겠지. 마지막까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는 납득하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저 녀석들 그렇게까지 의심이 강했던가? 원작을 봤을 때엔 그렇게까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경비를 계속했다…….
로엔그린이 끝나고, 관객들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 일도 여기에서 끝났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인가 생각하고 보니 리히텐라데 후작이었다.
이 녀석이 엮여 있으면 제대로 된 일이 없다. 난 귀찮은 일이 수배되어 있음을 확신했다.
...
■ 제국력 486년 7월 15일.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후작 저택.
"잘 와주었네."
"……."
난 지금 리히텐라데 후작 저택에 있다. 관극의 홀에서 날 부른 노인은 "집으로 와라"라고만 말하고 바로 돌아가버렸다. 불러 세우고 싶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이상 눈에 뜨고 싶지 않다. 별 수 없이 난 지금 여기에 있다. 리히텐라데 후작 저택의 응접실이다. 노인의 정면 자리에 앉으면서 이야기를 기다린다.
"화내고 있나보군. 용서해라. 경의 힘을 빌리고 싶어서 말일세."
"소관은 각하의 부하가 아닙니다만."
"이걸 보게나."
리히텐라데 후작은 내 항의도 가볍게 무시하고 한 장의 서간을 내게 내놓는다.
"……."
내가 받는 것을 망설이니 더욱 내민다. 어떻게 해서든 내게 밀어붙일 생각인 것 같다.
서간에는 극히 짧은 문장이 써 있다.
"궁중의 B부인이 G부인을 해아려함. 조심하시오."
베네뮌데 후작부인인가.
"이건?"
"오늘 아침 집에 와 있었네. 어찌 보나?"
"베네뮌데 후작부인이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을 해치려한다……."
"경도 그렇게 보는가."
리히텐라데 후작의 목소리에는 고통스러운 울림이 있다.
"저 부인의 궁정인생은 끝났네. 하사금이라도 받으며 전원 생활이라도 하게하면 되네."
"소관에게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당연하지 않나. 사실 관계를 조사해주게."
"소관은 각하의 부하가 아닙니다."
같은 말을 몇번이나 하게 하지 말라고.
"그런거야 당연히 알고 있네. 하지만 달리 부탁할만한 사람이 없어. 이런 문제는 그다지 크게 벌리고 싶지 않다네."
"……믿을 수 있는 부하를 데리고 계시는 군요."
내 비꼬는 소리에도 노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경이라면 수월하게 해주겠지. 비밀스럽게 말일세."
"받아들인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과는 별도로 한가지 알려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뭘 듣고 싶어하는 건지,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거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음을 재촉했다.
"뭘 듣고 싶나?"
"후작부인이 낳은 아들에 대해서, 후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히텐라데 후작이 떫은 얼굴을 했다. 하지만 이쪽도 물러날 순 없다. 저 사건이 없었다면 그녀는 황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베네뮌데 후작부인에 관련되는 거라면 이 사건을 피할 수 없다. 불충분한 지식으로 머리를 들이밀어야 화상을 입는 건 이쪽이다…….
10년 이상 전이지만, 베네뮌데 후작부인, 주잔나는 남아를 낳았다. 단지 사산이었다. 그 직후 묘한 소문이 궁중에 흐르기 시작했다.
~태어난 아이는 무사히 출산되었지만, 의사가 죽인 뒤 사산이라 속였다. 의사는 황제에 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 자들의 손으로 매수되어 있었다. 그 기뻐하지 않는 자들이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혹은 리텐하임 후작이다.~
소문을 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은 격노했다. 견원지간인 두 가문이 함께 소문의 출원지를 찾으려고 했던 점에서 그 격노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애초에 두 가문의 협력도 무의미하게 끝났지만. 나 스스로는 이 사건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있지만, 정권의 중심에 있던 후작의 생각을 들어두는 것이 좋겠지.
"아들은 정말로 사산이었을까요?"
"……아니, 살해당했으리라 생각하네."
"생각, 입니까?"
"음. 하지만 일단 틀리진 않겠지."
꽤 자신한다. 그리고 후작의 표정은 더더욱 떫어진다.
"죽인 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묻고 있는 건 소관입니다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 중 하나라고 생각하나?"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나와 후작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서로의 마음 속은 동일인물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경은 왜 그렇게 생각하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리텐하임 후작도 죽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죽일 이유가 없다. 두 사람이 태어난 남자 아이를 죽인다는 것은 황위에 야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엔 황태자 루드비히가 살아 있었다. 아무리 태어난 아이를 죽여도 황위에는 닿지 않는다. 하물며 두 가문에 태어난 것은 여아다.
황태자 루드비히의 경쟁 상대도 되지 않는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리텐하임 후작도 이 상태에서 한발 잘못하면 대역죄인이 되는 살인을 범할리가 없다. 나는 그것을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그럼 범인은……."
살펴보듯이 내 얼굴을 본다. 아마도 나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겠지. 범인은 귀찮은 상대다.
"단순한 뺄셈이 되겠군요."
"그렇구먼."
"셋 중에서 둘이 사라졌습니다."
"음."
"남은 건……황태자 전하……."
"그렇게 되는군."
서로 퍼즐을 맞추듯이 해답을 낸다.
젊은 측실이 남자 아이를 낳았을 경우, 가장 곤란한 건 연로한 본처와 그 사이에 태어난 후계자다. 반드시 측실과 짜고 자신을 배척하려는 자가 나올 것이다. 하물며 루드비히의 경우, 어머니였던 황후가 이미 죽었다. 베네뮌데 후작부인이 황후가 된다면 단번에 그런 움직임이 나오리라 판단했겠지. 그래서 태어난 적자를 죽였다. 그런 흐름일 것이다.
나와 후작은 아직 서로 바라보고 있다. 그보다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귀찮은 일이로구먼."
중얼하고 후작이 말했다. 난 자연스럽게 끄덕였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입니다만.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요?"
"알고 있겠지."
"……."
"원래라면, 그 때 바로 의심받을 것은 황태자 전하였네. 그런데 저 소문이 돌았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지."
"어째서 두 분 모두 거기에 대해서 묻지 않았을까요?"
"황태자에 대해 빚을 지울 생각이었겠지."
"……."
"그렇기에 두 사람 모두 격노했던 거라네."
"?"
"모르겠나? 아직 무르구먼. 격노가 크면 클수록 황태자에 대한 빚이 커지기 때문이라네."
"과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의 세력이 단번에 커진 것도 그때부터지."
"그건 다시말해……."
"모두 알고 있던거라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이 황태자에게 빚을 만든 것을. 그걸 묵묵히 따랐던거지."
다시말해 오늘의 원흉은 황태자 루드비히인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바보로군.
"뭐, 황태자 전하가 돌아가신 지금으로선 의미가 없지만……."
그렇지도 않다. 비대화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의 세력이 그대로다. 언젠가 폭발하겠지.
"그래서 어떤가? 받아주겠는가?"
"……수갑을 차고 있는 상태는 곤란합니다. 맘대로 해도 좋다는 보장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는가."
기쁜 표정으로 리히텐라데 후작이 말한다. 늙은이. 또 넘어가버렸나……. 하지만 안네로제가 관련되어 있는 이상 무시할 순 없겠지. 어차피 라인하르트에게도 같은 문서가 도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 좋다고. 어디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