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27 화. 본분을 다하다

추리닝백작 2020. 5. 28. 16:27

제국력 487년 5월 3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하다.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은 몸치장을 한 귀부인과 귀족, 군인으로 넘치고 있다. 화려함에 숨이 막힌다. 그리고 그들이 때때로 날 보는 걸 알 수 있었다. 호의적인 시선이 아니다. 어째서 그런 시선으로 보는 건지 알고 있다. 솔직히 성가셨다.

 

  그 성가심을 뿌리치듯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이 저택에서 제공된 와인이다. 상등품이겠지만, 맛을 느낄 수 없다. 한 번 한숨을 내쉬고 있자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온화한 표정의 남자가 날 보고 있다.

 

  “왜 그러나? 한숨이나 내쉬고.”

  “아아, 경인가. 루츠. 아니,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으니까 긴장하게 되는군.”

  “호오. 경이 긴장이라니. 희안한 일도 있구만.”

  “놀리지 말라고, 루츠.”

  내가 노려보자 코르네리아스 루츠가 소리 내며 웃었다.

 

  “모두 경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런가.”

  “와라. 이런 곳에서 있어도 재미없을 뿐이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 팔을 잡으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코르네리아스 루츠, 사관학교 동기생이다. 외유내강.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남자다. 다들 참모보다도 지휘관에 어울리는 사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금은 정규함대 사령관이 되었다. 있을 곳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스쳐가며 루츠의 뒤를 쫓아가니 일단의 군인 집단이 있었다. 우리들을 발견한 거겠지. 이쪽을 보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날 보고 있는 거겠지.

  “파렌하이트 제독을 데려왔다고.”

  루츠의 말에 다들 이름을 말했다.

 

  메크링거, 클레멘츠, 바렌, 비텐펠트, 슘무데, 루크너, 린텔렌, 루디게, 아이제나흐……. 아이제나흐는 싱글벙글하고 있을 뿐이고 스스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말해준 건 루츠였다. 그 외에 켐프, 렌넨캄프…….

 

  총참모장에 취임한 메크링거를 빼면 이번에 새로이 우주함대의 정규함대 사령관에 임명된 자들이다. 그리고 나도 이번, 정규함대 사령관으로 임명되게 되었다. 이후엔 이 자들과 일을 하게 되겠지.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렇게 생각하던 거 아닌가?”

  루츠가 날 보며 웃고 있다. 그렇게나 감정이 겉으로 보이고 있었나……. 저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뭐, 그렇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이라니, 처음이니까 말이야. 여기보다도 신무우궁이 훨씬 익숙하다.”

 

  내 말에 모두가 소리 내며 웃었다.

  “확실히 거기에 관해선 동감이다. 아마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공작은 이런 식의 파티에는 익숙하지 않으니까.”

  총차모장인 메크링거 중장이다. 더욱 웃음소리가 커졌다. 클레멘츠 제독이 “경은 심한 말을 하는군.”이라며 웃으면서 책망하고 있다.

 

  오늘, 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에서 공작이 원수로 승진하여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취임한 것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고 있다. 궁중, 군부의 중진이 여는 파티다. 당연하게도 참가자가 많다. 정규함대 사령관으로 새로이 임명된 우리들도 출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입으로 옮기는 와인은 쓰디쓴 채다.

 

  “그렇다해도, 이런 일은 처음이겠지?”

  내가 질문하자 다들 웃음을 거두고 끄덕였다. 서로 돌아보고 있다. 이번 새로이 함대사령관으로 선발된 사람들은 모두 하급귀족, 평민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다들 우리들을 경원시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망설이고 있는가?”

  두터운 목소리로 켐프 제독이 말을 걸었다. 내가 끄덕이자 그대로 말을 계속했다.

  “파렌하이트 제독의 마음은 알겠네. 나도 렌넨캄프 제독도 경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중장으로 승진하여 함대사령관이 되었으니 말이야. 기쁨보다도 망설임이 크지. 정말로 괜찮은 건가. 하고 말이야.”

 

  그런 거다. 무훈도 올리지 않았는데 중장으로 승진하여 우주함대의 정규함대 사령관이 되었다. 그 때문에 주변 시선도 필요 이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경만이 아니야. 우리들은 모두 많든 적든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정말로 괜찮은가. 하고 말이지.”

  “총참모장은 그렇게 말씀하셔도…….”

 

  “귀족들 중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정규함대 사령관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한 자도 있다고 하더군. 최근 승전이 계속되고 있으니. 전쟁이란 간단하게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공작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지. 총알받이로는 쓸 수 있지만 지휘관으로선 쓸 수 없다고 말이지. 하기야 본인들에겐 말하지 않았다고 하네만…….”

  총참모장의 말에 다들 쓴웃음을 띄웠다. 총알받이라니 또 그런 심한…….

 

  “신경 쓰인다면 직접 공작에게 말해보게나.”

  총참모장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였다. 총참모장의 시선을 쫓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모습이 보였다. 웃음을 띄고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다. 뮈젤 대장도 함께다.

 

  “어떻습니까. 즐기고 있습니까?”

  온화한 어조로 공작이 말을 걸었다. 곁에 있는 뮈젤 대장과 비교하니 정말 정반대다. 흑색과 금색,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뮈젤 제독은 군인다움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공작은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두 사람, 사이가 좋다고 들었지만 사실이냐고 묻고 싶어진다.

 

  다들 입을 모아 즐기고 있다고 하자 공작은 쿡하고 웃었다.

  “사실은 이런 곳보다도 제아들러쪽이 좋지만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시선이 오갔다.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실제론 공작의 말대로라곤 해도 “이런 곳”이라고 들어버리면 대답이 곤란하겠지. 공작만이 싱글벙글이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기분은 있습니다만.”

  비텐펠트 제독이 답하자 공작이 소리 내어 웃었다. 몇 사람이 곤란하단 듯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공작과 비텐펠트, 두 사람 모두 곤란할 따름이다. 답하기 힘든 질문을 하는 상사와 그 질문에 답하고 마는 부하. 주변을 곤란하게 만든다…….

 

  “어떻습니까. 진정하기 어렵습니까. 켐프 제독, 렌넨캄프 제독, 파렌하이트 제독.”

  “……뭐, 그렇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렌넨캄프 제독이 뒤를 이었다.

  “저희들 세 사람은 무훈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선발된 일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비천한 평민과 빈곤한 귀족이 무훈도 올리지 않았는데 승진하여 함대사령관이 됐다. 입니까?”

  공작의 말에 얼굴이 굳는다. 나 혼자가 아니다. 다들 표정이 굳었다. 그 말대로다. 생각도 못한 비방은 아니지만 부정할 수 없다. 그걸 공작이 입에 담았다.

 

  “제가 경들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 전쟁터에서 안심하고 일군을 맡길 수 있는 지휘관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안심하고? 안심하고라는 건 뭘까? 능력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신뢰할 수 있다는 건가? 수수께끼 같은 말이다. 다들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전 평민으로서 태어나 공작이 되었습니다. 작위 따위라는 것이 전쟁터에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건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걸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전쟁은 간단하지 않아요. 그렇잖습니까?”

  확실히 그렇다. 전쟁터에서 작위 따위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바보 같은 지휘관을 기용했다간 병사들에게 불필요한 희생을 치르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우주함대 사령장관입니다. 전쟁터에서 무의미하게 병사가 죽어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보게 될 겁니다. 저는 그런 불합리한 일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경들을 고른 겁니다.”

  공작이 엄한 눈으로 우리들을 보고 있다. 아까 전까지 온화함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짜부라질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경들은 지휘관으로서 본분을 다할 것만을 생각하세요. 할 수 있을 겁니다.”

  “본분, 말입니까.”

  내 질문에 공작이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기는 것과 부하를 한 사람이라도 많이 데리고 돌아오는 것.”

  “…….”

 

  “지휘관은 그 이외의 것에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병사의 목숨 이상으로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공작은 표정을 풀고 “오늘은 마음대로 즐겨주세요.”라고 말을 남기고 곁에서 떨어졌다. 뮈젤 대장이 뒤따른다.

 

  “꽤나 엄격한 말씀을 하시는군.”

  켐프 제독이 중얼거리자 메크링거 총참모장이 답했다.

  “답답하셨던 거겠지.”

  “답답하다?”

  켐프 제독의 말에 메크링거 총참모장이 끄덕였다.

 

  “공작은 평민이면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양자가 되었지. 제국 최고 귀족의 당주가 된 것이다. 역풍이 우리들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겠지. 그렇지 않은가?”

  “과연. 확실히 그렇군.”

 

  다들 끄덕이고 있다. 평민이나 빈곤귀족이 정규함대 사령관이 된 것만으로 이런 소란이다. 총참모장의 말대로다. 공작이 되었을 때엔 얼마나 소란이었을지……. 이 정도의 하찮은 일로 고민하고 있는 건가. 공작의 입장에선 답답했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들이 선택 됐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된 이상, 응할 수밖에 없지.”

  총참모장과 켐프 제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하고 있는 두 사람을 다들 보고 있다.

 

  “그럼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망설이지 않고 지휘관으로서 본분을 다할 것, 이겠지.”

  “망설이지 않고 인가……. 그럼 우리들은 앞으로 전진할 수밖에 없다.”

  메크링거 총참모장이 다른 주변을 둘러봤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

 

제국력 487년 5월 3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꽤나 엄하게 말씀하셨습니다만. 괜찮은 겁니까?”

  라인하르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주변 사람들이 이쪽을 목례하고 있다. 거기에 답하면서 라인하르트에게 답했다.

  “저는 비난이 있을 것을 알고서 그들을 고른 겁니다. 그들도 각오를 해주지 않으면…….”

 

  라인하르트가 끄덕였다.

  “의미가 없습니까.”

  “예.”

  “……엄격하군요. 공작은. 옛날, 밴플리트에서 분노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밴플리트인가……. 개인의 무훈을 우선하지 말라고 했던 적이 있었지. 그리운 일이다. 내가 “그런 일도 있었지요.”라고 말하자 라인하르트가 끄덕였다. 둘이서 가볍게 웃었다. 주변 사람들이 우리들을 돌아봤다. 일일이 성가신 일이다.

 

  “페잔을 신용할 수 없는 이상, 반란군의 병력을 확정하기 힘듭니다. 그렇게 되면 색적활동을 늘려야 할 필요가 발생합니다. 조우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그렇군요. 함대사령관의 판단력을 묻게 될 것이다. 공작이 하신 말씀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뮈젤 제독이 그렇게 말해주시니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라인하르트가 가볍게 웃음을 띄웠다. 묘한 느낌이다. 라인하르트에게 격려를 받다니.

 

  “로이엔탈들에 대한 건, 괜찮으십니까?”

  “네. 그들의 말도 지당하니까요. 뮈젤 제독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 번은 은혜를 갚아야죠.”

  “……알겠습니다. 그때가 기대되는군요.”

  라인하르트가 웃음을 띄며 끄덕였다.

 

  “보내고 싶지 않아질지도 모르겠군요. 뭐라해도 그들은 유능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라인하르트가 웃는다. 나도 소리를 맞춰 웃었다.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뮐러 세 사람도 함대사령관으로 하고자 생각했다. 하지만 세 사람이 거절했다.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는 한 번도 라인하르트와 함께 싸우지 않은 채로 떨어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코르프트 대위의 건에서 라인하르트의 도움을 받았다. 또 코르프트 자작 건에서도 안네로제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었다. 그 빚은 전장에서 갚고 싶다. 그렇게 말했다.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지. 미터마이어 같은 사내에겐 마음에 걸리는 것을 남기지 않는 편이 좋다. 뮐러도 자신만 승진하여 이동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렇겠지. 그는 그런 녀석이다. 하지만 덕분에 탑클래스의 세 사람이 라인하르트의 밑에 있는 채다.

 

  뭐,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군부는 조금씩이긴 하지만 바라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앞으론 내정이로군. 국내를 안정하게 만든다……. 우선 귀족의 횡포를 막고 평민의 불만을 해소한다. 그리고 재정상태를 개선하여 장기출병에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만든다. 개혁파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생기겠군. 슬슬 브라케와 리히터를 부를까…….

 

...

 

우주력 796년 5월 5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양 웬리.

 

  통합작전본부의 본부장실로 들어가자 본부장 외에 카젤느 선배가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소파에 마주앉아 있다.

  “수고했네. 양 준장. 카젤느 옆에 앉게나.”

  “네.”

  이야기 내용은 상상할 수 있었다. 마음이 무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카젤느 선배 옆에 앉았다.

 

  “제국군의 방위 체제가 변경됐네. 이야기는 들었는가?”

  “5월 1일에 사령에 대해선 우주함대 사령부에도 정보가 돌았었습니다.”

  시트레 본부장의 질문에 답하자 카젤느 선배가 내게 A4용지의 보고서를 건냈다. 보고서를 받아 둘러봤다. 생각대로 신체제 내용이다. 내가 본 것보다 다소 자세하다. 페잔 경유로 새로이 정보가 들어왔나. 혹은 정보부가 조사했는가…….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당황하며 참았다.

 

  “이제르론 방면군인가. 어떻게 생각하나?”

  “그다지 좋지 않군요.”

  “좋지 않은가.”

  “예.”

  내가 답하자 시트레 본부장이 한숨을 내쉬며 끄덕였다.

 

  “이제르론은 요새 사령관과 주류함대 사령관 사이가 나쁜 걸로 유명했지. 제국에서도 몇 번인가 지휘계통을 통일화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네만…….”

  “실현화됐다. 그런 거군요.”

  “그런 거지.”

  본부장과 카젤느 선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 실제 문제로서 어느 정도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하나?”

  “지금까지는 요새와 함대가 각자 동맹군과 싸우자는 요소가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협력은 최소한의 것이었겠죠. 저희들이 파고들 틈도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 의해 지휘계통이 통일됐습니다. 이제르론 요새와 주류함대 연계는 이전에 비해서 꽤나 좋아졌을 겁니다. 이후, 대군을 이끌고 요새를 공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제르론 요새는 공략불가능, 그런 건가…….”

  탄식하는 듯한 어조였다.

  “가령 제국 모르게 요새를 포위하는데 성공한다고 친다면, 이쪽의 병력은 3개 함대, 약 5만 척일 겁니다. 하지만 40일 후엔 제국군에게서 원군이 도착합니다. 저희들은 40일 이내에 서로 협력하는 함대를 배제하고 요새를 함락해야만 합니다…….”

 

  “실제론 제국군의 증원은 좀 더 빨리 오겠지. 불가능에 가깝군……. 이제르론 요새는 진실로 난공불락이 되었다……. 양 준장. 우주함대 사령부에선 어떻게 보고 있나?”

  “우주함대 사령부에서도 공략은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기간에서 공략하기 위해선 대군을 운용하여 요새를 함락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더욱 손해를 입을 뿐인가…….”

  카젤느 선배의 말대로다. 그리고 현 상황에선 동맹군에게 그런 손해를 허락할 여유는 없다. 패전이 계속되어 군의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싸울 수 있는 함대가 적어지고 있다. 함대에 숫자는 채울 수 있어도 신병이나 경험이 부족한 병사가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고 있다…….

 

  “머리 아픈 일이군.”

  시트레 원수가 괴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최근, 동맹군은 제국군 앞에서 패배를 더하고 있다. 그 건으로 정부, 시민의 군부에 대한 비난은 심해질 뿐이다. 저번 싸움에서 동맹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 대해 두 배 이상의 병력을 준비했다. 공작을 두려워했다기 보다는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상의 패배는 군부에 대한 신뢰의 실추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고 말았다…….

 

  그 이후 정부내부에서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군부에 타진하는 목소리가 올라왔다. 소리 높여서가 아니다. 비밀리에다. 군 상층부에서도 그걸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제르론 요새를 함락하면 제국군의 공세를 억누를 수 있다. 군부의 재편에도 여유가 생기겠지. 지금이라면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에 의해 그 가능성도 극히 줄어들었다.

  “이번 조직 개편, 진행한 것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라 들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군. 페잔의 보고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네. 어려운 상대다. 이쪽의 수를 미연에 막고 있어…….”

 

  시트레 원수의 말대로다. 어렵고 성가시다고 할 수 있다. 전임자였던 뮈켄베르거 원수는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지휘관이었다.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숨이 막힌다. 목을 조금씩 졸리며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무서움이 있다.

 

  이제르론 요새 공략인가……. 가능하다면 최선의 선택이겠지. 하지만 대군을 움직여도 공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양, 왜 그러나?”

  정신을 차리자 카젤느 선배와 시트레 원수가 날 보고 있었다.

 

  ……말해볼까? 시험해 보고 싶은 작전이 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 우주함대 사령부에 상담해봐야겠지.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우주함대 사령부 안에서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만만찮음은 다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일단 그쪽에 검토하고 나서다. 시트레 원수에게 말하면 그게 결정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사령장관을 제쳐놓고 작전본부장에게 직접 호소하게 된다. 그건 피해야만 한다. 일단 우주함대 사령부에 상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