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93 화. 신왕조

추리닝백작 2020. 5. 28. 16:36

우주력 799년 11월 6일. 하이네센. 어느 소년의 일기.

 

  어제, 레벨로 의장이 제국이 제안한 신력을 받아들이고 내년부터 실행할 것을 제국에 요청한다고 의회에서 발표했다. 의회는 난리가 났다. 의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

  "루돌프 대제 탄신기념일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

  면서 의장에게 달려들었지만 의장은 완전 무시. 전날까지는 의장도

  "수용은 신중하게"

  라며 말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의원들도 레벨로 의장이

  "자유행성동맹은 제국의 동의 없이 국채 하나 만족스럽게 발행할 수 없는 보호국이란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시민의 생활을 희생할 각오가 여러분에게는 있습니까? 제국의 요청은 기본적으로 수용하는 방침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라고 말하자 반대하지 못했다.

 

  그래도 의장에게 사임하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의장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자네들이 자리를 대신해준다면 얼마든지 기쁘게 사임하도록 하지. 하지만 자유행성동맹 평의회 의장 자리가 얼마나 불편한 자리인지 이해하고 있는가? 그걸 이해하고 자네들은 그 자리에 앉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동맹에선 최고의 지위일지도 모르지만 제국에서 보면 신하 중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목을 칠 수 있는 신하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끝. 한심하다.

 

  하지만 레벨로 의장이 말한 것도 사실이다.

  제국이 그럴 마음이 있다면 의장의 목을 날리는 것 정도야 간단하겠지. 뭐라 해도 동맹 정부는 제국의 동의 없이는 예산 하나도 만들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리고 간다르바에는 제국군 2개 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지금의 동맹에는 제국군에 대항할 수 있는 전력은 어디에도 없다.

 

  심야 뉴스에는 신력에 대한 것과 레벨로 의장의 변모에 대한 것으로 난리법석이었다.

  하지만 신력을 수용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왜냐하면 자유행성동맹 건국기념일이라든가 은하연방 건국기념일이라든가 들어 있으니까 루돌프 대제 탄신기념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그렇긴해도 말이야. 루돌프 대제 탄신기념일에 축하따위 하고 싶지 않은 걸. 학교가 쉬는 건 기쁘지만.

 

  오히려 뉴스 아나운서들이 놀라고 있는 건 레벨로 의장의 변모였다. 나도 놀랐다. 레벨로 의장이 갑자기 제국의 대리인처럼 되어 버렸으니까.

  그야 제국이 하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뭔가 납득할 수 없다. 아나운서들은 레벨로 의장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다.

 

  제국군은 귀환했다. 동맹 시민은 동맹이 제국에 패배했다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제국의 요청을 반대하려 한다. 아마도 의장은 제국에게서 심한 갈책을 받은 거겠지. 그렇기에 서둘러 신력 수용을 발표했다.

  다시는 제국에게 갈책을 받지 않도록 동맹 시민에게 현실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일부러 동맹 시민에, 의회에게 엄격하게 나왔다…….

  아나운서가 말한 거지만 의장에게 있어선 제국보다도 동맹 시민 쪽이 더 성가신 존재라는 것 같다. 이상하네.

 

 

 

우주력 799년 12월 12일. 하이네센. 어느 소년의 일기

 

  어제 TV에서 이상한 방송이 있었다. 페잔에서 이뤄진 토론회를 촬영한 방송이었다.

  토론회 같은 건 재미 없기에 채널을 바꾸려고 했더니 엄마에게 "바꾸면 안돼"라고 혼났다. 뭔가 굉장히 중요한 방송이라는 것 같다.

  어른들 사이에선 중요한 문제라 이걸 보지 않으면 대화에 따라갈 수 없다며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시청했지만, 출연자는 은하제국, 페잔의 정치학자, 역사학자였다.

  페잔에도 정치학자라든가 역사학자가 있구나.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토론 내용은 조금 알기 어려웠다.

  엄마가 설명해준 거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의 은하제국은 루돌프가 만든 은하제국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골덴바움 왕조의 이름으로 부르는 건 옳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다른 왕조, 신왕조라 취급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아니 골덴바움 가문이 황제를 배출하고 있으니까 골덴바움 왕조가 아닌가, 라는 토론이었다.

 

  나도 골덴바움 왕조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신왕조로 취급해야 한다는 사람의 주장도 꽤나 논리정연해서 재미있었다.

  본래 루돌프가 만든 왕조라는 건 긴 세월 동안 부적합한 구석이 나오기 시작하여 어쩔 도리가 없어졌다. 사실은 붕괴하든가 분열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정치적 부패, 혼란이었다.

  정말로 분열하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되면 동맹이 제국을 지배하여 우주를 통일할 수 있었을 거다.

 

  프리드리히 4세는 신뢰할 수 있는 신하들과 함께 제국의 재건을 실행했다.

  하지만 그 때 프리드리히 4세가 재국 재건의 이념으로 한 것은 루돌프가 내건 이상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그게 3년 전의 5개조 칙령문이었다. 이념이 다른 이상 같은 은하제국이라고 할 수 없다.

  혁명 없이 같은 일족이 황제로서 군림하고는 있지만 같은 왕조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신왕조라 해야 하지 않은가, 라고.

  반론하는 사람은 골덴바움 왕조는 골덴바움 왕조이며 신왕조론 같은 건 어차피 과거의 악행에서 도망치기 위한 뻔한 수작이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엄마는 신왕조론에 "그렇네"라며 몇 번이나 끄덕이고 있었다.

  신왕조론에 찬성하는 거냐고 물으니 "실제로 심한 취급은 받고 있지 않잖아?"라고 되물었다. 루돌프 제국이었다면 우리들은 다들 반역자의 말예로 심한 취급을 받고 있었을 거라며. 합병에 30년의 유예를 준 것은 동맹 시민에 대해서 고려해준 것이라며.

  뭐, 엄마는 친제국파니까.

 

  오늘 학교에 가니 토론회를 봤던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나와 마찬가지로 가족이 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시청한 것 같다. 하지만 좋은 내용이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신왕조론을 다들 꽤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가 말한 거지만 신왕조론을 주창한 제국의 학자는 제국 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는 학자라고 한다. 그렇기에 그건 학자의 의견이 아니라 제국의 의견이라고 봐야 한다고.

 

  제국은 동맹의 반 골덴바움 감정이 강하기에 그걸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의 신왕조론도 그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다. 내가 제국도 루돌프 때문에 고생이라고 말했더니 다들 웃었다. 자손에게서도 고생거리 취급을 받다니 불쌍하단 생각도 들지만, 심한 짓을 했으니까 자업자득일까.

 

  친구가 내년 여름에 「로엔그람 백작」이라는 영화가 상영된다고 했다. 걔네 아빠가 영화 회사에서 일하니까 틀림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로엔그람 백작? 제국에서 반역자로 처형된 사람인데, 그런 영화를 만들어서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누가 볼 사람이 있는 걸까?

 

 

 

우주통일력 원년 1월 1일. 하이네센. 어느 소년의 일기.

 

  오늘부터 새로운 달력이다.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지만 그런 기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버렸다. 아마도 동맹 시민은 다들 나와 같은 기분이겠지.

  오늘 제국이 신왕조 성립을 선언했다. 은하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4세가 과거의 골덴바움 왕조 은하제국과 결별하고 새로운 왕조, 신은하제국의 성립을 선언한다고 말한 거다.

  경악했다. 평범한 신년 인사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작년부터 나오고 있던 신왕조론은 오늘을 위해서였구나. 그리고 페잔으로 천도하여 거기에서 우주를 통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알고 있던 거지만 황제가 선언한 거니까 정말 페잔으로 천도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천도인가. 조금 상상하기 어렵다.

  오딘에선 폭동이라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이네센에서 페잔으로 천도한다고 말했다간 하이네센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동맹에선 신왕조론에 대해 토론회라든가 강연회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특집이라든가 꾸리고 있는 신문도 많다. 조금씩 신왕조론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늘 선언으로 단숨에 늘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의회에서 의원이 레벨로 의장에게 신왕조론에 찬성이냐고 질문했지만 레벨로 의장은 "물론"이라고 답했다. 제국은 헌법을 만들어 시민의 권리를 지키려 하고 있다. 어딜 봐도 다른 왕조겠지, 라며. 그걸로 끝이었다.

 

  신왕조론은 제국을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다. 동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제국에 협력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맹인에게 있어 루돌프가 만든 제국을 인정하는 거냐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4세가 만든 신제국, 신왕조라면 그런 비난을 피할 수 있다. 그런 거겠지.

 

  교활하다. 방식이. 아마도 발렌슈타인 원수다. 우주에서 가장 교활한 책략가. 비겁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음모가.

  조금씩이긴 하지만 동맹인을 거미줄로 칭칭 올가매듯이 자신의 아군으로 만들고 있다. 정말이지 비겁하고 음침한 녀석이다. 다들 속고 있지만 나는 속지 않을 테니까.

 

 

 

우주통일력 원년 1월 10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눈앞에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국인이 있다.

  "율리우스 엘스하이머입니다. 이번에 자유행성동맹 주재 대사로 임명 받았습니다. 이게 제국 정부의 신임장입니다."

  임명장을 받아 내용을 확인한다. 확실히 율리우스 엘스하이머를 은하제국 대사로 자유행성동맹에 파견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신자에는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의장 죠안 레벨로 님이라 쓰여 있었다. 그리고 서명은 은하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4세.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의 이름도 적혀 있다.

 

  "틀림 없군요. 잘 오셨습니다. 엘스하이머 대사.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의장, 죠안 레벨로입니다."

  악수를 하자 격렬할 정도의 플래시가 집무실을 덮쳤다. 매스컴에게 있어서도 세기의 순간이다. 내일 1면은 이 사진이겠지. 우주통일 원년을 대표하는 사진이 될지도 모른다.

 

  은하제국의 황제가 자유행성동맹의 최고평의회 의장에게 신임장을 쓴다. 재차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앞으로 30년이면 그것도 끝난다고 쓸쓸하게 생각했다.

  좀 더 빠른 시점에서 동맹과 제국 사이에 강화를 맺을 수 있었다면……. 어느 시점이라면 양국 간에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매스컴을 내보내고 소파에 앉아 새삼 마주 앉았다. 젊다, 라고 생각했다. 트류니히트의 말로는 개명파 중 한 사람으로 발렌슈타인 원수의 신뢰가 두텁다고 한다.

  그리고 간다르바 성역에 있는 제국군의 지휘관, 코르넬리우스 루츠 원수의 매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도 고려하여 대사로 발탁한 거겠지.

 

  "대사관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대단찮은 일입니다. 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만."

  동맹 정부가 준비한 대사관이다. 일단은 도청기 탐색이 대사관 직원의 첫 업무가 되겠지. 하기야 그런 건 설치하지도 않았지만.

 

  "동맹 정부에서 제국으로 대사를 파견하는 건 언제쯤이 되겠습니까?"

  "처음엔 오딘으로 보내려 생각했습니다만 제국이 페잔으로 천도하는 게 되어 직접 페잔으로 보내기로 되었다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예. 그렇게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이쪽에서 요청했다. 좀처럼 대사가 정해지지 않는다. 머리 아픈 일이다.

 

  "7월에는 천도가 끝날 거라 들었습니다. 준비 같은 것도 포함해서입니다만, 그 1개월 전에는 페잔에 도착할 필요가 있겠죠. 늦어도 4월 말에는 하이네센을 출발하게 될 겁니다."

  "그렇군요."

  엘스하이머가 응응하고 끄덕였다.

 

  "제가 뭔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아뇨. 지금으로선 없습니다. 그보다도 제국으로 보낼 대사 인선도 이제부터 정해야하는 것이라……."

  "그렇게나 어려운 상황이십니까?"

  표정이 어둡다.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결코 편한 자리가 아니니까요. 동맹과 제국 사이에서 등만 터지는 자리가 아닌가, 불안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엘스하이머가 끄덕였다. 제국과 동맹은 서로 입장이 다르다. 제국은 승자, 동맹은 패자. 제국에서 동맹의 대사가 어느 정도 존중될 것인가,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발렌슈타인 원수는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취급을 받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감이지만 동맹인 대다수는 그 사실을 모릅니다. 곤란한 일입니다."

  "확실히."

  나쁜 사람은 아니군. 그렇게 생각했다. 제국은 나름대로의 인재를 보낸 것 같다.

 

  "동맹 정부로선 시급히 군인을 민간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경기부양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말씀이 맞습니다.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게 되는 사태는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국 정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엘스하이머가 끄덕였다.

 

  "국채 발행이군요."

  "말씀대로입니다. 협력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자유행성동맹군의 군축은 제국 정부도 바라고 있는 바입니다. 시급히 동맹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을 돕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가까운 시일 내에 검토회를."

  "알겠습니다."

  일단은 말을 우물가까지 끌고 오는 것까진 할 수 있었다. 나머진 말이 이쪽이 내미는 물을 마실지 아닐지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