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94 화. 재무 관료의 고민

추리닝백작 2020. 5. 28. 16:36

우주통일력 원년 2월 3일. 오딘, 신무우궁. 라이너 폰 게르라흐

 

  "이게 동맹 정부가 제출한 국채 사용 내역인가."

  "예."

  "총액 250억 디나르, ……조금 많은 게 아닌가?"

  리히텐라데 후작이 의문을 표하자 발렌슈타인 원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조금 많다. 재무성에서도 그 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다. 부적당하게 많다는 건 아니다.

 

  "재무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금 많이 계상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깎을 것을 상정하고 있는 거겠죠."

  내가 답하자 후작이 "흠"하고 재미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그리고 원수에게 시선을 향한다. 다시 원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겠죠. 어느 나라라도 재무 관료의 업무는 세금을 뜯어내는 일과 타인이 만든 예산안을 삭감하는 일입니다. 덤으로 지갑 주머니를 꽉 쥐고 있는 일."

  이번엔 리히텐라데 후작이 쓴웃음을 지었다.

  "경은 심한 말을 하는군."

  "제가 틀린 소릴 했습니까?"

  "아니. 나도 재무상서를 역임한 적이 있으니 그 부분은 이해하고 있네. 부정할 순 없지. 예산 절충은 흥정이나 마찬가지니. 지금 생각해도 지긋지긋하군."

  옛일을 생각한 거겠지. 후작이 표정을 찡그렸다. 그 말대로다. 예산 절충 시기는 위가 아파온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받아들일 건가?"

  후작이 나와 원수를 돌아봤다.

  "재무성에선 받아들여도 좋지 않은가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호오, 드문 일이군."

  리히텐라데 후작이 재미있다는 듯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게 비아냥거리지 않아도 말이지…….

 

  "이 예산안에 대해 하이네센의 엘스하이머 대사에게서 디나르 통화 가치가 하락 경향에 있다는 점, 이대로 가면 군축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그렇군."

  "게다가 경기부양책은 어중간하게 해선 효과가 없습니다."

  "어차피 할 거라면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건가."

  "예."

 

  동맹령이라면 지금까지도 이제부터도 1디나르는 1디나르지만, 페잔 마르크, 제국 마르크와 비교하게 되면 그렇게만 말하고 있을 순 없다.

  경기부양책이라고 한다면 공공사업이겠지만, 변경 개발에는 페잔의 협력이 필요하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커지게 되겠지.

 

  그리고 동맹의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동맹군의 군축은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동맹군 군축은 제국군의 재편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동맹군 해체가 진행되지 않는 한 제국군 재편도 있을 수 없는 거다. 다시 말해 재무성은 군사비 삭감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미 제국령내의 변경성역에선 개발이 노동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까지 진척되어 있다. 아니 필요한 상황이 되고 있다.

 

  군대에서 민간으로 인원을 돌리고 동시에 군사비를 깎아 변경 개발로 돌린다. 그에 의해 더욱 개발을 진행시키고 변경을 개발한다. 제국의 재무 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하며 변경을 개발하기 위해선 시급하게 실시해야만 한다.

  동맹의 경기부양책은 제국의 안전보장, 재무문제, 경제문제 그 자체인 것이다. 재무 관료가 동맹에게서 받은 제안에 다소 눈썹을 찡그려도 목소리 높여 반대하지 않는 건 그것 때문이다.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령장관."

  "받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디나르의 화폐 가치가 안정되지 않으면 화폐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볼테크로부터 우려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리고 화폐 통일은 국가 통합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급히 동맹의 경제를, 디나르를 안정시켜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필요합니다."

  그렇군. 그게 있었나. 리히텐라데 후작이 크게 끄덕였다.

 

  "알았다. 동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원수가 고개를 숙였기에 서둘러 나도 고개를 숙였다.

  "그건 그렇고 통일이라니 성가신 일이다. 저쪽의 일까지 고려해야만 하니까 말이야. ……단순 계산으로 부담이 2배로군."

  정말이지 동감이다. 군사비의 증대, 유족연금의 증가, 세수 감소에서 겨우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우주통일력 원년 2월 17일. 하이네센. 양 웬리

 

  "군대를 그만 뒀다고? 퇴역이 받아들어졌다고 카젤느에게서 들었다."

  "지금의 동맹군에서 저 같은 사람은 필요 없겠지요. 지금 필요한 건 카젤느 선배 같은 사람입니다."

  내가 답하지 시톨레 전 본부장이 희미하게 끄덕였다. 아무래도 걱정하여 방문한 것 같다. 혹은 카젤느 선배에게서 부탁을 받았던가.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인가?"

  "3월까진 이 관사에서 나가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뒤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닙니다만, 페잔이라도 가볼까 하고……."

  "페잔인가."

  "예."

  시톨레 전 본부장이 다시 끄덕였다.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율리안은 페잔으로 가고 싶어하고 있다. 율리안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일반인으로 끝날 것인지, 혹은 국가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하지만 가능성을 생각하면 하이네센에 있는 것보다 페잔으로 가는 편이 좋겠지. 지금부터 우주는 틀림 없이 페잔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 안에서 율리안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지…….

 

  "우연이군. 실은 나도 페잔으로 가게 되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동맹의 대사로서 페잔에 취임하게 됐어."

  "그건……."

  "바로 얼마 전까진 아무도 대사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시톨레 전 본부장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레벨로 의장 곁에 스스로 대사가 되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제국이 동맹이 제시한 국채안을 삭감하는 일 없이 승인했지. 그것 때문에 제국을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한 것 같아. 당연하지만 제국에는 제국의 생각이 있다. 국채안을 승인한 것도 그 생각에 의한 거다. 제국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양. 자네라면 알겠지?"

  "예."

  알고 있다. 호의나 선의만으로 제국이 움직일 리가 없다. 그들은 극히 냉철하다. 동맹의 요구를 받아들인 건 거기에 제국에게 있어서도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이해하는 사람은 대사가 되려 하지 않아. 어려운 임무가 될 거니까 말이야. 하지만 대사에 필요한 사람은 그 점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각하께서?"

  "그래. 레벨로에게 부탁을 받아서 말이야. 받아들이기로 했다."

  각하가 웃음을 지었다.

 

  "양. 어떤가? 자네도 함께 가지 않겠나? 날 도와주길 바라네만."

  "돕는다……?"

  "내 실무자로서 페잔으로 함께 가주길 바라네."

  "……."

  "방금 전 자네는 동맹군에는 자신이 필요 없다고 말했었지. 그럴지도 모르네. 하지만 페잔에는 자네가 필요하네. 적어도 나에겐 자네가 필요해."

  내가 필요하다?

 

  "각하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시톨레 전 의장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 자네에게 권하기 위해 왔네."

  "……."

  "양, 제국에선 중앙은 전제군주제지만 지방자치에선 민주공화정을 도입해도 좋지 않은가라는 의견이 있는 것 같아."

  "지방자치에서 민주공화정을……."

  시톨레 전 의장이 끄덕였다. 그런가. 지방자치라면 정치사상에 의한 대립은 적다. 그리고 영향도 한정된다.

 

  "그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아. 트류니히트 전 의장에게서 레벨로 의장에게 보고가 있었다."

  트류니히트 전 의장에게서…….

  "민주공화제를 끊어지게 해선 안 되네. 설령 지방자치라도 시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시킨다. 그 이상을 남겨야만 하네. 아닌가?"

  "……."

 

  "그러기 위해선 우리들은 제국의 신뢰를 쟁취해야만 하네. 지방자치에 민주공화제를 도입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만 하는 거야. 도와주지 않겠나? 다들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다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질문하자 전 본부장이 끄덕였다.

 

  "제국에선 트류니히트 전 의장이 민주공화제를 남기기 위해 싸우고 있네. 동맹에선 레벨로, 호안이다. 우리들은 국가를 존속시키기 위한 싸움에 패배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민주공화제를 남기기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시톨레 전 본부장이 날 보고 있다. 강한 시선이다. 전 본부장에게 있어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다. 아니, 전 본부장만이 아니다. 트류니히트, 레벨로, 호안, 그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멘주공화정 국가가 아니라 민주공화제를 남기기 위한 싸움…….

 

  "알겠습니다.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잘 부탁하지."

  "페잔에는 언제까지?"

  "6월에는 저쪽에 도착할 필요가 있어. 하이네센은 늦어도 4월 말에는 출발할 생각이야."

  그렇다면 2개월은 어딘가에서 머물러야 할 필요가 있나…….

 

  "주거가 필요한가?"

  "네."

  "이대로 4월까지 여기에 있으면 되네."

  "하지만."

  전 본부장이 소리 내어 웃었다.

 

  "자네는 지금 이 순간부터 정부 직원이다. 관사에서 지내도 아무 문제 없어. 레벨로에겐 말해두었네. 샤논 국방위원장에게도."

  "그렇군요."

  아무래도 내가 페잔으로 가는 건 기정사실이었던 것 같다. 손바닥 위에서 춤췄단 느낌이 들지만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주통일력 원년 3월 15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어떤가? 그쪽 상황은.」

  "나쁘지 않네. 이쪽이 제출한 국채 요청을 제국이 무조건으로 수용해줬으니까. 조금씩이지만 경제 상황은 향상되고 있어."

  「아직 실제로는 아무 것도 나아진 게 없지 않나? 」

  "선전 효과라는 거지. 제국은 동맹을 억압하려 하지 않는다고, 동맹 시민은 안심한 모양이다. 은연 중에 신제국파라 불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화면에 비춘 트류니히트가 소리 내어 웃었다.

 

  제국이 이쪽의 제안을 무조건으로 받아준 것엔 솔직히 놀랐다. 엘스하이머의 조언도 있었다고 하지만, 제국 정부에도 동맹을 필요 이상으로 억압하려는 의사는 없는 거겠지. 물론 거기에는 동맹이 30년 후의 통일에 협력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럼 조금은 자네 입장도 괜찮아졌는가? 」

  "그렇지도 않아. 동맹 시민의 나에 대한 평가는 제국의 얼굴마담이자 배신자라고 하더군."

  「탄핵 운동이라도 일어나고 있는가? 」

  트류니히트가 걱정하는 표정을 보였다.

  "유감이지만 그런 게 일어날 정도로 최고평의회 의장 자리는 매력적이지 않아. 경제 공황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내 지위는 반석이라네."

  「그런가.」

  조금 쓸쓸한 표정을 트류니히트가 보였다. 그런 표정을 짓기 말게. 트류니히트. 정권이 반석인 건 좋은 일이니까.

 

  "그쪽은 어떤가? 트류니히트."

  트류니히트가 웃음을 보였다.

  「바쁘네. 이쪽은. 헌법 제정, 게다가 천도도 준비해야 하니까.」

  "그런가."

  「천도 때문에 가장 바쁜 건 궁내성이군. 황제 주거를 어떻게 할 건지 때문에 난리법석이야. 게다가 지금의 신무우궁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문제도 있어.」

  "그렇군."

  개인의 이사도 큰일인데 천도쯤 되면……. 잘 상상이 안 가는군.

 

  "그래서 신무우궁은 어떻게 되는가?"

  「처음엔 별궁으로서 유지한다는 게 궁내성의 생각이었네만. 유지비가 무지막지해서 말이야. 페잔에 천도하면 오딘의 별궁따위 15년에 한 번 쓸까 말까겠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판매하는 것도 어려워. 내무성은 골치를 썩히고 있어. 상담을 받은 재무성은 도망쳤다.」

 

  "그 판단은 올바르겠지. 나라도 재무상서였다면 도망쳤다."

  트류니히트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동감이다. 궁내성 내부에는 일부를 별궁으로 하고 나머지를 해체하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어. 하지만 그 해체할 비용도 막대하고 신무우궁은 역사적인 가치도 있으니까. 해체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해.」

  그렇군. 제국은 500년 동안 이어져왔다. 신무우궁은 500년 동안 제국의 중심에 있었던 셈이다. 해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한 건 당연하겠지.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가?"

  「그대로 박물관으로서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는 건 어떤가라는 의견이 나와있어. 영화 회사의 촬영지로서 이용한다든가. 그 수익으로 지금 상태대로 유지 관리하는 거다.」

  "그러군. 재밌는 생각이다. 영화 촬영에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겠지. 흑진주의 홀이라든가."

  트류니히트가 "그럼, 그럼"이라며 기분 좋게 끄덕였다.

 

  「참고로 발안자는 나다. 정부가 천도하면 오딘은 활기를 잃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신무우궁만이 아니라 정부 관계의 건물이 여러 채 있어. 관광도시로서 재탄생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네. 궁내성은 싫은 표정이지만 재무성은 양손을 들고 찬성하고 있지.」

  "뭐야. 자기 자랑인가."

  「뭐, 그런 걸세.」

  둘이서 소리 높여 웃었다. 이렇게 웃은 건 오랜만인 기분이 든다. 기분이 좋았다.

 

  「조금씩이긴 하지만 주변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네. 그렇게 되면 이런저런 정보도 들어오니까 말이야.」

  "수고하는군. 트류니히트."

  트류니히트가 어깨를 으쓱이는 제스쳐를 취했다.

  「걱정 없네.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어. 게다가 이제 곧 시톨레 원수, 양 제독과도 만나게 되겠지.」

  "그렇겠군."

 

  「자네야말로 무리하지 말게. 조금은 휴식도 취해.」

  "노력하라곤 말하지 않는 건가?"

  「말하지 않아도 노력하고 있겠지? 」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성격이라서."

  「조심하게. 발렌슈타인 원수도 자네를 걱정하고 있어. 진지한 건 좋지만 자신을 너무 몰아 세우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야.」

  "그런가."

  발렌슈타인이…….

 

  「냉철하긴 하지만 의외로 사람을 돌보는 구석도 있어.」

  "의외? 그렇게 말해도 좋은 건가?"

  「정정하지. 무척이나, 라고 말이야.」

  다시 둘이서 웃었다.

  「지금은 내가 통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직접 대화하는 것도 좋겠지. 적이라면 만만찮지만, 아군이라면 든든한 상대다.」

  "아군인가……."

  트류니히트가 끄덕였다. 얼굴에 웃음기는 없다.

 

  「아군으로 삼아야 하네. 레벨로. 적대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면서 민주공화제의 존속을 목표로하는 거야.」

  "그렇군."

  트류니히트는 제국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 혼자에게만 맡겨둬선 안 되겠지. 제국과 협력 체제를 강화한다. 그걸로 제국의 신뢰를 얻는다. 설령 동맹 시민에게서 배신자라고 경멸을 받는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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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본편은 최종 갱신 2016년 6월 18일, 294화를 끝으로 사실상 연중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코코아가 우주를 통일할 것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