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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_DENSETSU 03

추리닝백작 2020. 6. 18. 22:09

  다시 콜로세움의 개최일이 찾아왔다. 오늘 참가자는 10명. 『아카디아의 처녀들』이 총출동한다. 대전 상대 팀은 비공개다. 경기장에 발을 내딛을 때까지, 어떤 적과 싸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대기실에 모인 우리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서로의 얼굴을 기억에 새긴다. 오늘 밤은 틀림 없이 격전이 될 것이다. 여기에 모인 얼굴 중 몇 사람은 대기실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혹은 나 자신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총동원―――다시 말해 팀의 소모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뜻이다. 디렉터들은 차회 이후의 흥행에 『처녀들』의 출장 예정을 짜놓지 않았다. 우리들을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적이 경기장에 나타난다. 대전자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예감을 확신으로 바꿨다.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오늘 밤 사냥은 일찍이 없을 정도의 거물을 상대하게 되겠지."

  긴장을 숨기지 못하는 『처녀들』을 향해, 아탈란테는 늠름하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 없다. 밤의 어둠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달은 빛나기 마련. 우리들에겐 여신의 가호가 있다."

 

  다들 끄덕이고,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물론 그리스의 영웅이라는 인격 설정이 되어 있는 아탈란테 이외엔, 아무도 여신에 대한 신앙심 따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중에는 『아르테미스』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기초교양도 인스톨되어 있지 않은 자조차 있다.

 

  그래도 우리들은 기도한다. 달리 누구에게든 기원할 상대는 없으니까. 인간을 사랑하며 이끈다는 신에게 바이오로이드의 기도는 닿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의 피조물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우리들이 기도를 바치는 곳은 오래 전에 잊혀진 달의 여신이 아니라, 우리들의 여왕, 아탈란테의 말씀 그 자체다. 우리들을 지키고,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필승의 전사. 그 말씀이 허구의 정신으로부터 짜여진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들에게 있어서 믿고 숭배하기에 합당하다.

 

  "함께 증명하자. 아카디아의 영광을. 종말의 세계조차 영원히 비출 등불로서!"

  "말씀대로 이루어지길. 우리들의 여왕, 준족의 그대여."

 

  아탈란테를 선두로하여 우리들은 의연하게 고개를 들고 콜로세움으로 입장한다. 땅울림처럼 큰 환성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그걸 더욱 고무하는 듯이 스피커에서 사회진행자의 서두 멘트가 울려 퍼진다.

 

  『방송을 지켜보시는 전세계의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객석까지 방문해주신 프리미엄 회원 여러분! 선혈의 궁전에 잘~~~오셨습니다! 오늘은 덴세츠 엔터테인먼트가 총력을 결집하여 마련한 스페셜 콜라보레이션을 보내드립니다! 그야말로 선열하며 처참한 꿈의 경기를!』

 

  흥분으로 끓어 오르는 객석의 열량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당혹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전자 입장 게이트는 닫혀진 채로, 전혀 열릴 기색이 없다. 지금 바로 시합이 시작되리라 바람을 잡는 사회자의 말과 달리, 콜로세움에 서있는 것은 우리들, 아카디아의 처녀들 뿐이다.

 

  "이건 대체……."

  아탈란테가 말을 꺼낸 그 순간, 머리 위에서 괴조와도 같은 실루엣이 한 순간 통과한다. 제7세대 개수형 스트라이크 안젠. 초음속. 위험할 정도의 저고도―――

 

  "엎드려!" 돌연 동료들에게 외치고, 몸을 숙인다. 다음 순간 충격파가 회장을 유린하고, 폭격을 받은 것처럼 모래 먼지가 휘몰아쳤다. 하지만 방어 필드를 전개하고 있는 객석엔 어떤 위험도 닿지 않는다. 성대한 연출에 입장자들의 환성은 더욱 한층 높아졌다.

 

  곧바로 몸을 일으킨 우리들은,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동체 시력으로, 두꺼운 모래 바람 너머에서 마침내 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젠의 폭탄고로부터 투하된 한 명의 소녀. 낙하산도 쓰지 않고 우아하게 콜로세움에 춤추듯 내려온, 기동형 바이오로이드.

 

  그리고 울려 퍼지는 소닉붐 폭음의 잔향에, 상쾌하게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가 일어난다.

  "여러분! 약속해주세요! 악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그 때 경기장의 열광은 그야말로 정점에 달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도전자,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 상대하는 것은 연전연승의 챔피온, '질주하는 아탈란테'가 이끄는 '아카디아의 처녀들'이다!』

  『자, 피로 피를 씻는 향연 끝에! 콜로세움을 지배하는 자는 누구인가!?』

 

  "원진, 준비!" 기동형 바이오로이드와의 대전 이론에 따라 아탈란테가 호령을 내린다. 적은 자유자재로 공중을 달리며 우리를 농락하는 일격이탈 전법을 걸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철벽의 방어 진형으로 요격하여, 한 순간의 카운터로 승기를 찾아낼 뿐.

 

  하지만 콜로세움에서 불패를 자랑하는 아카디아의 처녀들도, 영상 부문과의 콜라보레이션 매치는 첫 경험이었다. 검투사의 상식이 통용하지 않은 미지의 기습은 우리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매~지~컬~, 루치노이・프라띠바딴까비・그라나타묘또!" 모모의 러시아어 영창과 함께, 귀여운 지팡이의 끝에서 폭탄이 발사된다. 로켓 모터의 화염과 함께 날아오는 탄체가 성형작열탄이 아니라 파편유탄이라는 걸 보고 눈치챈 나는 전율로 등골이 얼어붙었다.

 

  "산개!" 절박한 아탈란테의 지령에 우리들도 또한 즉시 반응한다. 하지만 첫 번째 진형을 잘못 선택한 부채의 값은 비쌌다. 더욱이 우리들이 매일 행한 훈련은 격투전 뿐으로, 폭발물을 포함한 전술 따위 상정 외다.

  결국, 도망치는 게 늦은 3명의 처녀가 모모의 초탄에 찢어발겨졌다.

 

  『어이쿠우!? 초회 예고에 등장한 모모 쨩의 신병기가 한 발 먼저 이 콜로세움에서 보여집니다! 이거야말로 매지컬 RPG 스틱! 세부까지 충실하게 재현된 레프리카는 덴세츠 프리미엄 온라인에서 지금 시각부터 예약 접수 개시! 이 찬스를 놓칠 수는 없지요!』

 

  "이 놈, 단순한 멧돼지가 아니다…마수인가!"

  일찍이 없었던 적수에 경악하면서도, 이걸로 두려워할 아탈란테는 아니다.

  "적은 한 명이다. 포위하여 움직임을 멈춰라!"

  하지만 그런 아탈란테의 용맹을 비웃듯이, 이제 와서 도전자 게이트의 셔터가 열리기 시작했다.

 

  『자, 오늘의 스페셜 서프라이즈 제2탄! 모모 쨩의 궁지에 마음을 졸일 당신을 위해! 이곳 경기장에서 준비한 무장AGS의 원격 조종 패스를 특별 가격으로 발행합니다! 자택에서 조종 콘솔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참가 가능!』

 

  "그럴 수가……." 사회자의 통고에 귀를 의심할 새도 없이, 셔터 안쪽에서 폴른 형 AGS가 앞을 다투 듯이 콜로세움 안으로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려왔다. 『완매! 조종 패스,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완매입니다! 자, 오늘 밤 마법소녀를 구할 매직 젠틀맨은 누구인가!?』

 

  10기, 20기…뒤를 이어 출현하는 폴른의 군단에 우리들은 말을 잃는다. 오늘 밤 시합은 시청자 참가형…매지컬 모모가 단독으로 팀전 리그에 나타난 것은, 이런 취향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고마워! 모모는 결코 지지 않아!"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폴른의 무리를 향해 인사하는 모모. 관객석의 흥분은 정점을 넘어, 모모 콜 일색으로 물든다.

 

  역시 시합 전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디랙터는 이 시합에서 아카디아의 처녀들을 버릴 생각이다.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의 차기 시즌에 대비한 프로모션으로서. 그것이 영상 부문, 검투사 부문을 총괄하는 덴세츠 흥행사의 총의인 것이다.

 

  절망에 빠진 나머지 처녀 중 한 사람이 무릎부터 무너진다. 나는 순간 그 팔을 잡아, 어깨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무릎도 떨고 있었다. 더 이상 콜로세움은 투쟁의 장이 아니다. 우리들을 씹어 뜯고, 잘게 부수기 위한 처리 장치일 뿐이었다.

 

  그 때였다. 아탈란테가 소리 높여 웃음을 터트린 것은.

 

  "아아, 이 무슨 난적! 이 무슨 역경! 신들의 기대가, 흥분이, 지금 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동료들 모두가 창백해진 와중, 그녀는 마치 축제 연주를 들은 어린아이처럼 환색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들의 목숨은 여기서 의미를 얻었다. 자, 영광을 잡도록 하자. 이 전투는 분명 영원히 읊어지는 휘광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여왕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녀의 그 말에 아카디아의 처녀들은 공포를 버렸다.

 

  그녀는 허구. 창조자의 장난으로 혈육을 얻었을 뿐인 허구. 하지만 그래도, 죽음만을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나 떨어진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선망하기에 합당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전투의 의미를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다니. 이 무슨 눈부시게 숭고한 삶의 자세인가.

 

  우리들이 믿어 의심치 않을 것, 숭배하여 마땅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전장을 달리는 준족의 용사의 모습 뿐.

 

  "전원, 아탈란테를 호위하라! AGS를 여왕에게 다가가게 놔두지 마!" 나는 동료들에게 그렇게 외치고, 가장 먼저 폴른의 무리 한 가운데로 달려들었다. 함성소리를 높이며 다른 처녀들이 뒤를 따른다.

 

  일찍이 우리들은 군용AGS 3기와 변칙 시합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 때엔 5명의 동료가 희생이 되면서도 신승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검과 창은 군용기의 장갑을 꿰뚫기엔 너무나도 무르고, 그리고 얇은 천을 감싸고 있을 뿐인 나신은 30mm 중기관포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터진다.

 

  그 사투에서 살아남은 처녀라면, 강철 살육병기의 위협은 뼛속 깊이 세겨져 있다. 30기를 넘는 대군을 돌파하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에게 유일한 활로가 있다고 한다면, 전황을 난전 상태로 가져가 조금이라도 적을 소모하게 만드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무책 무모한 돌격은 기대하지 못한 성과를 올렸다. 일찍이 우리들을 고전하게 만들었던 AI제어의 AGS와 달리, 초보나 마찬가지인 시청자들이 원격 조종하는 폴른은 전혀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숫자가 방해가 되어 서로의 발을 걸고 넘어지는 꼬라지였다.

 

  그에 더해 폴른의 대군은 모모의 공격을 방해하는 방패도 되었다. 아마도 모모는 상품 판촉을 위해 매지컬RPG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시를 받았겠지. 하지만 큰 돈을 쓰고 참가권을 얻은 시청자의 폴른을 오인 사격할 수는 없다. 유탄이라도 맞는다면 더더욱 문제다.

 

  결국, 모모는 폴른 집단 한 가운데로 뛰어든 아카디아의 처녀들을 공격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탈란테가 일방적으로 투척창으로 모모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왕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처녀들은 연계하여 폴른의 착란을 부추긴다.

 

  처녀들이 나를 포함하여, 검 외에 예비무장으로서 채찍을 휴대하고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어차피 검으로는 AGS의 장갑에 유효타를 입힐 수 없다. 오히려 이족보행형태의 폴른의 다리를 채찍으로 휘감아 넘어뜨리는 전법은, 인내력이 없는 조종사들을 짜증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성과로 이어졌다.

 

  난사되는 총탄 속에서, 한 사람 또 한 사람 처녀들이 부상을 입고, 쓰러져간다. 하지만 그것의 배는 되는 숫자의 폴른이 서로의 오사로 파괴되어갔다. 모모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던 객석에서도, 점차 야유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건 운영측에서도 상정 외의 전개였겠지.

 

  『지금부터 매직 젠틀맨 제2진의 모집을 개시합니다! 조종 패스를 희망하시는 분은―――어이쿠, 완매! 완매입니다!』 아나운스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폴른이 게이트에서 나타났다. 그 외견으로도 알 수 있는 무장 변경에, 나는 전율했다.

 

  화염방사기―――아마도 30mm포가 쓰기 어렵다고 시청자에게서 클레임이 들어온 거겠지. 새로이 나타난 폴른의 머리 아래에 설치된 무장은, 아군 AGS에 피해를 주지 않고, 바이오로이드에게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흉기였다.

 

  정체된 전황은, 단숨에 타개되었다. 증원 폴른의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흩뿌려대는 네이팜 불꽃은 콜로세움을 작열 지옥으로 바꾸고,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분투하고 있었던 처녀들을 일소한다.

 

  불덩이가 된 처녀 중 한 명이, 그래도 최후의 함성을 지르며 화염을 내뿜는 폴른 한 체에 달려들어, 장갑 틈새에 검을 찔러 넣었다. "아카디아를…위하여…" 화염에 익어버린 폐 속에서 마지막으로 내뿜은 숨으로, 그녀는 그렇게 외치고, 힘을 다했다.

 

  무참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에 객석이 갈채를 짖어 댔다. 무척이나 무참하고 무의미한 저항으로 보였겠지. 하지만 나는―――산화한 동료의 잔해 옆으로, 폴른의 총대에서 이탈한 화염방사기 유닛이 뒹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화염의 빗속을 헤쳐나가, 나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쟁취한 성과에 달려든다. 방아쇠의 위치와, 연료 잔량을 즉시 확인. 할 수 있다…어쩌면 기사회상의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 반경의 찬스가.

 

  폴른 군단이 처녀들을 거의 전부 청소했을 쯤에, 아탈란테와 모모는 일기토의 양상으로 진척되고 있었다. 하지만 모모는 아탈란테의 투척창에 견제를 받아 이쪽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 화염방사기로 측면에서 기습을 걸면,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주위 폴른의 방사기가 일제히 나에게 향해진다. 다음 순간, 나는 횃불처럼 불타오르겠지. 하지만 한 발 먼저 앞설 수 있다면―――승리를, 아탈란테에게 진상할 수 있다.

 

  나는 몸을 지키지 않고 일고의 생각도 하지 않고 화염방사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화염이 내뿜어지기 한 발 먼저 모모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기동형이기에 가능한 경쾌한 비행으로 내 화염방사를 회피하는 모모. 그런 바보 같은…그녀는 아탈란테만을 보고 있었을 텐데…그리고, 그런 곤혹스런 생각을 할만한 여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점에 더더욱 놀랐다. 나를 불태워 죽이려던 폴른은?

 

  돌아보자 거기에는, 나를 노리고 있던 폴른을 무찌르는 아탈란테의 모습이 있었다. 귀신 같은 창술로 센서 유닛만을 파괴당한 폴른이, 엉뚱한 방향으로 화염을 휘두르면서 달려나간다.

 

  "아탈란테!" 무심코 불러 세운 나에게 여왕은 험악한 비취의 시선을 향해…그 시선을 향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나에게 전했다. 이건 영광의 전투라고. 동료가 스스로를 희생하여 시도한 기습 따위로는, 그녀가 바라는 승리에는 닿지 않는다고.

 

  하지만, 곁에 방해가 되는 폴른이 사라진 나와 아탈란테는, 모모에게 있어서 절호의 표적이었다. 그녀는 스틱을 휘두르며 재차 그 공포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루치노이・프라띠바딴까비…"

 

  "놔둘까보냐!" 아탈란테는 외치면서 왼손의 원형 방패를 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비상하는 방패는 직격한다면 바이오로이드의 강화골격이라 할지라도 분쇄할 정도의 위력이 있다. 그걸 눈치챈 모몬느 몸을 비틀어 회피하여―――그야말로 아탈란테가 바라고 있던 대로 헛점을 보였다.

 

  신화에 이름을 남긴 준족의 처녀. 그 일화에 부끄럽지 않게 화살처럼 질주하는 아탈란테는 모모와의 거리를 좁힌다. 그 때 나는 여왕의 생각을 이해했다. 그리고 거기에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모모의 무기가 저 비열한 스틱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탈란테는 적을 '마수'라고밖에 보고 있지 않다. 그리스의 영웅으로서 칼리돈의 사냥에 도전한다는 좁은 세계관 속에서만 살고 있는 그녀는―――영상 작품으로서의 매지컬☆모모를 본 적이 없다. '사무라이 마법소녀'라는 이명의 유래를 모른다!

 

  "아탈란테, 안 돼!"

  내가 그렇게 외칠 땐 이미, 모모의 티탄합금 카타나가 칼집에서 빠져나온 뒤였다.

 

  아탈란테 입장에선, 한 번 부러뜨렸을 터인 마수의 송곳니가 전혀 다른 형태로 새로이 자라난 것처럼 보였겠지. 왼손에 원형 방패가 있었다면 아직 막을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이미 견제 때문에 투척하고 만 뒤였다.

 

  칼날의 번뜩임은 찰나―――였지만 나의 시야에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차갑게 빛나는 하얀 칼날의 유성이 아탈란테를 꿰뚫는다. 심장. 간. 비장. 횡경막. 무엇 하나 치명상이 아닌 것이 없는 압도적 살인의 연속 찌르기.

 

  각혈하는 아탈란테. 그 눈동자는 더 이상 모모를 보고 있지 않다. 자신을 죽음에 이르르게 한 적이 아니라, 그에 앞선 먼 곳을,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때 그녀는 시간을 넘어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놓지 않았던, 지중해 신화의 환영을.

  그리고 나의 여왕은, 피를 흘리는 입술로 맑게 웃었다.

 

  "―――영광을!"

  질주한 끝에 결승점을 내딛은 환희를 담아, 아탈란테는 외쳤다.

  "아카디아의 영광을 여기에! 나는…질주…했…"

 

  『끄읕났다아! 승리자는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 팀 리더 격파에 의해 시합 종료! 시합 종료입니다!』

  관객석이 끓어오른다. 매지컬 모모의 승리에 흠뻑 취한 광란의 목소리, 또 목소리. 파도처럼 몰아닥치는 그 소리의 압력에,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져내렷다.

 

  웃기지마―――

  뭐가 영광이냐. 너는 마지막까지 객석을 직시하지 않았던 건가?

  거기에 나란히 앉은 비웃음을, 호기심을, 정욕에 찬 눈빛을, 단 한 번도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건가?

 

  이 절망에 찬 세상에 등을 돌리고, 빛으로 눈부실 정도로 꽃밭인 신화의 환상에 젖어든 채, 당신은 저편으로 가버리고 말았다…나 혼자 놔두고서!

 

  내 머리 속에 시합 규정을 읊는 명령회로가 경보를 울렸다. 전투는 끝났다. 아탈란테의 죽음으로 승부는 정해졌다. 즉시 전의를 가라앉히고 귀환하라. ―――하지만 몸이 멈추지 않는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흘러넘치는 시커먼 감정이 강제 명령을 덧씌운다.

 

  나는 달렸다. 아탈란테의 피로 물든 카타나를 쥔 채 서있는 모모를 향해. 물론, 그 발은 준족의 여왕에겐 미치지 못한다. 모모는 시합 종료 명령에 모순되는 나의 횡포에 당혹하면서, 그리도 침착하게 매지컬RPG의 끝을 나에게 향할 정도의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탄두가 발사된다. 이제는 회피도 불가능하다. 공포는 없었다. 단지 맹렬하게 끓는 충동만이 있었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나는 오른손의 채찍을 휘두른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속도와 위력과 정확성을 보이며, 내 채찍 끝은 모모가 쏜 탄두에 명중하고, 게다가 그 진로까지 되돌렸다.

 

  팽이처럼 선회하면서 모모 발치에 착탄한 유탄이 폭발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 채, 누더기처럼 날아가는 모모. 하지만 즉사할 정도는 아니다. 내 안의 짐승도 잦아들지 않는다. 쓰러진 모모를 향해 나는 재차 채찍을 휘둘러, 그 얇은 목을 붙잡아 잡아당겼다.

 

  힘이 빠진 적의 목덜미를 잡고, 물어 뜯을 것처럼 코앞까지 당겨서, 거기서 겨우 나는 모모의 얼굴을 직시할 수 있었다. 가련한, 청순한, 천진난만함을 구현화한 것 같은 소녀. 그 뺨이 피와 그을음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무언가의 착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코스타 씨가 보여준 홀로 영상을 생각한다. 그 때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배가 찢어지면서도, 마치 아픔도 슬픔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주민과도 같이. 그리고 지금도 또한, 모모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나의 흉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서 겨우, 나는 눈치 챘다. 압도적인 위화감에.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정적에.

 

  객석이 고요하다. 모모를 지키기 위해 달려온 원격 조종의 폴른이,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있다. 마치 질량을 품은 것 같은 시선의 압력. 폴른의 카메라 아이 너머로, 모니터를 응시하는 방송 시청자들의 눈빛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그건, 기대.

  경기장의, 그리고 세계의 누구나가 지금, 숨을 삼키고 기다리고 있다.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가 무명의 검투사에 의해 목졸라 죽는다. 그 무참하기 그지 없는 최후의 광경을.

 

  모든 걸 이해한 나를 향해, 모모의 애처럽고 무구한 미소가, 창백한 입술이, 작게 속삭였다.

 

  ―――죽여줘.

 

  그리고 나는 부서졌다. 아니, 시합 종료 시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만 시점에서, 이미 나라는 인형은 고장나고 만 것이었을 테지.

  질식 직전의 모모에게서 손을 놓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폴른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발을 내딛은 것은, 불과 3초. 그 시점에서 2번째 강제 정지 명령이 내 뇌간을 직격했다. 이번에야말로 저항할 수조차 없이, 내 의식은 어둠에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