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1 화. 제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3


우주력 796년 7월 14일. 자유행성동맹 총기함 아이네이아스. 양 웬리



  경순양함이 이제르론 요새로 들어갔다. 동맹군은 요새 주포, 토르 해머의 사정거리 밖에서 기다린다. 제국군에선 경순양함을 격침시키지 못해 미련이 남는 것처럼 보이겠지. 여기까지는 예정대로라고 해도 좋다. 총기함 아이네이아스의 함교에는 기대에 찬 분위기가 풍기고 있다.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의 표정도 밝다.

  제국군은 함대를 내보내지 않았다. 요새 내부에는 1만 5천 척 정도의 주류함대가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선 적 함대가 출격할 수도 있겠지. 그걸 배제하고 요새를 공략한다. 요새 주포, 토르 해머만 없다면 결코 불가능하진 않다. 쇤코프 대령, 로젠리터가 어디까지 해줄 것인가. 요새 공략은 거기에 달려 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통신입니다!"
  오퍼레이터가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에 함교가 활기를 띄었다. 이곳저곳에서 자리에서 일어서는 모습과 탄성이 올랐다. 아무래도 잘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화면에 비춰주게."
  그린힐 참모장의 지시로 스크린에 영상이 떴다. 한 명의 제국 군인이 비추자 이곳저곳에서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자는…….

  「1년만이군요. 그린힐 참모장.」
  "귀, 귀관은……."
  말을 잃은 그린힐 참모장에게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린힐 참모장, 그는."
  다들 말을 잃은 와중,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이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이군요. 소관은 제국군 장갑척탄병 제21사단장,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중장입니다.」
  "뤼네부르크……."
  사령장관이 신음하자 뤼네부르크 중장이 씨익하고 웃었다.

  「본래 자유행성동맹군을 칭하는 반란군에서 로젠리터 제11대 연대장을 역임하고 있었지요."
  "귀관, 역망명자인가……."
  아연한 사령장관에게 뤼네부르크 중장이 뻔뻔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유감스럽지만 쇤코프와 로젠리터는 정체를 간파 당해 어쩔 수 없이 이쪽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작전은 실패로군요.」
  "……."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 한숨소리가 들렸다. 이 자가 이제르론 요새에 있었다면 실패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서 여기에…….
  「쇤코프는 당신들을 배신한 것이 아닙니다. 그쪽의 작전은 이미 간파 당했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그건."
  그린힐 참모장이 엄격한 목소리로 묻자 뤼네부르크 중장이 큰 목소리로 웃었다.

  「슬슬 궁지에 몰린 반란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공략하려할 거라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예측한 겁니다. 그 때 잠입하는 건 제국어에 능숙한 로젠리터일 거라고. 그래서 공작은 소관에게 마중할 것을 명령한 겁니다. 최선을 다해 대접하라고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경악, 실망. 이쪽의 작전은 이미 간파 당한 뒤였다……. 늦었다. 역시 늦었다.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의 설립과 뤼네부르크 중장의 배치는 세트였던 거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이쪽이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실시할 것도 요새 내부에 사람을 침투시킬 것도 예측하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 인사 발령에 소관의 이름은 없었을 겁니다.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시겠죠. 소관이 이름이 있으면 당연히 작전은 실시되지 않았을 겁니다.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숨겨둔 겁니다.」
  "……."

  「경순양함이 나타났을 때는 너무나도 예상대로라 우스울 정도였습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뿜을 뻔했습니다.」
  뤼네부르크 중장이 소리 내어 웃는다. 다시 함교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굴욕, 분노…….

  "……우롱하는 건가. 우리들을!"
  억누른 목소리는 분노를 품고 있었다.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이 굴욕에 떨고 있다. 사령장관이 되어 최초의 군사행동이었다. 작전에도 자신이 있었다. 이제르론 요새를 함락하는 게 아닌가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실패하고 비웃음을 당했다…….

  「아뇨. 감사하고 있습니다. 재미를 주셨으니까. 여기에선 오락이 적습니다. 사례로서 한 가지 충고하지요. 제국군의 증원부대, 4개 함대가 이제르론 요새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후퇴하시는 게 좋겠지요. 확실히 전했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
  스크린의 영상이 끊겼다…….

  다들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함교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풍겼다. 증원부대 4개 함대가 이제르론 요새로 다가오고 있다. 아마도 최소한 5만 척은 넘는 대군이겠지. 주류함대와 합류하면 6만 척을 넘는 대군이 될 것이다. 이쪽은 3개 함대. 사령장관의 직솔 함대를 포함해도 5만 척…….

  "허세다! 정말로 증원부대가 다가오고 있다면 오히려 감췄을 것이다. 사령장관 각하.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합시다!"
  포크 중령이다. 뺨이 경련하고 있다. 포크 중령은 동의를 구하듯이 주변을 돌아봤지만, 아무도 시선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증원부대가 오는 게 허세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혹시 정말 증원이 있다면 동맹군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일부러 이쪽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말했을 가능성도 있겠지. 증원부대가 근처까지 와 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쓰디쓴 목소리로 중령을 가로막은 것은 그린힐 참모장이었다. 그렇다. 확실히 그 가능성은 있다. 상대방은 이쪽의 움직임을 예측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대로는……."
  "게다가 공략이라 해도 단순히 힘으로 밀어 붙인다고 떨어뜨릴 수 있는 요새가 아니야. 그건 다들 알고 있을 테지."

  그린힐 참모장이 더욱 요새 공략을 주장하려는 포크 중령을 나무랬다. 분하다는 듯이 중령이 입술을 깨물었다.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의 얼굴은 굳어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철수를 선언해도 좋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역시 감정적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겠지. 참모장이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런이런. 미움 받는 역할은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철수를 진언합니다."
  모두가 날 돌아봤다. 강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자.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자. 제각각이다.
  "이제르론 요새는 외부에서 공략하기가 극히 어려운 철옹성입니다. 공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엔 내부에서 공략하려 했고……. 그것이 실패한 이상, 유감스럽지만 철수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

  "지금 철수하면 손해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공격을 실시하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게 당연합니다. 요새 공략이 성공할 가망이 없는 이상, 손해는 가능한 한 적게 해야 합니다."
  싫은 역할이다. 쇤코프 대령과 로젠리터를 버리자는 말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전투를 실행하면 그 수천 배, 수만 배의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냉혹, 비정하다고 불려도 진언하지 않을 수 없다.

  "각하. 소관도 양 준장의 의견과 같습니다. 철수해야 합니다."
  그린힐 참모장이 내 의견에 동의하자 모두가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을 봤다. 사령장관의 얼굴은 굳어 있다. 시선의 집중을 받아 압박감을 느낀 거겠지. 함교 분위기가 싫을 정도로 긴박해졌다…….

  "……철수한다."
  쥐어 짜는 듯한 어조였다.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일 것이 틀림 없다. 하지만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의 선택은 옳다.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긴장된 함교의 분위기가 느슨하게 풀어지고 이곳저곳에서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제국력 487년 7월 14일. 뮈젤 함대 기함, 브륀힐트. 라인하르트 폰 뮈젤



  오딘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오딘을 출발하고 아직 4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르론 요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반란군이 요새 근처까지 왔다는 통신이 그저께 있었지만, 대규모 공격이 벌어졌나……. 화면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모습이 보였다. 서로 경례를 나누고 공작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란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했으나 철수했다고 합니다. 방금 전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로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철수?"
  공격하러 와서 철수? 어떻게 된 건가? 영문을 알 수 없어 케슬러, 키르히아이스에게 시선을 향했지만 그들도 의아한 표정이다. 그 놈들, 대체 무슨 생각인가?

  「이번에 그들은 이제르론 요새를 내부에서 공략하려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내부에서?"
  「네. 제국군인으로 위장한 사람을 경순양함으로 요새에 들여보냈으나, 뤼네부르크 중장에게 정체를 간파 당했습니다. 그들은 로젠리터였다더군요.」

  그렇군. 그런 건가. 뤼네부르크 중장은 본래 반란군에서 로젠리터의 지휘관이었다고 들었다. 그 당시의 부하가 위장한 사람 중에 있었다는 건가. 그걸로 정체를 들켜 잡혔다…….
  "그럼 내부에서의 공략을 실패하여 반란군은 철수했다. 그런 겁니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겠지요. 그대로 공략을 하려 했다면 적들을 소모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만 얌전히 물러난 모양입니다. ……크브르슬리 사령장관도 꽤 만만찮습니다. 방심할 수 없겠군요.」
  공작이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만만찮다. 이익이 없는 게 보이자 가볍게 등을 돌렸다. 간단한 듯 하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반란군이 물러난 이상 우리들도 오딘으로 돌아가야 하나. 유감이다. 모처럼 4개 함대의 지휘를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는데…….
  「뮈젤 제독은 그대로 4개 함대를 이끌고 이제르론 요새로 가주십시오.」
  "네? 그래도 됩니까?"

  나도 모르게 한심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걸 듣고 공작이 쿡쿡 웃었다. 이런. 얼굴이 붉어지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실례했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 있습니다. 일단 먼저 군수뇌부는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 약속했습니다. 그걸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군. 이번엔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격퇴했다. 하지만 본래라면 우리들이 증원하여 격퇴할 예정이었다. 그에 대한 증명인가…….

  「두 번째로 이번 방어전으로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에 뭔가 문제가 없었는지, 개선점은 없었는지, 제 대리로서 그걸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란?"
  내가 묻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미세하게 표정이 진지해졌다. 헌데, 너무 서둘렀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나…….

  「다음 달 중순 쯤이 되겠습니다만, 제국에서 정치 개혁이 시작됩니다.」
  "!"
  아무 일도 아니라는 어조였지만, 이곳의 분위기가 긴장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정치 개혁……. 언젠가는 시작될 거라 생각했지만…….

  「경우에 따라선 제국 내부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반란군이 그 혼란을 틈탈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죠…….」
  "……."
  그렇군. 우리들의 함대가 그걸 막는다는 게 세 번째 이유인가.

  「잠시 동안, 뮈젤 제독과 3개 함대는 이제르론 요새에서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 될까요? 어느 정도 상정해두고 싶습니다만……."
  「대체로 1개월에서 2개월로 보고 있습니다.」
  "1개월에서 2개월……. 알겠습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끄덕였다.


  "개혁입니까…….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케슬러 참모장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속삭인 것은 통신이 끝나고 잠시 시간이 지난 뒤였다. 동감이다. 공작이 제국을 바꾸려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시작될 줄이야……. 키르히아이스도 몇 번인가 끄덕이고 있다.

  "개혁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케슬러, 키르히아이스의 말에 나도 동감한다. 우리들이 이제르론에 있는 건 1개월에서 2개월. 혼란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끝날 거라 공작은 생각하고 있다. 조금씩 바꿔간다. 그런 생각이겠지.

  "이렇게 되면 반란군이 얌전히 물러난 것이 오히려 불안하군요. 공작이 우려하는 대로, 재차 습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음."
  케슬러의 말이 맞다. 반란군이 무리하게 공격하여 소모하고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여기서 숫자를 줄여뒀다면 개혁에 의해 혼란이 일어나도 반란군은 바로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었다……. 만사가 바라는 대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어중간한 형태로 끝나고 말았다. 공작이 말한 대로 방심할 수 없다.

  "뤼네부르크 중장에 대한 것입니다만, 우연이었을까요?"
  키르히아이스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글쎄, 어떨까? 답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뒷말이 이어졌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듭니다만."
  케슬러도 생각에 잠겨 있다.

  "예측했다. 키르히아이스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로군."
  "예."
  케슬러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가 무겁게 숨을 내뱉는다.
  "아마도 그 말이 맞겠죠. 분명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의 인사발령에는 뤼네부르크 중장의 이름은 없었을 겁니다. 반란군을 방심하게 만들어 유인하기 위해서였겠죠."

  "공작의 목표는 반란군의 공략을 실패하게 만들고, 그 뒤에 무리하게 공략을 시도하게 만들어 손해를 크게 만든다. 그에 의해 개혁 혼란을 기회 삼아 공격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거였겠군……."
  내 말에 키르히아이스와 케슬러가 끄덕였다.
  "오딘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호출 받았을 때, 반란군의 기습에도 불구하고 공작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건가……."

  무서운 자들이다. 반란군의 목적을 미리 읽고 그걸 오히려 이용하려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그에 휘말리지 않고 얌전히 물러나고 기회를 살피는 반란군. 제국이 우세하게 전국을 지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코 방심할 순 없다. 하나의 미스가 일어나면 간단히 뒤집힐 위험도 있다. 한숨이 나왔다…….
  "일단은 예정대로 이제르론 요새로 서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