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2 화. 불안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4


제국력 487년 7월 14일. 오딘, 신무우궁.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그럼 반란군은 철수한 건가."
  "예.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았습니다."
  "음. 그거 참 좋구만."
  내 대답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할배는 기분 좋아보인다. 머리 위에서 룰루랄라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반란군을 격퇴했다.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는 유효하다고 증명된 거로군."
  "요새 사령부도 주류함대 사령부도 이후 불만을 말하지 못하겠지."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도 만족스러워 보인다. 뭐,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국무상서 집무실에는 온화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번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방면군 사령부는 요새 사령부와 주류함대 사령부를 통제한다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통일된 지휘체계 확립이 유효하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실제로는 페잔에서 보내온 통신으로 반란군의 군세가 만만찮다는 걸 알았기에 주류함대도 나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평가로서는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부는 유효하다는 게 된다.

  "그건 그렇고 설마 진짜로 요새 내부에 병사를 들여보낼 줄이야……. 공작의 예상이 맞았군."
  "반란군도 이래저래 요새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슬슬 외부에서의 공략이 아니라 안에서의 공략을 생각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겁니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묘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응. 조금 허술한 변명이려나? 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위험했지. 뤼네부르크 중장을 배치해뒀기에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반란군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래그래. 예상 이상으로 동맹의 행동이 빨랐다. 위험할 뻔했다. 중요한 건 그쪽이야. 할배.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의 말대로다. 요새가 함락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부러 요새를 함락시켜서 상대방을 유인한다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하지만 저쪽이 침공을 할지 안 할지 알 수가 없고 사령장관도 로보스가 아니다. 그대로 버티기에 들어가면 성가시다.
  개혁을 행하는 데에도 지장이 생기겠지. 역시 지금은 안전제일을 방침으로 하여 천천히 개혁해야 한다. 국가 개혁도 자동차 운전도 마찬가지다.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리히텐라데 후작이 준비한 홍차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있으니 후작을 시선을 향해왔다.
  "이번 건, 대대적으로 퍼뜨릴 생각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건……."
  무의미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만뒀다.

  리히텐라데 후작의 목적을 모르는 건 아니다. 앞으로 개혁이 진행된다. 그리고 그 개혁의 추진자인 나의 명성, 입장을 가능한 한 강화하려는 거겠지. 반란군의 작전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한다면 충분히 임팩트가 있다. 귀족들도 정면에서 개혁을 반대하기 어려워질 테지.

  "그럼 공적으로서 평가해야만 하겠군요. 훈장 수여,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음. 쌍두독수리 무훈장 수여. 대충 그렇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실제로 공적을 세운 뤼네부르크 중장은 대장으로 승진……."
  "당연하겠지."
  리히텐라데 후작과 에렌베르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훈장인가……. 이걸로 두 번째로군. 감사히 받도록 하자.
  하지만 그보다도 뤼네부르크가 대장으로 승진한다는 게 기쁘다. 망명자가 공적을 세워 승진을 거듭한다. 실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승진할 수 있다는 거다.
  그도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으니까. 기뻐하겠지. 놈 혼자서 승진하는 거는 불편하려나. 마침 좋다. 이쪽으로 불러들일 좋은 구실이 된다. 후임자를 오프레서에게 부탁해볼까…….

  "개혁으로 나아가는 데엔 순풍이라 할 수 있겠군. 공작의 입장이 보다 강해질 테니까."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가 끄덕였다. 두 사람 모두 개혁 건에 대해선 이미 동의하고 있다. 개혁 내용이 온건하다는 점도 있어서 두 사람 모두 반대는 하지 않았다.
  그보다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병사들 대다수가 평민이다. 그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사기가 올라가지 않을 거라는 점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다.

  "뮈젤 대장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한 시점에서 개혁 선언, 실시, 그걸로 좋겠지……."
  이의 없다. 세 명의 군인이 끄덕였다.



우주력 796년 7월 14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시드니 시톨레



  집무실 책상 위의 TV전화가 수신음을 냈다. 디스플레이에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아이네이아스인가. 아무래도 공략작전이 끝난 것 같다.
  카젤느가 긴장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카젤느도 결과가 신경 쓰이겠지. 오늘은 수신음이 들릴 때마다 긴장하고 있다.

  전화를 받자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의 얼굴이 비췄다. 표정이 어둡다. 아무래도 실패했나……. 한숨이 나오려고 한 것을 참았다.
  「본부장 각하. 유감스럽지만 이제르론 요새공략전은 실패했습니다.」
  "그런가……."
  카젤느가 천장을 올려보는 것이 보였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거겠지.

  "그래서, 실패 원인은?"
  「그것이, ……제국군이 이쪽의 작전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간파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이쪽 정보가 흘러갔다? 페잔 경유로 제국에 전해진 건가?

  「이제르론 요새에는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중장이 있었습니다.」
  "뤼네부르크……."
  뤼네부르크……, 설마 그 뤼네부르크인가……. 아연해하는 나에게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이 쓰디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래 로젠리터 제11대 연대장을 역임했던 인물입니다.」
  카젤느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말도 안 된다. 어째서……."
  「뤼네부르크가 말했습니다. 슬슬 궁지에 몰린 동맹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공략하려 할 거라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예측했다고……. 그 때, 잠입하는 건 제국어에 능통한 로젠리터일 거라고. 그래서 그가 극비리에 이제르론 요새에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카젤느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믿을 수 없군……."
  믿을 수 없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쪽의 작전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간파했다는 건가……. 있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쿠브르슬리는 내 눈 앞에서 분하단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정보 누설인가, 간파 당했는가. 성가신 일이 되었다…….

  "함대에 피해는……."
  「없습니다. 손해는 요새 내부에 침투한 로젠리터뿐입니다. 우리들은 현재, 하이네센으로 향해 귀환 중입니다.」
  "그런가……. 고생했다. 사령장관. 요새 공략에 실패한 건 유감이지만, 함대에 손해가 없다는 건 다행이다. 낙담하지 말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도록 하지."
  「예.」

  다음 기회인가……. 그런 것이 있을지……. 아무 것도 비추지 않게 된 TV전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크다.
  그건 그렇고 어느 쪽일지……. 평소라면 정보 누설을 의심했을 거다.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인가…….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하면 그가 우리쪽의 책략을 간파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성가신 적이로군."
  "……."
  내 말에 카젤느가 말 없이 끄덕였다.
  "양 준장의 말대로일지도 몰라. 우리들은 아주 조금 늦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혹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간파한 거라면, 방면군 사령부가 만들어지기 전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조금이지만 늦었다. 하지만 그 아주 조금이 무겁다. 그 무게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무게이기도 하다. 한숨이 더욱 겹쳤다…….

  한숨만 내쉬고 있을 순 없다. 마음을 다잡고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에게 통신을 넣었다. 싫은 역할이다. 최근 패전 보고밖에 하고 있지 않다.
  「여어, 시톨레 본부장. 대체 무슨 일일까?」
  "유감스러운 보고를 해야만 합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에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 챈 거겠지.

  「이제르론 요새공략전이 실패했나 보군.」
  "말씀대로입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무언가를 참는 듯이 눈을 감았다. 연기인가 생각했지만 절반 정도는 본심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공률은 결코 낮지 않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성공률이 높을 거라 생각했네만…….」
  꾸물꾸물한 생기 없는 어조다.
  "이제르론 요새에 뤼네부르크 중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뤼네부르크 중장……. 그런가. 운이 없었군…….」
  힘 없이 고개를 저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은 뤼네부르크가 요새에 있던 걸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연이 아닙니다."
  「우연이 아니다?」
  "뤼네부르크 중장은 우리가 요새 내부에 병사를 침투시킬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시선이 험악해졌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보 누설이 있었다는 건가? 본부장. 사실이라면 성가신 일이지만.」
  "알 수 없습니다. 저쪽에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이쪽의 책략을 간파했다 말했다고 합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방위원장이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그렇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의심쩍은 이야기이긴 합니다. 원정군이 돌아오는대로, 검증 할 필요가 있겠죠."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끄덕였다.
  "이번 작전으로 함대 손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동안 군사행동은 삼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군 내부에 두더지가 있다면 방치할 수는 없다. 국방위원장이 다시 끄덕였다.

  「그렇군. 이번 패전 원인을 밝히기 전까진 어렵겠지. 제국군이 그 때까지 얌전히 있어주면 좋겠군.」
  완전히 동감이다. 지금 상황에서 군사행동을 일으키는 건 위험이 너무 크다. 성가신 상황이 되었다…….



제국력 487년 7월 14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



  "그렇습니까. 그들이 왔었습니까."
  "음. 다들 널 칭찬하더군. 신산귀모, 희대의 명장이라고."
  아버님이 기뻐하며 말하자 에리히 님은 조금 곤란하단 표정으로 웃음을 띄웠다. 쑥쓰러워하는 걸까.

  오늘 이제르론 요새로 처들어온 반란군이 철수하자 수많은 귀족들이 저택으로 찾아왔다. 힐데스하임 백작, 란즈베르크 백작, 볼프스부르크 자작, 세츨러 자작, 헬더 자작, 칼나프 남작, 하우징거 남작, 할츠 남작, 라트부르크 남작…….

  그들은 다들 입을 모아 에리히 님을 상찬했다. "신모귀려", "희대의 명장", "역도 놈들도 공작 앞에선 꼼짝 못한다"……. 솔직히 기뻤다. 에리히 님은 정말로 대단하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당주에 합당한 인물이고 다들 의지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걸까요. 우리들이 알기도 전에 그들이 찾아왔었습니다만."
  어머님이 묻자 에리히 님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쓴웃음일까.
  "궁중에서라고 생각합니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대대적으로 선전하겠다고 했습니다. 군부에서 후작에게 보고했습니다만, 그 바로 뒤에 후작이 모두에게 퍼뜨린 거겠죠."

  오늘은 에리히 님의 귀가가 빨랐으니까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대화할 수 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긴장했지만 요즘엔 에리히 님이 없는 저녁 식사가 조금 외롭다. 아버님도 어머님도 "한 명 늘어난 것으로 꽤나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응. 가지와 토마토의 치즈 구이가 맛있다. 베이컨이 바삭바삭하다.

  "왜 그러나? 그다지 기뻐보이지 않네만."
  "눈치 채셨습니까?"
  "뭐, 그 정도야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널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아버님이 웃자 에리히 님이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모두에게 칭찬을 받았는데 기쁘지 않은 걸까? 에리히 님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버님. 저는 뤼네부르크 중장에게 이제르론 요새에는 2년 정도 있어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2년인가……. 그렇다면 예상보다도 꽤나 빠르군."
  아버님이 슈니첼을 입으로 옮겼다. 에리히 님도 슈니첼을 입으로 옮겼다. "맛있군", "괜찮네요"라고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다.

  "저번 이제르론 회랑 전투에서 반 년입니다. 패전 후의 혼란, 체제 정비, 작전 준비기간, 그걸 생각하면 아버님이 말씀하신 대로 반란군의 행동이 꽤나 빠릅니다. 준비는 하고 있었으니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조금 놀랐습니다."
  "음."

  "위험할 뻔했다고 생각합니다. 때에 맞출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만, 그러지 못했다면……."
  "이제르론 요새는 함락됐을 거란 건가……."
  "예."
  "으음, 그건 확실히 기뻐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군."
  아버님이 신음하고 있다. 신음하면서 슈니첼을 먹었다.

  "앞으로 제국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
  혼란? 무슨 말일까. 아버님과 어머님을 봤지만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다. 평소라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을 텐데. 두 사람 모두 짐작가는 곳이 있는 걸까…….

  "너는 혼란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는 거로군."
  아버님이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걸 부채질하는 사람도 있겠죠."
  "부채질……, 그런가. 페잔인가……. 있을 수 있는 일이군. 그렇게 되면 제국의 혼란은 어쩔 수 없어."

  아버님이 어머님에게 시선을 향하자 어머님이 동의하는 듯이 끄덕였다. 나도 질문해도 좋을까? 어머님을 봤지만 어머님은 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이는 끼어들지 마라, 라는 걸까. 불만스러웠지만 잠자코 토마토를 입으로 옮겼다. 맛있지만, 왠지 맛 없게 느껴졌다.

  "반란군이 잠자코 그걸 보고만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에리히 님과 아버님이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네 우려는 이해한다. 하지만 방면군 사령부는 유효하겠지. 이번 전투에서 꽤나 도움이 됐다고 들었네만……."
  아버님의 말에 에리히 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걸까…….

  "전투에 들어가기 전까진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전투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될지……. 요새사령부와 주류함대사령부가 지시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일 것인지. 이번엔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불안 요소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으음."
  아버님이 다시 신음했다.

  "만약을 위해 뮈젤 제독이 4개 함대와 함께 이제르론 요새에 대기하고 있습니다만……."
  한숨을 내쉰 에리히 님을 보며 아버님이 희미하게 웃었다.
  "너는 걱정이 과하군."

  이번엔 에리히 님이 웃었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터에선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전쟁터인가. 앞으로는 오딘도 전쟁터가 되려나……."
  "아마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에리히 님이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날 봤다. 평소의 상냥한 눈빛이 아니다. 엄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