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3 화. 의혹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4


제국력 487년 7월 20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플레겔 내무상서



  "경도 호출을 받은 건가. 플레겔 내무상서."
  "음. 그러는 경도 마찬가지인 것 같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을 방문하여 응접실로 들어가자 선객이 있었다. 룸프 사법상서. 내무상서인 나하곤 때로 협력자이기도 하고 때로 적대자이기도 하다.

  "정부 각료를 두 사람이나 부르다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위세도 대단하군."
  룸프 옆에 앉자 그가 재미 없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말 동감이다. 제국군 3장관 중 한 명이라고는 해도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셋 중에 가장 낮은 입장이 아닌가. 그게 우리들을 호출하다니…….

  "원래는 평민이다."
  "일단 남작가의 피는 잇고 있네. 플레겔 내무상서."
  "……인정할 수 있는가?"
  룸푸 사법상서가 두터운 한숨을 내쉬었다.

  "실력은 있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지. 이번에도 반란군의 의도를 미연에 방지했으니까."
  "이제르론 방면군인가……."
  "음."
  작은 목소리로 대화가 이어진다. 우리들만이 아니다. 지금도 이 오딘 어딘가에서 비슷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겠지.

  많은 귀족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 얼마 전 우주함대 편성에 대해서도 평민, 하급 귀족을 중심으로 편성하고 있다. 명백히 우리들 귀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공적을 세우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 때문에 정면에서 불만을 토하지도 못하고 있다. 울적할 뿐이다.

  재미 없다. ……벼락 출세한 평민, 남작가의 혈통을 잇고 있다고는 해도 평민 따위가 제국 원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되어 우리들 위에 서있다. 불쾌하기 그지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자에겐 몇 번이나 아픈 꼴을 당했다. 사이옥신 마약, 빌레펠트 백작에 대한 건…….

  그리고 또 한 명, 눈엣가시인 애송이가 있다. 라인하르트 폰 뮈젤. 황제 총희의 동생……. 그 애송이, 로엔그람 백작가를 계승하는 게 내정되어 있었지만, 백지로 돌아갔다. 눈엣가시인 애송이도 이걸로 조금은 얌전해질까 생각했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손을 잡아 이전보다 궁중, 군 내부에서 세력을 뻗고 있다. 최근엔 재미 없는 일만 가득하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응접실로 들어왔다. 대공은 없다. 군인이 두 명, 공작과 함께 따라 들어왔다. 분명 안스바흐 준장과 페르너 대령이었지. 대공의 심복이다. 젊은 공작의 보호자역이겠지. 대공도 평민 양자를 걱정되나 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소파에 앉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불러서 죄송합니다. 실은 신무우궁에선 조금 말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해야만 하기에."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은 동석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약간 심술궂은 질문을 했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네. 아버님은 여기에 오시지 않습니다."

  룸프 사법상서를 돌아봤다.
  "그럼 이 호출은 대공이 모르는 일이라는 겁니까?"
  "아뇨. 알고 계십니다. 룸프 사법상서. 아버님은 제게 맡기겠다고 하셨습니다."
  "……."

  귀엽지 않다. 조금은 불쾌하단 표정을 보였다면 좋았을 것을 전혀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아마 룸프도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 왠지 모르게 재미 없단 표정을 짓고 있다. 조금은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다소는 가슴 속도 후련해졌을 텐데…….

  "본론으로 들어가도 좋을까요?"
  "물론입니다. 저희들에게 대체 무슨 용건이신지?"
  내가 답하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지긋이 우리들을 봤다. 그리고 미세하게 웃음을 지었다.

  "슬슬 카스트로프 공작을 처분하려고 합니다. 내무성과 사법성에는 그의 범죄에 대한 자료가 있을 테죠. 그걸 제공해주시길 바랍니다."
  "……."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 룸프를 돌아봤다. 그도 놀라고 있다.

  오이겐 폰 카스트로프 공작, 재무상서의 지위에 있지만 평판이 나쁜 자다. 아니, 평판만이 아니다. 실제로 하고 있는 일들도 멀쩡한 게 없다. 하지만 처분? 설마하고 생각하지만, 그 건을 알고 있는 건가. 그리고 이번에 복수하려고 하고 있어?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카스트로프 공작은 재무상서로서 제국 정부를 지탱하는 국가 중신 중 한 명입니다. 아무리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라 해도 그의 처분이라니 가벼이……."
  "플레겔 내무상서. 시덥잖은 말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룸프가 낸 소리다. 그걸 듣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낮게 웃었다.

  "지금 여기서 두 분께 말씀드리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리히텐라데 후작의 승인은 받았습니다. 그 정도의 배려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로 여겨지다니……. 유감이군요."
  "그러한 것은……."
  어미가 작아졌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차가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입가에는 웃음이 있었다.

  "명령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도 좋습니다.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벼락 출세한 젊은이에게 명령을 받는 건 굴욕이겠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등줄기에 오한이 지나갔다. 어조는 온화하지만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가 있다. 아까 전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걸까…….

  멍청한 소리를 지껄였다. 태생이 어떠해도 상대방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다. 그리고 군부의 중진이기도 하다. 가벼이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 리히텐라데, 군부가 협력체제를 취하고 있는 이상, 공작의 의뢰는 명령이나 마찬가지인 강제력을 가진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농담은 그만두십시오. 저희들은."
  불만따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공작은 맞장구 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무상서와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이쯤에서 관계를 개선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협력을 부탁하려 한 겁니다."
  "……."

  얼굴이 굳었다. 땀도 흘리고 있다. 서둘러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짚었다. 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거절하면 당연히 보복이 있겠지. 날 배려하여 관계 개선을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대체 무슨 보복이 있을지…….
  오펜하이머는 죽었다. 코르프트는 유폐되었고 베네뮌데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우리들은……. 룸프는 아직 괜찮다. 나는 적대자로 여겨져 철저하게 박살날 것이 틀림 없다.

  "지금 바로 자료를 준비하겠습니다."
  "저도 바로……."
  우리들이 협력을 약속하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온화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방금 전의 차가움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 양친의 사건에 대해서도 자료가 있을 겁니다. 실수 없이 그것도 준비해주세요."
  "그, 그건……."
  "그 자의 명령을 받은 인간이 죽였다. 그렇겠죠?"
  룸프 사법상서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료를 제출해도 좋을지 어떨지를 떠나 어째서 알고 있느냐는 의문이 있겠지. 옆에 붙어 있는 군인 두 사람도 몰랐던 것 같다. 열심히 동요를 감추고 있다.

  "알고 계셨습니까?"
  내가 묻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가볍게 끄덕였다. 미세하게 웃음을 짓고 있다. 왠지 모르게 즐거운 표정이다.
  "예전, 친절한 분이 알려주셨습니다. 꽤나 의리가 깊은 분이라……."
  "그건……."
  "황제의 검은 왼손이셨던 분이십니다."
  "!"

  룸프를 돌아봤다. 이전에도 공작이 검은 왼손이 아닌가, 어딘가 관계가 있지 않는가라는 소문은 있었지만 사실일 줄이야…….
  "자료에 대한 것, 잘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그리고 이 건에 대해선 비밀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룸프도 나도 말 없이 끄덕였다. 그걸 보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다시 웃음을 지었다. 아까 전의 즐거운 웃음이 아니다. 얼어붙을 것 같은 웃음이었다. 혹시 흘리면 어떻게 될지……. 그걸 알려주는 듯한 웃음이었다.



우주력 796년 8월 15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양 웬리



  본부장실로 들어가자 바로 본부장이 말을 걸어왔다.
  "수고했네. 양 준장."
  "아뇨. 수고라 할 것은 아무 것도……."
  내 대답에 시톨레 원수가 쓴웃음을 흘렸다. 소파에 앉자 본부장과 마주 앉았다. 얼굴색이 좋지 않다. 조금 지친 걸지도 모른다.

  "이번 작전, 실패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자네는 생각하는가?"
  "……."
  "답하기 어려운가……. 정보누설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본부장이 딱하고 시선을 마주쳤다.
  "글쎄요. 그건……."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한숨이 나왔다.

  작전이 실패한 뒤, 원정군 총사령부에선 실패 원인에 대해 다들 의심암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뤼네부르크 중장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이쪽 작전을 간파했다고 했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은 정보가 누설되고 있는 게 아닌가……. 때로 은밀하게, 때로 고성을 지르며, 총사령부 이곳저곳에서 심각한 토론이 일어났다.

  이번 이제르론 요새 공략전, 병사 동원 그 자체는 비밀로 하지 않았다. 5만 척에 가까운 함선을 움직이는 거다. 페잔의 눈을 피하는 건 간단하지 않겠지. 그렇기에 제국도 동맹의 군사행동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작전 계획이다. 어째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알고 있었는지…….

  "만약 정보누설이 있었다고 한다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늦어도 5월 중순에서 말까지는 정보를 얻었다는 게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뤼네부르크 중장이 7월 상순에 이제르론 요새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딘에서 이제르론 요새까지는 약 40일 정도 걸리니까요."

  "음, 그렇다면 5월 말 시점에서 누가 작전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가 문제가 되는군."
  "정보누설이 있었다고 한다면 말입니다."
  시톨레 본부장이 끄덕였다.

  "제가 그 작전의 기반이 되는 작전안을 우주함대사령부에 제출한 것이 5월 상순입니다. 그리고 작전안이 완성된 것이 5월 하순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정보를 얻은 것이 5월 중순에서 하순. 이 시점에서 작전내용을 알고 있던 건 우주함대사령부와 통합작전본부의 일부입니다."

  본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원을 따라가면 정보누설자는 근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본부장 자신도 그 용의자 중 한 명이라는 게 된다.
  "……로젠리터가 작전 내용을 알게 된 건 언제였지?"
  "작전을 설명한 건 6월 들어가서였습니다."
  "6월인가……."
  본부장이 생각에 잠겼다. 역시 본부장도 로젠리터를 의심하는 건가…….

  만약 그들이 정보누설자라면, 뤼네부르크 중장은 우리들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기 2, 3일 전에 요새에 도착했다는 게 됩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은가……."
  본부장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너무나도 시간의 여유가 없다.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원정군 총사령부에서도 로젠리터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향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걸 내가 지적하자 다들 입을 다물었으나 납득하지 않았다. 다들 자신 주변에 정보누설자가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다. 아무래도 망명자 출신들로 구성된 로젠리터에게 의심이 향한다.

  "불가능하지 않지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보를 얻은 시점에서 이제르론 요새로 경보를 보내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뤼네부르크 중장을 이제르론으로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시톨레 본부장이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자네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간파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로군."
  "……."

  대답할 수 없다……. 그 작전은 정공법이라고 할 수 없다. 기책이다. 어느 의미에서 보자면 가장 어리석은 작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간파하고 있다. 아니, 간파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아무래도 믿겨지지 않는다…….

  "그것도 확증은 없는가……."
  "……면목 없습니다."
  "성가시군."
  시톨레 본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대로 지긋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이번 작전의 성공은 나 뿐만이 아니라 정치가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실패한 것에 대해 심히 낙담하고 있어. 그리고 그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간파했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있다."
  "……다시 말해, 진실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산제물이 필요하다는……."
  "……그런 말은 아니다. 그런 말은 아니지만……."
  본부장은 딱 잘라 말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몇 년 사이, 동맹군은 패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작전에 정치가들도 기대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그게 실패했다. 거듭되는 패배에 동맹 시민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가도 군 상층부도 자신들에게 책임은 없다. 배신자가 있었기에 동맹은 패배했다. 그렇게 책임전가하고 싶어한다. 동맹 시민의 불만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런 종류의 책임을 지게 되는 건 항상 약한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다.

  "이 건이 정리되지 않는 이상 대규모 군사행동은 어렵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도 같은 생각이다. 자네가 말한 대로, 이번 패배 원인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간파했기 때문일지도 몰라. 하지만 증거가 없다. 지금 이대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고 있다. 성가신 일이 되었어."
  시톨레 본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이 작전 실패를 정보누설자 때문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있다. 설령 진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간파했기 때문이라도 말이다. 성가신 일이 되었다. 이제부터 동맹군 내부에서 마녀사냥이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