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5 화. 반격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5


제국력 487년 8월 25일. 오딘, 신무우궁. 플레겔 내무상서



  쭈그러 앉는 카스트로프 공작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히텐라데 후작이 내려보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보고 리히텐라데 후작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쓴웃음을 지었다.
  경비병이 호출되어 카스트로프 공작이 끌려간다. 카스트로프 공작은 저항했지만 경비병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끌려갔다. 조금 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카스트로프 공작가는 멸문됐다는 걸 새삼 인식하게 되었겠지.

  "게르라흐 자작."
  "예."
  "카스트로프 공작가의 사적 재산 압수를 시작해주게. 군부에도 이미 이야기를 전해 뒀네. 함대를 움직여줄 것이야."
  "알겠습니다."

  리히텐라데 후작과 게르라흐 자작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임 재무상서의 첫번째 임무는 전임자의 사적 재산 압수인가……. 게르라흐 자작도 이래서는 비리에 손을 댈 수 없게 되겠지.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카스트로프 공작의 처참한 모습이 떠오를 것이 틀림 없다.

  평민들은 카스트로프 공작가의 멸문에 기뻐하고, 감세에 더욱 기뻐하겠지. 이번 개혁을 양손 들고 환영할 것이 틀림 없다. 그리고 세금 부족은 카스트로프 공작가의 사적 재산으로 보충한다. 이 무슨 신랄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카스트로프 공작의 골수까지 빼먹었다.

  "클레멘츠 제독, 바렌 제독."
  "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호출에 두 사람의 군인이 응했다.
  "들은 대로입니다. 군부는 재무성의 압수 작업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즉시 함대 출격 준비를 시작해주세요."
  "예."

  "카스트로프 공작가는 사설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항하겠지요. 그리고 그걸 진압하는 게 군대의 역할입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말에 두 사람의 군인이 서로를 돌아봤다. 잠시 뒤 나이가 더 많은 군인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 외에 유의해야할 점은 없겠습니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아주 잠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카스트로프 공작가의 후계자, 막시밀리안 폰 카스트로프는 평균 이상의 군사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방심하지 말도록. 2개 함대를 움직이는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예. 그럼 저희들은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군인 두 사람이 폐하에게 경례를 하고는 발빠르게 흑진주 홀을 떠나간다. 그렇군. 지금의 우주함대는 하급 귀족과 평민들이 지휘관이다. 카스트로프 공작가에 사양 같은 걸 할 리가 없다. 막시밀리언이 저항한다면 용서 없이 처부수겠지. 두 사람이 떠나가는 걸 지켜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귀족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다들 마음 불편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지금 카스트로프 공작이 파멸하는 걸 봤던 참이다. 그런 그들을 보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세금에 제한을 거는 걸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경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상한 말을 한다. 다들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정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의 징수라고 한다면 설령 영지 내에서 폭동이 일어나도 경들은 제국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 기본적으로 그것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없게 됩니다. 제국 귀족으로서의 존속을 제국이 보장합니다."
  공작의 말이 이곳저곳에서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명령에 거역하여 제한을 넘은 세금을 징수했을 경우엔 보장하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카스트로프 공작과 마찬가지로 멸문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
  "이 제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면 반란을 일으키셔도 상관 없습니다. 우주함대는 언제라도 진압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안색을 살피며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하고 있다. 반란에 이득이 있다면 반란을 일으키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세금의 제한 따위 기뻐할만한 일이 아니다.
  그 모습을 보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가볍게 웃음 소리를 내었다. 귀족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리석은……. 그리고 어찌 그리 읽히기 쉬운 건가…….

  "혹은 페잔이 반란을 돕겠다고 제안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공작이 의미심장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경들의 승리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제국의 혼란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경들의 패색이 짙어지면 용무 끝난 화장실처럼 태연하게 뒤처리를 시작하겠죠. 어딘가의 누구처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 이 두 사람, 사람을 겁주는 것만을 위해 살고 있는 것 같은 자들이다. 귀족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겁 주는 건 그쯤하는 게 어떤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다들 얼굴이 창백하구먼."
  리히텐라데 후작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공작을 말리자 공작은 어깨를 으쓱했다.
  "겁 주는 게 아닙니다. 충고했을 뿐입니다. 페잔은 사람을 이용하는 게 능숙하니까요. 덧붙이자면 잘라내는 것도."
  "그렇군, 뭐 그렇긴 하지."

  두 사람이 소리 높여 웃는다. 남말은 할 수 없겠지. 이 두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페잔인가……. 헌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신변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귀족 중에 적지 않은 자들이 페잔과 겉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거 참 잘 생각해봐야겠군…….

  "개혁은 이걸로 끝이 아닐세. 앞으로도 계속 되지. 하지만 무리는 하지 않겠네. 경들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온건하게 진행할 생각이야. 그렇기에 경들도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말게. 평민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혁명이 일어나면 우리들은 모든 걸 잃게 되네. 개혁에 불만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켜도 마찬가지다. 알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이 타이르는 어조로 모두에게 말했다. 하지만 창백하면서도 불만스러운 표정,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 자도 있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제국력 487년 8월 25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플레겔 내무상서



  흑진주 홀에서 개혁 발표가 끝난 뒤, 나와 룸프 사법상서에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에 들렀다 가라는 공작의 요청이 있었다. 다른 귀족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말이다. 협력에 감사하고 있다. 겸사 이후에 대한 일로 상담하고 싶기에 저택에 방문해 달라고…….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룸프도 나도 감사히 초대에 응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의 응접실에는 우리들 외에도 사람이 있었다. 리텐하임 후작, 리히텐라데 후작, 게르라흐 자작,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 그리고 브라운슈바이크 대공, 공작 부자. 아무래도 우리들은 제국의 비공식 정부에 들어가는 걸 허락 받은 듯하다.

  "그건 그렇고 꽤나 위협을 했군. 다들 얼굴이 창백해졌더구만."
  리텐하임 후작이 커피를 입으로 옮기며 말하자 다들 끄덕였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꽤나 과격하니 말일세. 리텐하임 후작도 경험한 적이 있지 않았나?"
  "그건 말하지 말게. 리히텐라데 후작."
  리텐하임 후작이 표정을 찡그리자 이곳저곳에서 얕은 파도처럼 쓴웃음이 흐러나왔다.

  "그 놈들, 어떻게 나올까."
  대공에 모두에게 물었다. 시선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집중한다. 역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존재감은 당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것 같다. 룸프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도 흥미진진하게 자리를 지켜보고 있다.

  "솔선하여 반란을 일으킬 바보는 없겠죠."
  공작의 말에 다들 실소했다. "심한 말을 하는 녀석이군"이라며 대공도 웃었다.
  "하지만 부채질을 당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고는 했습니다만, 얼마나 이해했을지……."
  실소가 그쳤다. 다들 쓴 표정을 짓고 있다.

  "페잔인가."
  에렌베르크 원수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공작이 끄덕였다.
  "페잔은 불만을 품은 귀족들의 연계를 획책하려 할 거라 생각합니다. 연계하는 걸로 정부에 압력을 가하여 정책을 변경하게 만든다. 구체적으로는 국무상서, 제국 3대 장관의 교체를 목표로 한다. 그렇게 설득을 하겠죠. 그리고 여차할 때 뭔가의 공작을 하여 폭발하게 만든다……."

  "암살도 있을 수 있겠군.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그걸 계기로 반란을 일으키게 만든다는."
  "당연하지만 페잔은 반란군도 이용하겠지. ……성가시군."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슈타인호프 원수가 뒤를 잇는다. 응접실에 침묵이 가득찼다. 다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플레겔 내무상서가 움직일 수밖에 없네. 페잔의 움직임, 귀족들의 움직임을 조사할 필요가 있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좋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아무래도 각오를 할 수밖에 없나. 과연 받아들어질 것인지. 아니면…….

  "실은 나는 내무상서를 사임하려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다들 날 돌아봤다. 룸프는 놀란 표정을, 그 외의 다른 이들은 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개혁에 불만인가? 플레겔 내무상서."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내무상서의 자리에 있는 몸입니다. 평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들 의심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 잠시 뒤 대공이 질문했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페잔과 적이 부적절한 관계가 있기에……."
  "……사실인가?"
  "직접적인 건 아닙니다만……."
  내 말에 대공이 팔을 꼬고 신음했다.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표정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지 않겠는가? 어찌된 말이냐. 직접적이지 않다는 건."
  "3년 전에 일어난 트라운슈타인 산 버팔로 모피에 대한 건입니다. 거기에 얽혀있는 겁니다. 리히텐라데 후작."
  다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군가가 "그 건인가"라고 중얼거렸다. 에렌베르크 원수겠지.

  "실은 어느 인물에게 부탁을 받아 경찰의 현장검증을 느슨하게 하라고 지시했던 겁니다."
  "그렇군요. 경찰에게 대단찮은 일이었다는, 그겁니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두세 번 끄덕이고 있다. 당사자다. 바로 알았던 거겠지. 그리고 이쪽에게 시선을 향했다.
  "어느 인물이라는 건 누굽니까? 아마도 궁내성 고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모두의 시선이 다시 험해졌다.

  "직접 부탁을 한 것은 궁내성 시종차장인 카르테너 자작입니다. 하지만 노이케른 궁내상서도 얽혀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페잔과 손을 잡고 버팔로 모피를 비밀리에 매매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한숨을 내뱉었다. 하필이면 궁내성 상서가 폐하의 재산을 훔치려한 것이다. 한숨도 나오겠지.

  "경은 버팔로 모피를 수송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는가?"
  리텐하임 후작이 망설이는 듯이 질문했다.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이야기입니다만, 페잔으로 귀환하는 선박이라 들었기에 반란군의 물건을 수송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뺀 모두가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다들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걸 보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
  "아, 음."
  질문을 받은 대공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큰 소리로 말할 일은 아니지만, 반란군에게서 그림이나 조각 등 예술품을 주문하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라서 말이야."
  "예술품? 생필품은 저쪽이 더 질이 좋다고 들었습니다만, 예술품도 그렇습니까……."
  공작이 생각치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단 표정을 짓자 대공이 더더욱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도 있다. 그리고 질이 좋다기 보단 희귀한 것들이 있어서 말이야. 제국에선 만들 수 없는 물건, 다시 말해 단속 대상이 되는 물건들이 저쪽에는 있는 것다. 그렇기에 진귀하게 여겨지는 거지."
  "허어, 단속 대상……."
  "뭐, 루돌프 대제가 퇴폐라 하여 금지한 물건들이다."
  대공의 설명에 공작이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 저택에도?"
  "몇 개인가 있다. 구입한 것도 있고 받은 것도 있지. 너는 그쪽 방면으론 관심이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면목 없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고개를 숙였지만, 아무래도 좀처럼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다. 조금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이 유능한 청년이 아까 전부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쪽에 손대중을 구하기에 무척이나 기발한 것인가, 혹은 저쪽에서도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인가 생각했습니다만……."
  "아니었다는 거군요."
  "네."
  내 대답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생각에 잠겼다. 헌데, 슬슬 그걸 말해야만 하겠지…….

  "빌레펠트 백작입니다만, 그는 자살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사회질서유지국에 명령하여 처리한 겁니다."
  단숨에 응접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모두에 시선이 아프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내무성이 버팔로 밀렵에 가담하여 모피를 얻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내무성은 그것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했어도 믿지 않았습니다. 혹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누군가가 유도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만……."

  그 당시 내무성은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이옥신 마약 조사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경찰총국차장 할텐베르크 백작은 고의로 사이옥신 마약 밀매조직을 봐주고 있었다는 걸로 자살했다. 거기에 더해 트라운슈타인 산 버팔로 밀렵에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내무성은 해체당했겠지. 그렇지 않더라도 내무성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것에 비판 여론이 일어났을 것이다.

  "몇 명인가 궁내성 직원이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만……."
  게르라흐 재무상서가 이쪽을 보며 물었다.
  "그건 내가 아니다. 아마도 노이케른 궁내상서 일당인가, 페잔이 수를 쓴 거겠지."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시선을 향해왔다.
  "경이 사임하고 싶다는 건 이대로는 페잔에게 이용 당한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로군."
  "네. 그들은 제가 빌레펠트 백작을 처리한 걸 알고 있습니다. 반드시 접촉하려 하겠죠."

  이곳저곳에서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자는 하늘을, 어떤 자는 바닥을,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자도 있다. 잠시 침묵이 가득 찼다. 무겁다. 숨이 막힌다는 분위기가 몸을 감싼다.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 같은 기분이 되었다.
  "재미 없군. 지금 경이 사임하면 개혁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이 나올 것이야."

  "그것도 있겠지. 그것도 있으나 페잔, 노이케른 일당이 플레겔 내무상서를 죽이려 할지도 몰라. 리히텐라데 후작. 내무상서이기에 이용가치가 있다고 보고 지금까지 살려두고 있는 걸세. 그렇지 않다면 성가신 비밀을 알고 있는 방해자일 뿐이야."

  리텐하임 후작이 떫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게 문제다. 어쨌든 내무상서를 그만두는 건 극히 위험하다. 하지만 이 자들에게 비밀을 간직한 채로 내무상서의 자리에 있는 건 더욱 위험하겠지. 모든 비밀을 밝힌다. 그리고 이 자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극히 어려운 입장에 있는 거다.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

  "입막음을 하려 하는가. 그리고 그 죄를 우리에게 덮어 씌우고……, 확실히 리텐하임 후작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사임하게 하는 건 득책이라 할 수 없겠군?"
  리히텐라데 후작이 모두에게 묻자 다들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 목은 아직 붙어있는 것 같다. 내심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가 생겼다. 여기서 날 해고해서야 앞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 노이케른, 카르테너 일당을 처리할까. 페잔에 대한 경고도 되겠지."
  "이쪽으로 끌어들인다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죠. 저 놈들의 기밀도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에렌베르크 원수가 제안했다.

  "흠, 어떻게 할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히텐라데 후작의 질문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하려나? 나라면 회유하겠지만…….
  "처단하죠. 그 뒤 페잔에 대한 감시를 강화합니다. 공공연하게. 귀족들도 그걸 보면 페잔과 접촉하는 게 위험하다고 이해할 것입니다. 그래도 접촉하는 귀족은……. 용서 없이 처단합니다."

  응접실이 조용해졌다. 그렇군. 적대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가. 내면에는 꽤나 격렬한 것이 있는 듯하다. 다들 침묵하는 와중 리히텐라데 후작이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반격에 나서는가."
  "네. 지금은 단단한 태세를 보여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페잔도 공격 대상이 됩니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짓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봤다. 페잔을 공격한다? 진심인가…….
  "페잔에는 경제력은 있지만 군사력은 없습니다. 정면에서 박살내겠다고 군사력으로 위협하는 편이 페잔을 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채질하는 놈이 없어지면 귀족들도 얌전해지겠죠."

  그렇군. 위협인가……. 다들 납득한 것 같다. 끄덕이고 있다.
  "혹시 페잔이 준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내 질문에 공작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때엔 정말로 페잔을 공격합니다. 아마도 페잔은 반란군에 원조를 청할 테니까 페잔에서 결전이 일어나게 되겠죠. 개혁의 승패는 그 결전의 결과 나름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이곳저곳에서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