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6 화. 언덕길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5


제국력 487년 9월 7일. 이제르론 요새, 이제르론 방면군사령부.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승진한 건가."
  "그래. 이번 전공으로 말이야."
  "그런가. 뭐, 축하할 일이라고 해야 하겠지."
  쇤코프가 내 군복을 가만히 보고 있다. 중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하여 군복이 변했다. 다소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눈치챌 수 있다.

  이번 전투로 포로가 된 것은 로젠리터가 35명, 경순양함을 움직이기 위해 탑승한 승무원이 30명으로 총 65명이었다. 이제르론 요새에는 비어있는 방이 잔뜩 있다. 녀석들은 그 몇 개의 방에 각각 5명 정도 분산하여 감금되어 있다. 물론 방은 모두 따로 떨어져 있다. 설령 쇤코프가 도망쳐도 동료를 구하는 건 어렵다.

  로젠리터와 경순양함을 움직이기 위한 병사는 같은 방에 있지 않다. 로젠리터는 동맹군 병사에게 이미지가 좋지 않다. 함께 두면 문제의 씨앗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내가 그라이프스 방면군사령관에게 각각 떨어뜨려 달라고 진언했다.

  나는 이틀에 한 번은 녀석들에게 가서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다. 뭐라 해도 본래 동료였던 자들이다. 그 정도는 해줘야지……. 사식을 넣어줄 때도 있다. 술은 무리지만 쿠키나 아이스 같은 당과류다. 다들 꽤나 기뻐했지만 쇤코프는 달콤한 걸 좋아하지 않기에 불만스러워 보였다. 그렇기에 오늘은 견과류를 준비해줬다. 조금은 기뻐하겠지. 돌아가기 전에 잊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훈장이라도 받고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사정이 있어 승진이 된 모양이다."
  "사정?"
  흥미가 있어 보이는군. 같은 방에 있는 린츠나 블룸하르트도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다. 오락이 적을 테니까. 내가 오는 걸 꽤나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르론 방면군 최초의 무훈이다. 그리고 날 여기에 배치한 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니까."
  "그렇군. 전과를 크게 평가하여 지반 다지기인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지위도 그리 반석인 것만은 아닌 것 같군."
  조금 비아냥거리는 어조로군. 쇤코프.

  "지반 다지기인가. 그것도 있겠지만 주된 목적은 달리 있는 것 같다."
  내 대답에 쇤코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 정부는 제국의 개혁을 실행하려고 하고 있어. 뭐, 귀족의 전횡을 통제하고 평민의 권리를 확대한다는 거다. 꽤 평민들의 불만이 쌓여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귀족들은 불만을 품을 수밖에, 그렇기에 반항이 있어도 억제할 수 있는 무력이 있다는 공갈을 위해서인 것 같다."

  쇤코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개혁을 실행한다는 건가……."
  "뭐, 그렇다. 본래 공작은 평민 출신이라. 옛날부터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뮈젤 제독이 4개 함대를 이끌고 이 요새에 있다. 개혁이 시작되면 제국은 혼란에 빠질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동맹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겠지……."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서인가."
  내가 끄덕이자 쇤코프가 신음소리를 울렸다.

  개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탐관오리 정치가로서 평판이 나빴던 카스트로프 공작은 처단 당하고 카스트로프 공작가는 멸문되었다. 카스트로프 공작가의 후계자, 막시밀리안은 카스트로프 성계에서 저항하고 있지만, 토벌군이 접근하자 부하들의 모반에 의해 살해 당했다.

  노이케른 궁내상서, 카르테너 시종차장도 금제품이었던 트라운슈타인 산 버팔로 밀엽에 관여되어 있었다는 걸로 체포당했다. 처벌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황제의 재산을 훔친 거다. 사형은 면하지 못하겠지. 개혁 실시, 이어지는 고관의 처벌에 이제르론 요새의 병사들은 호의적이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평민, 하급귀족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귀족에 대한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어떤가? 쇤코프. 너도 제국을 섬기지 않겠나? 제국은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거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너희들을 포로가 아니라 부하로 맞이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
  "……호의에는 감사하지. 하지만 우리들이 제국을 섬기면 동맹은 우리들이 배신했다고 말할 거다. 그래선 남겨진 동료들이 괴로워질 거다."
  쇤코프의 말에 린츠나 블룸하르트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망면한 뒤 꽤나 고생한 것 같다. 그 망명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결코 제국에서 환영 받은 망명은 아니었지만 망명하지 않았다면 동맹에서 울분을 품은 채 썩어갔겠지. 망명을 후회하고 있던 적도 있었지만 그 결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국군 대장까지 출세했다. 신뢰할 수 있는 상관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눈앞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을 보면 내심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말이야. 쇤코프. 너희들이 동맹에 의리를 지킨다고 해도 녀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남겨진 동료들은 결국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
  쇤코프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알고 있겠지? 우리들은 언제 어느 때라도 손해보는 역할만 했다. 이번에도 작전이 실패한 이유는 너희들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솔직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작전을 간파 당했다고 인정하리라 생각하나? 나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 없군."

  그렇게 괴로운 표정을 짓지 마라. 쇤코프. 너는 뻔뻔하게 웃는 쪽이 어울린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너희들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공작은 꽤나 유쾌한 분이야. 그건 내가 보장하지. 나쁜 대우는 하지 않아. 고집 피우지 말고 공작의 호의를 받아라. 네가 받지 않으면 네 부하들도 받지 못하잖나."
  "……."
  미세하게 쇤코프의 표정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은 없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오딘으로 향하게 될 거다."
  "너도 함께인가?"
  "아니, 내가 돌아가는 건 교대할 사단이 도착한 뒤다. 뭐, 앞으로 2주일 정도 나중이겠지. 너희들은 늦어도 내일 모레에는 출발하게될 거다."
  "……그런가."
  "시간은 충분히 있어. 잘 생각해 봐라."
  "……."

  돌아가기 전에 견과류를 쇤코프에게 넘겨줬다. "쿠키인가?"라고 물어왔기에 "견과다"라고 답하자 뻔뻔스럽게 웃으며 "술이 땡기는군"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마실 수 있게 되겠지. 공작의 부하가 된다면 말이야.



제국력 487년 9월 10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어떤가? 상황은."
  "뭐, 지금까지는 노골적으로 움직이는 귀족은 없는 것 같습니다. 페잔도 표면상으로는 얌전합니다."
  "그런가."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이 끄덕이면서 와인을 입으로 옮겼다.

  식사가 끝나고 각자 선호하는 음료를 들고 거실로 이동했다. 대공과 대공부인은 와인, 나는 진저에일, 엘리자베트는 애플사이다다. 신기한 점은 이 집에선 엘리자베트 앞에서도 극히 평범하게 정치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일까. 뭐, 그녀에게 물어보니 12살이 됐을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단, 밖에서 이야기하는 건 엄하게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막시밀리언 폰 카스트로프가 부하의 손에 죽었습니다. 섵불리 반란을 일으키면 같은 운명에 처한다. 귀족들은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흠, 막시밀리언도 꽤나 도움이 되었군."
  "네."
  아버님이 만족스럽게 웃음을 짓고 있다. 어머님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부부다.

  막시밀리언의 살해는 꽤나 처참한 것이었다고 한다. 시체를 확인한 클레멘츠가 보내온 보고로는 몸 안에 자상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가지고 놀다가 죽은 것에 가까웠을 거라 말했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평소의 원한을 실컷 풀었겠지…….
  생각해 보면 귀족이란 굉장히 깨지기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특권은 제국이 보장한다. 평민들은 귀족 뒤에 있는 제국을 보고 엎드린다. 결국엔 호랑이 위엄을 엎은 여우 같은 거지만, 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허락되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착각하고 만다.

  하지만 제국의 보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가……. 막시밀리언 폰 카스트로프가 그걸 가르쳐주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평민들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마는 거다.
  아마도 막시밀리언은 자신이 어째서 살해 당하는지, 죽는 그 순간까지 이해하지 못했겠지. 자신이 호랑이가 아니라 여우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제국 정부에 저항같은 건 할 수 없다. 얌전히 투항하고 생명 보장을 구했을 것이다.

  "최근 자주 오는 것 같군."
  "……발데크, 코르비츠, 하일만입니까?"
  내가 묻자 아버님이 끄덕였다.
  "오해가 풀렸다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방문이 잦아진 건 나와의 관계가 양호하다고 다른 귀족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겠죠."

  내게 죽임을 당할 걱정이 사라졌다고라도 생각하고 기뻐하는 거겠지. 머리가 꽃밭인 놈들이다. 어째서 리메스 남작이 작위를 반환하려 했는지 벌써 잊은 듯하다.
  그렇기는커녕 진범을 알고 있었으면 좀 더 빨리 알려줬으면 좋았겠다고 오히려 원망 섞인 말까지 내뱉는 실정이다. 나라면 일단 리메스 남작가의 상속 건으로 사과부터 했을 텐데. 그 일이 없었다면 그 무참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마린도르프 백작은 꽤나 훌륭하다. 그 흑진주 홀 사건 이후 루게 백작, 베스트팔레 남작부인과 함께 정식으로 사죄하러 왔다. 나도 솔직하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들과의 관계는 양호하게 될 수 있겠지.

  "카스트로프 공작가의 재산이지만, 어느 정도 되는가?"
  "아직 정리가 시작되었을 뿐이기에 확실하겐 알 수 없는듯 합니다만……."
  "?"
  "게르라흐 재무상서의 말로는 4천억 제국 마르크를 밑돌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내 말에 대공부부가 서로를 돌아봤다. 엘리자베트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꽤나 쌓아뒀군. 4천억인가……."
  "평민들이 불만을 품을만 하네요."
  대공부부가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제국 최고 권문 세가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 사람이 어이없어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재무상서의 지위에 있었다곤 해도 굉장한 금액이다. 일보다도 재산 축적에 더 공을 들이고 있었겠지.

  "조금은 평민들의 불만도 해소되었을까."
  "개혁이 어떻게 진행되냐에 따라 다르겠죠. 카스트로프 공작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그 외에도 비슷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는 귀족은 잔뜩 있습니다. 그들이 얌전히 개혁을 따라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평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겠죠."
  대공이 신음소리를 울렸다.

  희망이 있는 한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자포자기를 하게 되도 주변 사람들이 말려줄테고 동조하는 사람도 적겠지. 소규모 소란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기에 제국 정부는 평민들에게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줘야만 한다. 평민들에게 정부는 자신들에 대해서 생각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설령 그 본심이 혁명 같은 걸로 죽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불만이 폭발하면, 그리고 수습할 수 없게 되면, 그 창 끝은 반드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인 제게 향해올 것입니다. 평민이면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양자가 되어 자신만이 좋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다른 귀족들보다도 훨씬 원망을 받겠죠. 엘리자베트도 그 증오에 삼켜지게 됩니다."
  "재수 없는 소리를 하지 말게."

  불쾌하단 표정이다.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대공부인도 반론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엘리자베트는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는 할 수 없다……. 아버님이 어두운 분위기를 깨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그걸 막기 위해서도 개혁을 해야만 하겠지. 다음엔 재판이었군."
  "네. 평민들에게 항소권을 주는 것, 그리고 제국 정부의 동의 없이 제국 신민을 사형하는 걸 금지합니다. 지금 사법성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그걸 받아들이는 건 어려울 테지."
  대공이 우울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귀족들의 반발을 생각한 거겠지.

  "반발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직접세를 제한한 이상, 귀족들은 부역으로 그걸 매꾸려 할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가혹한 부역이 되겠죠. 부역을 경감시키고 평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평민들에게 항소권을 부여하여 귀족들의 자의에 의해 평민을 처벌하는 걸 제한해야만 합니다."

  항소는 제국 정부가 받도록 한다. 그에 의해 귀족의 영내 통치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귀족들은 무엇보다도 제국정부에게 간섭받는 일을 싫어할 것이다. 당연하지만 간섭을 피하기 위해선 건전한 통치를 할 수밖에 없다. 이상하게 은폐하려 한다면 강권으로서 쳐부순다. 혹은 영지를 일부 회수한다…….

  선정을 베푸는 귀족만이 살아남겠지.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귀족은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몰락하게 된다. 제국 귀족에게 영지를 부여한 건 제국 통치의 일부를 위임했을 뿐이고 재산으로서 주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만 한다. 통치에 있어 악정이나 부정이 있다면 영지를 몰수 당한다는 걸 이해해야만……. 한숨이 나올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이건 평민들에 대한 구제일 뿐입니다. 농노는 대상 외입니다."
  "농노인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버릴 셈인가?"
  아버님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일단은 평민을 우선하려고 합니다."
  "그런가……. 농노 문제는 성가시다. 주의해야만 하겠지."
  "예."

  농노 문제가 성가시다는 건 허풍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이 문제 때문에 꽤나 두통을 앓고 있다. 농노는 인간이다. 뭔가의 원인으로 귀족의 소유물이 되어 제국 신민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국 신민이라면 평민이라 할지라도 법에 의해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농노는 제국 신민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소유자인 귀족들의 사유재산이다.

  제국은 지금까지 농노를 인정했다. 그렇기에 귀족들은 사적 재산으로서 농노를 모아왔다. 농노 해방이라면 인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듣기에는 좋겠지만 귀족들은 사유재산 보호를 무시하는 거냐고 반발하겠지. 정부 정책에는 일관성이 없다. 그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받는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외친다면 그 말이 맞다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떻게 봐도 도리는 귀족측에 있다. 자칫 잘못하면 개혁 그 자체가 부정당할 수밖에 없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도 농노는 있다. 대략 30만 명 정도 있다고 한다. 물론 제국 귀족 중에서도 최대 보유량이다. 그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중요한 노동력이 되고 있다. 아버님이 말하길 '성가신'의 안에는 그것도 포함되어 있겠지. 그들을 잃었을 때, 그를 대신할 노동력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우리뿐만이 아니다. 많은 귀족들이 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귀족 따위 멸망해버려라, 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게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면 곤란하다. 이것도 머리 아픈 문제다.

  하지만 농노 존속을 인정하면 귀족들은 틀림없이 농노를 늘리려고 할 것이다. 이건 이걸로 귀족과 평민 사이에 새로운 충돌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게다가 농노와 자유민 중 어느 쪽이 더 생산력이 높은가 묻는다면 틀림 없이 자유민 쪽이다. 정부로선 농노를 없애고 자유민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해야만 한다.

  역시 농노는 구입하는 형태로 해방할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새로이 귀족이 평민을 농노로서 구입하는 걸 금지한다. 그런 형태로 농노제를 폐지까지 몰고 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 많은 사람들이 농노인 채로 죽을 것이다. 비참한 이야기다. 한숨이 나왔다…….

  "헌데, 카스트로프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
  "재무성의 압수가 끝나면 내정에 관해선 자신에게 맡겨주길 바란다고 했었다만."

  "개명파에게 맡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괜찮은가? 녀석들은 꽤나 급진적이잖은가."
  아버님이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그 놈들 평판이 나쁘단 말이지.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봐도 너무 서두르고 있다. 탁상공론,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전권을 위임하진 않을 겁니다. 제 관리하에 둡니다. 카스트로프는 오딘에서 가깝습니다. 거기에서 개명파의 통치가 잘 되면 귀족들에게 주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거기에 자격을 받아 자주적으로 영내 통치를 바꾸는 귀족이 나타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통치에도 적용하는 건가……."
  "네."
  아버님이 끄덕이며 와인을 입으로 옮겼다. 나도 진저에일을 입으로 옮긴다. 탄소가 빠져 묘하게 달콤한 음료가 되었다. 뭐, 싫어하지는 않지만.

  급한 언덕길을 자전거로 브레이크를 걸면서 내려가는 일이다. 멈추는 일도 할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자전거는 제어할 수 없어 사고를 일으키겠지. 조금씩, 조금씩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성가신 일이다. 다시 한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