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7 화. 구제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6


제국력 487년 10월 25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발터 폰 쇤코프



  "어떻습니까? 뤼네부르크 대장에게서도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제국에 임관하지 않겠습니까? 피츠시몬즈 중령도 바라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 건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겠군요. 하이네센에는 소관을 믿고 있는 부하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배신할 순 없습니다."

  내 대답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딱히 불만스럽단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대답할지는 뤼네부르크에게서 들었겠지.
  그건 그렇고 묘한 자다. 반란군 포로를 자택에 초대하여 임관을 권유할 줄이야……. 포로라기보다 빈객 취급이군. 뤼네부르크는 공작이 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거기에 대해선 나쁜 기분은 들지 않지만 임관은 할 수 없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공작 뒤편엔 군인이 두 사람 서 있다. 아마도 호위겠지. 두 사람은 긴장하고 있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온화한 분위기를 몸에 감싸고 있다. 두 사람을 신용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나를 신용하고 있는 건가……. 좀처럼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동맹군이 패배를 인정할까요? 얌전히 패배를 인정하리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만."
  "……."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확실히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뤼네부르크도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국에 임관하면 녀석들의 주장이 옳았다는 게 되어버리고 만다. 동맹으로 돌아간 로젠리터는 입장이 난처해지겠지.

  "뭐, 그렇다고 해서 제국에 임관하는 건 어려우려나요."
  "그렇지요."
  "걱정이겠습니다. 하이네센에 남겨진 동료가."
  "……."

  야유하는 듯한 어조는 아니었다.
  "한 번, 하이네센으로 돌아가보겠습니까?"
  "허어, ……돌아간다고 한다면?"
  "돌아가고 싶으시겠죠?"
  "뭐, 그거야……."
  내 대답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끄덕였다.

  "페잔 경유로 하이네센으로 돌아가시면 어떻겠습니까? 물론 당신 혼자입니다만."
  "……."
  무슨 의미냐? 뒤의 두 사람도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이네센으로 돌아가 부하들의 안부를 보고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가능하다면 군 상층부에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진심입니까?"
  "네."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포로가 된 부하들을 버리고 말입니까? 뭐, 그것도 좋겠죠. 당신에게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지만."
  이런이런. 이쪽에 대해선 꿰뚫어보고 있는가.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기간은 반 년 정도로 하도록 하죠. 왕복에 4개월 정도는 걸릴 테니까요."
  "2개월이나 하이네센에 있어도 좋은 겁니까?"
  "이래저래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든가 있겠죠? 저는 이래 뵈도 친절한 사람입니다."
  "그렇군요."
  이번엔 야유가 있었다. 보기보다 나쁜 사람이다. 쓴웃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대령에 대해선 페잔 상인에게 맡기도록 하죠. 비용은 이쪽이 지불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령이 하이네센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노잣돈도 준비하겠습니다."
  "그건 감사한 이야기로군요."
  "말했잖습니까? 전 친절하다고."

  그 뒤, 대체적인 계획을 상의했다. 하이네센으로 향하는 항행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 출입하는 페잔 상인에게 맡기게 되었다. 내 입장은 포로가 아니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손님이란 게 되는 것 같다. 그 상인이 오딘으로 오기까지 한 달 정도 남은 것 같다. 하이네센에서 2개월인가. 꽤 시간이 있군. 린츠, 블룸하르트의 가족과도 만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된다…….

  헌데, 어떻게 할까. 혹시 저쪽 부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내가 진실을 고해도 그들의 대우가 변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선택을 강요 받게 될지도 모른다…….



제국력 487년 11월 15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안톤 페르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응접실에는 네 명의 귀족이 앉아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대공,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머리숱이 적은 할츠 남작, 키가 크고 야윈 몸의 볼프스부르크 자작. 그리고 나와 슈트라이트 소장, 안스바흐 준장이 서 있지만, 응접실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풍기고 있다.

  "그래서 저희들에게 상담할 일이라니 무엇일까요?"
  에리히가 물었지만 할츠 남작, 볼프스부르크 자작은 계속 이마의 땀을 닦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에리히와 대공이 서로를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곤혹과 의문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실로 묘하다. 손님들은 이 저택에 왔을 때부터 이상하게 긴장하고 있다.

  "하르츠 남작, 볼프스부르크 자작,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알 수 없네.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이곳에 온 거겠지.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겼는가? 당가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힘을 아끼지 않겠네만."
  대공의 말에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망설이며 볼프스부르크 자작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은 며칠 전 발표된 세금 제한에 대한 건입니다만……."
  더듬거리며 말한다. 그리고 할츠 남작을 돌아본다. 이번엔 할츠 남작이 마찬가지로 망설이면서 말했다.
  "그 제한을 풀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브라운슈바이크 대공과 에리히가 서로를 돌아보자 두 사람이 당황한 것처럼
  "저도 할츠 남작도 결코 정부의 의향에 거역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잠시 동안 유예를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이 정부에 부탁해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다. 말을 끝내고 두 사람은 쭈뼛쭈뼛 대공과 에리히를 보고 있다.

  그건 그렇고 세금 제한의 해제? 대체 이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흑진주 홀에서 황제 임석 하에 발표된 사항이다. 그걸 기다려라? 자신들만 특별취급해달라? 도저히 제정신이라 생각할 수 없다. 그 직후 카스트로프 공작, 노이케른 궁내상서, 카르테너 시종차장이 처분 당했다. 정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많은 귀족들은 정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한 해제? 슈트라이트 소장과 안스바흐 준장도 표정으론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어이없어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이유를 들어볼까. 듣지 않으면 좋다 나쁘다 말할 수가 없어."
  "……그건……."
  "그건? 무슨 사정인가. 할츠 남작, 볼프스부르크 자작."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이 우물거리는 두 사람을 재촉했다. 대강 예상은 간다. 대공과 에리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빚이 있습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만, 이대로는 변상이 불가능합니다."
  할츠 남작의 대답에 대공과 에리히가 서로를 돌아봤다. 놀란 표정은 아니다. 역시 예상했던 일이겠지.
  "어느 정도의 빚입니까?"
  에리히가 묻자 두 사람이 면목이 없단 표정을 지었다. 꽤나 고액인 것 같다.

  "저는 5천만 제국 마르크 정도입니다. 볼프스부르크 자작은 약 1억 제국 마르크……."
  억을 넘는 빚?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이 녀석들. 웬만한 일이 아니면 그런 빚은 있을 수 없다. 대공은 태연한 표정이지만 에리히는 틀림없이 깜짝 놀라고 있다. 그렇겠지. 평민 출신인 에리히로선 상상할 수 없는 빚이다.

  "하지만 그래선 유예라고 해도 꽤나 장기간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변제 기간을 늘려서 조금씩 빚을 갚아가는 게 어떻겠는가? 이자가 늘어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면 세금을 적게 거둬도 어떻게든 되겠지."
  에리히와 대공이 묻자 두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이미, 계속 변제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볼프스부르크 자작의 말에 한 순간이지만 응접실에 이상한 침묵이 떨어졌다. 대공의 표정이 험해졌다.
  "시급히 지불할 필요가 있다는 건가. ……경들, 빚의 총액이 얼마나 되는 건가?"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할츠 남작이 답했다.
  "저는 5억 제국 마르크 정도입니다. 볼프스부르크 자작은 약 10억 제국 마르크……."
  에리히가 한숨을 토했다. 기분은 이해한다. 나도 한숨을 토하고 싶다. 태연한 대공이 이상하다.

  "그래선 무리로군. 세금 제한이 없더라도 빚을 갚는 건 꽤나 어렵겠지."
  "……."
  동감이다. 금액으로 봤을 때 이 두 사람은 꽤 무리를 하여 빚을 지고 있다. 그렇다면 빚의 금리도 낮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두 가문의 내실은 풍비박산이나 다름 없었겠지. 대공이 굵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은 방법은 당가가 빚을 대신 지는 수밖에 없겠군."
  할츠 남작과 볼프스부르크 자작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떠올랐다. 이 두 사람,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나. 뭐, 일문의 총수로선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게 가능할만한 재력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는 있다. 이 두 사람이 걱정한 건 에리히가 자신들을 내버리지 않을까라는 점이었겠지.

  "어떻게 생각하나? 에리히."
  "그렇네요. 부탁을 받았으니 구할 수밖에 없겠죠. 단지……."
  "단지?"
  대공과 에리히의 대화에 두 사람이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에리히는 무조건 찬성하고 있지는 않다.

  "하르츠 남작, 볼프스부르크 자작, 빚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건 두 분 뿐입니까? 그 외에도 있지 않습니까?"
  에리히의 질문에 손님들이 서로를 돌아보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금 제한은 곤란하단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볼프스부르크 자작."
  "아마도."

  그 대답에 다시 에리히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님, 이 건에 대해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아니라 제국 정부가 맡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당가에 원조를 구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라 하더라도 위험한가……."
  대공이 표정을 찡그렸다. 마음에 들지 않겠지. 하지만 에리히의 걱정은 당연하다.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점도 있습니다만, 그 이상으로 위험한 점이 있습니다."
  "위험한 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빚을 대신 졌을 경우, 당가에 대한 변제는 장기간이 될 것입니다. 그 기간은 당가의 위세를 지금 이상으로 강하게 만들 겁니다. 그걸 위험시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군. 그쪽인가. 대공이 팔짱을 끼고 신음소리를 울렸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리텐하임 후작가가 존속의 위기에 처한 것도 그게 원인이었다. 본가의 세력 확대에 너무나도 무신경하게 열중했기 때문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구제에 나서면 이유는 둘째치고 도달하는 지점은 같을 수밖에 없다. 할츠 남작과 볼프스부르크 자작은 걱정스런 표정이다.

  "지금의 정부, 군부와의 협력은 잘 되고 있지만……."
  "10년 후, 15년 후는 알 수 없습니다. 방심은 금물이겠죠."
  "그렇군……. 신중하구나."
  "귀족 중에는 세금 제한을 귀족에 대한 억압이라 여기는 자도 있겠죠. 그걸 벗어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구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공이 끄덕였다.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맡기겠습니다. 모쪼록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할츠 남작이 고개를 숙이자 볼프스부르크 자작도 그 뒤를 이었다.



제국력 487년 11월 15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플레겔 내무상서



  "그렇군. 빚을 갚지 못한다는 건가."
  "음. 두 사람의 이야기로는 꽤나 그 외에도 어려운 귀족이 있다는 것 같다."
  "으음. 이쪽에도 오려나."
  "그럴지도 모르지."
  리텐하임 후작과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의 대화를 네 명의 사내가 듣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히텐라데 후작, 게르라흐 자작, 룸프 사법상서. 나를 포함하면 다섯 명이 된다.

  "그래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어떻게 할 건가? 녀석들을 원조하는 건가?"
  "그것에 대해서네만. 리히텐라데 후작. 에리히는 제국 정부가 귀족 구제를 해야 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하네."
  "정부가? 빚을 대신 져주는 건가."

  "정부가 채권자에게서 채권을 산다. 다시 말해 정부가 채권자가 되는 거다. 그 뒤 정부에 대한 변제는 무이자로 행한다고 한다면 귀족들에게 있어서도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에리히는 말했네만."
  대공과 국무상서의 대화에 모두의 시선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향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빚을 져주면 공작가의 위세는 지금 이상으로 커지게 됩니다. 아마도 리텐하임 후작가도 같은 상황이 되겠죠. 정부에게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쪽도 쓸데없는 의혹을 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가. 공작은 신중하군."

  대공, 리텐하임 후작, 리히텐라데 후작이 떫은 표정을 짓고 있다. 두 가문이 정부와 대립하고 있던 때를 떠올리고 있는 거겠지. 공작이 양자가 되고 나서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도 그 당시의 긴박했던 정세를 잊지 않았다. 언제 내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다들 두려워했다.

  "게다가 여기서 정부가 귀족들을 구제해두면 평민들에게 항소권을 주기 쉬워집니다. 귀족들은 반대는 하겠지만 제국이 개혁에 의해 평민들만을 우대하여 귀족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귀족들도 그 은혜를 받는다고 설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구먼."
  리히텐라데 후작이 맞장구를 치자 다들 끄덕였다.

  "고마운 이야기로군요. 솔직히 말하면 법은 만들어도 실행이 가능할지 어떨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귀족들에게 있어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률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거라면 귀족들도 맘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죠."
  다행스럽단 목소리를 낸 것은 룸프 사법상서였다. 그 목소리에 파도 소리처럼 웃음 소리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