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39 화. 계속되는 과제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6


제국력 488년 1월 20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수고하셨습니다."
  "아뇨. 그럴 것까지야. 뭐가 어찌 됐든 반란군과의 전투는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2개월이나 이제르론 요새에 있었던 겁니다. 셋집살이에서 이래저래 수고가 있었겠죠."

  라인하르트와 4개 함대가 돌아왔다. 성실하단 말이지. 돌아오자마자 켐프, 렌넨캄프, 파렌하이트와 함께 찾아왔다. 내일 우주함대사령부에서 보고해도 괜찮았을 텐데…….
  "켐프 제독, 가족에게 꽤나 소홀하게 만들고 말았군요."
  "아, 아뇨. 그러한 것은.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있었으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커다란 몸을 수그리며 켐프가 황송해하고 있다. 이 녀석, 격추왕이었을 텐데 발퀴레에 이 거구가 들어가긴 했던 걸까. 저거, 꽤나 조종석이 작단 말이지. 설마 특별주문 발퀴레를 썼다든가……. 아니, 발퀴레에 탑승할 수 없게 되어 파일럿을 그만 뒀다든가……. 있을 법한 이야기다. 물어 보지는 못하겠지만.

  "하지만 크리스마스도 신년도 함께 축하하지 못했던 거죠. 부인은 둘째치고 자녀들은 섭섭해하지 않았겠습니까?"
  "허어, 그건."
  "잠시 휴가를 보내는 게 어떻습니까? 한동안 전쟁은 없을 테니."
  "감사합니다. 가족과도 상담해보겠습니다."

  쑥쓰러워하지 말라고, 켐프. 조금 이쪽도 부끄럽잖아.
  "켐프 제독만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조금 휴식을 취하는 게 어떻습니까?"
  "허어"라든가 "그게"라는 소리가 들렸다.
  "사양할 필요는 없습니다. 신고서를 보내주세요.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왠지 다들 곤혹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 녀석들 휴가를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거군. 안 되겠다. 적극적으로 휴가를 쓰도록 만들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휴가를 쓸 수 없다. 열혈 사원을 가진 상사의 비애를 이 녀석들은 모르는 거다.

  "뮈젤 제독."
  "예."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에게 면회하는 게 어떻습니까? 폐하께는 제가 부탁드리도록 하죠."
  "그렇게 해주신다면……."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언질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시스콘 라인하르트에겐 이게 최고다. 응. 나는 좋은 상사다.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셨다. 다들 커피를 입으로 옮긴다.

  "그런데 나중에 보고서를 받겠습니다만 이제르론 방면군은 어떠했습니까?"
  내가 묻자 따끈따끈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그 대신 긴장된 분위기가 응접실을 채웠다. 네 사람 모두 표정이 굳었다.

  "이제르론 방면군사령부가 만들어졌기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요새사령부와 주류함대사령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부딪히는 일이 없어졌을 뿐이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라인하르트가 발언하자 다른 세 사람이 끄덕였다.

  "역시 그렇습니까."
  "예. 호오는 둘째치고 최저한의 신뢰관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선 그게 보이지 않습니다. 본래라면 서로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만……."
  라인하르트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거군요?"
  "예. 방면군사령부가 만들어졌기에 오히려 그 노력을 포기한 것처럼도 보입니다."
  라인하르트의 말에 다른 세 사람이 끄덕였다. 본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최악이군.

  "그라이프스 방면군사령관은 뭐라고?"
  "어떻게든 양쪽을 중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라인하르트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묘하군. 평소라면 냉소라도 짓고 있었을 텐데……. 그라이프스랑 친해진 걸까.

  "이쪽에 그러한 상황보고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만?"
  "상급사령부의 책임자로서는 하급사령부 간의 횡적 연계가 없다고 좀처럼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본래라면 그라이프스 방면군사령관의 책임 하에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그렇군요."
  그렇단 말이지. 부하들 사이가 나쁩니다. 어떻게든 해주세요. 라니 말하기 힘들겠지.

  "이번 공방전, 반란군이 교전하지 않고 물러난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혹시 전투 상태에 돌입했다면……."
  "했다면?"
  라인하르트가 말을 어물거리고 있다. 방면군사령부의 발안자는 나다. 실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암중에 나를 비난하는 것이 되고 만다. 라인하르트도 서로 마주 보고 말하기 어렵겠지.

  "사양할 필요 없습니다. 실전에 돌입했다면?"
  "요새사령부와 주류함대사령부가 상대방에 대한 것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행동했을지도 모릅니다. 책임은 전부 방면군사령부에 떠넘기고 말입니다."
  말을 끝내고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혹은 방면군사령부가 그걸 막으려 하다가 굉장한 부담을 지게 된다. 그것 때문에 중대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라는 거로군요……."
  "예."
  역시나. 하루아침에 해결할 순 없나…….

  주류함대사령부, 요새사령부의 인원을 교체할 수밖에 없네. 그라이프스에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걸 실행해야 한다. 최전선에서 아군끼리 다투는 바보 놈들은 필요 없다. 전원 경질, 덧붙여 명백하게 좌천이라 알 수 있는 자리에 보낸다…….

  최전선에 배속된 이상, 주변에서 엘리트라고 여겨졌을 자들일 거다. 그걸 좌천시키고, 서로 협력하지 않았다는 걸 좌천의 이유로서 소문을 퍼뜨리도록 하자. 새로운 사령부 요원에게 있어선 충분한 경고가 될 것이다. 라인하르트에게서 보고서가 도착하면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와 상담해보자. 두 사람 모두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뮈젤 제독을 이제르론 요새로 보내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쪽 상황을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내가 감사를 표하자 라인하르트는 다행이란 표정을 지으며 "황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세 사람도 다행이란 표정이다. 무례하네. 나는 그렇게 무서운 상사가 아니다. 화제를 바꿀까.

  "이제르론에선 이번 개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내가 말을 꺼내자 네 사람 모두 밝은 표정이 되었다.
  "장병들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뭐라 해도 세금이 경감된 것이 큽니다. 그리고 영민들의 항소권도 인정되었습니다."
  "카스트로프 공작을 시작하여 부정을 저지른 귀족들이 처벌받은 것도 장병들은 기뻐하고 있습니다. 최전선 병사들은 안전한 장소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자들을 극히 싫어하니까요."

  켐프, 렌넨캄프의 대답도 어조가 밝다. 응. 좋네. 최전선 병사들의 평가가 좋다는 점은 중요하다. 뭐라 해도 그들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있는 거니까. 그들이 고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건 사기도 오르고 앞으로 방어전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요새사령부, 주류함대사령부의 불협화음뿐이로군.

  "하지만 세금을 써서 귀족을 구제한다는 것에 대해선 다소 불만이 있는 듯합니다."
  "……."
  "정부에선 구제하지 않는다면 제국 경제에 혼란이 일어난다고 설명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는 있는듯 합니다만……."

  역시 그런가. 그렇겠지. 불만은 있겠지. 구제를 요청한 귀족은 500가문을 넘고, 구제금액은 총액 2천억 제국 마르크 이상이다. 당초 예상의 2배 이상인 거다. 다들 어이가 없어 격노하고 있다. 게르라흐 자작은 영지 경영도 못하는 바보 놈들은 전부 총살형에 처해버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나도 동감이다. 카스트로프, 노이케른, 카르테너 등 멸문 당한 가문이 있어 그들의 재산을 징수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말도 안 되는 소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노이케른, 카르테너, 두 가문 모두 카스트로프 정도는 아니지만 꽉꽉 채워서 쌓아두고 있었다. 징수 재산을 합치면 1천 5백억 제국 마르크를 넘는다. 페잔에서 내부자 정보를 얻어 주식으로 벌어들이고 있었다고 한다. 정보의 대가가 무엇이었을지.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확실히 파렌하이트 제독이 말한 대로 다소 불만은 있겠죠. 하지만 그 빚은 정부에게 갚도록 하고 있으니까 정부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단 귀족에 대한 불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과 달리 세금도 내고 있지 않은데 빚을 지고 있다니 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그렇군요."
  라인하르트의 말은, 뭐, 절반 정도는 나를 신경 써서 하는 말이겠지. 하지만 구제가 무조건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중요한 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니까.

  "무엇보다 귀족은 감찰관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건 파산 관리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장병들 사이에서 돌고 있습니다. 오만과 거만의 덩어리나 마찬가지인 귀족에게 있어선 굴욕이겠죠. 꼴 좋다고 웃고 있습니다."
  렌넨캄프의 말에 다들 실소했다. 귀족이란 참 미움 받는 입장이란 말이지. 나도 지금은 귀족인데.

  뭐, 확실히 싫어했다. 하지만 돈을 빌리는 입장이란 약자다. 불만을 토해도 기세가 없다. 게다가 부당하게 이자를 취하고 있던 고리대금업자 놈들에게서 그 부당한 만큼의 돈을 되찾아 줬으니까. 꽤 빚이 경감되었다. 그것도 정부니까 할 수 있었던 일이고 놈들은 불가능했다.

  녀석들은 정부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지나치게 투덜거리는 놈은 뭉개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빚을 정부가 고리대금업자 놈들에게 돌려준 이상, 영지경영에 실패한 귀족따위 부숴버려도 경제위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게르라흐 자작은 총살형이라고 거친 말투로 외쳤다. 바보 놈들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사죄하기 위해 찾아왔다.

  "하지만 장병들이 놀란 건 귀족에게 결산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입니다. 그건 저희들도 놀랐습니다."
  라인하르트의 말에 다들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까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개혁을 행한다고 한다면 언젠가는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겠지.

  "반대가 심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뭐. ……하지만 의외의 아군이 있었으니까요."
  "의외의 아군?"
  "페잔 상인입니다."
  나와 라인하르트의 대화에 파렌하이트가 "그렇군요"라며 끄덕였다. 다른 두 사람, 아니 라인하르트도 포함하면 세 사람이지만, 파렌하이트는 그들에 비해 경제에 밝은 모양이다.

  "개혁을 진행하는 이상 제국 정부는 귀족에 대해 특별 취급은 할 수 없게 된다고 그들은 상정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진 귀족이라는 것 때문에 비교적 위험이 적다고 판단하여 거래를 했습니다만 이제부턴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래 상대로서 귀족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렇기에 위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해집니다."
  "그렇군요. 그게 결산보고서입니까."
  라인하르트가 끄덕였다.

  "그리고 재산 목록입니다. 영지경영 상태와 가문의 재정상태, 그걸 공개해라. 그렇지 않으면 귀족과의 거래는 안심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한 겁니다. 실제로 이번에 구제한 귀족들의 대출 이유 대부분이 유흥비였습니다. 영지경영 실패가 원인인 빚은 극히 일부입니다. 그들의 요구는 아주 타당하겠죠."

  "페잔 상인의 요구를 거절하면 상인이 찾아오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영지의 특산물 매매에 영향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상황에도 악영향이 나옵니다. 그리고 정부를 분노하게 만들면 더더욱 귀족들의 앞날은 어려워집니다."
  "멸문 당할바에야, 라는 겁니까."
  "네. 그런 겁니다. 켐프 제독."

  결산보고서, 재산목록 통과에는 페잔 상인의 협력이 컸다. 새삼 생각하게된 것은 페잔의 자치령주 정부와 페잔 상인은 각각 따로 논다는 점이다. 자치령주 정부는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움직이게 되지만, 상인에게 있어선 경제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제국 개혁은 자치령주 정부에게 있어선 좋지 않은 일이지만 상인에게 있어선 반드시 부정해야 할 것은 아니다.

  루빈스키 대책 중 하나로서 페잔 상인을 아군으로 삼는다는 방법도 있겠지. 루빈스키가 제국에 적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거다. 잘 되면 페잔 내부에 반루빈스키, 친제국 세력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상으로 페잔 상인이 활동하기 쉬운 경제 환경, 사회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계속된 개혁이다.

  "뭐, 결산보고서, 재산목록 제출은 올해 분량부터입니다만, 공개하는 건 내년 분량부터 입니다. 역시 쌩얼로 나돌아다니긴 어렵겠죠. 다소는 화장을 하고 밖에 돌아다니게 해야지……."
  내 말에 다들 웃었다. 귀족들 대다수가 재산상황의 개선, 영지경영의 개선에 착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놀고 있던 벌이다. 조금은 땀을 흘리는 게 좋아.

  결신보고서, 재산목록 제출은 작성에 시간이 걸리지만, 귀족에게 있어서도 이득이 있다. 자신의 영지가 어떤 상황인지, 재산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다. 실제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그렇다. 양자인 나뿐만이 아니다. 대공도 대공부인도 그렇구나 라면서 신음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략적인 건 알고 있었어도 구체적인 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재산목록은 작성하는 중이지만 그 내용이 꽤 대단하다. 카스트로프 공작가의 그걸 훨씬 넘고 있다. 제국 제일의 권세가라는 평가가 허황된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결산보고서, 재산목록이 공개되면 페잔 상인들은 귀족들을 선별하게 되겠지. 아마도 페잔의 신용 평가 회사는 귀족의 신용 평가를 실시할 것이다. 다시 말해 영지경영, 재산상황이 나쁜 귀족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는 게 된다. 그걸 피하고 싶다면 영내개발과 재산상황 개선에 힘쓸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변경 귀족들이다. 이 녀석들의 재산상황, 영지경영 상태는 결코 좋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점점 더 불이익을 입게 된다. 그걸 막기 위해선 개발 원조를 해야만 한다. 다행히 바보 같은 귀족들이 매년 빚을 제국에게 갚고 있다. 최소한이라도 이후 40년 동안, 매년 50억 제국 마르크 정도를 갚아야할 것이다. 그걸 써서 변경을 개발한다. 재원이 확보되어 있는 거다. 페잔 상인들도 변경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망한 시장이 될 거라고 인식하겠지. 적극적으로 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귀족들의 방종을 억제하는 건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겠지. 문제는 평민들의 권리 확대, 사회적 지위 향상이다. 카스트로프의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군. 한 번 가보도록 할까. 리히터나 브라케 일동도 관심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격려하는 일도 되겠지……. 이후로는 나도 영내통치에 시선을 향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바쁘네. 정말 바쁘다. 군부와 정부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인가……. 몸이 몇 개나 있어도 모자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