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45 화. 제국의 권력자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8


제국력 488년 4월 30일. 오딘. 발터 폰 쇤코프



  감시역의 정보부원 2명과 함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을 나왔다. 대원들이 있는 숙사로 가기 위해 지상차에 탑승하자 뤼네부르크도 올라 탔다. 정보부원이 놀랐다.
  "뤼네부르크 각하?"
  "됐으니 출발해라. 이 녀석과 그 동료에게 할 말이 있어."

  감시역이 서로를 돌아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상차를 출발시켰다.
  "뭐냐. 이야기란."
  "……."
  정보부원이 다시 놀랐다. 포로가 대장에게 반말을 쓰고 있으니 무리도 아닌가. 우리들의 관계를 모르겠지. 아니, 정보부원이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놀라나. 놀라겠지.

  "내게 이야기해두면, 녀석들에겐 내가 말하지."
  "……."
  뤼네부르크는 팔짱을 끼고 말없이 눈을 감고 있다. 여기선 말할 수 없다. 혹은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런 건가. 두 사람의 정보부원도 말이 없다. 차내 분위기가 미묘하게 긴장됐다.

  숙사에는 15분 정도로 도착했다. 정보부원이 노골적으로 안심한 표정을 짓는 것이 웃겼다. 이 숙사는 정보부가 포로를 신문할 때 쓰는 시설이라는 것 같다. 우리들은 한 방에 두 사람씩 갇혀있다. 하기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우리들을 스카웃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노골적인 포로 취급은 받고 있지 않다. 숙사 밖으론 나갈 수 없지만 숙사 안이라면 행동은 자유롭다.

  회의실에 전원 집합한 대원들이 뤼네부르크를 보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만 뤼네부르크는 입을 다물고 있다. 다시 말해 내가 먼저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뤼네부르크가 말하겠다는 건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이야기했다. 기뻐해라. 우리들은 제국 군인이 되기로 결정 됐다."
  회의실이 고요해졌다. 제국 군인이 된다. 바라던 바, 각오했던 바이긴 하지만 의외일 정도로 무게가 있었다.

  "결정 사항인 거군요."
  "결정 사항이다. 린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이미 에렌베르크 군무상서와 조율하고 있어. 내일이라도 인사가 발령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엔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빠르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뤼네부르크 각하의 부하, 라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크로네커가 뤼네부르크를 힐끔 보면서 질문했다. 다른 녀석들도 뤼네부르크를 보고 있다. 한 번은 연대장으로 모셨던 몸이다. 그 뒤엔 밴플리트, 이제르론에서 적으로 인식하고 싸웠다. 복잡한 마음이 있겠지. 공작이 우리들을 자신의 밑에 두겠다고 한 건 그 부분을 고려한 걸지도 모른다.

  "아니다. 우리들은 제국군에 정식으로 입대한 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맡겨지게 된다. 임무는 평상시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의 경비, 이건 우리들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경비를 담당하던 자들과 협력하여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전시엔 총기함 포르세티에 탑승한다. 나는 막료로서, 너희들은 함내 보안임무에 임한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흥분하고 있다. "대단하군", "믿을 수 없어"라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총기함 포르세티에 탑승한다는 게 가장 놀랄 일이겠지. 실제로 포로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대우라고 해도 좋다. 그 때였다. 뤼네부르크가 "들뜨지 마라!"라고 모두에게 일갈했다.

  "들뜰 일이 아니야. 네놈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을 경호한다는 것의 의미, 총기함 포르세티에 탑승한다는 의미를 알고 있는 건가? 알고서 들뜨고 있는 건가?"
  "……."
  "모른다면 들뜨지 마라."
  뤼네부르크가 벌레를 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쇤코프, 네놈은 알겠는가?"
  "우대 받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뤼네부르크가 혀를 찼다.
  "네놈은 바보냐. 그런 건 삼척동자도 알아. 내가 말하고 있는 건 네놈들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을 경비한다는 것의 정치적 의미다."
  정치적 의미인가…….

  "제국 굴지의 권력자, 명문 귀족을 경호하게 된다. 나름대로의 신뢰를 받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0점이다. 쇤코프. 어이가 없군."
  "……."
  시비 걸고 있는 건가 생각했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뤼네부르크는 차가운 시선으로 날 보고 있다. 어이 없다고 하는 건, 분하지만 진심이겠지.

  "알겠나? 여긴 동맹이 아니야. 제국이다. 동맹처럼 사람은 평등하다는 둥, 달콤한 개념은 없어. 제국은 황제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계급사회인 거다. 그걸 명심해라."
  "……그렇군."
  "이 제국에서 권력자라 불리기 위해선 황제와 극히 친밀한 관계를 쌓는 것이 필요 불가결이다."
  다들 뤼네부르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정치적, 군사적인 능력에 대한 신뢰. 혈연, 인척 관계에 의한 신뢰. 애정에 의한 신뢰……. 이 제국에서 황제의 총희가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가능한 것도 그때문이다. 동맹이라면 최고평의회 의장의 애인이 권력을 휘두르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알겠나? 확실하게 명심해라. 제국 정도로 인간관계가, 그에 의한 역학관계가 중시되는 세계는 없어."
  무게 있는 말이다. 뤼네부르크가 역망명자면서 제국군 대장까지 승진할 수 있었던 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의 친밀한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제국 굴지의 대귀족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작을 제국 굴지의 권력자라고 확언할 수는 없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선대 대공이 황제 프리드리히 4세 폐하의 황녀, 아말리에 님과 결혼했다. 두 분 사이에는 따님, 엘리자베트 님이 있다. 당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혼약자다."
  뤼네부르크가 "알겠냐"라고 우리들에게 물었다. 변함 없이 시선은 차갑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황제와 인척 관계에 있다. 극히 친밀한 관계에 있다. 그런 거로군."
  내가 답하자 뤼네부르크가 끄덕였다.
  "그래. 공작은 평민 출신이지만 황제 폐하에게 있어선 의붓이라곤 해도 손자가 된다. 군부에선 원수, 제국군 3장관 중 한 명으로서 우주함대를 맡고 있는 몸이다. 그리고 지금, 제국에선 황족이 적어. 당연하지만 그 배우자의 존재는 굉장히 크다."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다. 대귀족, 황손과의 인척 관계, 그리고 우주함대 사령장관. 무엇 하나만 취해도 황제와의 관계는 가깝게 되겠지. 그걸 전부 갖추고 있다. 젊지만 제국 굴지의 권력자라는 건 그런 건가. 군인으로서의 평가만은 아닌 거다. 동맹에 있으면 볼 수 없는 사실이군.

  "그럼 쇤코프, 다시 한 번 네게 묻지. 너희들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을 경비한다는 것의 정치적 의미는 뭔가?"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뤼네부르크는 변함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날 보고 있다. 내가 얼마나 이 제국을 이해하고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 섵부른 대답은 할 수 없다.

  "황족 두 명을 포함한, 무엇보다 황제 폐하에 가까운 분들이 사는 저택을 경비하게 되었다.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분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으며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런 건가."
  "흥"이라며 뤼네부르크가 코를 울렸다.
  "50점이군. 장래성이 있다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못난 녀석이다."
  다들 쓴웃음을 짓는 걸 알 수 있었다. 놀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꽤나 점수가 짜지 않나?"
  "점수가 짜? 바보 같은 소릴. 오히려 너그러울 정도다."
  흠. 뤼네부르크의 시선은 변함 없이 차감다. 놀리고 있는 건 아니군. 대훤들도 눈치 챈 거겠지. 모두의 얼굴에서 쓴웃음이 사라졌다.

  "나는 뭔가 놓치고 있는 건가?"
  "그래. 놓치고 있어. 말했을 거다. 제국 정도 인간관계가, 그에 의한 역학관계가 중시되는 세계는 없다고."
  "……."
  확실히 그런 말을 했었지. 인간관계, 역학관계인가……. 뤼네부르크는 뭘 나에게 전하려고 하고 있는 거지? 뤼네부르크가 한 발자국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너는 공작과 너희들의 관계를 이해했다. 그렇다면 그걸 한 발 더 나아가서 봐라. 우리들과 너희들 이외의 인간관계, 역학관계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게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그런가, 그런 건가."
  내가 한숨을 내쉬자 뤼네부르크가 "겨우 이해했나 보군"이라며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너희들을 받아 들여 너희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다. 너희들은 공작의 뒷배경을 얻은 거다. 그건 귀족, 정치가, 군인, 평민, 모두가 이해할 것이다. 누구도 너희들을 모욕할 수 없을 거다. 그런 짓을 하면 공작을 적으로 돌리게 된다. 오프레서 장갑척탄병 총감도 너희들을 보고 인상은 찌푸려도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런 짓을 하면 오프레서라도 목이 날아간다. 그게 제국이다."
  그게 제국인가……. 직위나 지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들뜨지 마라."
  뤼네부르크가 엄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모두에게 시선을 던졌다.
  "본래라면 너희들은 피라미드 밑바닥에 있을 인간이다. 거짓말이 아니야. 내가 좋은 예시다. 망명하고 3년, 단 한 번도 전장에 나가지 못하고 생죽음을 당했다. 겨우 전장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쩔 도리도 없는 짐덩이 함대에 배속되었다. 그 뒤에도 노골적인 버림패 취급을 당한 적이 있다. 몇 번이나 절망했는지……. 다행히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공작과 만나지 못했다면 틀림 없이 나는 망명한 일을 후회하면서 미련 가득한 인생을 끝마쳤을 것이다. 이 제국의, 밑바닥에서."

  역시 그런가. 그 이제르론 사건으로 알게 된 거지만, 뤼네부르크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연결은 굉장히 강하다. 무엇이 두 사람을 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딜 봐도 접점은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다. 전장에서 서로를 도우는 과정에서 깊어진 인연이겠지.

  "제국은 정치적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평민의 권리를 확대하고 귀족의 방만을 통제하려는 거다. 주도자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다. 당연하지만 귀족들은 그 점을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너희들이 실수를 저지르면 귀족들은 마침 잘 됐다며 공작을 공격하겠지. 자칫 잘못하면 개혁은 좌절 될 수밖에 없다. 너희의 성패에 제국의 미래가 걸려있단 거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다들 얼굴이 굳어 있다. 아마도 나도 굳어 있겠지.

  "뤼네부르크. 다시 말해 우리들은 제국의 정쟁에 휘말리게 된다는 건가?"
  내가 묻자 뤼네부르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미 휘말려든 거다. 쇤코프. 너희들을 공작이 받아 들였을 때부터. 공작은 그 위험을 알고서 너희들을 받아 들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희들의 입장은 처참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너희들도 그 위험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

  다시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도 신음하고 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우리들은 성가신 입장에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우리들에게 호의를 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들은 왼쪽 오른쪽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패거리라고 인정 받은 셈이다.

  "그러니 들뜨지 마라.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거다."
  "……."
  "공작의 걸림돌이 되었다간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혹시 그렇게 된다면 그 땐……."
  "우리들을 죽일 건가?"
  뤼네부르크가 내 대답에 냉소를 지었다.

  "무르군. 쇤코프. 내게 죽임을 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난 그 정도로 상냥하지 않아. 스스로 뒤처리 해라."
  "……."
  "제국 굴지의 권력자를 실망시킨 이상, 너희들에게 미래는 없다. 이 제국의 밑바닥에서 비참하게 썩어 빠지든가, 혹은 전장에서 무참하게 버려지든가다. 그 자리에서 죽는 편이 낫겠지. 그것만은 보장한다."
  그렇게 말하고 뤼네부르크는 등을 돌려 회의실에서 나갔다.



제국력 488년 5월 12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플레겔 내무상서



  "겨우 끝났군요."
  재무상서 게르라흐 자작이 감명 깊게 말하자 브라운슈바이크 대공과 공작, 리텐하임 후작, 리히텐라데 후작, 룸프 사법상서,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 그리고 나 8명이 끄덕였다.

  "이 일에 관해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굉장한 수고를 끼쳤습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게르라흐 재무상서가 고개를 숙이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게르라흐 잽무상서야말로 수고하셨습니다."
  "황송합니다. 하지만 저따위보다 공작이 훨씬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건강을 잘 살피시길."
  게르라흐 재무상서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걱정하자 공작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게르라흐 재무상서가 공작에게 감사하는 것도 당연하다. 막대하기까지 부풀어 오른 귀족 전용의 금융기관, 특별은행, 신용금고에서 귀족들이 받은 융자, 그리고 그 부정이용, 거기에 겨우 수술칼이 들어가 융자 자금 회수의 전망이 보였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법안을 작성하고 재무성이 법제화했다. 그리고 오늘, 그게 흑진주 홀에서 발표되었다. 정부의 재정 재건에도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영지를 잃은 귀족들입니다만, 의외로 얌전하더군요. 조금 더 반발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룸프가 고개를 갸웃하자 리히텐라데 후작이 미세하게 웃었다.
  "공작이 사전에 공작을 했으니 말이야. 영지는 없어지지만 빚도 없어진다. 융자 자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내무성에서 파견된다는 감찰관에게서도 해방된다, 고 말이야. 그 놈들, 어지간히 감찰관이 눈앳가시였던 것 같다. 의외로 간단하게 물러났어. 플레겔 내무상서. 경의 공적이구먼."

  응접실에 웃음 소리가 넘쳤다. 나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들 스스로 알고 있는 거겠지요. 영지 경영은 앞으로 어려워질 거라고. 돈도 들지만 영민들의 불만을 이해하고 그걸 해소하는 방향으로 통치해야만 합니다. 꽤나 성가시겠죠. 그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입장이 편하다. 그렇게 생각한 겁니다."
  공작의 말에 다시 웃음 소리가 터졌다.

  "무책임한 놈, 이라고 비난하고 싶지만 그들 덕분에 다른 귀족들도 얌전히 받아들어주었습니다. 영지를 잃은 그들이 받아들이는 거니까요. 영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허락된 자들은 불만을 말할 수 없겠죠."
  기분 좋아보이는 게르라흐 재무상서의 말에 다들 끄덕였다. 성가신 일이 하나 정리되었기 때문이겠지. 다들 표정이 밝다.

  "무책임이라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군요."
  "극히 희소하지만 이런 일도 있는 거겠지. 평소엔 곤란하지만."
  슈타인호프 통수본부총장과 에렌베르크 군무상서의 대화에 이곳저곳에서 뿜는 소리가 들렸다. 참지 못하고 대공이 웃었다. 다들 그 뒤를 이었다.

  한바탕 웃은 뒤, 리히텐라데 후작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 다음은 평민들에게 설명해야 하겠지만……."
  "산 넘어 산이군요. 여기서 실패해선 말짱 도루묵입니다."
  내가 뒤를 이어 말하자 다들 끄덕였다. 이번 발령된 법안은 귀족에게 있어서 반드시 불리하다곤 할 수 없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평민들에게 있어선 납득할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 하지만 평민들이 폭동이라도 일으켰다간 이번엔 귀족들이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 한 번 받아들였던 자들도 철회를 요구하게 되겠지. 마무리를 잘못해선 안 된다.

  "이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설명해줬으면 하네만."
  리히텐라데 후작이 약간 사양하는 느낌으로 발언하자 다들 공작을 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평민들은 공작이 평민계급 출신이라는 점, 개혁의 주도자가 되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이긴 하지만 귀족들의 횡포를 막고 평민들의 권리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공작이 광역통신으로 설명하면 평민들은 다소 불만은 품어도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해줄 것이다. 물론 공작에게 있어선 본의가 아니고 성가신 일이기는 하다. 공작은 정부 관료가 아니라 군인이다. 담당 구역이 다르다는 생각도 있을 터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신경 쓰는 것도 그 부분을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알겠습니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공작이 불쾌함을 보이지 않고 극히 평범하게 대답했다. 다행이란 분위기가 응접실에 흘렀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다들 공작을 주목했다. 역시 간단하겐 끝나지 않는다.
  "포로 교환을 실시해주셨으면 합니다."
  포로 교환?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