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46 화. 진의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8


제국력 488년 5월 12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플레겔 내무상서



  우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거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제국, 반란군은 각각 200만 명 정도의 포로를 품고 있습니다. 그걸 교환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부탁드리고 있는 겁니다."
  "200만? 그렇게나 많은 건가."
  리텐하임 후작이 어이 없단 듯이 말했다. 다들 놀라고 있다. 200만 명이라고 하면 꽤나 많은 숫자다. 그보다 인구가 적은 유인행성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매년 전쟁을 하고 있는 거다. 그 정도는 될지도 모르겠군."
  "오히려 적은 편이겠죠. 우주 공간에선 산소가 없으니까 사람은 간단히 죽습니다. 한 번의 회전에서 수백만 명이 싸운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많다곤 할 수 없습니다."
  룸프의 중얼거림에 슈타인호프 통수본부총장이 답했다. 그렇군. 한 번의 회전에 10만 명이라고 치고, 매년 2회 전쟁이 있다면 1년에 20만 명의 포로가 발생한다. 10년으로 200만 명이다. 그렇다면 한 번 회전 당 포로 숫자는 더욱 적다는 건가…….

  "그 대부분이 하급귀족과 평민입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포로를 교환하는 것으로 평민들을 다독이려는 건가."
  "그런 의도도 있습니다. 그것도 있습니다만, 아버님. 정부가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걸 이해한다면 병사들의 사기 향상으로도 이어집니다."
  다들 끄덕였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그렇군"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좋겠지. 공작의 설득만으로는 평민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 표로 교환을 행하는 것으로 그것이 해소된다면 할 가치는 있다. 어떤가? 군무상서, 통수본부총장."
  리히텐라데 후작이 두 사람의 원수에게 시선을 향하자 두 사람이 "동의합니다", "이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후작이 다른 참가자에게 시선을 향했다.

  "재무상서로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포로 교환에 다소 비용은 발생하겠죠. 하지만 포로를 교환하여 받으면 200만 명의 납세자, 소비자, 생산자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포로는 아무런 사회적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요."
  게르라흐 자작의 말에 응접실에 희미한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너무 솔직하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긴 하다.

  "그럼 군부에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끊었다. 공작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응접실에 미세한 긴장감이 일어났다.
  "포로교환은 군부 주도가 아니라 정부 주도로 부탁드립니다. 떠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실무는 군부에서 해도 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부 주도라는 형식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쎄. 어찌된 일일까? 포로 교환, 군부 주도가 아니라 정부 주도? 공작은 싫어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실무는 군부에서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나 뿐만이 아니다. 다들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어찌된 거냐? 에리히. 무슨 이유가 있는 건가?"
  대공이 묻자 공작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버님. 포로 교환을 군부 주도로 실행하면 평민들은 이것이 제 발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그게 뭐 어때서?"
  대공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무슨 당연한 말을, 이라는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대로는 평민들의 지지가 정부가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 제국에는 240억 명의 인간이 있습니다만, 그 대부분은 평민인 겁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어조에 다들 숨을 삼켰다. 어조만이 아니다. 표정도 험해지고 있다.

  "지금은 아직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눈치챌 것입니다. 가장 먼저 개혁에 반대하는 귀족들이 소란을 피울 테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평민들을 꼬드겨 지지를 모아 황위 찬탈을 노리고 있다고. 개혁을 중단시키는 데에는 가장 효과적인 중상, 비방입니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에 대한 중상, 비방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평민들은 개혁 계속을 바라며 저를 지키기 위해 단결할 겁니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귀족들이 바라던 바겠죠. 그들은 평민들을 위험분자로서 탄압하고 개혁 중지를 바랄 겁니다. 찬탈을 막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말입니다."

  다들 굳어서 움직이지 못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평민을 너무 경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하나로 뭉쳐 한 개인을 숭배하는 일이 일어나면 확실히 위험하다. 루돌프 대제가 은하제국을 성립시킬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연방시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누구나 평민을 무시하고 있었기에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로 뭉치면, 그걸 가능하게 할 인물이 나타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봤다. 반역을 일으킬 것 같은 패기나 야심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작이라면 가능하겠지. 우주함대는 공작의 휘하에 있다. 그리고 능력도 있다.

  "확실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말대로군. 리히텐라데 후작. 이건 정부 주도로 행할 수밖에 없다."
  "그건 좋지만 정부 주도라고 해도 뭘 해야 좋을까. 실무는 군부가 한다고 하면……."
  리텐하임 후작의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곤혹스럽다는 듯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봤다.

  "주로 평민에 대한 통지겠지요. 일단 많은 병사가 포로가 되어 남아있는 가족을 괴롭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정부도 그걸 걱정하고 있다는 점, 포로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하여 포로교환을 반란군에 제안한다고 발표합니다."
  "음. 그래서?"
  "다음으로 반란군이 포로교환을 승인한 시점에서 그 사실을 발표하여, 가족에 대하여 조금 더 참으라고 전합니다."
  "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끄덕인다.

  "포로 교환이 시작된 시점에서 포로에 대해 포로 교환이 늦어져 괴롭게 한 점을 사죄하고 금일봉, 일시 휴가를 지급하고 일계급 승진을 약속합니다. 그 뒤, 퇴역할지 군대에 복귀할지를 정하도록 하라고 전하는 겁니다."
  "그렇구먼. 꽤나 좋은 대우다. 하지만 평민들을 다독이기 위해선 그 정도는 필요한가."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은 비아냥이 아니겠지. 확실히 좋은 대우다. 다들 동의하는 듯이 끄덕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 발표를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나인가. 대변인은 안 되는 건가."
  리히텐라데 후작이 놀라고 있다. 그걸 보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후작이 아니면 안 됩니다"라고 확실하게 답했다. 다들 다시 한 번 서로를 돌아봤다. 아직 무언가가 있다. 공작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평민들은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어디까지 개혁에 진심인지를. 그 이유 중 하나가 정부 수반인 리히텐라데 후작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들 숨을 삼키고 리히텐라데 후작이 불쾌하단 듯이 표정을 찡그리며 "무슨 뜻이냐?"며 물었다.

  "후작은 지금까지 궁내상서, 내무상서, 재무상서를 역임하고 국무상서가 되셨습니다. 하지만 개혁을 해온 것은 아닙니다. 개혁을 실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점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민들은 그걸 모릅니다."
  "그렇군. 그렇기에 평민들의 지지가 정부가 아니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향하고 있다는 건가."
  리텐하임 후작의 말에 "그렇습니다"며 공작이 끄덕였다.

  "여기서 리히텐라데 후작께서 평민들에게 발언을 하신다면, 평민들도 후작이 자신들을 생각해준다는 걸 알고 안심하겠죠. 후작만이 아닙니다. 다른 정부 각료도 적극적으로 평민들에게 말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 사실이 평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그런 만큼 개혁도 하기 쉬워집니다."
  공작이 입을 다물자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런이런. 대중 연설은 거북하지만 어쩔 수 없나."
  리히텐라데 후작이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다들 실소했다. 후작이 "웃다니 너무한 녀석들일세. 남의 일이 아니란 말일세"라고 다시 투덜거렸다. 확실히 나에게도 불똥이 튈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실소가 멈추지 않는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새삼 진지한 표정으로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잠시 동안 응접실을 정적이 지배했다. 다들 제각각의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안도하고 있는 자, 깊게 생각하고 있는 자, 졸린 표정을 짓고 있는 자…….
  "일단은 일단락, 그렇개 봐도 좋으려나?"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이 모두를 둘러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일단락,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불안은 남았다. 귀족들을 믿을 수 없다. 평민들을 믿을 수 없다. 그런 점이다. 다들 입을 다문 것도 같은 생각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걸로 어떻게든 내년부터의 결산보고서와 재산목록은 무사히 넘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나? 무슨 일이 있는가. 에리히."
  대공의 질문에 공작이 침통한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다.
  "아버님. 유감스럽지만 진짜 혼란은 내년부터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군대를 움직이게 되겠죠."
  응접실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다들 조용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보고 있다.

  "어떻게된 거냐. 무슨 이유에서?"
  대공이 억누른 목소리로 의붓아들에게 물었다. 공작이 다시 숨을 내쉬었다.
  "귀족들이 얌전히 수익의 40%를 내놓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흑진주 홀에서 녀석들의 표정을 봤지만, 다들 불만스러워 보였습니다. 만약을 위해 안스바흐 준장에게 조사하게 했습니다만, 정부를 속인다, 지금 이상으로 이익을 올린다, 등등을 말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대공이 "뭐시라"라며 신음소리를 울리고 리텐하임 후작이 "말도 안 되는"이라고 말하며 큰 소리를 내며 허벅지를 때렸다. 짜증내고 있다.
  "이익따윌 간단하게 올릴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무리를 하다가 실패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겠죠. 당연합니다만 정부에 대한 10%의 지불, 영지 개발에 대한 자금도 낼 수 없게 됩니다. 다시 말해 영지 경영에 실패했다는 게 됩니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룸프 사법상서가 "이 바보 놈들이! 모처럼의 온정을 무위로 돌릴 생각인가!"라고 내뱉었다.

  "영지 경영 실패인가……, 몰수로군."
  "예."
  "저항하면 반란으로 보고 박살인가."
  "예."
  대공과 공작의 대화는 담담했다. 그리고 그만큼 무겁게 울렸다.

  "……어느 정도의 귀족이 살아 남을 거라 보고 있나?"
  "제국 귀족 4천 가문 중, 영주로서 남는 건 절반도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뭐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너는 일찍이 이걸 예상하고 있었는가?"
  "……저 법은 영주로서의 능력, 자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없는 귀족은 그 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배제되게 되겠죠."
  공작의 대답은 긍정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향했다. 하지만 공작은 두려워하는 일 없이 태연하게 그걸 받아들였다.

  "오해하지 마시길. 귀족을 싫어하기에 저 법을 만든 게 아닙니다. 우주에서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 법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지? 전쟁을 없앤다? 잘못 들었나? 당황하며 다른 이들을 둘러봤다. 다들 놀라고 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 공작은 확실하게 전쟁을 없앤다고 말했다.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은 아연하게 의붓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가. 이 우주에서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인가. 그러기 위해선 저 자들은 방해인가. 그렇기에 배제한다는 건가……."
  "……."
  "그런가. 포로 교환도 평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란 건가. 눈치 채지 못했다. 이 무슨 어리석은 자인지……."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이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알겠다. 나는 막지 않겠다. 아니, 막지 못한다. 에리히, 네 마음대로 하도록 해라."
  브라운슈바이크 대공의 말에 리텐하임 후작이 "대공!"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대공은 고개를 저었다.

  "리텐하임 후작, 그리고 그대들도 듣길 바란다."
  "……."
  "이대로 가면 제국은 붕괴한다."
  생각치도 못한 말이다. 다들 숨을 삼켰다.
  "……그건 개혁을 실행해도 입니까?"
  "개혁을 해도다. 플레겔 내무상서. 얼마 전에 에리히에게서 그걸 지적 당했다. 나는 부정하지 못했다. 신경이 쓰여 조사했다. 확실히 이대로 가면 제국은 붕괴하게 되겠지. 상황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나쁘다. 설마 이런 위기가 닥쳐오고 있을 줄은 생각치 못했다. 인식이 얕았어……."

  다들 굳었다. 대공은 굉장히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붕괴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태는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된 일입니까? 브라운슈바이크 대공.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째서 제국이 붕괴한다고?"
  "인구 감소다. 군무상서. 이대로 가면 언젠가 제국은 국가로서 유지할 수 못하게 돼."
  생각치도 못한 말을 들었다. 인구 감소?

  "일찍이 이 은하에는 3,000억을 넘는 인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제국, 반란군, 페잔을 모두 합쳐도 400억을 넘지 못하는 사람밖에 없어. 장기간에 걸친 전쟁과 혼란에 의해 인구는 약 10분의 1까지 감소했다."
  10분의 1, 그 말이 귀에 울렸다. 그렇게 줄어들었단 건가.

  "더욱이 위험한 건 성인 남성이 극심히 감소되었단 점이다. 남성이 너무 적어. 남녀 균형이 맞지 않는 거다."
  비명과도 같은 어조였다.
  "결혼하지 못하는 여성,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 가정을 가지지 못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어. 우리들 귀족은 거리에 나가지 않으니 모르겠지만, 제국령내에선 남성이 압도적으로 적다. 이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대공의 목소리는 쓴물을 삼키는 것 같았다.

  "이대로 전쟁을 계속하면 전사하는 성인 남성과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이 늘어날 뿐이다. 다시 말해 새로 태어나는 인간은 계속 줄어들어 인구 감소에 브레이크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진다. 에리히가 포로 교환을 꺼낸 것도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이겠지. 200만 명의 성인 남성이 돌아온다. 하지만 위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도 50년 후에는 인구 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겠지. 100년 후에는 제국을 붕괴시킬 수밖에 없는 사태까지 심각해질 것이다. 150년 후에는……."
  대공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게 제국은 붕괴한다는 건가……. 암담하고 있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그 뒤는 제가 말하도록 하죠"라고 말했다.

  "제국이 붕괴되면 인류는 행성 단위에서 생활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지역에 따라선 중세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될수도 있다는 겁니다. 간단한 질병으로도 사람들은 죽겠죠. 전염병이 일어나면 무인 행성이 될지도 모릅니다. 특히 변경성역은 심각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제국에선 인류는 비교적 발전하고 있는 제국 중심부에 점점히 생존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나 혼자만이 아니다. 그 외에도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이 있다. 표정은 다들 어두웠다.

  "이걸 막기 위해선 전쟁을 끝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 강화인가, 통일인가 입니다. 바로 가능한 건 강화입니다. 인구 감소는 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란군도 같은 상황일 겁니다. 인구가 적은 만큼 저쪽이 더 상황이 어려울 테죠. 교섭에 따라선 강화, 혹은 휴전은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귀족들이 방해물인가."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끄덕였다.
  "그들은 반란군과 교섭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겁니다. 그들에게 있어선 천재일우의 찬스입니다. 우리들을 실각시키고 개혁을 없었던 일로 하려고 할 테죠. 그리고 페잔은 그런 그들을 부채질하여 제국을 혼란에 빠드리려 할 것입니다."
  공작의 말에 신음소리가 울렸다. 확실히 그 말이 맞다. 강화 따위 페잔에게 있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귀족들을 부추길 것이다.

  "그렇구먼. 그렇기에 저 법을 만들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공작의 제안을 게르라흐 자작에게서 들었을 때, 공작의 목적은 눈치 챘다. 귀족들을 배제하려는 거라고 말이지. 무척이나 분노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으나 그런 이유가 아니었는가……. 인구 감소인가. 눈치 채지 못했다……. 둔해졌구먼. 나도 나이를 먹었나."
  놀랐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눈치 채고 있었는가. 둔해졌다? 그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우리들은 뭐란 거지? 후작이 국무상서의 지위에 있는 건 당연하다는 건가. 새삼 리히텐라데 후작의 대단함을 실감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대단함도.

  "그럼 그 자들을 배제한 뒤에 강화를?"
  슈타인호프 통수본부총장이 묻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강화는 일시적인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선 인구 감소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선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무상서와 통수본부총장이 크게 끄덕였다. 두 사람은 군인이다. 강화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공작에게도 같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도 그들이 방해가 됩니다. 반란군을 항복시키기 위해선 대규모 군사행동이 필요합니다. 당연하지만 제국령내의 군사력은 옅어집니다. 그 때,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쿠데타, 입니까."
  내가 묻자 공작이 끄덕였다.

  "반란군을 쓰러뜨리고 우주를 통일하면 그들은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 전에 쿠데타를 일으켜 우주함대를 고립시킵니다. 함대사령관은 누구나 하급귀족이든가 평민입니다. 보급을 끊고 죽게 내버려두는 짓 정도는 태연하게 해주겠죠."
  다시 신음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병사를 잃게될 것인가. 인구 감소에 박차를 가하게 되겠지.

  "그리고 대규모 군사행동을 일으키게 된다면 그걸 지탱할 수 있을만한 재정면에서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작의 말에 게르라흐 자작이 끄덕였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것 없이는 통일은 불가능합니다만."
  "귀족들을 배제하고 그 영지를 제국 직할령으로 함으로서 가능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게르라흐 자작."
  게르라흐 자작이 "그건"이라고 신음하듯이 말한 뒤, 창백해지며 끄덕였다. 자작만이 아니다. 다들 창백해져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모든 걸 생각하고 그 법을 만든 것이다.

  "그런가. 거기까지 생각했단 건가. 언젠가 녀석들도 눈치 채게 되겠지. 함정에 빠졌다고 말이야. 너는 그들에게 원망을 받을 게야. 그것도 각오한 바인가?"
  "예."
  "……불쌍한 녀석이군. 너는 지나치게 앞까지 보고 있어. 그리고 그것 가만히 놔두지도 못하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버님."
  대공이 고개를 저었다. 불쌍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책망하는 것이 아니야. 불쌍히 여기고 있는 거다. 너를 양자로 들인 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제국은 안정됐다. 번영도 하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도 멸문하지 않고 끝날 것이다. 감사하고 있어. 인류는 언젠가 너에게 감사할지도 몰라. 하지만……, 너 개인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지. ……너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다. 미안하군. 용서해라."
  대공이 고개를 숙이고 공작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불행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나라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고 바란 것입니다. ……그러니 아버님.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불행하지 않습니다. 이 길은 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요."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