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아름다운 꿈(연중)

새로운 조류 ~아름다운 꿈~ 제 49 화. 변경성역

추리닝백작 2020. 6. 22. 17:59


제국력 488년 5월 24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라인하르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렴."
  "물론입니다. 누님. 공작이 저를 이래저래 챙겨주고 있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걸 무위로 돌리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라인하르트 님은 황제가 된다는 야심을 봉인했다. 안네로제 님을 빼앗은 프리드리히 4세를 용서한 건 아니다. 하지만 황제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극히 불행할 뿐인 사람이라는 건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황제가 안네로제 님을, 그리고 라인하르트 님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단순히 증오하기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게 되었다.

  "그럼 좋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신기한 사람이야."
  조금 말을 흐렸다. 신기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라인하르트 님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너희들과 이래저래 얽히는 분이었기에 계속 봐왔지만, 나는 공작이 무척이나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다시 신기하다고 말씀하셨다.

  "안네로제 님, 신기하다는 건 대체……."
  안네로제 님이 날 보고 조금 곤란하단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유능한 군인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되고 나서부터 신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내로제 님이 말씀하고 싶은 건 신기할 정도로 운이 좋다는 걸까?

  "누님이 말씀하고 싶으신 건 운이 좋다는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야."
  안네로제 님이 답답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운이 아니야?
  "그것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연스러워. 너무 자연스럽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궁중 대신이라는 역할을 다하고 있어. 보통이라면 망설임이나 실패가 있을 텐데 그게 없어. 위화감이 없는 거야."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다. 라인하르트 님도 끄덕이고 있다. 확실히 위화감이 없다. 이미 10년 동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하고 있다고 들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지.

  "원수, 우주함대 사령장관 자리에서도 평범하게 일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은 국정 개혁도……. 자연스러운 거야. 모든 것이……."
  "……."
  "아직 젊으니까 부담감이나 패기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안네로제 님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군요?"
  "그래."
  안네로제 님이 끄덕였다.

  "신기하지?"
  라인하르트 님이 "듣고 보니 그렇네요"라며 끄덕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때 그 때에 필요한 역할을 연기하는 듯이 보이는 거야. 그렇기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
  라인하르트 님이 날 봤다. 질문하는 듯한 눈이다. 라인하르트 님도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

  "곁에 있으면 그 신기함을 눈치 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주의하렴."
  "주의, 입니까?"
  "눈치 채고 나니 깜짝 놀랐다, 라는 일이 없기를 바래. 그리고 공작 곁에 있으렴. 이제부터 제국은 변할 거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바꿀 거야. 그러니까."
  "……알겠습니다."
  라인하르트 님이 약속하자 안네로제 님이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다.

  확실히 나도 라인하르트 님도 눈치 채지 못했다. 자연스러웠기에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다. 하지만 안네로제 님의 말씀대로 언제부턴가 제국 중신이자 국정의 중심이 되어 있다. 안네로제 님이 주의하라는 건 그걸 받아들이라는 거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이미 군인일 뿐인 존재가 아니다. 국가의 중신, 국정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제국력 488년 5월 30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그래서 변경에 대한 건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 개발을 진행한다고 들었지만."
  "간단하진 않습니다. 꽤나 성가셔요. 아버님."
  내가 답하자 아버님이 "간단하지 않은가"라며 탄식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끄덕였다. 대공 부인, 엘리자베트, 슈트라이트, 안스바흐, 페르너, 쇤코프. 나와 엘리자베트는 코코아, 그 외엔 커피를 즐기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선 내가 양자가 된 뒤로 최소한 반 년에 한 번은 이렇게 거실에서 근황보고 같은 걸 하고 있다. 내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 빨리 익숙해질 수 있도록 대공이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그 전까지는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에 꽤나 평판이 좋다. 트깋 대공 부인은 엘리자베트에 대한 교육도 된다며 대만족이다. 보고회 형식은 프리토킹, 시간은 최대 2시간. 그 이상이 될 경우엔 한 번 휴식을 취하기로 되어 있다.

  최근엔 리텐하임 후작가에서도 같은 걸 하고 있다고 한다. 대공 부인과 후작 부인은 자매니까. 그쪽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진 모양이다. 머지않아 한 번 합동 회의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쇤코프는 이번으로 참석 2회째다. 그에게 있어선 제국에 대한 걸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라고 생각한다. 저번에도 재미있게 듣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무성, 재무성은 귀족의 지원에 대해선 적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조금 다릅니다. 내무성도 재무성도 적극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하고 있다는 편이 좋겠죠."
  내가 안스바흐의 질문에 답하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모두의 귀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변경성역 개발을 행하려한다는 이야기가 닿은 모양이다.

  "귀족령, 직할령을 따지지 않고 일단 변경성역 개발이 시작되면 말도 안 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재무성, 내무성의 진심을 말하자면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변경 귀족은 점점 더 가난해져 언젠가는 무너지겠죠. 그렇게 되면 제국 정부가 모든 걸 짊어지게 됩니다. 재무성, 내무성은 그걸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귀족들을 어떻게든 원조하는 편이 좋다. 그게 진심입니다."

  이곳저곳에서 "호오"라는 탄식이 들렸다. 또 하나 싫은 현실을 보여줄까.
  "최근입니다만, 변경성역 귀족들에게서 영지 변경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영지 변경?"
  안스바하가 의아하단 목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거겠지. 유감이지만 다들 미심쩍어하고 있다. 뭐, 최근 이야기다.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변경에선 미래가 없다고 보고 영지 변경을 바라고 있는 겁니다. 다행히 영지를 반환한 귀족들이 있습니다. 그 후임자로서 해주면 좋겠다고. 자신들이라면 잘 통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걸 받아들이는 겁니까?"
  "그건 아니겠지. 그렇게 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돼. 영지 반환은 빚 보증, 융자 변제의 포기에 대한 대가니까."

  아버님이 슈트라이트의 발언을 부정했다. 그 말대로다. 정부는 거부했다. 반환 받은 영지와 변경을 비교하면 인구도 생산력도 차이가 난다. 국정 개혁으로 세금을 경감한 이상 세수 부족이 일어난다. 그걸 직할령의 증가, 귀족들의 빚 변제, 융자 자금의 운용으로 얻은 수익의 10%를 징수하는 걸로 보충하려는 거다. 그리고 개발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 건 변경만이 아니다. 세수 저하를 초래할 영지 변경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렇군요. 맛있는 고기 쟁탈전, 맛 없는 고기의 떠넘기기입니까."
  변함 없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군. 쇤코프. 다들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엘리자베트도 포함해서.
  "그래서 정부는 어떻게 한다고? 무시는 할 수 없고, 깊게 들어가는 것도 할 수 없다면 어중간해지지 않겠습니까?"
  커피를 마시면서 말하지 말아라. 페르너. 하지만 네 말대로다. 어중간하긴 하다. 하지만 이 경우 중요한 건 변경 개발 그 자체보다도 제국이 변경 귀족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걸 페잔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귀족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변경을 4개 구역으로 나눠 1년 단위로 순서대로 개발해 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4년에 한 번의 빈도로 정부가 영지 개발을 협조하게 됩니다. 그걸 정부 방침으로서 발표하는 겁니다. 7월에는 발표되어 즉시 실시에 들어갑니다."
  "그렇군요. 항상 변경의 어딘가를 정부가 원조하고 있다는 건가요."
  대공 부인이 끄덕이고 있다. 그 말대로다. 정부는 대규모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변경 개발을 계속한다는 게 된다. 그리고 귀족령의 개발은 귀족이 주체가 되고, 정부는 어디까지나 지원이다.

  "생각은 이해하지만 확실히 페르너 대령이 말한대로 어중간, 결단이 부족한 것 같군요."
  안스바흐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하자 쇤코프가 씨익 웃었다. 뭐, 이래선 위험시되어도 어쩔 수 없나. 배신했다고 의심을 받는 것도 절반 이상은 자업자득이겠지. 부덕의 소치, 려나. 응, 코코아가 맛있다.

  원작과 달리 이 세계에선 귀족들이 멸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제국의 재정은 개선되어 있지 않은 거다. 대규모 개발은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 하지만 2, 3년이 지나면 상황은 극적으로 변한다.
  "4년 후, 한바퀴 돈 시점에서 계획을 재검토할 생각입니다."
  "그런가, 4년 후인가."
  아버님이 부인과 서로를 마주 보고 끄덕였다. 눈치 챘나.

  "원조 내용입니다만, 어떤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까?"
  "경작 기계의 대량 공여, 용수 설비의 증설 등입니다. 슈트라이트 소장. 일단 변경성역의 식량 생산량을 높일 생각입니다."
  그렇다기 보단 그 정도밖에 할 일이 없다. 발전소 건설이나 우주항 확대에는 자금이 부족한 거다. 그래도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면 변경 사람들도 기뻐할 것이다. 굶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출산에도 힘쓸 수 있게 된다.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되겠지. 인프라 정비, 의료나 교육은 그 뒤다.

  "실은 재무성, 내무성의 고급 관료들에게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게 변경 개발에 해주길 바란다고 은밀하게 요청이 있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의심, 의혹, 이의, 거절,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시선이었다. 기분은 이해하지만. 좀 더 부드러운 시선이 필요하네. 커피라도 마시면서 진정하라고.

  "무슨 소리냐? 에리히."
  "대귀족에게도 개발에 참가해줬으면 한다는 겁니다. 정부만으로는 변경성역의 신용을 얻을 수 없다. 대귀족이 개발에 참가해주면 변경도 안심할 거라고. 언젠가 리텐하임 후작가에게도 같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
  그다지 호의적인 침묵은 아니네.

  "플레겔이나 게르라흐는 알고 있는 건가? 그 이야기를."
  "아마도, 모르겠죠. 지금 상황에선 관료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일 거라 생각합니다. 공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은밀하기는 하지만 타진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관료들 사이에선 나름대로 검토되고 있는 이야기겠죠."
  아버님이 신음했다. 그다지 호의적인 울림은 아니다. 좋을 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뭐, 관료들도 상대방이 나니까 말한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아버님이라면 입을 다물었겠지.

  "구체적으로는 변경 귀족과 협력하여 인프라 정비를 행하든가, 혹은 무인 행성을 당가만으로 개발하든가, 대충 그런 거겠죠. 어느 쪽이든지 어떠한 형태로든 변경 개발에 관여해줬으면 좋겠다. 재무성도 내무성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아버님이 고개를 저으면서 탄식을 뱉었다. 다른 이들도 어이 없단 표정이다. 페르너가 "형편 좋은 이야기다"라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개척 가능한 행성을 최소한이라도 하나, 성계채로 받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인가!"
  아버님이 눈을 부릅 떴다. "각하", "공작", 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충고하는, 아니 책망하는 목소리다. 진심이냐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아버님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너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당주다. 네가 정했다고 한다면 반대는 할 수 없어. 하지만 무인행성을 개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민 이주를 포함하여 하나부터 모든 걸 하지 않으면 안 돼. 알고 있는 건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는 건가."
  "네."
  거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다들 날 보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 말도 안 되는 손해를 가져올 녀석, 그런 시선이로군.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의무감만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이익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변경성역을 다들 짐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건 보물산입니다. 다들 눈치 채지 못했을 뿐입니다."
  "……."
  말이 없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믿을 수 없겠지. 변경이란 빈곤하고 사람도 없다. 벽지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익이 있다고 말한 건 사실이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를 위한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보물산이라는 것도.

  "아버님, 저는 제국의 손으로 우주를 통일하고자 합니다. 원정을 지탱할 수 있을만한 재정 기반을 준비하는 데에는 최소한 5년, 길면 10년은 걸리겠죠. 그 뒤, 5년을 목표로 자유행성동맹을, 페잔을 정복합니다."
  "……."
  "그렇게 되었을 때, 변경은 변경이 아니게 됩니다."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무슨 뜻이냐? 에리히."
  아버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의심암귀 잔뜩이군.
  "구 동맹령에서 수많은 상인이 변경으로 찾아올 겁니다. 새로운 비지니스 찬스를 노리며."
  거실에 신음소리가 넘쳤다.
  "제국 인구는 200억을 넘습니다. 국경이 사라진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선 새로운 시장이 눈앞에 나타나는 게 됩니다. 이익을 추구하며 앞다퉈 찾아올테죠. 본래 생필품은 저쪽이 품질이 더 좋습니다. 그 생필품이 이제르론 회랑, 페잔 회랑을 넘어 대량으로 찾아오게 됩니다. 위치적으로 봐서 그 은혜를 최초로 받게 되는 것이 변경입니다. 변경은 양질의 생필품으로 넘쳐나게되겠죠.

  "그렇군, 그런 건가……."
  안스바흐가 중얼거리자 슈트라이트가 신음했다. 아버님도 신음하고 있다. 쇤코프와 페르너가 서로를 돌아보고 씨익 웃었다. 어째서 성격 나쁜 놈들은 금방 서로 친해지는 걸가. 이상한 일이다. 보통 반발할 거라 생각하지만……. 대공 부인과 엘리자베트는 솔직하게 감탄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지. 엘리자베트. 부탁이니까 뺨을 붉히면서 멍한 눈으로 날 보지 말라고. 그런 건 익숙하지 않다.

  "제국의 상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구 동맹령을 향해 교역선을 보내게 되겠죠. 변경을 횡단해서입니다. 지금까지는 오지 않았던 교역선이 항상 변경을 지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하지만 교역이 발생합니다. 변경은 우주에서 가장 많은 교역선이 오가는 장소가 될 겁니다."
  마치 실크로드다. 캐러밴을 편성하여 지나는 곳마다 교역을 행한다. 같은 일이 우주에서 일어나겠지.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뭐냐, 그건."
  응. 이번 아버님의 목소리에는 흥미진진한 울림이 있다. 좋은 경향이다.
  "우주를 통일하면 제국의 영역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지게 됩니다."
  "그렇네만."
  "오딘은 제국 영토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확대된 제국을 통치하기엔 조금 불편합니다."
  "……."
  다시 거실에 침묵이 떨어졌다. 하지만 나쁜 침묵은 아니다. 다들 눈으로 살피고 있다.

  "통일한 뒤에는 페잔으로 천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어라, 신음소리나 웅성거림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페잔에 천도하면 군사적으로는 페잔 회랑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제국령, 구 동맹령 양쪽에 병력을 보내기에 편합니다. 그리고 경제의 중심이기도 한 페잔을 직접 통치하는 겁니다. 페잔에 자리를 잡아 제국령, 구 동맹령을 통치합니다. 이 이상 새로운 제국의 수도로서 어울리는 장소는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같은 걸 생각하겠죠."
  아, 아버님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탄식? 아니면 산소부족인가?

  "그것까진 좋다. 잘 알았다. 오딘이 제도가 아니라면 브라운슈바이크 성계는 지리적 이점을 잃는다. 그보다도 변경성역쪽이 이득이다. 그런 거로군."
  "예. 당초엔 가난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변경 쪽이 브라운슈바이크 성계보다도 발전하게 되겠죠."

  리텐하임 후작, 그리고 정부 각료에게도 이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되면 다들 변경성역에 거점을 두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변경 귀족들은 정부가 진심으로 변경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여기겠지. 그리고 정부 각료도 변경성역 개발에 진심이 될 것이다. 지금은 무리라도 재정상황이 호전되면 반드시 힘을 들일 것이다. 나머진 어떻게 해서 동맹을, 페잔을 정복할 것인지다.

  재정 건전성을 확복하는 데까지 5년에서 10년인가. 라인하르트의 병이란 문제가 있군. 그 부분도 신경 쓰지 않으면…….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야 한다. 안네로제와도 빈번하게 만나게 하는 편이 좋겠고, 전쟁에도 적당하게 출동하게 하자. 포로 교환이 끝나면 원정군 총사령관으로 해서 출병시켜볼까. 뭐, 호각 이상으로 싸워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함대 부장으로서의 입장도 강화될 것이고,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뮐러를 정규 함대사령관으로 발탁할 수도 있다. 케슬러는 그대로 참모장으로 해두자. 라인하르트의 통제역으로서 필요하고 라인하르트에게 별동대를 지휘하게 할 때는 그대로 별동대의 참모장으로서 역할을 맡기도록 하자. 케슬러라면 문제 없이 해줄 것이다. 조금씩이지만 형태가 잡혀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