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본편(연중)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75 화. 속죄

추리닝백작 2015. 2. 12. 10:25

■ 제국력 486년 12월 3일. 제국군 총기함, 빌헬미나.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메크링거 소장. 반란군에도 꽤 하는 놈이 있군.”

  “그래. 설마 그런 수로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네.”

  스크린에 나온 케슬러 소장이 떫은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나도 그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겠지.


  케슬러 소장이 말한대로, 반란군에도 꽤 하는 놈이 있다. 그다지 재밌는 상황이 아니다. 근년 제국이 우세하게 전황을 이끌고 있다곤 해도 강적은 적은 편이 좋다.


  “이제부터 뮈켄베르거 원수를 만나러 가는 건가?”

  “음. 아까 전 군의로부터 연락이 있었네. 꽤 좋아지신 것 같아. 나와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네…….”


  걱정하는 말투로 케슬러 소장이 묻는다. 그의 마음은 잘 알겠다. 반란군보다 이쪽이 더 난적이겠지. 반란군이라면 쓰러뜨리면 된다. 하지만 이 적은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가.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로군.”

  “말도 말게. 아무래도 쉽게 지나갈 것 같진 않군.”

  “잘해주게나. 부탁하네.”


  침통한 표정으로 케슬러가 말한다. 무리도 아니다. 불안하겠지. 우리들이 한 것은 쿠데타나 마찬가지다. 이기기 위해서라곤 해도, 결코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마 이해해주실 것이다. 원수가 보내는 중장에 대한 신뢰는 두텁다. 제대로 설명하면 괜찮을 것이다.


  “케슬러 소장, 이쪽이 끝나면 그쪽으로 설명하러 가도록 하지.”

  “음. 기다리겠네.”

  “그쪽 상황은 어떤가?”


  케슬러 소장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진다.

  “최악이라도 해도 좋군. ‘어째서 공격하지 않는가.’하고 큰 소동이었어.”

  “무리도 아냐. 나도 한 순간 망설였으니. 공격해야 하는가하고…….”

  단기결전. 원수의 병. 사령부의 동요. 그것만 없었다면 한 번 더 일격을 가했겠지.


  “철퇴는 정확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네. 그 정도의 적이야. 자칫 잘못하면 다곤 성역을 향해 후퇴전을 할 수밖에 없어. 장기전이 되겠지.”

  “……성가신 적이다.”


  케슬러 소장이 착실한 표정으로 내 판단을 지지해줬다. 그 말대로다. 그때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적을 괴멸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좋은 기분으로 원수를 만나러 갈 수 있었겠지. 이제와서 생각하지만, 성가신 적이라고 생각한다.


  “발렌슈타인 중장이 있었다면 말이지.”

  “?”

  “조금 더 기분이 편하겠네만…….”


  무심코 말하고 나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있었다면 이런 걸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지. 케슬러 소장도 동감이었는지 마찬가지로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와의 대화를 끝내고 원수의 방으로 향했다.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소장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음.”

  방 안에서 묵직한 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에 들어가니 원수는 편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직 일어나기엔 힘들겠지. 아니면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지도 모른다. 안색도 기분 탓인지 좋지 않아보인다. 나는 원수 가까이 다가갔다.


  “경에겐 감사를 표하지 않으면 안 되네. 내가 산 것은 경 덕분인 듯하니.”

  “…….”

  “발렌슈타인이 말했나?”

  조용한 목소리다. 그다지 화나지 않았나?


  “예. 원수가 협심증을 앓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

  원수는 작게 끄덕였다.


  “내 명령서를 가지고 있다 들었네만?”

  “이것입니다. 각하.”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묻는 원수에게 나는 그 명령서를 건냈다.


  원수는 한 번 읽고 쓴웃음을 지었다.

  “묘한 것을 원한다 생각했더니…….”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고 잠자코 원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곤란한 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소장.”

  “……중장으로부터 서간을 받았습니다. 원수에게 건내 달라고 부탁 받았습니다.”

  나는 중장에게서 받은 서간을 원수에게 건냈다. 뭐가 쓰여져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용을 상상할 순 있다…….


  원수는 서간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한 번 읽고 나서 조금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읽었다. 읽어 내려가며 원수의 표정에 고통이 떠오른다.

  “곤란한 녀석이다……. 경은 이 편지의 내용을 아는가?”


  “아뇨. 모릅니다. 하지만 상상은 할 수 있습니다.”

  “…….”

  “아마 책임은 자신에게 있기에 소관들을 책망하지 말아달라고 써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장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저희들입니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저희들은 알 수 없었습니다. 중장은 저희들의 도움에 응한 것에 불과합니다. 책임을 져야할 것은 저희들입니다.”


  “이기기 위해선 별 수 없었습니다. 지휘권의 위임이 마찰 없이 행해질지 아닐지도 모릅니다만, 위임할 경우에도 사기의 저하, 병사의 혼란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 직속함대가 뮈젤 제독의 지휘에 아무 불만 없이 따를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원수는 곤란한 웃음을 띄우며 얼굴을 좌우로 흔들었다.

  “원수!”

  “유감이군. 소장.”

  “?”


  “여기에는 이렇게 써있네. 원수의 신뢰를 배신하게 된 이번 행위는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용서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소관은 군에서 방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방축!”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군에서 추방하라고! 그런 걸 적었던 것인가. 발렌슈타인 중장은.

  “이를 용서하면 군의 통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엄한 처벌을 바랍니다. 단지 다른 이들에겐 죄가 미치지 않길 바랍니다. ……곤란한 녀석이군. 이것도 저것도 전부 자신이 짊어지려고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지금 중장이 군에서 없어지면 누가 오딘을 지킵니까!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이후엔 내가 제도를 지키라고 하고 있네…….”

  “…….”


  애절한 표정을 하는 원수에 가슴이 조였다. 분명 그렇다. 원수는 이제 더 이상 전장에 나올 수 없겠지. 하지만 제도에 있으며 눈을 부라리는 정도는 가능하다…….


  나는 어딘가 가벼운 생각을 하지 않았나? 이번 우리들의 행동이 비합법적인 것이라는 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중장이라면 벌을 받을 일은 없다고……. 하지만 중장은 그것을 위험시하고 있었다…….


  그 때의 표정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듯이 했던 말…….

  ~ 단지, 그다지 칭찬 받을 일은 아닙니다. 슈타덴 중장은 화낼테죠, 뮈젤 제독도 불만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

  그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그는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수의 병을 숨기고 모른척하며 우리들을 전장에 보낼 수도 있었다. 원수가 쓰러지리라 정해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을 전장에 보내는 이상, 그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비겁하지 않았다……. 몇 십만, 몇 백만이라는 희생이 나올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냉혹할 수 없었다…….


  속죄……. 속죄인걸까? 원수의 출병을 막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속죄. 우리들을 사지에 몰아 넣었던 것에 대한 속죄……. 그리고 자신이 후방에서 안전한 곳에서 있는 것에 대한 속죄.


  “각하…….”

  “메크링거 소장. 경이 말하고 싶은 건 알겠네. 아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러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지 않겠나……?”

  원수는 그렇게 고하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했네. 이번 일은 잘해 주었어. 감사를 표하지. 물러가게나.”

  “…….”

  원수는 지친 목소리로 내게 퇴실을 명했다.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경례를 한 후 방을 나왔다.


  이제부터 뮈젤 함대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냉정하게 말할 수 있을까? 어딘가 이런 불합리한 일에 외치고 싶은 자신이 있다.


  어째서 중장이 책임을 지는가? 책임을 지어야 할 사람은 정말 중장인가? 전장에 나온 원수는 어떤가?

  지휘권을 바란 슈타덴은, 뮈젤 제독은 어떤가? 말을 듣지 않는 참모는, 프라이드만 높아 쓰기 힘든 직속함대는 어떤가?


  그는 단지 아군의 패배를 막으려고 했다. 그뿐이지 않은가. 그것이 이렇게나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